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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2018-12-06 09:51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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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을 만났다. 6년째 암 투병 중인 친구이자 멤버 전태관을 위해 후배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12월 출시되는 앨범에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근사한 제목을 붙였다.
“태~~관아!”
“응~~,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 내가 통 못 가서….”
“최근에 밖에 나온 적 있어?…아이구~ 좋네!”
“차 타고 나온 적도 있어?…아우 굿굿! 구웃!”

사진 촬영을 끝내고 테이블에 앉아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나눌 참인데, 김종진이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친한 친구 사이라면 ‘여보세요’라는 말 따위는 필요 없다. 얼마나 반가운지, 속삭임보다 조금 큰 볼륨을 가진 그의 목소리 톤이 한 데시벨 정도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활짝 펴지는 걸 보니 정말로 좋은가 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찾아가서 얼굴을 보는데, 열흘 정도 못 갔어요. 걱정돼서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고요. (병원에 혼자 있으니까) 전화를 안 받으면 엄청 걱정돼요. 왜 안 받나, 무슨 일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반갑게 받았죠. 저 혼자 걱정하다가 전화 받았다고 아픈 친구에게 ‘야, 너 괜찮니?’ 할 수는 없잖아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받아야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은 동갑내기 친구인 김종진과 드러머 전태관으로 구성된 듀오 그룹이다. 전태관은 현재 6년째 암과 싸우는 중이다. 2012년 신장암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암이 어깨뼈로 전이돼 활동을 접은 상태다. 꾸준히 항암치료를 하고 있지만 어깨, 머리, 피부로 암이 전이되어 상태가 좋지 않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부인상을 당해 전태관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요양병원에 있어요. 항암치료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거든요. 이 친구에게 적합한 것은 방사능 표적보다는 암세포를 누르는 약이라고 해서 처방받았어요. 써보고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바꾸고를 반복하면서 지금 여섯 번째 바꾼 상태예요. 불안한 게 이게 마지막 약이래요. 이마저 내성이 생기면 바꿀 약이 없다니까 걱정이죠.”
 

후배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30주년 앨범
‘내 친구’ 전태관을 위한 헌정 앨범

김종진은 요즘 굉장히 바쁘다.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을 그냥 넘길 수 없어서 헌정 앨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후배들과 함께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헌정 앨범을 준비했고, 앨범이 발매되는 12월 20일까지 순차적으로 음원을 공개하는 중이다. 오혁×이인우(feat. 제이 마리), 윤도현×정재일, 10㎝×험버트, 황정민×함춘호, 윤종신×최원혁 강호정, 장기하×얼굴들 전일준(feat. 넉살), DAY6×차일훈, 어반자카파×에코브릿지, 이루마×대니정이 참여한 아홉 곡을 수록한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앨범 명에서 느낄 수 있듯 이번 앨범의 모든 수익금은 전태관의 후원금으로 쓸 예정이다. 친구와의 우정이라는 좋은 취지에 공감한 후배들은 아무 대가없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김종진은 기꺼이 작업에 동참한 후배들 마음이 더없이 고맙다.

“앨범 작업하면서 ‘이 바쁜 사람들이 함께 작업해주는구나’ 느꼈어요. 흔쾌히 도와줘서 감사한데, 매니저들한테 엄청 미안하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스케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요.(웃음) 윤도현, 윤종신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큰 도움을 줬어요. 제가 연결고리가 없는 후배 뮤지션도 소개해줬고요.”

콜라보 작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피아니스트 이루마, 아내끼리 친분으로 참여한 영화배우 황정민, 봄여름가을겨울의 팬인 프로듀서 차일훈과 함께 작업한 데이식스 등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작업할 때 스튜디오에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조공’도 하는 게 제가 할 일인데, 다들 부담스러운지 못 오게 하더라고요. 이루마는 몰래 갔었거든요. 대니정과 오후 6시에 만나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다음 날 오전 7시 반에 나오는 걸 봤어요. 그런 장면 하나하나가 제겐 감동이었습니다.”

후배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들었을 때 느낀 벅찬 감동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원곡보다 너무너무 좋아서 저는 완전 무릎을 꿇었어요. 봄여름가을겨울 음악이 옛날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고 후배들이 작업하니 새 생명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곡이 너무 멋있게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이렇게 편곡을 하지? 완전 끝내준다!”

김종진은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협업’과 ‘더불어 사는 것’을 절실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동안 음악적 고집이 센 뮤지션이었다면, 지금은 뮤지션 모두가 각자 색깔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크게 느꼈고 또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30주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제 진짜 서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션으로 말하자면 오래 살아남은 건데 인생으로 보면 이제 고작 서른이잖아요. 이제 알 만한 나이가 됐고, 이제 네트워크가 생긴 정도죠. 30주년 기념 음반은 당연히 내 작품으로 정규 음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음악이 된 걸 경험하고 그런 선물을 받고 나니 내가 그동안 누에고치같이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몸을 둘러싼 그 틀이 조금 열리고, 서른  살짜리 음악가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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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카세트테이프, 30회 소극장 공연…
30년 추억 소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

봄여름가을겨울은 늘 대중음악 트렌드의 선두에 있던 그룹이다. 늘 새로운 시도가 있었고, 음악적으로도 한발 빨랐다. 이번 프로젝트 앨범에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여러 가지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카세트테이프다. 플레이어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친절하게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세트로 한정 생산할 예정이란다.

“우리가 LP 시절을 살긴 했지만 실제로 음악을 교류한 건 카세트테이프였어요. LP를 사서 그걸 테이프에 녹음해서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고 그랬잖아요. 30년을 돌아보면서 그런 추억을 소환하고 싶었어요. 카세트 플레이어와 테이프 300개 한정판을 만들기로 했어요. 김종진과 전태관의 사인도 나란히 넣을 거예요. 반응이 괜찮으면 후배들에게 다음 작업을 넘겨 새로운 흐름을 만들면 되겠죠.”

CD는 특별판 1000장을 준비할 예정이다. 참여 뮤지션마다 100개씩, 모두 10가지 버전의 사인 CD를 공개한다.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는 30주년 소극장 공연이다. 홍대에 새로 개관한 구름아래소극장에서 2019년 1월 14일부터 30회 공연을 열 계획인데, 매회 다른 뮤지션이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후배 뮤지션을 비롯한 30여 명의 게스트가 매번 색다른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매주 수~일요일에 공연하는데, 절반은 낮 공연이에요. 생각해보니 봄여름가을겨울을 먹여 살린 건 절반이 여성 팬이에요. 여성을 위한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기획했어요.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와인 콘서트를 해요. 저희가 10년간 와인 콘서트를 열었거든요. 지난 30년 동안의 기억을 소환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오랜 시간 라디오 디제이를 한 기억을 떠올려 관객들 사연을 읽고 추억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했다. 봄여름가을겨울과의 추억을 나누는 특별하고 훈훈한 시간이 될 것이라 김종진 역시 기대가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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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부재로 알게 된 외로움
‘마지막’이 아닌 ‘지금’이 중요하다는 진리

봄여름가을겨울로 산 30년 세월을 돌아보니 행복한 시간이 많았다. 후회스러운 건 팬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선물을 하면 “이런 거 보내지 말라”며 돌려보내고, 팬클럽 활동을 하면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어리석었던 거예요. 그들의 기쁨이었는데, 우리가 돌려주지 못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우리가 뭐라고?’ 하는 마음으로 돌려보냈어요. 지금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요. 우린 팬클럽이 없어요. 지금이라도 한번 만들어볼까요? 봄여름가을겨울 팬클럽 이름은 뭐가 좋을까요? 환절기 어때요? 다시 봄? 봄여름가을겨울 다시 봄?”

김종진은 요즘 30주년 작업을 하면서 전태관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낀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태관이 해온 부분을 혼자 해결하려니까 외로울 때가 많다.

“사실 30주년이면 엄청 행복할 시기인데… 봄여름가을겨울을 엄청 불러주거든요. 우리 음악을 듣고 싶어 하고요. 무대에서 보면 관객들 표정이 한없이 행복해 보여요. ‘태관아~’ 불러서 같이 무대 올라 연주하고 그 행복감을 만끽하고 싶은데, 같이 못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봄여름가을겨울 음악이 고독의 상징이라고 불리는데, 이제 진짜 외로워요. 과거 외로움은 외로움도 아니었어.”

사랑하는 친구의 부재로 절실히 외로움을 느끼는 김종진은 그로 인해 새롭게 알게 된 또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느낀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을 생각하고 살면 슬퍼요. 누군가는 먼저 떠날 테니까요. 떠나가는 것도 슬프고 남겨진 것도 슬프니까 마지막을 생각하면 안 돼요. 그냥 그때그때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 노래가 있어요. 로드 스튜어트가 부른 ‘피플 겟 레디(people get ready)’란 곡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기차가 오면 타고 떠나는 거다. 늘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준비된 삶을 살고 있는 거다.’ 사실 일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음악이 그런 기능을 하는 거죠. 우리는 기차가 오면 타고 떠나는 늘 준비된 삶을 살고 있는 거야, 친구!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인 것 같아요. 이 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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