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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까지” 염정아

2018-12-04 09:48

취재 : 김수정 TV리포트 기자  |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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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는 이목구비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다. 인터뷰 역시 거침없이 솔직하다. 그녀와의 완벽한 수다!
배우 염정아. 차가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깨진 건 애교. 스스로를 “동탄댁”이라고 밝히며 호탕하게 수다를 이어가는가 하면, 개봉 후에도 계속된다는 홍보 일정에 “우리 애들이랑 놀아야 하는데”라는 귀여운 투정을 부린다. 절친 문정희가 염정아를 일컬어 “엄청난 인격체의 소유자”라고 말한 것은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동안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영화 없어 서러워”
 
염정아는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유해진, 조진웅, 김지수, 이서진 등 쟁쟁한 배우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휴대전화로 오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원작으로 한다.

염정아는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 역을 맡았다. 수현은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변호사 남편(유해진)에게 순종적인 아내다. 스트레스를 소셜미디어 문학반으로 해소하는 인물. 시나리오상 다소 평면적이던 캐릭터를 염정아는 엉뚱한 듯 귀여운 매력으로 새롭게 해소했다. 영화 후반부 쏟아지는 유해진과의 감정신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염정아의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땐 이미 유해진 씨가 캐스팅된 상태였어요. 저랑 유해진 씨가 부부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만 해도 재밌더라고요. 그냥 봤을 땐 제가 세 보이고 전문직 여성일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정반대잖아요. 이를테면 비주얼적 반전이 있는 셈이죠. 무엇보다 언제 또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을까 반갑고 고맙기도 했고요. 배우 7명의 배분이 정확하면서도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 많잖아요. 한동안 여자가 할 수 있는 영화가 전혀 없었거든요. 굉장히 서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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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의 완벽한 앙상블

<완벽한 타인>은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김지수 등 또래 배우들이 한데 모인 보기 드문 영화다. 쟁쟁한 배우들이 모였으니 괜한 기싸움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전혀. 음식 취향부터 성격까지 완벽한 궁합을 자랑했다니. <완벽한 타인>의 완벽한 앙상블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서진 씨는 이번에 처음 호흡 맞췄는데 진국이더라고요. 우리가 보는 예능 속 모습과 똑같아요. 가식이라는 게 없어요. 무뚝뚝한 듯 반듯한데, 그야말로 ‘츤데레’예요. 두 번째 대본 리딩 할 때 큰 인형을 하나 들고 오더라고요. 윤경호 씨가 애기가 있는데, 아이들 주라면서 툭 주더라고요. 이서진 씨는 늘 이런 식이에요.(웃음) 주변에 뭔가 나눠주는 걸 좋아하면서도 전혀 생색을 안 내요. 조진웅 씨는 굉장히 남자다운 스타일인데 저보다 어려서 그런지 귀엽더라고요.(웃음)”
 

‘이런 게 바로 연기구나’ 깨닫게 해준 <장화, 홍련>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데뷔한 그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서구적 외모로 섹시함과 함께 어딘가 묘하게 신비로움을 풍겼다. 데뷔 후 여러 작품에서 호연을 펼쳤지만 그가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한 건 2003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부터일 터. <범죄의 재구성>(최동훈 감독)에서는 팜므파탈 사기꾼, <카트>(부지영 감독)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간첩>(우민호 감독)에서는 생계형 남파간첩 등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 연기력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염정아. 그중에서도 관객의 뇌리를 사로잡은 역할은 바로 2003년 <장화, 홍련>의 새엄마 역이다. 이 캐릭터를 통해 14년이 지난 지금도 독보적 존재감으로 기억되고 있다.

“20대 때는 뭘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몰랐어요. 막연히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연기가 뭔지, 영화가 뭔지. 아마 <장화, 홍련>이 계기였던 것 같아요. ‘아, 이런 게 바로 연기구나. 배우가 캐릭터를 갖고 놀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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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들이 다 뒤져봐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영화배우가 아닌 여자 염정아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실제 가정에서의 모습도 영화 <완벽한 타인>의 수현과 비슷하다고 했다. 남편에게 거의 모든 걸 맞춰준다고 말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로의 영역을 인정함과 동시에 예의를 갖추는 사이라는 점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킬 건 지켜야 하는 일. 그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노하우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휴대전화를 몰래 보는 일은? 남편과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지만 부러 남편의 휴대전화를 들춰보지 않는단다. 그래도 “아, 물론 신혼 때는 몇 번 훔쳐본 적 있다”며 웃었다.

“신혼 때는 궁금해서 보기도 했는데, 믿고 사는 거죠. 남편과 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패턴이 똑같은데도 서로 안 봐요. 속속들이 다 뒤져봐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요. 실제로도 남편에게 잘 맞춰주는 편이에요. 남편을 이기려 하는 편은 아니에요. 어느 순간 서로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해요. 말도 조심하게 되고. 그건 남편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상대방의 비밀을 끝까지 모를 수 있다면 모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데 꼭 알게 되잖아요.(웃음) 사실 영화에서 수현 정도의 일탈은 괜찮거든요. 가정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알게 되더라도 회복 가능한 수준의 일탈이고요.”
 

“전업주부들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걸 공감”

그는 스스로에 대해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엄마, 아내”라고 설명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게 바로 가족 아니겠냐고.

“남편도 워낙 가정적이라 가족끼리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집에 있으면 정말 바빠요. 아이들과 키즈 카페도 가고. 사실 배우로서 고민이나 슬럼프가 크진 않아요. 가정 안에서도 정말 바쁘거든요. 아이들 학원도 데려다줘야지, 세탁소도 가야지, 마트에 장도 보러 가야지. 할 일이 얼마나 많다고요. 중요한 건요,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할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죠. 저한텐 가족이 제일 중요해요.”

그럼에도 육아 스트레스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반복된 생활에 활력이 달리던 순간, 자신을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연기임을 새삼 깨달았다.

“성격상 육아 우울증까지 겪진 않았어요. 워낙 긍정적이고 밝거든요. 다만 너무 반복된 생활을 하다 보니까 활력이 달린다는 생각은 들었죠. 단순히 운동, 마사지 이런 것 말고 염정아로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더라고요. 결혼 전엔 일이 염정아 나 자신을 위한 것이란 걸 몰랐어요. 늘 당연하게 일을 하며 살았으니까. 전업주부들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걸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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