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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조수빈 프리랜서 선택한 이유

2019-09-18 09:40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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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시 뉴스 앵커로 얼굴을 알렸던 아나운서 조수빈이 프리랜서가 됐다.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다. 예능으로 방송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연차가 적지도 않다. 조수빈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헤어 김성찬(담아뷰티)
메이크업 이순열(담아뷰티)
레이스 원피스는 egeepark.
변화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물살에 밀려온 퇴적물이 켜켜이 쌓이다 어느 순간 섬이 되는 것처럼 오랫동안 쌓인 여러 가지 이유가 변화라는 새로운 섬을 만든다. 아나운서 조수빈이 15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둔 과정도 그랬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사적인 변화에 그가 몸담고 있던 방송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주변의 변화는 그에게 또 다른 갈급함을 줬다. 그리고 ‘이래도 될까’ 싶은 길을 나섰다.

“인생의 큰 틀을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한 건 4~5년 정도 됐는데요. 막연하게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아이가 생기니 가족에 대한 애정이 커졌어요. 남편,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지고 부모님도 더 많이 신경 써야겠다 싶고. 무엇보다 아나운서로 전문성을 키워보고 싶었어요. 회사에서는 여자 아나운서가 경력을 쌓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치기 더 어려워질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자 하고 모험을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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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원피스는 venuelle.

15년 만에 내민 사직서

조수빈이 얼굴을 알린 것은 9시 뉴스 앵커가 되면서부터다. 스물일곱, 입사한 지 3년 만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9시 뉴스는 모든 아나운서가 꿈꾸는 자리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실력도 있고 잘나서 빨리 앵커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5년 회사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쓴맛을 보고 나니 깨달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지 나 혼자 잘나서 이뤘던 것이 아니었다. 퇴사 계기를 말하면서 조수빈은 “나에겐 KBS가 곧 조수빈”이었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겼다. 젊음과 열정을 쏟았던 회사를 나온다는 것. 15년간 내 모든 것을 쏟았던 곳을 나온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둘 생각을 하니 처음 아나운서가 됐던 날부터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었고 진짜 그 꿈을 이뤘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아나운서로 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아나운서는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 9시 뉴스 앵커는 그가 아나운서로서 바랐던 커리어의 정점이기도 했다. 너무 빨리 목표에 도달하니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앞으로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꿈을 꾸는 대신 열심히 일하는 것을 택했다. 오늘 그만둬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후회 없이 일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목표가 생겼다. 아나운서로서 전문성을 살리고 딸, 아내, 엄마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 목표한 바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두려움을 눌렀다.

사실 조수빈의 선택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프리랜서 선언을 한 아나운서 대부분은 연차가 짧았고, 예능으로 얼굴을 알려 대중에게 친숙했다.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었다. 그걸 조건이라 치면 그는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나운서로 연차가 꽤 쌓였고 아이도 있다. 그런 차이가 그를 주저하게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뭐가 대단하다고 프리 선언을 하느냐 그럴까 봐 누구한테 상의한 적도 없다.

가족들에게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을 때 다들 반대했다. 딸의 커리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모님과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는 남편의 말을 모른 척할 순 없었다. 육아휴직 이야기도 나왔다. 이미 두 번의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경험이 있었다. 출산휴가로 방송의 맥이 끊겼던 걸 떠올리니 휴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의 틀을 바꿀 시기가 왔는데 두렵다고 피할 순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사직서를 회사에 내밀었다.

어렵사리 사직서를 냈고 조수빈의 퇴사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그러자 반가운 연락이 이어졌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이 끊겼던 동료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제가 당차 보이지만 은근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먼저 연락하고 그런 게 잘 안 돼요. (이)지애 씨,(오)정연이, MBC에 있던 서현진 아나운서에게도 연락이 왔어요. ‘저 언니까지 나오고 뭐야’ 할 수도 있는데 먼저 연락해주고 같이 보자고 해주니까 고맙더라고요. 아나운서 동료들 말고도 먼저 연락을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면 좋을지 조언해주고 도움을 주려는 분도 있고요.”

프리 선언을 한 이후에는 시간이 빨리 갔다. 보통 직장인들은 퇴사를 하고 나면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할 일이 없어서 빈둥대지만 두 아이의 엄마는 그럴 틈이 없었다. 다만 여유가 더 생겼다. 퇴사하기 전 분초를 다투며 살았다면 이젠 나를 위해 쓸 시간이 생겼다. 날이 좋을 때는 산책도 하고 좋아하는 필라테스를 할 시간도 생겼다. 기구 위에서 필라테스를 할 때면 정말 행복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해 지금껏 제대로 쉰 적이 없으니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보너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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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원피스는 egeepark.

경제 ‘썰’ 술술 풀 준비된 MC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일도 조금씩 들어왔다. 행사장에서 불러주기도 하고 인기 팟캐스트 ‘신과 함께’에 깜짝 출연을 하기도 했다. ‘신과 함께’는 아무런 준비 없이 불러서 나갔단다. 경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부른다고 그냥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심지어 대본도 없었다. 조수빈은 지인들 사이에서는 인정받는 경제 전문가다. 경제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뉴스 진행에 도움이 될까 싶어 먼저 소액투자를 시작했다. 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뉴스를 진행하는 건 시청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전투자자가 되면서 뉴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니 시청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멘트를 새로 쓰는 앵커였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15년 동안 꾸준히 뉴스를 진행하고 투자도 하니 경제를 보는 통찰력이 생겼다. 지인들에게 부동산 매물을 추천해줄 정도다. 실제로 조수빈이 골라준 매물이 꽤 올라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케이스가 몇 번 생기니 경제 분야에 자신감도 생겼다.

“지금 바로 기본적인 이야기를 풀 수 있을 만큼 경제에는 자신 있어요. 제가 아나운서 출신이잖아요.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서 환율, 주식, 부동산까지 쉽게 전할 수 있어요. 저만큼 경제에 ‘빠삭한’ 여자 아나운서는 없을 거라고 자부해요. 경제 예능이나 유사한 포맷에 MC를 구하고 계신 분들, 저만 한 진행자가 없을 거예요. 연락 주세요.”(웃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이 보였다. 단아할 줄 알았는데 발랄했고, 차가울 줄 알았는데 따끈했다. 차가운 도시 여자 같은 얼굴로 자연인처럼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의외였다.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게 꿈이지만 현실은 아이들 장난감이 발에 치이는 맥시멀리스트로 살고 있다.

언젠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김태리처럼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제주도 홍보대사를 맡았다. 제주 서귀포가 고향이란다. 이효리가 이사 오기 전에는 그래도 제주도 행사에 진행을 하러 가기도 했는데, 제주도가 확 뜨고 난 다음에는 제주도에 갈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으니 나중에는 이런 자연에서 살겠다는 의지가 더욱 굳건해졌다.

자연인이 되는 건 더 나이 든 후의 일이고 이제 다가올 미래에 무슨 일을 할 건지 물었다. 그래도 일이 조금씩 들어와서 용돈벌이 정도는 하고 있단다.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텔레비전에 모습을 비칠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럼 소속사도 정해진 거냐고 물으니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곧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씩 웃었다.

“대부분 저를 앵커의 지적인 이미지로 많이 기억하고 계시는데 거기에 갇히고 싶진 않아요. 그렇다고 굳이 안될 걸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고요. 저는 잘되려고 애쓰기보다 잘될 거라고 믿고 사는 편이에요. 시크릿 법칙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믿거든요. 나이가 드니까 시크릿 법칙을 더 믿게 됐어요. 믿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더라고요. 이제 뭐든 자연스럽게 갔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도 그렇고 앞으로 프리생활도 그렇고. 저랑 어울리고 잘할 수 있는 일 위주로 해보고 싶어요. 요즘은 매체나 포맷보다 타깃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100명이 보더라도 어떤 걸 가진 콘텐츠인지를 먼저 봐야죠. 제가 잘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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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 2019-09-2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1   반대 : 0
돈과 명예만 따라다니는 기회주의자 그 이상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