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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잭 더 리퍼> 연출 신성우

2019-03-11 09:5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플레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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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잭 더 리퍼> 10주년 기념 공연의 연출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신성우를 만났다. 초연부터 꾸준히 주인공 살인마 잭 역을 맡아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데다 뮤지컬 데뷔 21년 만에 도전하는 첫 연출작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공연이 한창 열리고 있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을 찾은 것은 2월 16일 토요일 오후였다. 공연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는데도 꽤 많은 관람객이 도착해 있었다. 10년이나 된 공연의 열기가 이토록 뜨겁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신성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잭 더 리퍼>를 꾸준히 좋아하는 뮤지컬 팬이 많은 것도 이유이고, 오늘은 다니엘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정필립이 첫 공연하는 날이라 의미 있기도 하단다. <팬텀싱어2>에서 사랑받은 테너 정필립은 이번 공연을 통해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연출가로서 뮤지컬 데뷔 첫 공연을 앞둔 가수 출신 배우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반 염려 반이다. 첫 작품치곤 무거운 역을 맡아서 좋은 기회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21년 전, 그에게도 정필립의 오늘과 같은, 뮤지컬 배우로서 처음 무대에 오른 날이 있었다.

“1998년이었어요. (정필립과) 비슷한 상황이었죠. 연출자가 라인을 정해준 만큼 믿고 따랐어요. 소리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되뇐 게 있었죠. (공연은) 잘했어요.(웃음) 떨리긴 했지만 무대에서는 편하다는 생각을 했고,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뮤지컬을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21년째 뮤지컬 배우
오랜 현장 경험이 연출의 바탕

뮤지컬 <드라큘라>로 데뷔한 이후 21년 동안 신성우는 뮤지컬 배우로서 행보를 충실히 쌓아왔다. 굵직한 작품의 주연 배우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고, 백석대 문화예술학부 뮤지컬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2017년 제자들과 공연을 올려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은 것은 그동안의 시간과 경험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다.

“20년 넘게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저뿐 아니라 누구나 연출이 가능해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없지 않기 때문에 그래요. 학교에서는 엄마가 된 마음으로 가르치고, 여기서는 무섭고 착한 형이 되죠.(웃음) 학생들은 숟가락은 이렇게 들어야 하고, 왜 먹는 건지도 가르쳐야 하는데 여기는 프로 세계라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해요.”

지난 1월 31일 <잭 더 리퍼> 프레스콜 자리에서 출연 배우들은 ‘연출’ 신성우를 두고 “배우의 마음을 잘 아는 연출자”라는 말을 했다. 신성우 역시 본인이 배우의 마음을 잘 알기에 배우의 시선에서 놓치지 않는 디테일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출자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해요. 배우 입장일 때는 캐릭터 고민만 하면 되는데, 연출은 관객이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객석 라이트가 꺼지고 나가는 순간까지 책임져야 해요. 공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가 연출로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배역의 선명도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들에 의해 희석되거나 새롭게 정립된 부분을 다시 극을 중심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배우들은 저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요. 각자 장단점이 있어요. 연출로서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지 않고 각자가 가진 장점을 살려놓고 포커스가 안 맞는 부분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준비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는 배우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설득했습니다. 작품을 오래 하다 보면 배역보다 배우가 드러나기도 해서 그 부분을 다시 정립했어요.”
 

비밀연애 제일 먼저 아는
연습실의 ‘신스패치’

새롭게 캐스팅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 출신 가수 환희 역시 정필립과 함께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다. 켄은 뮤지컬 작품을 한 경험은 있지만 <잭 더 리퍼>에는 처음 합류한 케이스다.

“켄은 작품을 여러 개 했어요. 어떠냐고 물어보니 ‘괜히 한다고 그랬나 봐요’ 하며 엄살을 피우기에 ‘잘하고 있는데 웃기고 있네’ 해줬죠.(웃음) 똘똘하니 잘해요. 환희는 아무래도 처음이라 필립이랑 같은 입장이에요. 가요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기표현인데, 뮤지컬에서는 다니엘이라는 배역을 표현하기 때문에 연습 내내 발 디딤부터 손가락 지점까지 지적질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가수 환희밖에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잘해내고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환희가 아니면 저런 표현이 안 되겠다’ 생각이 드는 신도 있어요. 다들 장단점을 가지고 수위를 넘지 않으면서 잘하고 있어요.”

신성우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신스패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뮤지컬 배우들의 연애 사실을 가장 먼저 아는 경우가 많다고.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뮤지컬 배우 김사은 부부도 이미 눈치챘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감이 오는 배우는 누구냐고 묻자 전문가다운 답이 돌아왔다.

“앙상블에서는 오고가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일요일에 회식을 하면 선명해지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공연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딱 감이 와요. 어느새 둘이서 손 붙잡고 좋아하고 있어요. 뮤지컬 배우끼리 만남은 어쩔 수 없어요. 연기를 하지만 동료 배우들을 의지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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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뛰어넘는 한국판 <잭 더 리퍼>
10년 인기 비결은?

뮤지컬 작품이 10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체코에서 <살인마 잭>이라는 이름으로 초연한 이후 2010년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게 각색한 <잭 더 리퍼>는 원작을 뛰어넘는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감히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뮤지컬 작품 중에서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관객이 냉정한 평가로 명성을 유지해주시고, 흥행 결과로 보여주고 계시잖아요. 잘 만든 작품이에요. 원작과 다르게, 우리가 만든 스토리가 잘 만들어져서 좋습니다.”

<잭 더 리퍼>는 일본에서도 인기 많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2012년 일본 진출 당시 한류 뮤지컬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남겼다. 당시 개막 전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유명세를 치렀는데 전회 전석 기립, 입석 티켓 판매 등 진기록을 많이 남겼다. 이후 요코하마 공연, 오사카 시어터 뷰잉 상영 등 이례적인 흥행 신화를 기록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첫 공연이 끝나고 30분 동안 관객들이 기립 박수와 환호를 주셨어요. 무대가 끝났으니 라이트가 켜졌고 이제 나가셔야 한다고 멘트가 나오는데도 멈추지 않았죠. 그 광경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구나’ 느꼈습니다.”

신성우는 <잭 더 리퍼>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의 헌신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태프들에게 우리 서로 믿자. 믿으면 작품 안에서 좋은 결과로 감동을 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음악·연기·조각’으로 채워진 예술인의 삶
여유와 지혜는 오십 넘어 알게 된 선물

원조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그이지만, 오십을 훌쩍 넘어선 요즘은 ‘아재’라 불릴 때가 많다. 어딜 가나 나이 많은 아저씨 입장이 되고, 그를 수식하는 말도 ‘전 꽃미남 로커’라는 과거형이 되어버렸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는단다. 행복하고 단단한 가정이 그에게 여유와 안정감을 줬다. 2016년, 16세 연하 플로리스트와 결혼한 그는 요즘 13개월 된 아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도대체 언제 가수로 돌아오느냐’다. 가수 활동 기간보다 긴 시간 뮤지컬 무대에 서 있지만 뮤지션 신성우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음악은 내적으로 깊이 들어가야 해요. 힘든 작업이에요. 지금은 동료 배우들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뮤지컬 작업이 좋아요. 하다 보면 음악에 대한 갈증 때문에 뭔가를 만들려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할 때가 올 거예요.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요.”

그가 음악 작업에 뜸을 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해서다. 대중에 노출된 삶을 살고 있지만 셀렙보다는 창작자에 가깝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매년 전시회를 열 정도로 작업도 충실하게 이어가고 있고, 음악도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받아서 쓰면 가수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작업할 수는 없어요. 성격상 작사, 작곡, 편곡을 다 제가 해야 해요. 그런 작업을 하려면 온전히 그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음악에서는 1%도 거짓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는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예전보다 한껏 여유로워졌다. 조바심이 아닌 기다림이라는 지혜도 터득한 덕이다.

“전에는 ‘왜 빨리 안 오지?’라며 불안해했어요. 이제는 올 게 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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