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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민

2019-10-11 09:38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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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3> 출연을 앞두고 박정민이 지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조언은 “잘해야 본전 아닐까?”였다. 화려한 전작을 가진 시리즈물인지라, 그 조언의 의미와 셈법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본인의 손에 들어온 시나리오를 놓치기 싫었다. 박정민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았다.
삼청동에서 만난 박정민은 조금 느슨했다. 표정과 말투에는 여유가 있었고, 덕분에 인터뷰의 박자는 안단테와 아다지오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 같았다. 충무로 다작배우로 알려진 그이지만 이렇게 작품과 작품 사이에 공간이 생길 때는 한없이 풀어지고 여유도 생기는 모양이다. 두 달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차기작 촬영 전까지, 그는 이 느슨한 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중이었다.

“요즘은 너무 나태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놓아졌어요. 놀아도 너무 놀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촬영을 위해) 조금씩 조여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슬슬 나사를 조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해야죠.”

추석에 개봉한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을 미리 본 심경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감독의 최종 편집 결과물을 처음 만난 그는, 이번 작품이 썩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주인공 도일출 역할을 맡은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전설의 타짜 ‘짝귀’(주진모)의 아들인 도일출은 고시생이지만 포커판과 더 가까운 삶을 사는 인물이다.

작품 선택 과정이 궁금하다. 시리즈물이라 부담이 없지 않았을 텐데.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타짜>의 팬이기도 했고. 명맥을 이어가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부담이 되지만 (출연 제안에) 마음이 좋았던 것도 있다. 다만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할까 말까 주변에 물어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작품은 의견이 필요했다. 출연하라는 사람 반, 하지 말라는 사람이 반이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만든 작품에 함부로 출연했다가 뭇매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내심 출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출연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에게 주석을 달고 있더라고. “그래도 출연하지 말까요?” 이렇게 물어보면서.

<타짜2: 신의 손>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떨어진 사연도 재미있다. 기회가 생겨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못했다.(웃음) 다시 생각하니 준비도 못했던 것 같다. 될 거라는 예상도 못 했고, 당연히 떨어졌다. 우연치 않게 타짜의 세 번째 대본을 받게 됐다. 촬영하기 전에 내가 오디션 봤던 걸 인식했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불현듯 마음이 이상해졌다.

도일출 역을 위해 체중 감량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덕분에 박정민 작품 중 가장 멋있는 비주얼이 탄생했다. 스스로도 만족하면서 봤나. 내가 만족한다고 하면 재수 없는 것 같고, 감독님이 좋아하셨다.(웃음)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져가고 얼굴이 변하니까 내 얼굴을 살리려고 노력하던 스태프들이 뿌듯해하셨다.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도일출이 변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초반에 고시생을 표현하기 위해서 살을 찌웠고, 점점 감량했다. 촬영이 끝나고 체중을 재보니까 20㎏이 줄어 있더라.

힙합, 피아노 등 작품마다 수준급 실력을 보여왔다. 이번에는 화려한 포커 기술이다. 원래 포커 룰은 알고 있었다. 촬영 전까지 6~7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꾸준히 연습을 했다. 손에 카드를 붙여서 익혀야 하니까, 마술사 선생님을 만나서 기본적인 스킬들을 배웠다. 캐스팅이 먼저 되어서 다른 배우들보다 시간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술을 익혀놓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된 다음 추가 기술을 배웠다. 영화에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많은 기술을 익혔다. 다른 건 몰라도 카드 섞는 건 자신 있다.(웃음)

촬영 현장은 어땠나. 팀플레이를 하는 영화다 보니 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했을 텐데. 두말할 것 없었다. 서로를 너무 좋아하고, 모두가 이 영화를 너무 사랑했다.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로 정말 믿고,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주연도 조연도 없었다. 지금도 현장을 떠올리면 감동적일 정도로 좋았다.

특히 류승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나 보다. 시사회 자리에서 류승범이 “박정민에게 받은 편지에 기분이 좋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작품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의 내용은 아니고, 류승범이라는 좋아하는 배우에게 팬레터를 썼다.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나는 어떤 어떤 작품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감사하다’라는 내용이다. 다른 선배님들은 한국에 계시니까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생기는데, 류승범 선배님은 외국에 계시니까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팬레터를 써서 감독님을 통해 보냈다.

그런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한 촬영 현장은 어땠나.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의 선배는 어떻던가. 고수. 정말 고수다. 오라와 에너지와 내가 갖지 못한 어떤 것들을 많이 가진 선배님. ‘나는 저렇게는 못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선배님이 연기를 시작할 때가 되면 온 스태프들이 모니터로 슬금슬금 간다. 부럽고 의지도 되고 좋았다. ‘내가 저걸 배워야지’의 느낌이 아니라 ‘나는 저거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하는데’의 느낌이었다.

담배를 입에 문 신이 유난히 많다. 담배를 많이 피워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도박 장면을 찍을 때 테이블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담배랑 카드밖에 없다. 게다가 도일출은 담배로 사인을 주는 인물이다. “폐병 걸리겠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시나리오에 없던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물론 촬영할 때는 담배가 의지가 된 부분도 있다. 그걸 이용해서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마돈나라는 여인과 멜로 라인도 있다. 과감한 노출 신도 있고. 베드신은, 닭 가슴살 먹으면서 몸 관리를 열심히 했다. 베드신은 처음으로 해봤는데, 어렵더라. 부담도 많이 되고. 상대 배우는 더 힘들었을 텐데 유화 누나 덕분에 무사히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예민하게 굴지도 않고 요구하는 것도 없고, 즐겁게 촬영하고 후딱 끝냈다.

배우 박정민은 <타짜3>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이 달라졌나.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 영화를 온전히 끝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얻은 게 많다. 긴 회차 동안 빠짐없이 현장에 가서 영화 한 편을 고스란히 만들어내는 과정 안에 있었다는 것 자체에서 경험치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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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이름 ‘책방 주인장’
홍대 앞 심야 책방 ‘책과 밤, 낮’ 운영 중

박정민은 홍대 앞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 중이다. <쓸 만한 인간>이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화제가 된 그는 늘 책을 가까이 한다. ‘책과 밤, 낮’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방은 팬들 사이에서 벌써 입소문이 났다. 친구와 함께 공동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그는, 스케줄이 없으면 거의 항상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책방 운영은 그가 늘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책방을 운영한다는 깜짝 소식이 알려졌다. 꽤 오래전에 열었다. 3월 말 아니면 4월 초? 내가 운영한다고 이야기를 안 하고 합정동에 공간을 마련했다. 손님들도 나도 나름 ‘자기만 알고 싶은 공간’이라 쉬쉬하고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났다. 공간이 작아서 수용이 안 되어서, 이달 초 조금 큰 곳으로 옮겼다. 전부터 오시던 분들이 많이 오시고 큰길에 있어서 지나가다가 들르시는 분들도 있다.

칼럼도 쓰고 에세이집도 내면서 ‘글 쓰는 배우’로 알려진 터라 어울리는 행보이긴 하다. 그럼에도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있다면? 꿈이었다. 작은 책방을 작업실처럼 만들고 싶었다. 좋아하는 책들을 쌓아두고,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평화롭게 읽고 가시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다행히 취지에 맞게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다.

공간은 어떻게 꾸렸나. 주로 어떤 책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돈 벌려고 하면 안 하는 게 낫고, 친구랑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일단 밤늦게까지 연다. 요즘 밤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없지 않나. 책 좋아하는 분들이 밖에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좋아하는 책을 구비해놓고, 읽을 수도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책 메뉴판이 있다. 추천하는 책, 좋아하는 문장들을 여기저기 붙여서 공유한다.

요즘도 글을 쓰나.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다만 남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본인의 <쓸 만한 인간>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했다. 이번에 개정판도 나왔고. 책을 냈다가,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으시는 분들이 생기는 걸 알았다. 내가 생각이 깊지 못했던 것을 깊이 느꼈다. 철없을 때 썼던 글들이 불편했던 것을 알게 되고, 무섭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했다. 이번에 개정판 작업을 하면서 그런 부분은 삭제하고, 사과의 글도 올렸다. 당분간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은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언젠가는 낼 수 있겠지만, 주저하게 된다. 얼마 전 만난 한 작가님이 본인은 누구도 상처 받지 않는 글을 쓰려고 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반성을 많이 했다.

최근에 읽은 책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데미안>을 다시 읽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책은 새로 읽었고. 노르웨이 작가의 작품인데, 좋았다. 책방에 책 메뉴판이 있고, 손으로 문장을 써서 컵받침으로 드리는 등 소소한 이벤트를 한다. 그걸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문장들을 써야 하니까.(웃음)

다음 촬영 전까진 책방 주인장 모드인가? 놀아도 너무 놀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슬 나사를 조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너무 책방 주인장 모드로 오래 살았다.(웃음)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은 편집 중이다. 짧게 등장한다. 최정열 감독의 <시동>에서는 고등학생 역학을 맡았다. 자퇴생이라 다행히 교복은 안 입는다.(웃음) 홍원찬 감독의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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