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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논란 3년, 이창명이 달라진 이유

2019-11-19 09:51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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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논란 이후 방송으로 복귀하기까지 3년 7개월. 이창명은 그 시간을 오롯이 가족과 보냈다. 성숙해졌고 담담해졌다. 그리고 반성했다. 자신만이 우선이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후회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저는 더 나빠지지 않았겠느냐”는 그의 대답에서 지난 3년여가 읽혔다.
단정한 차림을 하고 혼자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매니저가 없느냐고 묻자 “피해를 줄까 봐 일부러 회사(소속사)에서 나왔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가 인사와 함께 건네는 미소엔 어색함이 서려 있었다. 일종의 긴장감. 모든 답변을 할 땐 몇 초간 숨을 고르고서야 신중하게 입을 뗐다. 편한 표정을 지어달라는 사진작가의 요구를 유난히 어려워하기도 했다.

이창명은 2016년 음주운전 논란 이후 최근 SBS Plus 예능 프로그램 <좋은 친구들>로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그를 만난 건 첫 방영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인터뷰 전날 내내 고민을 하다 전혀 못 잤다는 그의 말마따나 거친 피부 결과 푹 파인 눈꺼풀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분 탓일까요. 얼굴빛이 안 좋아 보여요. 그래요? 한숨도 못 자고 왔어요.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거든요. 늙기도 했죠. 올해로 딱 쉰이에요. 나이 먹으면서 헤쳐 나가야 할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고요.

쉰이 되니 뭐가 달라지던가요. 살아갈 시간이 살아온 날보다 짧다는 것도 알겠고 나이를 먹는다는 게 뭔지 비로소 알겠어요. 특히 부모님이 나이 드신다는 게 확 와닿고. 예전에는 이해 못 하던 어른들 말씀에 끄덕이게 돼요.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그 말씀들이 어쩜 그리 현실과 맞아떨어지는지. 이젠 제가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싶어요.

방송에서 굉장히 빠른 말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의의로 차분하네요. 원래는 빨랐죠. 되게 주목받길 바랐고 모든 게 내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니까요. 근데 지난 몇 년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신앙생활도 시작했고요. 많은 걸 배우고 느꼈는데 결과적으론 나를 내세우지 말자, 내가 우선이 되지 말자는 거예요.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기 전에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판결은 정확히 하죠. 무죄 확정을 받았어요. 1심도 2심도 3심도 무죄. 처음부터 무죄였는데 검찰에서 대법원까지 가지고 갔었어요. 그게 3년 걸리더라고요. 그때 제 나이가 마흔여섯 살. 첫째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으니까 한창 일해야 하는 때였어요.

사춘기 아이들이라 더 예민하고 놀랐을 것 같은데. 정말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부분이 아이들과 아내 모두 그 사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때도 지금도. 제가 되게 힘들어 보였던가 봐요. 서로 눈치를 본 거죠. 얼마 전에 큰딸이 참 좋은 말씀이라서 같이 읽고 싶다면서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더러 고맙대요.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아이들이 저로 인해 시간을 보내면서 굉장히 성숙해졌어요. 절약을 배우고 말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어요. 애들 이야기만 하면 자꾸 눈물이….

아이들과 사이가 가까운가 봐요. 거의 3년 5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아이들을 직접 등교시켰어요. 할 일이 없으니까.(웃음) 제 생활습관이 워낙 아침형이라 그전에도 그렇게 해왔는데 사건 이후엔 더욱 그랬어요. 아침마다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 아빠가 잘못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아빠는 말하는 직업이라 말을 참 많이 하고 살았다. 아빠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만 만나고 누군가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그 말 속에 저지른 실수가 돌아오더라. 말은 아낄수록 좋은 것 같더라. 늘 대우만 받아왔는데 그거 공짜 아니더라. 너희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너희가 들어줄 사람을 만나라. 너희에게 무언가 준다면 그 두 배로 보답하라고 했어요.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지냈어요? 애들 등교시키고선 곧장 집으로 가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행사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웠어요. 지인들과 편하게 식사 자리를 갖고 싶은데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이창명은 어떻게 살고 있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 와전이 될 수 있어서 잘 안 만났어요. 등산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없을 때 했죠.

주목을 받아야 하는 직업인데 주목을 피해왔네요. 어느 순간 자신감을 잃게 됐어요.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었어요. 잠자리에 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고요. ‘나 이러다 죽지 않을까’, ‘섣부른 판단을 하는 건 아닐까’, ‘누가 날 불러줄까, 뭐 먹고 살아야 하지’ 등등 매일 밤이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면서 새벽기도를 가기 시작했어요. 교회까지 지하철 타고 마을버스 타면서 1년을 보냈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알아보는 사람도 꽤 됐을 텐데. 초반엔 마스크 끼고 모자 쓰고 탔는데요. 그렇게 타는 사람이 없어서 더 눈에 띄어요.(웃음) 그리고 다들 핸드폰만 보고 있어서 제가 머리를 빳빳하게 들고 있어도 몰라요. 점점 모자 벗고 마스크 벗으면서 편하게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분과는 눈을 마주치는 순간도 오고. 지금은 자연스레 인사도 드리죠. 그 단계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요.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봐온 부모님은 어떠셨을까요. 어머니는 연예인들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꼭 저희 집에 전화를 하세요. 불안한 마음에서요. 너는 그러면 안 된다고. 아버지는 일흔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곤 15년 동안 병원에 계시다 떠나셨는데 그게 불과 두 달 전이에요. 뇌경색이라는 게 말하지 못할 뿐 다 인지할 수 있거든요. 이전엔 제가 나오는 채널을 켜두면 됐지만 방송을 못 한 이후론 누나가 유튜브로 제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아버지 뵙고 돌아오는 길이면 엉엉 울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텔레비전에 다시 나오는 모습 보시고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죠. 근데 복귀가 결정되기 한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정말 갑작스럽게.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자꾸 못 해드린 것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요.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파요. <좋은 친구들>도 첫 방영 될 때까진 어머님께 말씀 못 드렸어요. 혹시라도 출연 못 하게 돼서 실망감을 안길까 봐. 그전에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생겨서 애들한테 말했다가 결과적으론 무산된 적이 있었거든요. 이후론 너무 조심스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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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 이후 3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과 관계없이 그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두터워 보인다. 복귀를 알리는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이 대중의 시선을 대변하니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 “특권”이라 여기고 누리던 시절의 이면에 쌓인 경고가 터진 걸까.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자세가 달라진 이유라면 이유다.

<좋은 친구들> 출연 기사에 부정적인 댓글이 많아요. 그분들의 생각과 평가는 자유죠. 일일이 만나서 오해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는 거고요. 돌이켜 보면 저도 예전엔 누군가를 욕하고 비하하고 시기하던 때가 있었어요. 저를 욕하시는 분들은 어쨌든 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거니까 그들의 가정이 평안하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흔히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니라고 하잖아요. 한창때 모아둔 돈이 많겠구나 싶어요. <출발 드림팀> 당시 출연료가 개그맨 통틀어서 1등이었어요. 프로그램 하나 하면 몇백만원씩 벌렸어요. 거기에다 업소 행사 뛰고 광고 찍고 프랜차이즈까지 했으니. 심지어 돈 쓸 시간이 없어서 하루에 1000원밖에 못 썼어요. 17평짜리 연립주택에 살다가 25평짜리 아파트로 이사 가고 2년도 안 돼서 55평 규모로 옮겼었죠. 근데 지금은 다 잃었어요. 없어요.(웃음) 사업하다가 많이 말아먹었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깝진 않아요. 뺏길 걸 뺏겼다고 생각해요. 없어져도 되는 것들. 제가 잘못된 정신 상태에서 번 것들. 지금부터 제가 버는 게 정말 깨끗한 것들이 될 거예요.

마음가짐의 변화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이 직업을 특권층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지금 보니 하나의 직업일 뿐인데. 저는 3년 넘게 직장을 잃었다가 다시 얻은 거니 얼마나 감사해요. 정말 큰 기회고 다시 안 올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제대로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주어진 것에 맞춰 살 수 있는 마음도 생겼고요.

<좋은 친구들> 첫 녹화 소감을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다음 날 녹화는 생각도 못 하고 오늘 다 하고 죽자는 마음으로 쏟아부었더니 목소리를 다 써버렸어요. 혼자 운전해서 서울까지 돌아왔는데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이것도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돼서요. 그러고선 본방송을 보니까 역시나 아…. 스스로에게 “너 자질이 있니?”라고 물었을 정도예요. 이런 날 써준 것만으로 정말 감사해야겠구나. 그래도 다음 녹화는 조금 더 자신이 붙어요. 제가 돋보이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든요. ‘나는 그 자리에서 심부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요.

그래도 MC인데요? <출발 드림팀> 땐 ‘내가 형이고 내가 MC다!’ 주의였어요. 너희(출연진)는 내 배에 탄 사람들이고 내가 가려는 항로대로 나를 따라야만 한다고. 너무 심했어요. 대답이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커트 시켰던 기억이 나요. 제가 충분히 들어주고 살릴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도. 지금은 아빠 혹은 삼촌의 마음으로 출연진을 대하려 해요.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해주자. 내 말을 줄여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자. 그리고 위험할 땐 내가 앞서자. 사실 이미 많은 경고가 있었어요. ‘네 멋대로 그렇게 항해하지 말아라, 마음대로 게스트를 대하지 말아라’ 하는 의미의 경고들이요. 그게 댓글이에요. 근데 댓글을 안 읽었어요. 오늘날 막을 수 있었던 재해를 제가 막지 못한 셈이죠.

이대로라면 더 이상의 재해는 없을지도요. 아뇨. 또 올 거예요. 타이어에 펑크 나면 때우지 않습니까? 타이어가 굴러가면 그 구멍이 밑으로 내려가서 없어진 것 같지만 다시 올라오는 순간이 오잖아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도 지금보단 덜 힘들 겁니다. 온다는 걸 알고 있고 한번 베인 손은 조심히 쓰려고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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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되지 않는 아빠, 할아버지 됐으면
3년여 사이 큰딸은 아빠의 마음을 다독이는 성인이 되었고 아들은 남몰래 아빠 방송을 챙기며 응원하는 든든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자식 얘기에 금방 눈시울을 붉히던 그는 더 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쉬이 지우지 못하는 아빠다.

오랜만에 아빠 방송을 본 애들 반응은요? 대놓고 티를 내진 않아요. 근데 이번에 둘째가 방송 시간을 잘못 알아서 못 보고 실망했다가 재방을 보고서야 밝게 웃더라고요.(웃음) 방송에 나온 아빠 모습이 기뻐서라기보단 우리 아빠가 웃음을 찾은 게 반가웠대요. 애들이 말은 안 해도 속으론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애들이 아빠의 변화에 기대감 좀 걸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딸이랑 한 약속 때문에 오전에 영어 공부를 하고 왔어요. 5년 뒤에 영어 잘하는 아빠가 돼서 둘이 외국에 나가서 영어로만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거든요. 영어로 방송 오프닝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머리가 굳어서(웃음) 그게 될까 모르겠네요.

50대에는 두 아이의 아빠라면 이후엔 어떤 모습이길 바라요? 제가 60, 70대가 되면 손주들이 생겼겠죠? 그럼 우리 애들과 함께 하지 못한 걸 손주들과 하고 싶어요. 건강한 모습으로 등교를 시켜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짐이 되지 않는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요.

마지막으론 방송인으로서 바람이나 목표를 물을게요. 어린아이들,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른들과 방송해보고 싶어요.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말하지 못하는 상처를 입은 분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저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고요. 나 이제 잘 안다고, 당신들의 상처를 너무 잘 알아서 다독거릴 수 있는 사람이니 나 믿고 한번 봐달라고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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