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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발라드3] 가을처럼 무르익다 V.O.S

2019-11-08 10:00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뮤직원, 커피소년, V.O.S,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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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더 걷고 싶은 계절이다. 적당한 바람이 뒷목을 지날 때 전해오는 청량감이 좋아서.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가을 향’이 벌써 아쉽다. 만추에 접어든 이맘때, 발라드를 더해 가을을 오롯이 느껴보는 건 어떨지. 가을 하면 떠오르는 발라드 가수들을 만났다. 아울러 가수 이현우, 음악평론가 임진모에게 ‘가을 감성’을 대표하는 국내 발라드곡과 팝송을 추천 받았다.
가을을 두고 ‘무르익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영근 과실, 물든 나뭇잎, 짙은 파란빛 하늘이 있는 계절이니 말이다. 때로는 모질었을 시간을 견뎌 인고한 끝에 만났으니 ‘반가운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V.O.S는 가을 같은 그룹이다. 흩어져 지낸 7년을 지나 다시 만난 세 멤버는 함께 여물어가는 중이다.

완연한 가을날 마주한 멤버들의 얼굴엔 안정감이 깃들어 있었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선 균형마저 느껴졌다. 계속 쬐고 싶던 이날의 햇볕처럼 기분 좋은 조화로움. 그들의 표현대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라디오 방송을 마치자마자 울리는 섭외 전화들이 ‘V.O.S의 기적’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V.O.S를 만나니 반갑더라고요.
최현준(이하, ‘최’) 저희도 반가워요. 섭외 전화 주시면 정말 감사히 나갑니다.

차림을 보니 이후 일정이 더 있나 봐요.
박지헌(이하, ‘박’) 행사가 있어서 인터뷰 마치면 바로 전주로 가요. (V.O.S 재결합 이후) 신곡에 대한 반응이 늘 없어서 행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이번 신곡 ‘다시 만날까 봐’는 조금 반응이 와서 내년 행사 라인에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웃음)
신곡 반응 기준은요?
‘차트 진입’이죠. 그 외엔 “노래 들어봤어요”, “길에 노래 나와요” 같은 반응들. 요샌 밖에서 쉽게 노래가 들리는 시대가 아니에요. 카페에서 노래 나오려면 무조건 차트 안에 들어야 하거든요.
가까운 사람들한테 연락이 많이 오고 있고요, 드문드문 연락하던 분들도 “노래 잘 듣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기적 같은 일이 생긴 기분이죠. 아시다시피 발라드가 유행이고 이 시기가 지나기 전에 꼭 노래를 내야 할 것 같아서 멤버들한테 “해야 한다”고. 최근까지 아이돌 음악, 힙합이 주류였잖아요. 작년 5월에 내놓은 노래 ‘문’ 결과도 썩 좋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다가 어떻게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신곡을) 냈는데 이렇게 차트에 들어가는 기적이 일어나서 행복해요.

한땐 1위 가수였던 V.O.S가 차트 진입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다니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벌써 10년 전 일이니 음악도 많이 바뀌었고, 가수도 훨씬 많아졌고. 이번엔 재기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김경록(이하, ‘김’) 친한 형이 애들한테 “지인이 V.O.S”라고 하니까 팬이라고 했대요. 한 친구는 고등학교 선생님이라 학생들이랑 영상 통화를 한 적 있는데 “아, 예” 이랬던 애들이 지금은 좀 찾아본다고.(웃음)
이전에도 좋은 노래는 많았죠. 근데 차트에 없으면 좋은 노래라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번 반응은 어떻게 가능한 거라 보세요?
머금을 수 있는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고 그게 저희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대중과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계산을 좀 했어요. 노래 소재나 가사에 넣는 단어를 연구할 때 요즘 느낌을 좇았죠. 사실 그 느낌을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흉내라도 내서 대중분들이 반응해주신 것 같아요.

음악적으론 아쉬움이 있겠네요.
지금 값진 기적이 일어나니까 우리의 음악적 생각이 거짓말처럼 약간 사라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내가 늘 입고 싶은 옷이 있었어요. 근데 누가 입으라고 가져다준 옷도 있어요. 입기 싫었는데 막상 입어보니 사람들이 멋있대요. 그러면 그 옷이 또 입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매니저 없이 세 분이서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힘든 일은 없는지.
(웃음) 이건 경록이한테 물어보세요.
크게 불편한 건 없는데 만약에 이전처럼 바빠지면 불편할 수도 있겠죠. 형들은 혼자 머리를 만지는데 저는 아예 못해요.
머리발이라는 게 있으니까 무대 가기 전에 꼭 손질을 하거든요. 그동안 봐온 게 있어서 저랑 현준이는 웬만큼 만지는데 경록이는 진짜, 우리 빛찬이(첫째 아들)가 열네 살인데 빛찬이보다도 못 만지는 것 같아요. 반응이 정말 더 오면 경록이 머리만 해주는 코디는 좀 불러야 하지 않나.(웃음)
너무 비싸!
그 정도 투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거지. 아니면 우리가 끝까지 널 괴롭혀서 배울 수 있게 해야지. 근데 그건 안 될 것 같다.(웃음)
 

# 7년 결별이 불러온 단단함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세 사람의 ‘티키타카식’ 대화에 파고들 틈을 찾아야 했을 정도다. 정확히 맞물려 굴러가는 톱니바퀴처럼 셋의 기운은 견고했다. 2009년 잠정 해체 이후 따로 보낸 7년이 오히려 약이 된 셈이다.

공백이 꽤 길었어요.
정말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생각할 만큼 귀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고향에 내려가 있었어요. 할 일이 없어서 가정에 집중한 건데(웃음) 돌이켜 보니 그 시간이 없었으면 내가 자식들에게 이렇게까지 집중할 수 있었을까 해요. V.O.S도 마찬가지예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 멤버, 무대가 이렇게 귀한 걸 몰랐겠죠. 간절함이 정말 커서 그 에너지가 동생들한테 가고 있을 거예요. 제가 너무 들떠 있어요.
형이 너무 들떠가지고 무대에서 자꾸 TMI(Too Much Information)를 던져요.(웃음)
다시 뭉친 초기에 제 텐션이 너무 올라가니까 경록이가 “형… 나 형 못 따라가겠다”고.(웃음) 지금은 좀 차분해졌는데 그땐 그랬어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서.
아니, 다음 곡을 부르려면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형이 너무 들떠 있으니까.(웃음)

각자 캐릭터가 확실합니다. 노래할 때도 맡은 역할이 분명할 것 같아요.
곡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희는 태생부터 메인 보컬이 없는 그룹이라 곡에 따라서 더 잘 어울리는 사람 위주로 해요. 그래서 더 다양한 곡을 소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인데, 초반엔 덜 부각됐죠. 같이 데뷔한 SG워너비 분들은 (김)진호가 딱 메인 보컬이라서 끌고 가잖아요. 저흰 듣기엔 좋아도 특색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저희를 여기까지 끌고 온 덴 그 점도 있었어요.

실제로 보니 김경록 씨가 굉장히 조용해요. 그룹 대표로 어떻게 예능 활동을 한 건가 싶을 정도로요.
경록이가 나서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때 소속사에서 잡아준 콘셉트였고, 경록이는 거기에 맞게끔 노력을 한 거죠. 그래서 되게 힘들어했어요. 밤마다 저한테 찾아와서 힘들다고. 농담은 잘해도 나대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지금 자리가 (기자) 바로 옆이고 형들이랑 마주 보는 구조가 돼서 저도 모르게 자꾸 형들 얘기를 듣게만 돼요.(웃음)

한창 콘서트 중이잖아요. 티켓값이 전석 3만원이래서 깜짝 놀랐어요.
중간에 소속사가 없으니까 가능한 거예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특별한 구조, 요즘 인터넷에서 흥행하는 직구 방식이 공연계로 온 거죠.(웃음) 제가 이 표현을 농담처럼 시작한 건데 내후년쯤엔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속사가 없어서 쉬고 있는 가수들이 많거든요. 그분들도 이렇게 하실 수 있도록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콘서트에서 “생활형 가수”라고 소개한다면서요.
아,(웃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열심히 하는구나! 이게 아니라 생활형 가수가 돼서 저희한테 붙은 근육이 있다는 걸 말한 거예요. 섭외 대응, 머리 손질, 세금계산서 발행 등등 이런 걸 직접 하니까 다 우리 지식이 되고 재주가 되더라고요.
소속사가 있을 땐 가만히만 있어도 다 만들어주니까 할 줄 아는 거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잠정 해체 했을 때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더 당황했어요. 은행 가서 어떻게 공과금을 내는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스물두 살에 데뷔해서 방송만 계속 하니까 잠자는 시간 빼곤 거의 차에 있었어요. 너무 힘들면 자던 채로 나오래요. 그러면 머리도 감겨주지, 화장도 해주지.
케어를 너무 오래 받으면 그렇게 돼요. 예전에 모 선배님이 편의점을 못 가겠대요. 가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요.
나는 지금 편의점에서 일할 수 있는데!(웃음)
 

# 남편, 아빠가 된 세 사람

마이크를 잡는 세 사람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 20대에 데뷔해 30대 후반, 40대의 가장이 된 세 사람이 성숙한 만큼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도 달라졌다. 누군가의 아빠, 남편으로서의 모습에 보내는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발라드 가수이면서 동시에 아빠, 남편으로서 이미지도 강해요.
제가 아이가 있다는 걸 밝히고 얼마 안 돼서 아이 있다고 밝히시는 분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때 상민이 형이 “야, 네 덕분에 내가 풀었어”래요.(웃음) 그 후에 <아빠! 어디가?>도 나오고 이젠 아이 둔 젊은 연예인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인 것 같아요. 그룹 멤버 모두 다 유부남인 발라드 가수는 저희밖에 없을걸요?

공연 보시는 분들도 더 친근함을 느낄지도요.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신 회사 대표님이 말하길 우리 공연에 휴머니즘이 있대요. 무대에서 뛰는 아빠 세 명의 모습이 감동이라고.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세 남편이 들려주는 휴머니즘이 되게 에너지 있나 봐요.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비쳐질 수 있구나’라는 걸 그 말 듣고 처음 느꼈어요. 저희가 공연에서 말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몇몇 분들은 듣고 싶었던 얘길 들어서 좋으셨던가 봐요.
우시는 분들도 계시대요. 마흔 넘는 사람이랑 마흔에 가까운 사람들이 막 뛰니까. 불쌍한 느낌이 아니라 ‘아 저게 삶이지. 우리도 열심히 뛰어야지’ 이런 느낌이요.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큰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점프하고 착지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찍어준 걸 나중에 봤어요. 나 언제 이렇게 나이 들었나 싶더라고요.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죠.
그게 얼마나 아름다워요. 안쓰러운 게 아니라 멋지게 봐주시는 거니까.

부르는 사람 입장에서도 예전 노래를 대하는 마음이 다르겠어요.
그렇죠. 특히 20대에 부른 ‘뷰티풀 라이프’를 40대에 부르니까 완전 달라요. 더 행복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알던 시도 상황이 바뀌면 다르게 느껴지듯이 그 뻔한 가사가 정말 행복하게 느껴져요. 제가 변한 거죠.

인터뷰 내내 참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게 소탈하다는 느낌도 있고요.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웃음)
아내와 아이들이 생겨서 같아요. 경록이도 결혼하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건강해진 것 같고요.
저희 동네 편의점 아저씨가 저더러 자꾸 뭐 하는 사람이냐 하세요. 후줄근하게 다니다가도 어떤 날은 제대로 꾸미고 나타나니까.(웃음)

어린 친구들에겐 V.O.S가 이제 막 각인될 거예요. 어떻게 기억되고 싶어요?
곁에 남아 있는 레전드? 박지성 선수 같은 이미지가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레전드인데 계속 우리 앞에 나타나 뭔가 보여주는 그런 레전드.
저희를 보고 아, 저게 진짜 그룹이지!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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