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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흥부자 조정식 아나운서

2019-10-21 02:52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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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SBS 아나운서는 ‘아침을 여는 남자’다. 새벽 5시 라디오 프로그램 <조정식의 펀펀투데이>를 시작으로 7시 35분부터 시사교양 프로그램 <모닝와이드 3부>를 진행하고 있다. 아나운서답지 않은 흥과 끼로 아침마다 배꼽 빠지는 웃음을 주는 그를 만났다.
새벽 라디오에는 으레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잔잔한 클래식이나 어쿠스틱 음악에 낮은 목소리의 디제이가 사연을 읽어주는. 새벽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방송이 주를 이룬다. 같은 시각 SBS 파워FM에서는 흥이 넘친다. 디제이가 매력적인 저음으로 감성 대신 흥을 깨운다. 라이브로 랩을 하고 성대모사로 깨알웃음을 주는 이 DJ는 연예인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웃다가 잠이 깰 만큼 흥이 폭발하는 SBS의 조정식 아나운서다.

그의 흥은 <펀펀투데이> 다음으로 진행하는 <모닝와이드>에서도 이어진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재치 있는 입담과 말솜씨 때문에 패널들의 웃음이 자주 터진다. 조정식이 입을 열기만 해도 지켜보던 패널들 눈이 휘어질 정도.

이런 이미지 때문에 평소에도 흥이 넘치는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런데 키가 큰 남자가 쭈뼛쭈뼛하며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인터뷰 내내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차분하게 답을 했다. 방송으로 보던 그 사람이 이 사람인가 싶을 만큼 낯선 모습으로.
 

‘조공도시락’ 받는 아나운서

이제 6년 차 아나운서가 된 조정식은 아나운서가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웬만큼 다 해봤다. <스포츠 뉴스>부터 <좋은 아침>, <생방송 투데이>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스타킹>, <정글의 법칙>, <집사부일체> 같은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섭렵했다. 많은 프로그램을 거친 그가 빛을 발했던 건 라디오다. 조정식이 진행하는 <펀펀투데이>는 새벽 시간 라디오에서 나오지 않는 1%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에게 ‘식디’라는 애칭을 만들어주고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라디오센터엔 늘 감사해요. 저에게 6년이나 기회를 주고 이름을 알릴 여건을 만들어줬으니까요. 입사 초기에는 라디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라디오 디제이를 꿈꾸는데 저는 관심이 없는 편이었죠. 기회가 왔고 라디오를 하다 보니 저와 정말 잘 맞더라고요.”

인기에 힘입어 팬도 늘었다. 인터뷰를 하는 날에는 인기 있는 아이돌이 받는다는 ‘조공도시락’도 받았단다. 그의 사진이 박혀 있는 스티커를 붙인 샌드위치를 받으니 힘이 났다고 수줍게 말했다.

“팬들과 2014년부터 매년 한두 번씩 만나요. 고정 멤버가 열 명 정도 돼요. 같이 대화하는 단톡방도 있어요. 처음에는 저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고맙기도 했지만 정을 안 주려고 했어요. 사람 마음은 변하니까.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1~2년 있다가 마음이 변하는 걸 보면 괴로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음을 주지 않고 그 채팅방도 나오려고 했어요. 그래도 꾸준하게 응원해주시니 저절로 마음이 가더라고요. 힘들 때는 힘이 되고 좋은 일 있으면 축하도 많이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죠.”

식디에서 조정식 아나운서로 돌아오는 7시가 되면 7시 35분부터 시작하는 <모닝와이드> 생방송 준비에 들어간다. 라디오 끝나고 이동해 분장을 마치고 생방송 시작까지 35분. 듣기만 해도 손에 땀이 날 만큼 빡빡한 스케줄이다. 시간이 촉박해 부담스럽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했단다. 하지만 조금 무리하더라도 한번 해보자 싶어서 출연하기로 했다. 그리고 벌써 3년째, 두 프로그램을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

출연 프로그램이 아침에 몰려 있다 보니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 해가 긴 여름에도 깜깜한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 40분에 회사에 도착한다. 졸음을 쫓기 위해 샷을 세 개 넣은 커피는 필수 아이템이다. 연달아 두 번 생방송을 하고 나면 어느덧 점심시간. 그 뒤 다른 방송이나 개인 일과를 마치고 11시쯤 침대에 눕는다.

아침에 눈뜨는 것만 해도 힘들 법한데 올해부터는 유튜브도 시작했다.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도 하고 라이브 먹방도 한다. 영상마다 자막은 직접 쓴다. 식디의 미친 개그력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반응도 좋다. 그런데 구독자 수가 도통 늘지 않아 고민이다. 칼을 뽑았으니 무는 썰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 참이다.

조정식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나운서가 되기 전부터 방송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가수나 연기자 같은 연예인을 꿈꿨을 법한데 왜 아나운서가 됐는지 궁금했다. 그는 실제로 방송 활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키가 180㎝를 넘어 어딜 가도 주목받았다. 큰 키에 훈훈한 외모가 받쳐주니 잡지나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연예인을 꿈꾼 적도 있지만 금방 접었다.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아들이 연예인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부모님의 뜻을 꺾을 마음도 학업을 포기할 용기도 없었다. 그때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머리를 스쳤다. 그가 취업 준비를 할 무렵에는 남자 아나운서 채용이 드물었다. 그래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입사원서를 냈는데 덜컥 붙었다. 경쟁률이 무려 3800 대 2였다.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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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조정식을 춤추게 한다

신입사원 때는 정신없지만 행복했다. 모든 게 새롭고 재밌었다. 스포츠 중계를 맡았을 때는 꽤 흥분했다. 스포츠 중계에 강한 SBS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배울 수 있는 건 뉴스뿐이었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스스로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중계는 대본이 따로 없다. 그만큼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잘하고 싶고 노력해도 현장에서 욕을 먹었다. 나만의 방법을 찾는 2~3년은 꽤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조정식은 그 과정을 거쳐 어엿한 캐스터로 성장했다. 작년 러시아 월드컵 때 중계했던 나이지리아와 아이슬란드 경기는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제 캐스터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하니 욕먹지 않을 정도는 된다며 웃었다. 러시아 월드컵 때는 방송 반응도 좋아서 신이 났다. 아직까지 칭찬이 고픈 서른넷이다.

“입사하고 하계·동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스포츠 빅 이벤트는 다 참가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제가 막내였거든요. 막내는 메달 종목을 중계하기 어려워요. 주요 종목이 아닌데 운 좋게 메달을 많이 따는 경우가 아니면요. 내년 도쿄올림픽에는 중요한 경기에 캐스터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문제는 올해 같은 홀수 해다. 짝수 해에는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 신나게 방송할 수 있는데 이벤트가 없는 홀수 해는 비교적 지루하다. 입사한 지 3년 만에 남자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 해본 탓도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1년 반에서 2년 뒤 지나면 매너리즘이 찾아온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요즘은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을 찾고 있다. 방송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할 뿐이지 그 역시 보통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럼 6년 차 직장인이 찾은 매너리즘 돌파구는 무엇일까?

“결국은 일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방송이 제일 재밌어요. 일이 지루하면 일상에서 다른 재미를 찾으라고 하는데 일 말고 다른 관심사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다른 걸 배우기보다 방송을 잘하고 싶어요. 방송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나면  집에서는 쉬기만 해요. 취미생활을 할 만큼 혈기왕성한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서른넷이면 한창인데 취미가 없다니, 그럼 여자친구나 결혼 같은 다른 관심사가 있는 걸까. 그는 아직 결혼할 생각도 계획도 없단다. 쉴 때는 친한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게 전부라고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이다. 백수였다면 은둔형 외톨이가 됐을 정도다. 방송 말고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게 편하단다.

“믿지 않겠지만 돈 욕심이 없는 편이에요. 기회에 대한 욕심이 더 커요. 입사 초반에는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은 야망이 컸어요. 이제 그런 야망을 갖는 것보다 흐름을 잘 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소중해졌어요. 제가 라디오를 원하지 않았지만 흘러가는 대로 얻은 기회였듯이 말이죠. 그렇다고 무작정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진 않아요. 그건 게으른 거니까. 스스로 노력하고 고민해야 기회도 잡을 수 있더라고요.”

조정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의 모습이 떠올랐다. 파도가 칠 때 보드 위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지 않으면 물에 빠지고 만다.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배웠다고 끝이 아니다. 파도를 고르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 6년 전 보드를 들고 처음 바다에 온 그는 이제 물에 빠지지 않고 파도를 탈 줄 아는 프로 서퍼가 됐다. 보드 위에 올라섰으니 이제 파도를 기다린다. 더 높고, 짜릿한 경험을 안겨줄 큰 파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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