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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국 미투 그 후…

2018-12-03 09:57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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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중요 이슈 중 하나가 ‘미투(me too)’다. 미투 열풍이 사회를 덮었을 때 가수 김흥국은 성폭행 무혐의 처분 건으로 호된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대한가수협회장 퇴임 사건까지 일어나 마음고생은 물론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까지 입었다. 진실은 규명됐지만 예전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 두문불출하고 있는 그를 만나 심경과 근황을 들었다.
인터뷰는 그의 집이 있는 반포역 근처 작은 공원에서 진행했다. 한적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좀 더 조용한 곳으로 장소를 바꿨다. 평일 오후라 공원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스스럼없이 친근하게 인사를 주고받던 대표 연예인이었던 그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말을 걸어와도 반갑게 응하던 ‘흥궈신(흥을 돋우는 예능신)’은 미투 사건 이후 대중과 시선을 마주하는 게 조금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아직 불편한지, 인터뷰 도중 사람이 지나가면 조용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예전처럼 큰소리로 웃는 횟수도 줄었다. 항상 달고 다니던 “으아!”라는 감탄사도 거의 들을 수 없다.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녀요. 얼마 전에도 마스크를 쓰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말없이 운전하시다가 ‘요즘 예능에 안 나오시니 웃음을 잃었어요. 뉴스를 봐서 아는데 기죽지 마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몸조심하고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하고 내렸죠. 아직은 불편한 마음이 커요.”
 

직업 속이고 돈 요구한 A씨…
좋은 사회운동 미투 의미 훼손 안타까워

결론부터 말하면 김흥국의 미투 관련 수사는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사건은 지난 3월 여성 A씨가 방송을 통해 “2016년 11월 김흥국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A씨는 김흥국을 강간·준강간·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서울 광진경찰서에 사건을 넘겨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이후 경찰은 당사자 조사, 참고인 조사, 디지털포렌식 결과 등을 토대로 김흥국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 김흥국은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무고, 공갈미수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고소한 상태이고, 현재 검찰의 지휘에 따라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명예를 되찾았지만 아직은 3월 이전으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건 내 불찰이라고 생각해요. 공인답게 행동해야 하는데 조심할 필요는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미투는 아름다운 것인데, 제 경우에는 잘못 받아들여졌어요. 미투의 취지와 목적을 잘 알아서 좋은 쪽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위복이 될 거라는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의 연예계 활동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KBS에서 출연 자제 권고 연예인 명단을 공개했는데, 김흥국의 이름도 포함됐다.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문제 있는 연예인 취급을 받는 것이 못내 아쉽고 억울하다.

“제가 축구를 좋아해서 말씀을 드리면, 선수가 운동하다가 다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선수들은 재활훈련해서 복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때 받아주는 창구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사고가 났을 때 원상 복귀하려고 발버둥을 치기라도 하죠. 방송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방송국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연예인이 사고가 났을 때도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판단했으면 합니다.”

일부 방송 보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고 본인에게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방송을 내보내면서 그가 입은 내상은 더 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방송국에서 나에게 어떤 미운 감정이 있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정정 보도를 해서 바로잡는다고 해도 한번 날아간 명예는 회복이 안 되거든요.”

A씨가 사과하면 받아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그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다른 연예인에게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란 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자리 한두 번 해놓고 몇 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돈을 요구했어요. 처음에는 미대 교수라고 했는데 실제 직업도 달랐고요.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요구한 전력이 있더라고요. 누구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남자를) 혼낼 수 있다’는 나쁜 마음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든든하고 미안한 가족
아내와 딸에게 죄인, 평생 잘할 것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가장 미안한 상대는 당연히 아내. 처음 사실이 알려지고 아내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가정 이야기하면 집에 가서 혼나요.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해요. (사건 이후) 매일 힘들었죠. 아내가 화가 많이 났어요. ‘정신 차렸어, 못 차렸어?’라고 버럭. 다 정리됐다고 말을 해도 ‘그건 가까운 사람들이 좋게 말해주는 거지, 안 좋게 보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호되게 혼내요. 할 말이 없죠. 아내 마음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아직도 혼나고 있지만 나중에 다 내려놓으면 대화도 많이 하고 싶고, 백배로 잘하고 싶어요.”

함께 방송에 출연하면서 애틋함을 보였던 딸 주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아들은 남자니까 이해하겠지만, 딸은 다르죠. 우리 딸이 평소에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잘되겠다고, 자기가 호강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버렸어요. 다행히 이해해주지만 너무 미안해요. 얼마나 실망이 컸겠어요. 내년에 연예계에 데뷔하려고 했는데 꿈도 사라진 것 같고 하니까….”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딸 주현이는 요즘 외국인 학교에 다니면서 미국 대학입시 과정을 치르는 중이다. 미국 수능인 SAT를 치렀고, 학원에 다니면서 미술, 사진 등을 배운다.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매일 딸의 등하교를 책임지면서 조용히 응원한다.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아빠가 너에게 피해를 안 줄 것이고, 네가 살아갈 세상은 나와 다르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해요. 우리 주현이가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재능도 많아요. 밤새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지금은 사진이랑 그림을 배우고 있어요. 아이가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본인이 할 일을 잘해주고 있어요.”

속이 깊은 딸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이번 사건 이후 미안함과 고마움이 더 커졌다.

“중간에서 곤란했을 거예요. 엄마 입장이 있으니까요. 다행히 딸이 속이 깊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으면 제가 이미 집에서 쫓겨났겠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의 힘을 새삼 느끼는 그는 진짜 둥지, 비빌 언덕은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평생 잘할 것을 다짐했다.

“가족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일어나야겠다고 힘을 냈어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많이 했고요. 남편과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구나. 좋은 아버지, 남편이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기러기 생활을 하면서도 잘살아왔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절 미워하지 말고 용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열심히 노래하고 방송하고 가족을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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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김흥국의 들이대 8090쇼>
& 신곡 ‘내 나이 되면 알 거다’ 다시 시작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졌지만 이제 차근차근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최근에는 오랜만에 마이크도 잡았다. BTN불교TV에서 진행하는 <불교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MC로 무대에 올랐다.

“오랜만에 마이크 잡고 사회를 보니까 좋더라고요. 경기도 의왕 청계사에서 첫 녹화를 마쳤어요. 한 시간 반 예상한 녹화 시간이 두 시간으로 늘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위로한다고 ‘제 2의 송해 선생 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씀도 해주시고.(웃음) 방송은 11월 중에 나갈 것 같아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건 아니지만 그는 이 무대가 잘 이어지길 바란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그는 이 무대를 통해 가수로서 음성 포교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절이 경직되어 있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스님과 불자들 간 거리가 멀 수도 있고요. 노래와 춤을 통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불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김흥국의 요즘 일상은 단조롭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축구를 한다.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리면 하루가 개운하고 좋다. 머리 아프도록 답답하던 마음을 축구를 하면서 푼다. 오후에는 절에 간다. 약속이 없는 날은 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편안하고 좋다. 저녁에는 가끔 가까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기도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대단한 수행은 아니고, 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좋아요.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자연이라고 봐요. 자연이라는 순리. 자연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 말 없는 자연을 만나면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녁에는 가끔 지인들이랑 술자리도 가지는데, 옛날처럼 많이 안 먹어요. 내 몸은 내가 다스리고 내가 지켜야 해.”(웃음)

그는 사람들과 만남을 줄이면서 나무 한 그루를 가꾸는 마음을 깨쳤다고 한다. 다시 높이 올라가려면 가지를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나 멋있는 나무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힘든 시간임에도 의미를 더할 수 있더라고.

가수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신곡도 발표할 예정이다. 동갑내기로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작곡가 이해민에게 곡을 받았다. 녹음만 앞둔 상태인 노래 제목은 ‘내 나이 되면 알거다’. “사랑에 순정 바치고 돈에 목숨 걸며 살아온 내 청춘이 꿈속에 꿈같더라…”로 시작하는 노래는 김흥국을 위해 쓴 곡이라고 한다.

“처음 악보를 받고 ‘내 노래다!’ 싶었어요. 나의 아픔과 현재 상황을 아는 친구가 가사를 딱 맞게 써줬어요. 어느새 육십이라는 나이가 됐는데, 육십 되니까 인생을 좀 알 것 같아요. 전부터 선배 가수들이 ‘노래를 아무리 수십 곡, 수백 곡을 불러도 인생의 맛을 알아야 노래의 맛을 안다’고 했거든요. 저도 육십이 되니까 이제야 비로소 세상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아, 세상이, 삶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멜로디나 가사를 대하는 느낌이 다른 것이, 이제야 노래의 맛을 알 것 같아요.”

11월 말부터는 1인 미디어인 유튜브 채널도 시작한다. <김흥국의 들이대 8090쇼>라는 이름의 방송은 2회까지 녹화를 마친 상태다. 편집이 끝나는 대로 매주 토요일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방송국에서 가수들 무대가 점점 없어져요. <콘서트 7080>이 없어지고 <가요무대> 시간이 줄었어요. 우리 국민은 노래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얻기도 하는데, 그런 프로가 사라지는 건 심각하고 무책임한 일이에요. 공연 문화가 그나마 많아지고 있는데 방송이 줄어드는 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는 대한가수협회장 자리에서 불미스럽게 내려왔다. 협회 내부 고소고발건 등에 대한 논란과 내홍이 겹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가요계를 바라보는 애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은 호탕한 웃음이 반밖에 안 나와요. 좀 안정되면 엄청난 웃음이, 박장대소가 나올 거예요. 신곡으로 다시 가수 김흥국으로 사랑받고 싶어요. 사람들이 절 보고 해주시는 ‘당신이 웃으면 즐겁다. 당신이 우울하고 슬프면 살맛이 안 난다. 정신 바짝 차려서 우리에게 다시 웃음과 노래를 줘야 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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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규  ( 2018-12-05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2   반대 : 1
이 어려운 시대에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멋진 김흥국이 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