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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하나처럼, 육중완밴드

2019-06-14 09:31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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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완밴드의 노래를 감상하다 보니 갑자기 의문이 든다. ‘한 사람이 부른 노래인가?’ 어느 파트가 육중완이고, 강준우인지 콕 집어내지 못할 만큼 음색, 감정선이 닮았다. 두 사람은 “그게 호흡”이라고 말한다. 음악도, 관계도 단단해진 육중완밴드다.
요즘말로 내내 ‘디스’가 오간다.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서로 못났다며 놀리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붉으락푸르락하지 않는다. 그럴 기색조차 없다. 둘 사이 저변에 깊숙이 깔린 믿음이 전해진다.

육중완과 강준우는 ‘장미여관’ 멤버로 더 익숙하다. 강렬한 그룹명만큼이나 장미여관은 그들만의 색채 짙은 음악으로 대중에 각인됐다. 지난해 말 공식 해체한 장미여관의 흔적이 둘에게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지도 면에선 남부러울 것 없을지라도, 막 새 출발점에 선 두 사람에게 좋을 수만은 없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시간을 억지로 떨쳐내지 않는다. 육중완밴드로서 들려줄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분명해서다.
 

# 다시 신인, 또 다른 출발
육중완밴드는 지난 2월 첫 앨범 <육춘기>를 발매한 데 이어, 6월 공개할 신곡 준비에 한창이다. 이후 선보일 또 다른 곡도 준비 중이란다. “요즘 처음 데뷔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라는 말이 으레 하는 얘기가 아니다.

쨍한 색감의 의상이네요. 의미가 있나요?
육중완 괜찮아요? 올해의 색이라고 해서 나름 유행에 맞춘 건데. 사진 잘 나와야 해요.(웃음)

준비성이 철저합니다. 막 시작한 밴드다운 열정이군요.
육중완 맞아요! 저희는 신인 가수 육중완밴드입니다. 준우야, 어서 인사 안 하니?
강준우 신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웃음)

밴드 명에 멤버 이름을 붙여서 부담이 크겠는데요.
강준우 어휴, 크겠죠.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부담되는데.
육중완 본래 ‘육중완’은 음악 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 텔레비전 곳곳에 나오면서 브랜드화됐어요. 누군가의 밴드가 아닌 밴드 자체로 봐주셨음 해요. 장미여관 임팩트에 견줄 수 있는 이름을 찾아볼까 싶었지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로 했어요.
강준우 멤버 성을 따서 짓는 방법도 고민해봤는데 강육밴드? 육강밴드? 이상하잖아요. 하하.

둘이서 또 다르게 시작하는 기분은 어떤가요?
강준우 재밌어요. 맨 처음 밴드 했을 때 활기라고 해야 하나. 저희 뒤에서 연주하는 ‘슈가도넛’이란 밴드가 있는데 그 친구들이 30대 초반, 장미여관 초창기 저희 나이예요. 그래선지 당시 에너지를 얻는 것 같고. 딱 신인의 마음입니다.
육중완 죽을 때까지 음악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들어요. 정말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초심으로 돌아오니 원동력이 생기네요.

음악에 대한 고민도 달라지던가요?
강준우 요즘엔 음악 생각밖에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남들과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육중완 어떤 감정을 표현하기에 앞서 그 감정 상태가 돼야겠더라고요. 우리가 신나야, 우리가 가슴 아려야 그런 음악이 나와요. 감정 공유 없이 음악을 내버리면 단순한 일기장 느낌에서 그칠 겁니다.

그렇다면 ‘육춘기’ 앨범에 깃든 감정은 뭔가요?
육중완 준우와 제 나이대인 40대 감성이요.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고 생각하며 되돌아보는. 복잡한 감정이죠. 합주하면서 많이 고민했어요. 특히 준우의 솔로 파트에서 예전에는 마디 수에 맞춰 좋은 멜로디를 크게 넣어야겠다고 했다면, 이제는 감정을 넣자 하죠. 신기한 건 “감정을 넣겠다” 하고 연주하면 확실히 다르게 들려요. 듣는 분들에게도 전달돼야 할 텐데 말이죠.(웃음)

육중완밴드가 추구하는 장르는요?
강준우 장르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우선이에요. 이야기에 따라 장르가 바뀌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하지 않아요.
육중완 사는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음… 사랑 이야기는 가짜 같아요. 사랑에 관한 가사를 쓰다 보면 솔직해지질 못하더라고요. 달빛을 보지도 않는데 “창밖 달빛에 너의 아련함”같이 더 꾸미게 되고. 제가 사랑 이야기를 진솔하게 쓰면 19금이 돼버려요.(웃음)

6월에 발매한다는 신곡이 궁금해요.
강준우 여름에 맞춰 상업적으로 준비했어요.(웃음) 신나는 곡으로! 얼마나 신나는데요.
육중완 준우가 가사를 쓰고, 바닷가에서 시원하게 노는 노래예요. 바닷가에 서 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연주 자체도 웃겨요. 합주하면서 저희끼리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그다음에 나올 곡도 있어요. 블루스 장르이지만 끈적이지 않는 곡. 딱 들었을 때 직장인이 열심히 일하고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 사서 귀가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근데 저희가 직장인이 아니라서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웃음) 여전히 합주 중입니다.

예능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음악을 꾸준히 하고 있다곤 생각 못 했어요.
육중완 아이고! 음악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창 방송에 나올 때 임팩트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그랬나 봐요. 당시에도 음악에 할애한 비중이 90%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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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지기 음악 동반자
둘 사이 10년의 흔적을 애써 찾아낼 필요가 없다. 주제 하나만 가지고도 주고받는 이야기가 수십 개. 두 사람의 ‘티키타카식’ 대화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한 그룹 멤버이자 오랜 지인이에요. 어떤 사람인지 서로 이야기해볼까요?
강준우 중완이 형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순수해요. 그게 연기라면 인정해줘야 해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오늘까지 거짓을 눈치 못 챘거든요.(웃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해맑고 진실된 사람이에요.
육중완 준우는 다 좋은데 안타까운 게 딱 하나 있어요. 낯가림. 술자리나 뒤풀이 자리에 가면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밥만 먹다 가요.
강준우 나는 그게 정말 어색해. 아는 사람이 편하고 익숙한 게 좋단 말이야.
육중완 그래… 그래서 내가 대신 열심히 술 먹고 다닌다.(웃음)
강준우 아, 형은 완전 아저씨예요. 옛날 사람.
육중완 내가 왜?
강준우 제가 젤리 먹고 있으면 “남자가 왜 그런 걸 먹느냐”고 타박해요.
육중완 그건 자란 환경 때문이에요. 어릴 때 동네 형들이 “야, 남자가 무슨 젤리를 먹어. 그런 건 먹는 게 아냐!”라고 말한 게 머릿속에 박였나 봐요. 형들은 젤리 대신 라면 부숴 먹었거든요.(웃음)

이젠 음악 작업을 할 때 합 정도는 쿵하면 짝인가요?
강준우 형은 말 그대로 아이디어 뱅크. 매번 새롭게 접근하니까 판에 박힌 곡이 나올 수 없어요. 형이 만든 신선한 곡들이 정말 좋아요.
육중완 저는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기타를 크게 ‘퉁’ 치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희한하게 만들어서 건네도 준우가 디테일하게 마무리해요. 섬세함이 강점인 친구예요.

육중완 씨는 지난해 아빠가 됐죠. 곡을 만들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육중완 와… 제 완전체 사랑은 아이라고 생각해요. 내 모든 것을 가져가도, 그게 신체 일부라도 아깝지 않아요. 그런 아이에게 거짓된 음악을 들려주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딸이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제가 산 세상과 저에 대해 떠올릴 텐데, 그게 거짓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더욱 솔직하게 가사를 쓰게 돼요.
강준우 애가 태어나고 형이 엄청 부지런해졌어요.
육중완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육아더라고요. 밖에서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담배 한 개비 필 수 있고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데, 육아는 그런 여유가 전혀 없어요. 모든 시선과 정신이 아이에게 집중되고. 애는 지구상 그 어떤 것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존재예요.(웃음) 지치질 않아요. 아내가 너무 힘들어할 때 육아를 해보면 정신이 멍해요. 그래도 예뻐 죽겠어요. 힘든 건 그때뿐이고 애 보면 생각도 안 나요.

아이로 인해 더 진솔하게 가사를 쓰듯, 나이 듦에 따라 그룹의 음악도 달라질까요?
육중완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들을 노래하는 것, 그게 맞아요. 육중완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그 노래가 만들어진 시대를 떠올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과거를 추억하게 하니까요. 제가 음악 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강준우 요새 첼로를 배우는데 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밴드와 아주 다르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약한 느낌, 신나는 느낌, 화가 난 느낌 등. 연주자의 손끝에서 소리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우리도 언젠가 그런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첼로 켜는 60대의 강준우를 기대해주세요.(웃음)

정말 궁금해요. ‘육춘기’ 앨범 속 두 사람 목소리가 너무 비슷하던데 의도한 거예요?
육중완 그게 호흡이죠! 한 노래를 부를 땐 둘이 같은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목소리도 닮아가고. 각자 분명한 색을 갖고 있지만 서로 양보하면서 노래하는 겁니다. 저흰 밴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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