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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0, 돌아온 90년대 스타들

#1990 #온라인탑골공원

2019-10-04 17:3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뉴시스, 안규림, 방송화면 캡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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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90년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무대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선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하는 추억 되새김이 한창이다. 1990년대 스타의 재등장이 반가운 2019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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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0년대 핑클 모습
2 손호영, 김태우 조합의 프로젝트 그룹 ‘호우’
3 예능 유망주로 부상한 허재
4 노유민, 천명훈, 김성수가 결합해 만든 그룹 ‘노훈수’

‘그때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잊고 살 뿐, 추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 금세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90년대 스타들에게 반색하는 이유라면 이유겠다. 비단 그 시대를 지난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세대까지도 당시 스타를, 그 정서를 좇는다.
 

핑클·호우·허재 등 과거 스타 재등판

주말 밤만 되면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리는 아이돌 그룹은 다름 아닌 ‘핑클’이다. 핑클은 오랜 기간 멈췄던 완전체 활동을 JTBC <캠핑클럽>을 통해 재개했고, 이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그 ‘그리움’을 입증하듯 높은 관심을 보인다. <캠핑클럽> 첫 방영 이후 열흘이 채 되지 않아 온라인용 방송 일부 영상(온라인 클립) 조회 수가 1000만을 훌쩍 넘었을 정도다. 드라마나 뮤지컬, 앨범 등 멤버 개인별 활동은 있어왔어도 ‘핑클’이라는 그룹 전체가 대중 앞에 선 건 14년 만이다.

네 사람은 여행을 하면서 진솔한 대화를 풀어냈다. 아내로서의 이야기, 지난 시간에 대한 회상 등.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건 ‘다시 뭉치는 걸 왜 망설였느냐’다. 이효리는 “때가 아니었던 것 같다. 억지로 모든 걸 할 수는 없었다”고 했고 옥주현은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인 것 같다”며 이후 핑클로서 활동 가능성을 예고했다.

돌아온 핑클은 달라져 있었다. 나이 듦에 따른 흔한 변화는 당연하거니와, 네 사람이 털어놓는 감정들이 굉장히 진솔했다. 옥주현은 “우리 엄마가 나도 솔로 할 때 ‘너도 효리처럼 대중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해야지 너는 누가 듣지도 않는 음악을 하느냐’고 했다. 난 엄마가 그 말 할 때 언니(이효리)가 잘되고 있는 게 정말 좋으면서도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괴로웠는데 나중에 언니가 더 잘될수록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효리는 끄덕였고 대중도 공감했다. 성유리는 “난 핑클 추억을 일부러 안 봤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언니들이 진짜 부러웠다. 나 빼고 다 잘하고 있는 것 같고 질투도 나고, 엄청 방황을 했던 것 같다. (…) 효리 언니는 독보적인 존재고 주현 언니는 디바가 됐고 진이 언니도 미국에서 잘 살고 있고. 나도 연기를 하는데 하나의 방점을 찍고 그때 핑클이 딱 모이면 ‘쟤네는 다 잘됐는데 저렇게 재결합하니까 되게 멋있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지금에야 드는 미안함, 고마움과 아쉬움은 대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핑클이 돌아온 데 더해진 반가움의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핑클은 대다수 1세대 아이돌 그룹처럼 음악 방송이나 콘서트로 재결합을 상징하는 대신, 팬미팅 성격의 작은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소속사가 다른 데다 콘서트 개최까지 물리적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많아서다.

핑클은 공식적으로 완전체 활동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이번 방송을 계기로 다시금 존재감을 새겼다. 네 멤버가 열기로 한 작은 이벤트에 참가 의사를 전달한 신청서만 1만여 건. 90년대 아이돌의 화려한 귀환이다.

‘20년 차 신인’이라는 아이로니컬한 수식어로 돌아온 god 멤버 손호영, 김태우의 유닛 그룹 ‘호우’도 90년대 스타 재등판의 대표적 예다. god의 복귀는 진작 이뤄졌지만 프로젝트 듀오로서의 조합은 신선하다.

손호영은 god 활동 외에도 솔로 아티스트, 뮤지컬 배우, 방송인 등 여러 방면에서 모습을 보여왔다. 재주가 많은 덕에 스포츠,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김태우는 god 메인보컬답게 솔로 뮤지션으로서 활약을 해왔다. 때문에 두 사람의 조합에 반가움은 물론이고 기대감도 커진다.

앞서 핑클이 일종의 ‘성숙함’을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만난 두 사람도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 살 터울 막내라인인데 서로 잘 맞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김태우는 “예전에는 많이 티격태격했지만 지금은 싸우지 않는다. 서로 생각을 지지하고 존중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손호영 또한 “이젠 ‘그래 그냥 네가 해’라고 하는 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무대에 복귀한 90년대 스타 중 ‘노훈수’를 빼놓을 수 없다. ‘노유민, 천명훈, 김성수’의 이름을 딴 그룹이다. 90년대 댄스 음악 전성기, 정상에 있던 그룹 쿨과 NRG에서 활동하던 세 사람이 한데 모였다. 각자 예능인 역할은 이어왔다 해도 본업인 ‘가수’로 돌아온 건 오랜만이다. 멤버 모두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가수로서의 설렘은 데뷔 시절 그때와 꼭 닮았다.

노유민은 8월 <여성조선>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20년 전에는 절대 몰랐던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하는 재미’가 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힌 적 있다. 그는 “형들과 하니까 마음이 편하다. 예전처럼 안무를 소화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무대 위에 서는 설렘이 그 스트레스를 제압할 수 있다. 몸이 힘들어도 우리끼리 즐겁다”고 얘기했다.

‘예능 유망주’로 돌아온 90년대 스포츠 스타 허재도 있다. “그거슨 아니지(그것은 아니지)”, “회식하러 가자” 등 유행어가 생겼을 만큼 예능인로서 그 면모를 톡톡히 자랑 중이다. 그는 각 종목 스포츠 전설들이 조기축구팀에 모여 뛰어다니는 <뭉쳐야 찬다>를 발판으로 <냉장고를 부탁해>, <한끼줍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집사부일체> 등 내로라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농구 코트 위에서 보여주던 욱하는 모습과 거침없는 화법은 예능에서도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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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캠핑클럽>의 한 장면

인터넷에서 재현된 90년대, ‘온라인 탑골공원’

온종일 음악방송만 재생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7만 명(9월 19일 기준)에 육박한다. 구독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채팅창에는 쉼이 없다. 새로울 것 없는 영상 콘텐츠인데 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열광한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유튜브 채널 이야기다.

SBS는 2007년 유튜브 채널 ‘SBS 케이팝 클래식(KPOP CLASSIC)’을 열었다. 케이팝 스타와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었을 뿐, 여느 케이팝 홍보 채널과 다르지 않아 구독자 수는 6만 명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SBS가 8월 24시간 스트리밍 기술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송된 <인기가요>를 스트리밍하면서 구독자 수가 폭증했다. 이에 KBS와 MBC도 인기 흐름에 가세했다. KBS는 <가요톱텐>과 <뮤직뱅크>를, MBC는 <음악캠프>와 <쇼 음악중심>의 과거 방송분을 콘텐츠로 내보내고 있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90년대 가요를 듣고 가수를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시청자끼리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재미 요소로 꼽힌다. 가령 손호영이 웃는 모습을 두곤 “호다니엘(손호영과 강다니엘을 합친 단어)”이라고 부르며 공감한다든지, 양 갈래 헤어스타일을 한 그룹 스페이스A 멤버 루루에겐 “탑골 제니(블랙핑크 멤버)가 나왔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끼리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2002년에 고등학생이었던 사람 손 들어보세요’, ‘이건 군대에서 봤음’과 같은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밖에도 전지현이나 김민희 등 현재 톱스타인 배우들이 당시 MC로 등장한 장면도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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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 <인기가요> MC를 맡았던 김진, 김소연
2 ‘한’을 열창하는 샤크라 멤버 이니 
3 그룹 H.O.T와 S.E.S가 90년대 음악방송에 출연한 장면

“90년대, 디지털화 이전 마지막 낭만의 황금기”

90년대 스타와 정서에 환호하는 건 일종의 그리움이다. 그렇다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세대까지 ‘추억 되새김’에 동참하는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선배 세대를 향한 관심’과 ‘문화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로 바라보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세대가 90년대엔 20대였다. 오늘날 20대도 선배 세대의 문화가 궁금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90년대엔 독특한 문화적 감수성이 있다. 아날로그적인 부분과 디지털적인 부분이 절충된 형태다. 모든 게 디지털화한 사회에 피로도를 느끼는 젊은 층들이 90년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역시 90년대 문화의 특징에 주목했다.

“마지막 아날로그 시대잖아요.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선 그때 음악이 신선하게 들리겠죠. 그때 인물들이 잇따라 돌아오고 있는 시의적절함도 작용한 것 같고. 사실 90년대 음악엔 약간의 서투름, 인간미가 있어요. 서툴다는 나쁜 게 아니라 각이 잡히지 않은, 정교하지 않은 느낌이 있다는 거죠. 거기서 오는 당김과 떨림이 있어요. 특히 90년대 후반은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마지막 낭만의 황금기예요. 그런 문화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고요.”

그는 이 흐름이 길게 가진 않을 거라고 내다보면서도 과거를 좇는 문화적 특징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다.

“옛날에 핑클 좋아할 때 ‘설마 이런 음악을 우리가 그리워할까?’ 했는데 무슨 소리예요. 지금 핑클 그리워서 난리잖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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