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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강인하게 정소민

2019-08-08 01:2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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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정소민은 단아하고 차분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 <기방도령>이 코믹물이기도 하거니와 코믹 장르의 작품에 자주 출연해 밝은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정작 본인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사람이란다. 생각해보니 그가 출연한 작품은 코믹물이 많았지만 그 자체가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찍는 동안 너무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 흥행이 잘되든 안되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흥행 결과에 개의치 않는 작품은 처음이에요.”(웃음)

영화 <기방도령> 촬영이 끝나던 날, 현장에서 정소민은 감독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큰일 날 소리!”라는 말을 들었지만, 진심이었다. 그만큼 영화 촬영 현장이 너무 즐거웠고 후회가 없었단다. 정소민은 데뷔 후 처음 도전한 사극 <기방도령>을 통해 새로이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됐다.

<기방도령>은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등장하는 코믹 사극이다. 기방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인 기방도령 ‘허색’(이준호)의 이야기를 현재의 젠더 감수성을 더해 코믹하게 담았는데, 정소민은 극 중 허색의 마음을 사로잡는 양반집 아씨 ‘해원’ 역을 맡았다. 해원은 겉으로 보기엔 단아한 외모의 조선시대 여성이지만 시대를 앞선 사고방식을 가진 당찬 여성이다.
 

영화는 어떻게 봤나. 재미있게 잘 봤다. 며칠 전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봤는데 감독님, (함께 출연한 배우) 공명 씨랑 나란히 앉아 팝콘 나눠 먹으면서 봤다. 촬영할 때는 내가 나오는 부분 말고는 볼 길이 없으니까 (영화 완성본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됐다. 관객이 된 것처럼 처음 보는 시선으로 봤는데, 코믹한 장면이 많아서 빵빵 터지면서 봤다.

어느 장면에서 제일 크게 웃었나. 최귀화 선배도 함께 봤는데, 본인이 나오는 부분에서 가장 크게 웃으셨다. 나도 선배님 나오시는 장면이 제일 웃겼다. 많이 화제가 된 귀화 선배님이 처음 등장하는 신도 그렇고, 난설(예지원)과의 애정 신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데뷔 후 첫 사극 출연이다. 촬영할 때 힘든 점은 없었나? 주변에서 (사극 촬영 현장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다더라. 분장도 어렵고, 지방 촬영 하는 것도 그렇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겨울에 촬영을 했는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특히 첫 촬영 날 한파주의보가 발령됐었다. 그날이 피크였다. 난생처음 패딩 바지를 입었다. 발열 레깅스도 세 벌을 입고 핫팩까지 붙였더니 하의는 따뜻하더라.(웃음) 그런데 사극 촬영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팀 분위기가 좋기도 했고, 지방 촬영을 하는 것도 좋았다. 예쁜 풍경에서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계속 지방에 와서 찍고 싶을 정도였다.

한복 자태가 화제다. 너무 잘 어울려서, 왜 이제야 사극에 출연했느냐는 반응도 있다. 평소 한복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한국무용을 전공해서 학창시절 내내 한복을 더 많이 입고 지냈다. 한복에 애정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 의상을 다양하게 입은 건 아니지만, 한복을 입어서 좋았다. 늘 사극에 출연하고 싶었다. 그동안 연이 닿는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됐다.
 

# 데뷔 후 첫 사극 도전
<스물> 이준호와 두 번째 만남

<기방도령>의 남대중 감독은 정소민을 두고 사극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며, 본인의 작품에 첫 출연을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감독의 기대에 부합하듯 정소민은 단아한 이미지와 안정적인 연기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드라마 <스물> 이후 4년 만에 재회한 이준호와 그려낸 설렘 가득한 첫사랑의 이미지도 곱고 화사하게 만들어졌다.

상대역인 이준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드라마 <스물>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동갑내기 친구랑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준호 씨가 출연해서 너무 든든하고 편했다. 현장에서도 서로 열린 마음으로 있으니 아이디어를 편하게 내서 좋은 에너지를 낼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이준호는 정말 성실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배우다. 한 신을 두고 늘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를 미리 해온다. 몇 년을 지켜봤는데 늘 그대로다. 한 가지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두세 개씩 뭔가를 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할 때 드라마 <자백>을 병행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어떻게 소화하는지 신기하다.

이준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 중이라 영화 홍보 일정에서 빠졌다. 개인적으로 연락은 나눴나. 제일 궁금하고 보고 싶은 게 준호 씨일 텐데, (배우들 중) 제일 나중에 보게 되어서 안타깝다. 복무 중이라 공식 일정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를 계속 주고받았다. 언론시사회 때 기사를 보고 “다들 오늘 멋지고 예쁘시네요. 여러분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라고 메시지가 왔다. 관련 기사와 사진들을 다 찾아봤더라.

본인이 연기한 해원이라는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자유롭고 싶어 하는 새장 속에 갇힌 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허색이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 사람에게 깊이 빠지고 끌리고, 그런 과정에서 꿈 아닌 꿈이 생겼을 것 같다. 해원의 현실은 어디도 갈 수 없고 한 곳에만 머물러야 하지만, 언젠가는 꿈꾸는 곳에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하지만 허색이라는 존재 자체가 해원에게는 숨 쉴 구멍 역할을 해줬을 것 같다.

해원이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유상)과 결혼하고, 허색과는 결국 만나지 못한다. 2019년을 사는 정소민의 시각으로 이해가 되던가? 처음에는 왜 그럴까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본인을 지켜준 유상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평생 갚아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이)일화 선배님이 등장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수십 년이 흐르고, 자유롭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 마음을 깊숙이 묻어두고 살아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끝까지 그렇게 만나지 못하는 게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결말이 나온 것 같다.

<스물>에 이어 이번에도 코미디 장르다. 평소 코미디를 좋아하나? 영화는 재미있는 게 가장 좋더라. 교훈이나 의미를 주는 것도 좋지만, 그건 재미 다음인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장르를 굳이 따지지는 않는다. 영화 자체를 즐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출연 작품을 보면 코믹이 많은데, 그렇다고 내가 코믹 본능을 가진 건 아니다. 그간 출연했던 작품을 보면 진지한 캐릭터인데 상황적으로 웃기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많다. 웃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실제 성격은 어떤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면이 있다. 누구나 친구나 가족들 만났을 때와 일적으로 만났을 때 달라지지 않나. 나도 그렇게 여러 가지 면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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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예능 <리틀 포레스트> 합류
‘조카바보’의 육아 점수는?

정소민은 배우로서 본인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단아하고 청초한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로 더 많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7월 중순부터는 이서진, 이승기와 함께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해 ‘조카바보’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일 안 할 때는 뭐 하나? 시간이 비면 영화 볼 때가 제일 많다.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요즘은 집에서 텃밭 가꾸는 재미에 빠졌다. 부모님이 만들어두신 텃밭인데, 같이 조금씩 가꾼다. 부모님과 함께 산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나 배역을 하고 싶나? 점점 갈수록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캐릭터에 임할 때 ‘지금 아니면 이걸 언제 해보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어떤 캐릭터가 와도 그만의 색깔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어떤 특정한 캐릭터를 원한다기보다는 울림이 있는 글(시나리오)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최근 본 영화 중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속 인물들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저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향후 방송이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육아예능 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에 합류한다. 스타들이 아이들 돌봄 하우스를 여는 이야기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이서진, 이승기, 박나래)들 속에서 내가 상대적으로 육아에 대해 아는 것처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조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서다. 그런데 평소 ‘조카바보’라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 육아에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아이를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기방도령>에서도 아역 배우와 호흡이 좋았다. 나희. 지금은 열한 살이다. ‘요즘 아이들은 다 저런가?’ 싶을 정도로 너무 똑똑하고, 말도 예쁘고 귀엽게 잘하는 친구다. 극 중 해원이와 관계가 가족 이상이다. 촬영이 끝나고도 나희와 가장 연락을 많이 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은 문자를 꼭 주고받는 것 같다.

‘배우’ 정소민의 목표와 꿈은 뭔가.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만나고 싶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완주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은 게 지금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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