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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리 & ‘그림에다’ 심재원 작가

2018-12-17 10:06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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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조합일까. 성별, 직업, 나이대 모두 다른 두 사람. 둘의 교집합에는 ‘육아’가 있다.
아기띠를 매고 나가봤다면 알 거다. “몇 개월이에요?” 의외로 많이 물어온다. 아이들 동반한 초면의 엄마들 사이에선 저게 통성명이다. 마치 ‘하와유’ 하면 ‘암파인 땡큐 앤드유’가 자동으로 나오듯, “그쪽은요? 어머, 우리 ○○이 언니네”가 따라 붙는다. 이렇게 물꼬를 트고 나면, 빗장 해제는 정해진 수순. 처음 본 사이라도 아이 얘기로만 수다판을 벌일 수 있는 게 ‘육아러’의 공통점이다. 육아 그림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심재원 씨와 개그우먼 정주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서로 쭈뼛하는가 싶더니 아이가 몇이고 몇 살인지 공유하자 금세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이내 2시간가량 이어졌다.
 

# 본격 육아 토크쇼 <우행쇼>

최근 셋째 임신 소식을 알린 정주리는 지난 7월부터 유튜브 <우리 함께 행복한 토크쇼>(이하 ‘우행쇼’)를 진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종합 육아 정보 채널’이다. 매주 수요일 다양한 게스트와 함께 육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100% 라이브다. 12월 5일에는 심재원 작가가 출연해 ‘핀란드의 육아 정책과 교육 철학’ 얘기를 들려준다. 둘을 미리 만나봤다.
 
 
셋째 임신 소식과 방송 시작 시기가 겹쳤겠어요?
 
정주리 방송 제작발표회 전주에 착상된 거죠. 호호호. 우스갯소리로 이 방송하면서 셋째 생기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지 뭐예요. 주변에 알린 건 안정기 지나고였어요.
 
 
다둥이 엄마라니, <우행쇼> 방송 진행자로서 명분이 뚜렷해요.
 
정주리 하하. 그렇죠. 주변에선 이제 육아 베테랑이겠다고 하는데,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방송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좋은 기회다 싶었어요. 실제로 지난 4개월 동안 방송하면서 새로 안 게 많아요. 최근에는 생각보다 우울증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정부에서 아동청소년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온종일 돌봄 체계’라고 해서 학교와 공공기관이 협업해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도 있더라고요. 안전한 울타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정부 지원책이 있는데, 이러한 혜택을 일일이 찾아야 해서 번거로웠잖아요. <우행쇼>를 보시면 한눈에 정리될 것 같아요.
 
심재원 나라에서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인데, 그걸 받으려고 일일이 검색하면서 수고하는 게 좀 아쉽긴 해요. 핀란드 같은 경우는 정부가 모든 시스템을 통합해놨거든요. 요컨대 복지 원스톱 서비스 식으로 한 라인에 다 있는데, 보육도 그중 하나예요. 예를 들어 홍대에서 책을 빌렸어요. 반납일에 부산에 가야 해요. 그럼 부산에서 책을 반납할 수 있게 해놨어요. 보육 서비스를 구축해놓고 알아서 찾아 쓰라는 게 아니라 이용자 편의까지 배려해놓은 거죠. 이런 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주리 그런데 작가님은 핀란드에서 살았어요?
 
심재원 산 건 아니고요. 원래 광고기획자였거든요. 기획서 쓰고 제안서 쓰는 게 일이었어요. 퇴사하고 육아하며 책을 쓰다가 2년 전에 핀란드 육아 방식이 궁금해졌어요. 사회 시스템, 복지정책 이런 거 말고피부에 와 닿는 게 뭔지 직접 보고 싶더라고요. 기획서를 써서 핀란드 대사관을 찾아갔어요. 핀란드 엄마 아빠들은 아이에게 어떻게 밥을 먹이고, 어떻게 놀아주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그런 거 궁금해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정주리 와, 재밌네요. 엄마들은 그런 게 제일 궁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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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릴 줄 아는 핀란드 아이들

그렇게 나온 책이 <똑똑똑 핀란드 육아>(2017)다. 핀란드 측 지원을 받아 3개월간 아이 연령대별 핀란드 가정 12곳을 둘러보고, 육아를 하는 아빠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은 점을 덤덤히 써내려갔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심 작가는 원래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다. 약 15년. 집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아들의 깬 모습보다 자는 모습을 더 많이 봤다. 행복하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육아휴직을 했다. 당시 남성 육아휴직은 드문 사례였다. 육아휴직을 살짝 간봤더니 웬걸, 육아의 맛에 푹 빠져버렸다. 사표를 냈다. ‘그림에다’라는 필명을 만들고, 육아 일상을 그린 책을 냈다. 첫 책은 <천천히 크렴>(2015). 반응이 좋았다. 탄력을 받아 펴낸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2018)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강연이다 뭐다 초청 문의가 쇄도했다. 바빠서 애를 못 봐 퇴사했는데, 더 바빠졌다. 그는 “그럼에도 모든 과정 가운데에 아이가 있어 의미 있다”고 했다.
 
 
3개월간 거주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게 뭐던가요?
 
심재원 건널목에서 유모차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유모차 미는 사람들이 다 아빠더라고요. 놀이터에 가도 마찬가지. 아이들 데리고 노는 사람이 거의 아빠였어요.
 
정주리 저희 남편도 유모차 미는 아빠이긴 한데, 놀이터에서도 대부분 아빠인 건 생소한 모습이긴 하네요.
 
심재원 놀이터 문화도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요. 놀이터에 커다란 장난감 박스가 있어요. 누구나 가지고 놀 수 있고, 나중에 부모들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가요.
 
정주리 가져가는 사람이 없나 봐요.
 
심재원 없어요. 그리고 어느 놀이터에나 안전요원이 있어요. 아이들이 다칠 경우를 대비해서 간호사가 상주하고, 놀이터에서 아이들 점심도 주더라고요. 부모는 자기 도시락을 싸오고요. 제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바로 뛰어오더라고요. 놀이터에서 온 가족이 왁자지껄하게 모이는 게 무척 좋아 보였어요.
 
정주리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에요. 미세먼지도 그렇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거니와 아이들이 다 학원에 가죠.
 
심재원 그렇죠. 서로 부대끼고 놀면서 협력하는 법도 배우는 거예요. 이런 공동체 의식을 먼저 배우고 그다음 지식을 쌓아도 되는데, 우리는 지식부터 쌓으려고 하죠. 장난감을 대하는 자세도 인상적이었어요. 부모들이 장난감을 ‘처음으로 아이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인식해요. 소모품처럼 많이 사주지 않아요. 어느 가정을 방문했는데, 아이가 아주 낡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라고요. 오래돼도 너무 오래된. 물어봤어요. 언제 산 거냐고. 아빠가 가지고 놀던 거래요. 실제로 핀란드에는 장난감 회사가 없어요. 우리가 아이에게 장난감 많이 사주는 게 사실 내가 편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장난감 방’이 생기는 거고요. 핀란드 대사관 공보관이 저희 집에 들른 적이 있어요. 장난감 방이 있다는 걸 알고 놀라더라고요.
 

다녀와서 아이를 대하는 관점이 바뀌었겠어요.
 
심재원 강연을 다니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느냐는 거예요. 그때 저희 아들이 4살이었어요. 컨트롤이 안 되는 나이인데, 어떤 변화가 있겠어요. 바뀐 건 엄마 아빠의 관점이에요. 물론 그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일 순 없죠. 우리만의 시스템이 있는데 그걸 거스르며 ‘우리 가족은 핀란드 가족처럼 살 거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다만,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선택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겠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빠 육아’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어요. 그런데 말 자체에 어폐가 있어요. 당연히 육아를 해야 하는 사람인데, 마치 특별한 것처럼 여겨지거든요.
 
심재원 예전에는 대가족이었으니 아빠가 없어도 할머니, 이모, 숙모 다 있었잖아요. 이제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돼요. 아이가 건강한 사고를 정립하는 데 아빠 육아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필수죠.
 
정주리 남편이 육아에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둘째는 저보다 아빠를 더 좋아할 정도죠. 남편은 그래요. 일 그만두고 아이만 보고 싶다고. 아빠가 주양육자인 경우 사람들 인식도 조금씩 바뀔 때라고 봐요. 아직은 ‘엄마는 어디 가고?’라는 시선이 있거든요.
 

핀란드도 ‘주양육자=엄마’라는 인식이 있나요?
 
심재원 전반적으로 북유럽은 양성평등에 대한 갭이 현저히 작아요. 오히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수당이 더 많이 나오니까. 최근엔 덴마크에 다녀왔는데요(덴마크 육아 교육 체험기는 내년에 발행할 예정이다). 거기서 다시 한 번 느꼈는데 육아 환경을 개선하려면 부모들이 여유롭게 일하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더라고요. 모든 회사가 오후 4시에 퇴근을 해요. 일을 못 끝내면 집에 가서 일하는데, 가족과 한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요즘 ‘○○○(국가명) 육아’라는 게 많은데요. 풍토가 달라서 차용할 수 없는 얘기도 많고, ‘여긴 이렇대’라는 데서 그치지 말고 적용 가능한 사례까지 제안해주면 좋겠어요.
 
심재원 책에서도 비중을 둔 게 ‘과정’이에요. 결과 중심의 육아가 아닌 과정 중심. 엄마 아빠의 의지만 있으면 쉬이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핀란드 가족들과 함께 별장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보통 놀러 가면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나가서 뛰어놀고, 부모들은 짐 정리하고 요리하잖아요? 여기선 다 같이 식사 준비를 하더라고요. 저녁을 먹고 블루베리파이를 만든대요. 우리 아이한테 같이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걱정되잖아요. 4살짜리 남자애가 다소곳이 그걸 만들고 있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밀가루 반죽을 땅에다 바르고, 그걸로 기차놀이를 하고 난리가 났어요. 죄송하다고 하니까 핀란드 엄마가 “아니다. 이런 과정을 함께 하려고 부른 거다”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엄마가 저녁을 준비해서 아이에게 갖다 주면 아이는 그저 먹기만 하잖아요. ‘결과’만을 보는 거죠.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모르니 기다릴 줄 모르죠. 핀란드 아이들은 외식할 때도 테이블에서 얌전히 기다릴 줄 알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음식이 나오는지 아니까요.
 

정주리 씨도 육아책을 보나요?
 
정주리 안 보는 편이에요. 주변에 양육서를 쭉 꿰고 있는 엄마가 있는데, 되레 육아우울증 걸렸어요. 책처럼 안 되니까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가정 분위기도 다른데 어떻게 일관되게 적용하겠어요. 아이 키우는 게 공식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이 키우는 게 숙제가 되잖아요. 저는 편하게 놀듯이 키우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셋째까지 생긴 것 같아요.(웃음)
 

저만의 방식이 있는데, 주변에서 더 성화일 때가 있어요. 이맘땐 이렇게 해야 한다, 하면서.
 
정주리 그래요.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는 시간이 되면 자연히 유치원에 올라가는데 주변에서 난리예요. 유치원 보낼 때 됐는데 뭐는 했느냐, 뭐는 했느냐며. 어떤 엄마는 같은 반 다른 아이는 1부터 100까지 영어로 말할 줄 아는데 우리 애는 못 한다고 조급해하고요. 셋째를 가지고 나서 이사를 준비 중인데,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가거든요. 그러니까 더 큰 데로 가야지 왜 작은 데로 가냐고 하고.(웃음)
 
심재원 100명 중 99명이 그렇게 하니까 나머지 1명이 되면 위기감이 들기 마련이죠. 그런데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나가는 그 1명의 엄마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주리 저희 부부는 둘 다 프리랜서라서 일이 없을 땐 통장 잔고가 0일 때가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셋째를 가지니까 어떤 분은 “정말 어쩌려고 그러느냐, 미쳤냐” 소리까지 들었어요. 아이가 유치원 갈 때가 되니까 또 주변에서 요즘 무슨 유치원은 50만원 들고, 영어유치원은 2명이면 200만원인데 어떡하려고 하느냐 그러고요.
 
심재원 ‘옆집 엄마를 젤 조심하라’고 하잖아요.(웃음) 요즘 ‘아이 잘 키우는 법’이다 뭐다 해서 육아 정보가 너무 많은 게 사실이에요. 그런 잣대에 일일이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죠. 이 시대 엄마들에게 필요한 건 공감되는 이야기와 휴식인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 교훈을 주기보다 책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잠깐 쉴 수 있는 그런 거요.
 
정주리 맞아요. 작가님의 에피소드로만 그린 책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에서 밥풀 묻히고 육아하는 그림 보면서 완전 공감했어요. 제 소셜미디어에서도 젤 인기 있는 게시글이 아기띠 하고 국밥 먹는 사진이에요. 하하

심재원 작가와 정주리의 육아 얘기를 더 듣고 싶다면 12월 5일 오후 2시, 유튜브에 접속!
 
 


정주리의 우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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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유튜브 생중계!

독박육아로 고생하는 엄마, 첫아이를 갖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엄마,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아이가 짜증을 내서 혼란스러운 엄마,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 그리고 육아하는 아빠와 ‘할빠’ ‘할마’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후원하는 <정주리의 우행쇼>는 ‘육아’란 이름으로 묶인 모든 이를 위한 방송이다. 재테크, 건강, 놀이 등 엄마들이 관심 많은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유익한 육아 토크를 진행하고, 임산부 의료비 지원, 임신기 노동시간 단축, 아이 돌봄 지원, 배우자 출산휴가 등 출산부터 육아, 교육에 이르는 정부 정책을 쉽고 재밌게 소개한다. 2주에 한 번은 네티즌이 가장 궁금해하는 실제 정책 현장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주리의 현장학습’도 진행한다.

이 방송은 생중계라는 게 특징이다. 방송 중 시청자들의 참여가 자유롭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바로 질문하고, 경험도 공유한다. 센스 있는 멘트를 남기거나 방송 중간중간에 나오는 돌발퀴즈를 맞히면 선물도 준다. 방송 마지막에도 가장 활발히 활동한 ‘소통왕’을 뽑아 ‘육아템’을 쏜다. 지난 7월 시작한 <우행쇼> 시즌 I은 총 24회로 구성했다. 12월 중순까지이며, 내년에는 시즌 II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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