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간 배너
  •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ISSUE
  1. HOME
  2. ISSUE
  3. star&

정우성, 내가 난민을 옹호하는 이유

2019-08-06 12:52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유엔난민기구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배우 정우성이 책을 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방문하고 있는 그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찬찬히 써 내려갔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에, 그가 난민을 생각하는 태도와 시각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매년 해외 난민촌을 방문하는 정우성은 이라크 쿠슈타파 난민 캠프에서 만난 호다라는 소녀를 소개했다. 얼굴 반쪽이 화상으로 심하게 상해 있던 소녀 호다는 그가 캠프에 머무는 내내 그의 곁을 따라다녔다.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때 정우성은 호다의 온화하고도 강렬한 눈빛이 본인에게 건네는 많은 말을 느꼈다.

“나를 연민할 필요는 없어요.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나름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나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부탁해요. 나 하나가 아니라 이곳 전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을 잊지 말고 꼭 바깥 세상에 알려주세요.”

소녀의 눈빛 그리고 본인이 보고 느낀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난민 캠프를 방문하고 돌아올 때마다 정우성은 인터뷰를 하고 홍보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소임을 다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난민의 삶을 알리고 싶던 차, 우리 사회에서 난민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작년 5월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소식이 알려진 후다. 찬반 논란이 과열되면서 난민에 옹호의 목소리를 내는 정우성에게도 뜨거운 비난이 쏟아졌다. 아직은 조심스럽고 민감한 시점, 정우성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책 출간 속도를 조금 당겼다. 책을 출간한 정우성과 출판사(원더박스)를 통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난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책을 출간했다.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내게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제다. 하지만 내가 이런 확신을 갖기까지 특별한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음을 알기에, 내 생각을 섣불리 강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이며, 이 책 역시 그 대화의 일부이길 바란다. 난민들이 그저 우리와 닮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는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 대한 개인 후원은 그런 논란 속에서 오히려 늘어났다.

인스타그램에 난민 옹호 입장문을 올려 화제가 됐다. 비난도 많이 받았다. 난생처음 대규모 안티를 경험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를 걱정해주셨고,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도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나 역시 난민 문제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상황이 벌어져 격렬한 반대가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매년 해오던 것처럼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렸을 뿐이다.

댓글은 다 읽어봤나.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필요가 있어서 다 읽어봤다. 이 여론이 많은 난민들과 유엔난민기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에, 내가 괜찮다고 그냥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이 왜 이런 목소리를 내는지 알아야 했다. 댓글을 읽어가면서 이면에 있는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어떤 마음을 읽었나.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난민 그 자체를 향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걱정, 국가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소득, 기본생활을 제대로 돌봐왔는지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도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20대에서 높았다는 조사 결과를 놓고 ‘20대의 보수화’라며 단순히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여성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마찬가지다. 지금껏 성범죄나 안전 문제를 안일하게 처리해온 국가 권력이기에 혹시 모를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충분히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밑바탕에 있을 것이다. 결국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에서 난민 문제는 난민 문제로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그대로 담고 있다. 난민을 받자, 받지 말자 하는 게 핵심이 아니라고 본다. 국가를 향해 “난민만 챙기지 말고 우리도 좀 챙기세요. 여기 우리도 있어요”라고 외치는 목소리로 와닿았다.

배우로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걱정은 안 되나.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 대중 속에서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니 과한 걱정은 아니다. 그러나 나의 먹고사는 일에 악영향이 미칠까 봐 외면할 수는 없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기도 한 내가 난민 문제에 함구할 수는 없지 않나. 대중의 사랑으로 얻은 명성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측면에서도, 개인의 이해를 앞세워 방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문이미지

# 데뷔 후 처음 경험한 대규모 안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외면할 수 없어

정우성이 처음 유엔난민기구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이후 그는 매년 난민 캠프를 방문하고, 수시로 방송과 신문 인터뷰를 하고 SNS 계정에 글과 사진을 게시하면서 본인의 소임을 다해왔다. 그런데 작년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들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민 이슈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난민 수용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난민 신청 허가를 반대하는 청원에 참여한 인원수가 70만 명을 넘었다.

유엔난민기구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나. 2014년 5월 15일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명예사절 임명 협약을 맺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문을 연 게 2001년인데, 연예인 명예사절은 내가 처음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남을 돕겠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제안을 받고 당황도 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성공하면 남들 돕고 살겠다는 생각을 늘 해온 터라,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 하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남들을 돕겠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가. 1986년 중학생 시절 사당동 달동네에 살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포클레인이 집을 하나하나 부수며 올라오더라. 나중에 들으니 올림픽을 앞두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이기 흉하다며 판잣집들을 깨끗하게 밀어버린 것이었다. 우리 동네만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결국 동네를 떠났는데, 새로 옮긴 곳에서도 오래지 않아 또 포클레인을 만났다. 세상이 온통 우리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배우가 되고 입에 풀칠은 하게 된 이후로 드문드문 그 시절이 떠오를 때마다 ‘성공하면 남들 도와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남들’이 난민이 된 계기가 있나? 평소 난민에 대한 지식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유엔난민기구의 제안을 수락할 때만 해도 난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난민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다가 전 세계적으로 4,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쟁 등을 이유로 강제로 이주하는 바람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걸 알았다. 최근 자료를 보니 그 숫자가 7,000만 명에 이르더라. 내가 활동한 5년 사이 무려 2,500만 명이나 증가했다. 북한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명예사절이 되고 난 후 틈나는 대로 공부를 했다. 네팔에 있는 난민 캠프를 방문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이후로 매년 해외 캠프를 다닌다.

친선대사가 난민 캠프를 방문하면 어떤 일을 하나. 캠프를 방문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단 한 번도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처음 방문한 곳은 네팔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니 말문이 막혔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난민 캠프 청소년들이 연극 무대를 준비했는데,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어떤 미래도 꿈도 보장되지 않는 삶이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놓지 않은 모습을 몸소 표현한 친구들의 순수함과 간절함이 전해졌다.

명예사절과 친선대사는 무엇이 다른가. 명예사절이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차원에서 내게 부여한 직함이라면, 친선대사는 유엔난민기구의 공식 직함이다. 그렇다고 내 역할에 달라진 것은 없다. 내가 임명될 당시에는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11명이었는데 지금은 25명의 친선대사가 있다.(케이트 블란쳇, 벤 스틸러 등의 배우와 소설가 닐 게이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예맨 난민 문제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에게 난민 문제가 낯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도 난민의 후손이다. 6.25전쟁으로 60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거리로 내쳐진 아이들은 앞서 말한 기준으로 정확히 국내 난민에 해당한다. 사실 난민이라는 단어가 조금 낯설 뿐 피란민, 실향민, 탈북민 등 비슷한 처지를 일컫는 익숙한 말이 많이 있다.

난민 논란은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 문제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이 분출되었다고 본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해결해가면 좀 더 성숙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 안에서 소외된 계층을 확인하고 이를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난민 문제를 비롯한 여러 이슈에서 맡은바 역할을 더욱 잘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본문이미지

#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수상
정치 소신도 확실한 ‘개념배우’ 행보

난민 차별 반대를 외치는 것 외에도 제주 4.3항쟁 70주년에 참석하고,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에 무료 내레이션을 하는 등 정우성은 본인의 소신을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노회찬재단의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7월 11일 노회찬재단 측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정우성에 대해 “후원회원 참여에 대한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배우 정우성의 최근 작품인 <증인>을 보며, ‘자기다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타인과 약속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두 분(노회찬과 정우성)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이 아닐까”라면서 정우성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우성은 노회찬재단에 직접 연락해 평생회원 가입 의사를 밝혔으며, 자신의 재단 후원과 가입 사실을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그는 작년 11월 영화전문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그분의 은유적 언변에 담긴 해학은 누구도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평생 민중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이해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거침없는 표현에 품위를 담아 우아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라면서 재단 후원회원으로 참여할 생각을 밝혔다.

그의 최근작인 <증인>은 배우 정우성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해준 작품이다. 지난 5월 정우성은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생각지도 않은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절친 이정재와 함께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만들어 수장이 된 정우성은 본인의 작품활동 외에도 소속 배우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화하면서 그만의 행보를 펼쳐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출연했던 작품 <강철비>의 속편 제작이 확정되어 <강철비2> 출연을 두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