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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성현아

2019-09-19 07:32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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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8월 오후. 성현아는 몸살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도 시종일관 환하게 웃었다. 개인사로 힘들었던 시간을 훌훌 털어버린, 가볍고 환한 얼굴이었다.
지난해 KBS2 드라마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이후 활동이 뜸하던 성현아는 요즘 바빠졌다. 유튜브 채널 ‘또방TV’를 열면서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채널에는 ‘성현아 채널’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성현아의 또방TV’라는 아프리카TV 채널 라이브 영상을 토대로 본격적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먼저 성현아와 유튜브라는 의외의 조합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물었다.

“그 ‘의외성’을 노리고 기획자가 제게 연락을 주신 것 같아요.(웃음) 저 혼자 만드는 채널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몇 분이 더 있어요. 부동산 전문가부터 셰프, 필라테스 강사, 배우까지 다양한 분야의 조합이에요. 다들 성별도 연령도 다르지만 각자 자기 삶을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라 잘 통하고 재미있어요.”

평소 유튜브와 친하지 않았던 그가 본인의 이름을 건 채널을 만들게 된 데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작용했다. 유튜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이 용기를 내게 했고, 진짜 본인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오랜 시간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보여온 그이지만, 연기 외에는 본인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이참에 기회를 잡아보고 싶었다.

“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거의 없거든요. 작품 속에서 보이는 이미지밖에 모르실 것 같아요. 유튜브는 꾸밀 수 없잖아요. 캐릭터에 맞게 목소리를 바꿀 필요도 없고 제 말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요. 모르는 게 있으면 모른다고 물어볼 수도 있고요. 처음 촬영을 하고 모니터를 했을 땐 좀 이상하기도 했는데, 표정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편한 것 같아요.”

몰랐던 분야에 도전하는 만큼 준비도 많이 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함께하는 동료들과 거의 매일 만나 회의를 거듭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부동산 중개보조사 자격증도 땄다. 유튜브 채널을 공부하면서 ‘요즘’ 사람들의 취향과 유행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촬영을 해요. 여러모로 좋아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안심도 되고요. 만나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재미있어요. 몰랐던 것을 배워가는 식이라 그것도 좋아요. 하다 보니 도전의식도 생겨요. 필라테스를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이번에 채널을 만들고 나니 강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부동산 지식이 쌓이는 것도 재미있고요.”
 

부동산부터 필라테스까지…
유튜브 채널 ‘또방TV’

요즘 유튜버들 수익이 화제지만, 성현아는 유튜브를 통해 무언가를 얻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무언가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고 싶다고. 스스로 그동안 너무 연기 하나밖에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는 그는 이번 유튜브 작업을 통해 나이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고 겁내던 것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단다.

“물론 모르는 부동산 지식이 늘어나고, 필라테스도 강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게 뭔가를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찾는 거예요. 모든 연기자들이 그렇겠지만, 사실 작년 8월 드라마 끝나고 나서는 작품이 없었거든요. 중간에 무산된 작품도 있었고요. 두려워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뭔가 전문적인 걸 찾아봐야 하나 했는데, 유튜브라는 기회가 생겼어요. 사실 어렸을 때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야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마음과 태도를 바꾸고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그간 너무 하나밖에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개인사로 호되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긴 공백이 생긴 그다. 지금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인생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이제 중심에서 벗어난, 누군가를 보조해주는 나이가 됐잖아요. 다시 일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유튜브에 도전하는 것처럼 연기도 더 늦기 전에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동안 싸늘하고 도시적인 역할을 많이 했는데 실제 제가 꼭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물론 이미지에 맞는 악역이나 강한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겠지만, 전혀 새로운 역에도 도전할 자신이 있어요.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할 수만 있다면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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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엄마’의 삶
인생 중 가장 마음에 허함이 없는 요즘

더 폭넓은 연기에 대한 갈증에는 엄마라는 힘도 크게 작용했다. 현재 성현아는 여덟 살 아들과 둘이 산다. “사랑해”라는 말이 입에 붙은 두 사람은 매일 밤 꼭 붙어서 잔다. 태어날 때부터 스킨십과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지내온 덕에 유독 서로에 대한 애정이 두텁다.

“아이가 저에게 의지하는 건지 제가 아이에게 의지하는 건지 모를 정도예요.(웃음) 화려했던 시절도, 돈을 많이 벌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저는 ‘엄마’의 삶을 사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인생 중 가장 마음에 허함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배우들이 ‘마음의 허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아이가 생기니 그런 마음이 없어요. 아이로 인해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서니까 힘이 나요. 연기도 삶도, 아이를 생각하면 두려울 게 없어요.”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엄마로서의 삶도 조금 더 분주해졌다.

“(입학 후) 초반에는 스케줄 짜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제는 나름대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방과 후 스케줄을 정리했어요. 학원을 보내도 5시 안에는 끝내서 아이를 쉬게 하자고 원칙을 세워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시켜요. 그러다 보니 드럼, 운동, 기타 등 공부보다는 취미활동이 많지만요.”(웃음)

워낙 낯을 가려서 학부모들과의 모임이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친한 엄마들과 소소하게 소통하면서 평범한 삶을 보내는 중이다. 학교에서는 리딩맘(Reading+Mom) 자격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는 일찍 나가야 하는데, 저는 아침에 혼자 아이를 챙겨야 해서 하고 싶어도 못 하겠더라고요. 시간에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리딩맘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 아이 반이 아닌 다른 반도 다니면서 책을 한 권씩 읽어줘요. 연기 경력을 살려서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 선택했는데, 나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나간 일은 하루하루 잊으며
삼시 세끼 잘 먹고 건강하면 괜찮은 인생

세간에 알려진 대로 성현아의 지난 몇 년은 힘든 사건으로 얼룩졌다. ‘잃어버린 시간’으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고된 시간이었지만, 아이를 바라보니 어떻게든 살게 되더란다. 한바탕 울고 씩씩하게 일어나 여기까지 왔다면서 가볍게 이야기했다.

“힘든 이야기는 할 게 없어요. 지나간 일은, 하루하루 잊어버리죠. 저를 두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요. 막상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저 스스로는 그렇게 죽을 정도로 힘듦을 느끼고 살진 않았어요. 기사에 나온 것처럼 살면 못 살죠. 제가 워낙 긍정적이고 잘 잊는 성격이에요. 뒤돌아보고 사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단순한 사람이에요. 큰일일수록 빨리 헤쳐 나오는 스타일이고요. 지금은 잃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 안 나요. 어떻게 하면 앞으로 잘 살까라는 생각밖에 없어요.”

인터뷰 내내 밝게 대화를 이끌던 성현아는 며칠 전에 <무엇이든 물어보살>(KBS Joy)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면서 근황을 전했다. 자칭 ‘예능 멍청이’일 정도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할 말은 하게 된 것 같다고,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된 그는 모든 시간이 감사하고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목표가 뭔지 물으니, 세상 이치 다 깨달은 현자의 대답이 돌아왔다.

“인생의 목표랄 것도 없어요. 그냥 별일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그렇지 않아요? 아프지 않고 아이 잘 키우면서 살면 되죠. 삼시 세끼 잘 먹고, 길바닥에 나앉지 않고. 그렇게만 살면 인생 뭐, 괜찮지 않겠어요? 현자라고요? 에이, 원래 제 나이쯤 되면 다 그렇지 않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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