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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발라드2] 스산함을 다독이는 커피소년

2019-11-07 09:39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뮤직원, 커피소년, V.O.S,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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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더 걷고 싶은 계절이다. 적당한 바람이 뒷목을 지날 때 전해오는 청량감이 좋아서.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가을 향’이 벌써 아쉽다. 만추에 접어든 이맘때, 발라드를 더해 가을을 오롯이 느껴보는 건 어떨지. 가을 하면 떠오르는 발라드 가수들을 만났다. 아울러 가수 이현우, 음악평론가 임진모에게 ‘가을 감성’을 대표하는 국내 발라드곡과 팝송을 추천 받았다.
“아침에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다 처져 있어요.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지고 힘겹게 서 있더라고요. 아, 어디서 비타민 같은 노래가 나오면 힘이 되지 않을까. 그날 집에 가서 만든 노래가 ‘아침에 비타민’이에요.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으면 힘이 날 법한 노래.”

싱어송라이터 커피소년의 일상은 노래로 귀결된다. 담담한 투에 멜로디를 더해 부르는 노래에서 그가 보인다. 반려견 ‘망고’는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하는 그도 보이고, 너무 사랑한 사람과 이별한 뒤의 그도 보이고, 장가갈 수 있을지 상념에 빠진 그도 보인다. 누구나 부름 직한 이야기이건만, 커피소년이 불러서 다르다. 다독이는 음성이 오롯이 나를 위한 위로 같고 격려 같다. 괜한 감성 같기도 한데, 그것이 그의 음악을 찾는 이들의 이유라면 이유다. 문득 스산함이 오는 가을이라 그가 더 떠올랐다.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었어요? 보통 집에 있고요. 새 앨범 준비하고 있어요. 작업실이 집에 있어서 작업과 살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웃음)

이번엔 어떤 노래가 나올지 궁금해요. 미니앨범이고, 혜선(아내 이름) 씨와 콜라보로 하는 노래들이 좀 있어요. 확정은 아닌데 예정 타이틀곡이 ‘찬밥’이에요. 혜선 씨가 늦게 잠든 날이 있었는데 그날 전 유난히 일찍 깼어요. 8시엔 일어나겠거니 하고 밥을 지었죠. 플레이팅까지 딱! 완벽하게 해놓고 깨우려 했더니 너무 곤히 자서 못 깨우고 기다렸어요. 그때 떠오른 노래입니다. 밥은 식어가도 우리의 사랑은 새로 지어진다, 다시 이뤄간다는(웃음) 노래.

음악 소재를 주로 일상에서 얻나 봐요. 뭔가 대중적인 힘, 음악인들 사이에선 소위 ‘훅’이라고 하죠. 저는 그 훅을 일상에서 잡아요. 저도 경험했고 많은 사람들도 경험한,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할 때 그게 훅이 아닌가 생각해요.

실제로 말할 때도 그렇고 노래하는 목소리가 정말 차분해요. 처음엔 그렇지 않았죠. 음도 높아야 하고 음악적 레인지(Range)가 강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조규찬 선배님, 루시드폴 형님을 보면 본인 이야기를 담담히 노래할 때 더 큰 힘이 되더라고요. 많은 장르가 같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의 모든 가사가 공감을 일으켜요.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라는 곡은 특히 그래요. ‘공감’이 커피소년 음악의 전략인가요? 전략적으로 접근한 적 없어요.(웃음) 한때 열등감 때문에 자신감도 없고 내가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외됐다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고, 그게 노래에 묻어난 게 아닌지…. 사람이 위로받고 싶은 시즌이 있잖아요. 그럴 때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었어요. 일단 말이 없었어요. 초등학생 땐 되게 잘 놀고 자신감 충만한 아이였는데 커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화농성 여드름이 너무 많았어요. 언제 한번 세어봤더니 59개가.(웃음) 늘 얼굴이 새빨간 채로 다녔어요.

대신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가 봐요. 어떤 감성이 생긴 거죠. 김동률 선배님, 토이 선배님, 이적 선배님과 같은 발라더들이 주류를 이룬 시절이라 그런 음악에 심취했던 것 같아요. 남들이 저더러 ‘팝 음악 뭐 들으시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팝을 안 들었거든요.(웃음) 기껏해야 그때 유명하던 보이즈 투 멘, 머라이어 캐리 정도. 한국 가요만 들었어요.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그때처럼 부끄러움이 많아요?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말주변도 늘었어요. 근데 방송하는 건 늘 어색하고 부끄럽고 새로워요. 제가 나온 방송이나 라디오를 모니터한 적이 없어요. 남들이 ‘엄청 좋았어! 한 번만 봐봐. 한 번만’ 하면서 보여준 클립영상만 본 적 있어요.(웃음) <복면가왕>은 딱 노래 부르는 장면만 재방으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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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레빗 정혜선의 남편, 커피소년 노아람의 아내

내내 미소 띤 얼굴이었다. 주로 입가를 살짝 올리며 배시시 웃었는데, 눈매를 휘며 활짝 웃는 때가 있었다. 그의 아내이자 그룹 제이레빗의 보컬 정혜선과의 이야기를 꺼낼 때다. 둘 중 먼저 일어난 사람이 음악을 틀면 하루가 시작된다는 뮤지션 부부의 일상은 참 달다.

‘장가갈 수 있을까’라고 열심히 노래하더니 올 초에 진짜 장가를 갔어요. 어때요. 결혼하면 안정적이게 된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살도 좀 쪘고.(웃음) 예전엔 밥 먹는 게 그냥 끼니를 때우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같이 식사를 하니까 지어서 먹는 재미가 있어요. 또 전에는 저를 위해 청소를 했다면 이젠 입주민이 생겨서(웃음) 그분을 위해 좀 더 깨끗이 청소하고 있어요. 물론 혜선 씨도 많이 도와주고요.

음악적 시너지는요? 일단 이별 노래는 못 쓰겠죠.(웃음) (결혼) 초반엔 음악적 제한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막상 보니 (음악적으로)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만들고, 부를 수 있잖아요. 저로선 정말 큰 조력자를 얻은 거예요. 전에는 혼자 선택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는데 이젠 엄청난 어드바이저가 존재하잖아요.

조언을 어떤 식으로 해주시기에. 에피소드 좀 들려주세요. 이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인데요. 제가 E메이저로 노래를 불렀어요. 대중적이지만 부르기 힘들더라고요. 혜선 씨가 그걸 듣더니 “D키로 낮춰봐”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불렀더니 진짜 편해지는 거예요. 다시 들은 혜선 씨는 “이게 더 오빠스럽지 않을까?” 하고 홀연히 사라졌고요.(웃음) 혜선 씨 말이 맞았어요. 사람들이 들었을 때 확 꽂히는 것보다 얘기를 해주는 듯한 게 제 사운드예요.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자존심 문제가 생길 법도 한데. 제가 노래를 쓰면 무조건 좋아해줬으면 좋겠거든요? “이건 대~박이야. 코드 진행 예~술이야.” 이래 줬음 좋겠는데 혜선 씨는 다 알잖아요. 딱 듣곤 “음… 음…” 하고 가요. 애매하다는 거죠.(웃음) 아주 조금 서운한 게 단점이지만 솔직히 표현해주는 게 정말 고맙고 엄청난 장점이기도 해요. 진짜 좋은 건 “좋다”고 해주더라고요.

반대로 본인이 아내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요? (아내) 작업실에 자주 안 가요. 혜선 씨는 팀이다 보니 둘이 연습할 땐 작업실에 아예 안 들어가요. 데리러 가도 밖에서 기다려요. 혹여나 제가 방해가 될까 봐. 둘이서 고민하고 둘의 감성에 맞춰서 결정하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내의 가장 큰 장점을 꼽아본다면. 되게 사랑스러워요.(웃음) 진짜! 말을 예쁘게 해요. 그리고 늘 노래를 해요. 뭘 해도 노래를 하고 있어요. 장르는 천차만별이에요. 재지(Jazzy)한 노래를 부르다가 트로트도 부르고, 동요도 부르고. 정말 사랑스러워요.
 

# 중년의 커피‘소년’

일상을 노래하는 그이니만큼 나이 듦에 따른 음악적 변화는 당연할 터. ‘소년’이 붙은 이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나름의 답을 내렸다. 더욱 부지런히 음악을 하겠노라고. 해마다 연말이면 여는 콘서트 <꿈다방>은 그 답의 연장선이다.

‘커피소년’이라는 이름을 훨씬 나이 들어서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요? 저도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에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년’이 이미 ‘장가갈 수 있을까’란 곡을 냈어요. 그런 걸 보면 스스로 얽매이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와서 커피장년이라고 바꾸기엔….(웃음) 그냥 가기로 했어요. 리스너들이 다르게 해석하실 수 있잖아요. ‘소년 감수성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하는구나’라고 평가해줄 수도 있으니 저는 부지런히 하는 수밖에요.

또 책을 쓸 계획은요? <커피소년의 마음로스팅 기다림> 냈었잖아요. 냈었는데 없어졌죠. 소리 소문 없이.(웃음) 요새 혜선 씨랑 글을 하나씩 쓰고 있어요. 둘이 쓴 글을 묶어서 에세이집을 내보고 싶어서요. 조금씩 쓰곤 있는데 탄력은 못 받네요. 가사 쓰기에 급급해서.

해마다 빠지지 않고 <꿈다방>을 여는 이유가 있나요. 매년 꾸준히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어요. 가수가 한 노래를 계속 부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식상할 때가 있거든요? ‘나 이 노래 안 해.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갈 거야!’ 근데 대중은 그 가수에게 그 노래를 원해요. 그게 맞아요. 가수의 정체성은 그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똑같은 사운드라고 해도 대중이 그 가수에게 바라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계속 부르는 것 같아요.

커피소년이 추천하는 커피소년 노래는요? 전부 제 자식들 같아서….

그럼 질문을 바꿀게요. 가을에 어울리는 커피소년 노래는요? ‘사랑의 비겁자’, ‘충분해’, ‘3초’. 개인적으로 ‘사랑의 비겁자’는 사운드를 되게 잘 잡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되게 쓸쓸한 사운드. 슬픈 거랑 쓸쓸한 건 질감 차이가 좀 있어요. 슬프지 않고 쓸쓸한 색감을 잘 담아낸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 감성에 비춰 볼 때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게 남다를 것 같은데요. 가을은 전어죠! 약간 뼈가 씹혀야 제맛이에요. 칼슘도 많고요.(웃음) 제가 생각하는 가을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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