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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아빠 심지호 결혼이 불러온 성장

2019-05-09 10:22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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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족한 면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욕심이 없어서도, 부끄럽지 않아서도 아니다.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워가고 있어 당당했다. 배우 심지호의 지난 20년은 단단했다.
스튜디오 촬영이 오랜만이라 긴장된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카메라 앞에서 짓는 표정과 몸짓은 가히 ‘20년 내공’이다.

올해로, 정확히는 5월 8일이 데뷔한 지 20년이다. 심지호는 1999년 드라마 <학교2>를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걸음엔 과속이 없다. 천천히 그리고 뚜벅뚜벅. 언젠가 쉽고 빠른 길 위에 설 수 있었음에도 애써 돌고 돌았다. 배우 심지호와 인간 심지호, 두 삶 모두 제대로 살고 싶어서다.

“운 좋게 ‘스타의 산실’이라는 <학교2>에 캐스팅됐어요. 제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회 차를 좋게 봐주셔서 연이어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때 스타가 되고 싶었음에도 쉬운 방법을 좇고 싶진 않았어요. ‘난 아직 가진 게 없어’ ‘이 일을 하면서 내 인생도 잘살고 싶어’ 이런 생각이 앞섰거든요. 눈앞에 보이는 쉬운 길 말고 저만의 방식을 찾고자 했죠.”

진로 고민이 한창이던 시절 공교롭게도 영화에 푹 빠졌다. 영화를 제작하거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단 막연한 꿈이 생겼다.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드라마 오디션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데뷔했다. 그의 나이 19살 때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연기’가 무엇인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갈증이 얼마인지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어린’ 나이였거니와 인간 심지호의 삶에 보다 욕심을 부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10대의 자신을 “어리지만 어리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었다고 정의했다. 괜스레 성숙하고 싶은, 서툰 마음이 가득하던 때.

“배우는 누군가의 삶을 연기하는 건데, 내 인생조차 잘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인생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오만한 판단이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약점을 아는 배우, 스스로 틀을 깨다

자신이 정한 틀에 오랜 시간 갇혀 있었다. 스스로 경계를 정해두고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착한 사람’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얼굴의 연기를 해야 하는 그로서는 좋은 태도는 아니었다. 영화 <쌍화점>을 촬영하면서 깨달은 바다.

“유하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넌 다 좋아. 딕션도 좋고, 연기도 좋고. 근데 너무 착해 보여.’ 배역이 나름 악인인데 말예요. 인간적으로 ‘착하다’는 건 좋은 의미이지만 배우에겐 그렇지 않아요. 감독님 말씀을 듣는데 뭔가 들킨 것 같고, 창피했어요. 너무 착해 보여서 악역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 같기도,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뜻 같기도 해서요. 저를 깨려는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죠. 확실히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아! 때로는 규칙 이외의 세상도 가능하구나….”

데뷔 후 출연한 작품은 20여 개. 쉼 없이 일했다. 다만 이 작품들 가운데 대표작이라고 꼽을 만한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 스스로도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한다. 소위 ‘스타’가 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배우 심지호의 약점은 히트작이 없다는 거예요. 지금껏 제가 할 수 있는 작품을 했지, 하고 싶은 작품을 한 건 아니에요. 대표작이 없는 배우가 먼저 나서서 작품을 선택할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스타가 되고 싶어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스타로서 누릴 수 있는 부수적인 것들? 그런 욕심보다 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성실함을 무기로 꼽았다. 무엇이 주어지든 자신이 쏟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들인단다.

“솔직히 저는 엄청난 끼가 있거나 특출 나게 잘생긴 사람이 아니에요. 배우라는 사람에 걸맞은 덕목을 많이 갖추지 못한 셈이죠.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고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목표에 도달하는 날도 올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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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불러온 성장

연기, 작품을 향한 열의는 확실히 밝히되 성급하지는 않다. 20년 사이 가정을 꾸리면서 안정감이 생긴 듯하다. 그는 2014년 결혼하고 슬하에 아들 딸 남매를 두고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10을 가지고 있어도 현장에서 자신을 오롯이 안정시키지 못하면 1밖에 드러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안정감, 여유 같은 게 생기면서 현장에서 내 것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결혼은 인간 심지호는 물론 배우 심지호에게도 큰 영향을 줬죠.”

화제가 ‘가족’으로 옮겨지자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아내의 삶을 존중했다. 아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아내를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행여 저로 인해 아내가 펼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질까 염려스러워요. 아내의 삶을 지켜주고 싶어요.”

덧붙여 두 아이에겐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고민을 토로하고 싶을 때,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자신이길 바란다.

“저희 아버지는 굉장히 무서운 분이에요. 아버지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부산’ ‘건설’ ‘ROTC’ ‘대기업 임원’, 아시겠죠?(웃음). 하지만 저를 무척 사랑한다는 건 느껴져요. 저 역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는 아빠가 되려고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문득, 얼마 전 한 가족 예능프로그램에서 그의 큰아이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눈물을 쏟자 따라 울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왜 울었느냐고 묻자 쑥스러운 듯 웃으며 답했다.

“원래 눈물이 많은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많이 울게 돼요. 뭐랄까, 책임감도 늘고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모르겠어요. 이상해요. 첫애는 유난히 마음이 쓰여요. 아이 이야기만 해도 울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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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신뢰감 주는 배우 될 것

19살 앳된 얼굴로 대중과 처음 마주한 청년은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간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중 하나는 ‘팬’이다. 그에게 팬은 “미안한 존재”다.

“배우가 활발하게 활동해야 팬들도 재밌고 프라이드가 생길 텐데, 그렇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에요. 작년에 팬 카페 운영진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안 되겠어. 그냥 해체합시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꿋꿋하게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에요.”

그는 지난 20년을 돌이키며 그만한 세월이 흘렀음에 아쉬움, 놀라움을 반복했다. 10대에 그토록 빨리 되고 싶던 30대마저 끝자락이다.

“20대는 무수히 시행착오를 겪은 시기로 기억해요. 이런저런 기회가 많기도 했지만 실패도 많았죠. 그걸 다 지나 30대가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저는 여전히 덜 익고 막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배우로서 20년을 또다시 지나고 나면 어떤 심지호가 되어 있을까.

“여전히 연기하고 있지 않을까요? 단, 지금보다 신뢰를 받고 신뢰를 주는 배우여야죠. ‘아! 이 장르는 심지호가 잘하지’ ‘심지호가 아니면 안 돼’라고 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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