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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을 찾아줘

<윤희에게>, <나를 찾아줘> 잇달아 개봉한 충무로 블루칩

2019-12-15 17:13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워너브러더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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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유재명이 아닐까. 오죽하면 ‘유재명이 출연한 영화와 아닌 영화로 나뉜다’는 말도 생겼다. 역할의 경중을 떠나, 좋은 작품이 있으면 참여하려는 그의 배우로서의 태도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겨울 <윤희에게>와 <나를 찾아줘>로 극장가를 지키고 있는 그를 만났다.
“장면을 떠올렸을 때 소리나 질감이 떠오르는 작품이 있어요. 작품마다 스스로의 생명력이 있는데, 그걸 잘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 저의 방향이에요. 배우는, 어쨌든 손을 내밀어 주면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어요.”
충무로 다작배우의 대답은 간결하고 단순했다. 작품의 장점을 찾는 눈을 가지고 바라보면 배역의 크기에 관계없이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배역에 몰입하는 그만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언제나 딱 맞는 옷을 입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지금의 유재명을 만들었다.
 
‘내가 맞나?’ 생각한 <나를 찾아줘> 홍경장 역
이영애 상대역 “나는 운 좋은 배우”  
 
<나를 찾아줘>는 강렬하고 아픈 이야기지만 이 작품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종된 아들을 찾겠다는 주인공 정연(이영애)을 경계하는 홍경장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이 인물은 꽤 다중적인 면을 가졌다. 악에 가까운 거친 면을 가지고 있지만 또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일반성도 품었다. 때로는 순박한 옆집 아저씨가, 때로는 내재된 본성을 드러내는 악마가 되어 홍경장은 작품 속에서 뛰어다닌다. 그의 실감나는 연기에 관객들은 더욱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 영화 역시 호평을 받는 중이다.
“저도 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최고의 스텝들이 좋은 질감을 만들어주셨어요. 현장에서 스텝들의 열정을 보면서 배우들이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모두가 한 지점을 보고 달려간 것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이영애와 온몸으로 사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너무 멋진 작품을 한 배우가 긴 시간동안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의 관계는 운명적인 것 같아요. 나와 저 배우가 동료가 되는 순간, 믿고 의지하고 소통하고 보완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운이 좋아요. 이영애, 김희애 선배와의 작업은 큰 도움이 됐고 행복한 배우가 됐어요. 두 분의 공통점이 밝고 순수하고 열정적이신 거였어요. 젊은 배우들 못지않게 뜨겁고, 더 해맑으시고. 스텝이나 배우들에게 친절하시고. 연기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여유도 있으시고요.”
영화 <윤희에게>에서 그는 경찰관이자 김희애의 남편인 인호로 출연해 감성 연기를 선보였다. 극의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로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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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아내와 작년 결혼, 8월 득남 늦깎이 아빠 
스무 살에 연기 시작했지만 배우의 시간은 이제 시작
 
<나를 찾아줘>의 소재는 아동학대다. 지난 8월 아빠가 된 그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길을 가다가 아이를 찾는다는 포스터 전단이 있으면 한 장이라도 더 보게 되었다고. 작년 10월, 그는 5년간 사랑을 키워온 띠동갑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올해 그의 나이는 마흔일곱이다.  
“결혼한 지가 1년밖에 안되었어요. 가족이 생겼다고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그것 역시 배우가 가져야 할 큰 방향이지만, 그보다는 일과 개인의 균형이 가장 큰 화두인 것 같아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고, 일에도 균형을 잘 잡고 싶어요.”
유재명은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했다. 고3때 밑도 끝도 없이 연기가 하고 싶었다는 그는, 연극을 만난 것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넉넉한 집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사가 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는데, 스무 살에 연극을 만나버렸어요. 연극을 시작하고 눈을 뜨니 서른이 되어 있더라고요. 10여년 정도 극장을 운영하면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상경했고, 자연스럽게 터를 잡았어요.”
연극을 하다 방전된 느낌을 받은 그는 재충전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때가 마흔 즈음, 이후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쉼 없이 달려와 지금이 됐다. 스무 살의 유재명은 그렇게 마흔을 훌쩍 지나 오십을 앞둔 배우가 되었다.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스스로 느끼는 변화도 많다.
“육체적으로 노쇠했어요. 그때는 젊었으니까요.(웃음) 일상은 비슷한 것 같은데 안정감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는 차이도 있죠. 제 작업의 근원은 불안감이에요.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저를 꽉 잡고 있어요.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시간이 흘렀는데…, 흰머리만 올라온 것 같네요?(웃음) 여유가 생긴 건, 많은 분들이 나를 믿어주신다는 인정을 한 거예요. 불안을 스스로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을 해요. 불안감이 없으면 게을러지잖아요. 스스로 게을러짐에 대한 경계는 엄격하게 하는 편이라, 지금은 불안감과 게으름의 사이 정도에 서있는 것 같아요.”
그는 한 뮤지션의 음악이 시간이 흐를수록 담백하고 철학적으로 바뀌듯이, 본인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깊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위 분들이 제게 서울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잘 됐다고 좋아해주시는데, 제 생각도 그런 것 같아요. 낯선 환경이고, 도움을 받을 분을 알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무명 기간을) 짧게 겪은 것 같아요. 제 직업은 스무 살 때부터 연극이었지만, 직업이 되어 생계를 유지하고 안정감을 느낀 것은 최근이에요. 이제 시작이죠. 하루에 비유를 하면 이제 아침 식사를 한 거 같아요. 지금처럼 욕심 부리지 않고 주어진 것들을 해나가면 저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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