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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 한석준

2019-03-12 09:53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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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방송인 한석준을 만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혼주의자였던 그가 늦깎이 딸바보 아빠가 되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마흔 다섯에 이런 이야기 웃기지만….”(웃음)

말을 아끼던 그가 어렵게 입을 뗐다. 예쁜 딸 자랑 먼저 하라니 ‘아이는 제 부모 눈으로 봤을 때 예쁜 법이니 남에게 판단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한참 딴청만 피우던 그다.

“사소한 것들이 닮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싫은 점까지요. 그게 보일 때 감정이 묘해요.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니까 좋은 건 아닌데, 반갑고 좋아요.(웃음) 제가 짝눈인데 아이가 똑같이 왼쪽 눈이 커요. 반곱슬 머리라 목덜미 쪽 머리가 말리는데, 그것도 같아요. 딸꾹질을 많이 하는 것도요. 우유를 먹다가 토할 때가 많은데,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저도 그랬대요.”

작년 10월 태어난 딸 이름은 사빈이다. 언어학자이자 문인인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채널에는 딸 사빈이와 관련된 내용이 자주 업로드된다. 초보 아빠의 일상부터 딸의 성장 과정, 육아일기 등 다양한 일상을 공유한다.

“일곱 살 정도 지나면 아이 얼굴 알아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전까지는 제 판단으로 공개하고, 그다음은 본인에게 맡기려고요. 직업 선택도 아이에게 맡길 생각이에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든 생각은, 우주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는데, 예서 엄마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아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이가 직접 의사결정을 할 때까지는 본인이 판단하기로 했단다. 덕분에 커다란 눈망울이 예쁜 딸이 자라는 일상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준 딸
‘아, 내가 이렇게 바뀌는구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아이가 태어나고 그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새로워졌다.

“진짜 웃긴 건데, 사고방식이 바뀌어요. 저는 죽을 때까지 제 위주일 줄 알았거든요.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나’일 줄 알았는데, 바뀌더라고요. 가령 미세먼지가 많은 데 대한 분노가 달라져요. 저야 뭐 ‘미세먼지가 나보다 세겠어?’ 하고 말면 되는데, 아이에게는 그걸 주고 싶지 않아요. 아동 상대로 하는 범죄 뉴스를 보면 분노가 끓어올라와요. 어린이집 선생님 아동 학대 뉴스가 들리면 또 확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평범함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역시 딸이 세상에 태어나고 알게 된 소중한 가치다. 아이가 태어나고 첫 명절을 치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혼자 사는 남자는 명절을 싫어해요. 부모님 집에 가면 듣는 이야기가 뻔하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그런 평범함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친척들 다 모이면 복잡하고 정신없고 피곤하지만 그 분위기에 아이를 데려가고 싶더라고요. 아이에게 최대한 평범함을 지켜주고 싶어요.”

아직 어리지만 딸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본인과 같은 야구팀을 응원하는 것 말고는 딸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반면 그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아 보였다.

“제가 뭐라고 아이에게 시키고 말고 하겠어요. 본인 인생을 사는 거죠. 공부 잘하는 건 필요 없는 것 같고, 어렸을 때 체육은 많이 시킬 거예요. 신체 능력을 발달시키는 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경험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언어는 그렇게 필요한 것 같진 않은데… 수학은 했으면 좋겠어요. 수학을 배우면 뇌가 논리적으로 발달하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제 생각이에요.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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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고마운
띠동갑 연하 사진작가 아내

소셜미디어로 아이 일상을 공유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감각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백일잔치를 치렀는데 간소하면서도 세련된 상차림 센스에 감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사진작가인 아내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아무래도 안목이 보통 사람과는 달라요. 백일상 차릴 때는 아내가 작은 리본 하나까지 모든 소품을 다 준비했어요. 아이 돌보느라 바쁠 텐데,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날 제가 입은 옷 색상까지 아내가 정해줬어요.”

알려진 대로 그는 작년 4월 띠동갑 연하의 사진작가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재혼이라는 것도 화제였지만, 그보다는 비혼을 주장하던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이혼 후 방송이나 인터뷰를 통해 줄곧 비혼과 독신생활의 매력을 말해왔던 그다.

“제 결혼식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놀랐어요. ‘형만 믿고 있었는데 이러기냐’ ‘삶의 지표가 없어졌다’는 등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죠.(웃음) 저는 여전히 결혼은 반대예요. 제 케이스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여자를 만난 것도 어렵고, 잘사는 것도 어렵고.”

그는 아내에게 많은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 그 마음이 커졌다. 너무 좋지만 힘든 것도 많은 만큼 아내를 보면 미안하고 마음 아플 때가 많다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빠는 엄마처럼 봐줄 수 없으니까요. 저는 많은 것이 미안해요. 나이도 40대고, 한 번 갔다 왔잖아요. 이런 표현을 쓰면 아내는 ‘그게 왜 미안하냐, 나는 당신이라서 좋다’고 말하지만, 그게 또 고마워요. 제가 운명론자는 아닌데, 이런 행운이 주어진 걸 보면 그런 게 있나 생각하기도 해요. 제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닌 것 같아서요.”

딸의 얼굴은 공개했지만 아내는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내가 원하지도 않거니와 대중에 알려졌을 때 불편한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그는 틈틈이 아내 자랑을 놓치지 않았다.

“지인 중에서도 아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이 있었어요. 예뻐서요.(웃음) 제가 하도 얼굴을 안 보여주니까 못생겨서 안 보여주는 줄 알았대요.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아내가 엄청 예쁘거든요. 키도 되게 크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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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초보 아빠
유튜브 채널 ‘아빠곰 TV’

그는 요즘 유튜브 채널에 관심이 많다.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당연하기도 하거니와 초보 아빠로서 성공적인 채널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다. 그렇게 탄생한 채널이 ‘아빠곰TV PAPA BEAR TV’다. ‘책 읽어주는 아빠곰’ ‘아빠곰 TV’라고도 부른다.

“시작은 책 읽어주는 아빠였어요. 아나운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채널이요. 지금은 육아에 포커스를 맞춰서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도 공유하면서 콘텐츠를 확장하는 중이에요. 아이를 키워보니 아빠들끼리 정보 공유가 필요하더라고요. 엄마들은 맘카페에 가입하는데, 아빠는 안 받아주거든요. 정보를 얻을 수 없죠. 카페를 만들 능력은 안 되니 아빠들끼리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너도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동화책 한 권을 통으로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아빠’는 아나운서 목소리로 읽어주는 반듯하고 딱딱한 채널이 아니다. 그가 전신 곰 인형을 입고 나와서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제가 입으니까 곰 같은데, 실은 다람쥐예요.(웃음) 출판사와 계약 문제로 시즌2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피드백을 듣고 있어요. 딸을 앉혀놓고 읽는 등 다른 방식도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빠로서 이미지만 굳어지는 게 아니냐니 그거 역시 본인의 모습이니 ‘노 프라블럼’이란다. 육아에 매진하고 있지만, 프리랜서 선언 후 방송뿐 아니라 사업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대본집과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든다. 드라마 제작사, 화장품 사업도 중요한 일이다.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유예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자유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돈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도 별로예요. 방송을 하면서도, 사업을 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안에서 균형을 찾고 싶어요.”

사십대 중반의 한석준은 결혼을 하고 행복을 찾았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해보니 좋더라. 그러니 너도 해보라”는 말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절대 안 되는 것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지금 일상이 소중하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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