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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된 소녀 최수영

2019-06-10 09:05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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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른이 된 최수영은 배우로서의 삶을 한 걸음씩 천천히 떼어가는 중이다. 소녀시대라는 찬란한 걸그룹 리더로 활동했던 20대를 보낸 직후다. 새 영화 <걸캅스> 개봉일 오전에 그를 만났다. 개봉일 첫 회 상영이 끝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최수영은 편안해 보였다. 품이 넉넉한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습은 수수하면서도 차분했다. 20대의 발랄함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서른의 안정감도 제법 느껴졌다. 질문을 경청하고, 크지 않은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꺼내놓는 그의 말을 듣자니, 배우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익어가고 있음이 전해졌다. 스스로를 그리고 인생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시간을 보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이야기들이 툭툭 쏟아졌다.

<걸캅스>에서 최수영은 해커 뺨치는 실력을 가진 욕설 9단의 민원실 주무관 역을 맡았다. 최근 주연으로 선보인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비롯해 드라마 <제3병원> <내 생애 봄날> <연애조작단; 시라노>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지만, 이번 캐릭터는 실로 파격에 가깝다. 입에 착 감기는 욕설은 기본, 4차원 기질이 다분한 ‘장미’는 최수영에게 신선한 연기 도전이었다. 촬영 초반에는 욕이 입에 안 붙어서 고생하다가, 끝나고는 욕이 안 떨어져서 한동안 애를 먹었다고 한다.
 

#4차원 욕쟁이 감초 연기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 올리는 디테일

<걸캅스> 장미는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였다. 그간 그가 맡은 배역이 소녀시대 수영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전혀 다른 파격에 가깝다. 깍쟁이와는 거리가 먼 털털한 4차원의 개성 강한 캐릭터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훅 깊고 넓게 만들었다.

오늘은 <걸캅스> 개봉일이다. 지금 한창 조조영화가 상영 중이다. 기분이 어떤가. <걸캅스> 단톡방이 있는데, 다들 “떨린다” “파이팅하자” “찍는 동안 행복했고 아름다웠다”면서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다.

배우로서 욕심이 났나 보다. 고민 없이 출연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 언젠가는 그런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나다운 캐릭터,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다. 대본을 받고, 첫 대사를 읽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말씀드렸다. 첫 대사는? 욕이다. “우리 언니 삐리리 된 것 같아.”(웃음)

욕설 연기 안 어려웠나? 처음 리딩하고 나서 감독님께서 욕설이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날부터 장미에게 맞는 욕설이 뭘까 생각했다. 주변에 장미 같은 언니가 있다. 말하는 것마다 웃긴 언니다. 그 언니를 만나 읽어보라고 부탁했고, 맛깔 나는 욕을 배웠다.

이제 본인도 실제로 욕 잘하는 언니가 됐나. 감독님이 욕을 붙여서 생활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봤더니, 자연스럽게 욕이 되더라. <걸캅스> 끝나고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주변 스태프들이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말투가 너무 편해졌더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많이 돌아왔다.

코미디물이라 촬영 현장 분위기가 재미있었을 것 같다. 현장에서는 긴장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캐릭터 톤이 있어서, 그것을 100% 재현해내는 것이 내 역할이고 몫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있었다. 대신 미란 언니 연기를 볼 때는 까르르 웃으며 즐길 수 있었다. 함께 호흡 맞추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라미란, 이성경과의 호흡도 좋아 보인다. 셋 다 흥이 많다. 노래방에 한 번 갔는데 서로 재미있게 놀았다. 촬영 전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분위기를 풀어서,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회식이 많았다.

장미 캐릭터를 위해 디테일 설정에 노력했다고 들었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는 디테일을 많이 썼다. 관객이 큰 스크린으로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감독님께서 하셨는지, 영화에는 딱 한 번밖에 안 나오더라. 그런데 (관객이) 많이 웃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키보드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역할이라 손톱에 장미 그림을 넣었다. 고급스러운 장미, 소박한 장미,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장미 등 여러 가지 시안을 두고 상의해서 골랐다.

디지털 성범죄라는 소재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직접 당하지 않으면 체감하지 못하는 게 많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문제를 영화를 통해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될 기회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페미 영화라는 논란은 어떻게 보나. 이 영화를 개념이나 단어로 한정 짓기에는 재미와 오락성이 떨어질 것 같다. 그렇게 안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다양성의 한 부분 아닌가. 기존의 장르물을 크게 벗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형사물의 영화는 많았는데 캐릭터가 여성이었을 뿐이다. 여성이 등장한다고 여성만을 위한 영화라고 보는 것 자체가 아쉽다. 미란 언니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보셨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 관객들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많다. 며칠 전 배우들과 ‘라이브톡’을 했는데, 여성 관객이 여자 주인공인 영화가 나와서 기쁘고,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응원해주는 것이 감사하고, 앞으로 여성 서사가 많이 시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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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어 맞은 서른
늘 든든한 공개 연인 정경호… 결혼은? 아직

최수영은 올해 서른이다. 20대를 돌아보니 그저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걸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너무 다양한, 많은 일을 한 시간. 그는 이제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최수영이 생각하는 30대는 본인이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다. 감당할 수 있는 것을 배우고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나이다.

연인 정경호도 영화를 봤나?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다. 그래서 본인도 기대를 많이 했다. 걱정보다는 기대와 응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촬영 전에 조언도 많이 해준다. 이번에는 “인물을 서포트 해주는 역할일 수도 있고 개성을 드러내는 역할일 수도 있으니까, 다른 캐릭터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든든하겠다. 아무래도 그렇다.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연기 선배이기도 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편한 상대다.

결혼 계획은 없나? 정말 많이 물어보신다.(웃음) 나이가 차서 그런 것 같은데. 아직 계획은 없다.

올해 서른이다. 기분이 어떤가. 서른 앞두고, 3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일(연예인)을 하는 사람을 보고, 힘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건강함을 공유하면서 살면 어떨까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나눠보니 생각이 성숙한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데뷔해서 힘든 시간도 많았을 텐데, 잘 이겨냈나 보다. 이 일을 할 때는 이게 전부인 것 같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 내게 그런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 될 것 같다. 그게 약간 우물 안 개구리로 두는 생각의 둘레인 것 같다. 그걸 벗어나서 내 주위 사람들, 옆에 있어줄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는 게 좋다. 고민이 있으면 상담도 받고, 여행도 가고, 사람도 만나면서 활기차게 생활하는 게 도움이 된다.

최수영에게 소녀시대는 꼬리표인가. 소녀시대라는 화려한 외투를 입고 시작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외투를 입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소녀시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는 편이다. 소녀시대를 너무 좋아해주시고, 내 시작이 소녀시대라는 것을 다 알고 계시잖나. 그런 연장선에서 다양한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 부족한 게 많다. 가수로 데뷔했을 때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목표를 세운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세우고 가기보단 우선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 배우도 제작자, 스태프, 관객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잖나.

좋아하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최근 본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에서 엠마 스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안주하기를 피하고 더 도전하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작품에는 노출신도 있다. 배우로서 노출신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이제는 여자가 노출하는 게 그렇게 화제가 안 되는 시대인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이 정말 좋다면… 글쎄, 물론 생각을 해보겠지만 노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고려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수영은 어떤 배우가 될까. 아, 어디로 가야 될까.(웃음) 하다 보면 잡히는 것 같다. 내 딴에는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 작품을 못 보신 분들이 많다. 이런 역할 저런 역할 해보면서 ‘내가 이런 걸 할 때 은근 즐겁네’ ‘나랑 잘 맞네’를 알았으면 좋겠다. 즐거운 쪽을 선택하는 스타일이라서, 설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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