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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부의 개그 본능 홍현희

2018-11-13 09:02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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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결국 사진기자가 한마디했다. “좀 쓸 수 있는 표정으로 다시 갈게요.” 잠깐 잊었던 걸까. 결혼식을 불과 나흘 앞둔 예비 신부라는 사실을.
‘조그맣고 재기발랄하다.’ 딱 그 정도였다. 직접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천직’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넘치는 끼를 스스로도 감당 못 하는 모습에 ‘개그우먼 안 했으면 어쩔 뻔?’ 싶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 중순, 포털 실검에 한동안 이름을 올렸다. 왜인가, 했더니 결혼을 한단다. 깜짝 발표였다. 상대는 4살 연하의 훈남 ‘제이쓴’.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나 혼자 산다>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제이쓴 내 방을 부탁해> <제이쓴의 5만원 자취방 인테리어> 등 책도 출간했다. 10월 21일 비공개 결혼식을 앞두고 공개된 웨딩 사진이 화제가 됐다. 홍현희는 “단상에 올라가서 비율이 좋게 나왔다”면서 “내가 30㎝만 더 컸어도…”라며 웃었다.

사진 예쁘던데요. 돌이켜보면 결혼 즈음이 인생에서 가장 예쁜 시기이도 해요. 안 그래도 어제 <코미디 빅리그>를 녹화했는데, 다들 예뻐졌다 그러더라고요? 어디가 예뻐졌냐고 콕 집어달라니까 ‘그게 뭔진 모르겠는데’ 그렇대요. 자꾸 그게 뭔지 모르겠대. 아무래도 마음이 안정돼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정말 마음이 너무 편하거든요.

또 다른 내 편이 생기는 기분이죠? 혼자 오래 살았고, 부모님께 의지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결혼 발표하고 고맙게도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개중에는 악플도 몇 개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혼자 상처받고 다스렸을 텐데 예비 남편이 꽃다발과 함께 위로해줬고, 시댁 어르신들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새 가족이 생긴다는 게 이런 거구나, 또 다른 내 편이 생기는 거구나 싶었죠.

기사가 나갈 쯤이면 이미 남편이 됐을 텐데 예비 신랑 자랑 좀 해주세요. 이쓴이(그는 ‘제이쓴’을 이렇게 불렀다)는 4살 연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저보다 어른이에요.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고, 베풀 줄도 알고요. 야학 봉사, 집 고쳐주는 봉사도 오래 했어요. 그걸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방송 관계자 눈에 띄어서 <헌집 줄게 새집 다오>에 출연하게 됐죠. 이 사람이 나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깨워줄 줄 아는 사람이에요. 남편을 만나고 제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끼죠.

결혼 준비할 때 많이 다투잖아요. ‘이런 것도 문제가 되는구나’ 하는 복병이 많죠. 그런 게 있다더라고요. 예를 들면 시댁 쪽은 이미 누나가 결혼을 했고, 저희 집에선 제가 첫 결혼이에요. 저와 남편은 작은 결혼식을 하길 원했고요. 만약 저희 부모님이 우리 집안 첫 결혼인 만큼 성대하게 하라고 했다면 갈등이 될 수도 있었겠죠. 시댁에서 먼저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서로 존중하며 준비했고, 싸울 일이 없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어르신들 의견도 잘 맞았죠. 워낙 싸울 일이 없기도 하고, 남편 성격이 싸움이 커질 것 같다 싶으면 그 자리를 정리해요. 내일 얘기하자고. 시간이 지나면 갈등을 좀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이내 수그러들더라고요.

김영희 씨가 오작교가 됐다고요. 제이쓴이라는 사람은 알고 있었어요. 남편이 <헌집 새집> 방송할 때 (김)영희도 만나고 (박)나래도 만나고 (홍)현화도 만났는데, 저는 정작 활동을 조금 쉴 때였어요. TV로 남편을 봤죠. 올해 1월에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는데, 영희한테 “본격적으로 사귄다”고 했더니 안 믿더라고요. 둘이 스페인 가기로 했다니까 “촬영 가느냐”고 하더라고요. 꼬드길 수 있으면 꼬드겨보라고…. 허허.

만나고 1년이 안 돼 결혼을 결심했어요. 비공개 결혼식이라고요. 그런 말 있잖아요. 결혼은 남자 쪽에서 마음먹으면 일사천리라고. 맞는 말이에요, 진짜. 동료들이 자꾸 청첩장 왜 안 주느냐고, 선배들은 너 창피해서 안 부르는 거 아니냐고 그러시는데…. 그분들이 제 결혼식에 와서 웃기면 저는 또 본능적으로 과한 액션을 하게 될 거거든요. 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게 뻔해서 가족, 친지와 최소한의 지인만 모시고 작게 하려고요. 제가 워낙 가족들 앞에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요.(웃음) 그날만큼은 경건하고 진지하게 딸의 모습, 며느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신혼집은… 어쨌거나 인테리어 걱정은 없겠어요. 제가 혼자 살던 집에서 시작해요. 방 두 칸짜리 집인데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무리하게 대출 받아서 한강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아요. 이 집은 이전에도 신혼부부가 살았대요. 아늑해요. 안방은 이미 인테리어를 마쳤어요. 진짜 내 남편이지만, 인정. 공간이 어떻게 그렇게 바뀌죠? 저는 피곤할 때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잔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 공간이 바뀌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몸을 정갈하게 하고 싶고, 예쁜 잠옷 입고 싶고, 주변 정리정돈도 하게 되고. 공간이 주는 힘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어요.

개그코드는 잘 맞나요? 같이 살면 이게 의외로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 얘기 많이 들었어요. 남편이 몇 년 전에 제 공연 <드립걸즈>를 보러 왔었대요. 사귀기 훨씬 전이죠. 그때 홍현희라는 개그우먼을 처음 알았는데, 뭐 저렇게 웃긴 사람이 다 있나 했대요. 하하. 제 개그코드랑 딱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사귀기 시작하고 연애 초반에는 제가 자꾸 뭔가를 같이 하려고 했어요. 여행 가려고 하고, 영화 보려고 하고. 그런데 어느 날 그러더라고요. “너랑 아무것도 안 해도 너무 좋고, 재미있다”고. 남편도 저를 만나 개그감이 증폭됐거든요. 같은 걸 보고 웃다 보니 표정도, 말투도 비슷해졌어요. 개그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가지고 함께 뭔가를 해보고 싶어 하거든요. 특히 남편은 콘텐츠가 진짜 많은 사람이에요. 아직 공개하긴 좀 그렇지만, 둘이 그런 얘기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같이 있으면 정말 재밌어요. 야식 먹으며 대화하는 게 낙이에요. 밤에 계속 먹다 보니까 가봉해놓은 드레스가 안 맞아서 큰일이에요, 지금.

사귀기 전부터 서로 지켜봤네요, 인연이네. 제이쓴 씨는 현희 씨 어떤 점이 좋다던가요? 물었봤어요. “나 예뻐?” 아니래요. “내가 왜 좋아?” 하니까 편하대요. “아니, 설레거나 뭐 긴장 같은 거 없이 편하기만 해?”라고 했더니 “남자한테 편하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르는구나”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그동안 딱히 즐거운 일이 없이 살았는데, 저를 만나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편안하대요. 실제로 주변에서 웃는 상으로 변했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요.

이 부부처럼 살고 싶다, 하는 대상 있어요? 효리 언니요. 정말 좋아하고, 롤모델이에요. 개그할 때 소재로도 쓸 정도로요. 누누이 팬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2013년 연예대상에 언니가 나오면서 비로소 인연이 됐어요.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사람이 온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고요. 부부가 친구처럼 사는 모습도 더없이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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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비공개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싸이더스 HQ제공)

# 타고난 개그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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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으로만 치면 신입 같은데 데뷔 10년이 넘었다. 지난 2007년 SBS 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웃찾사>에서 이름을 알렸다. 2011년 S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우수상에 이어 2012년에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뮤지컬과 코미디 공연을 결합한 <코믹컬 드립걸즈>로도 ‘드립력’을 공인 받았고, 지난 9월부터는 공연 <홈쇼핑 주식회사>에 박미선, 김영희, 권진영 등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예능, 방송 CF, 홈쇼핑까지 섭렵할 라이징 스타 ‘나대자’ 역을 맡았다. 그는 “사람들이 진짜 ‘나대자’가 있다면 홍현희 같을 거라고 한다”면서 자신만만해했다.

<홈쇼핑 주식회사> 공연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드립걸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예전에는 관객들이 안 웃으면 왜 안 웃지? 싶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요. 공연 자체를 즐겨요. 이런 느낌 처음인데요. 빨리 공연 날이 왔으면 좋겠고, 막. 예비 남편도 “네가 이렇게 즐거워하니, 됐다”고 해요. 공연도 너무 재밌어요. 관객 참여형이고, 애드리브도 빵빵 터지고, 선물도 줘요. 꼭 보러 오세요.

내년 2월까지 장기 공연인데 부담스럽지 않아요? 공연 때문에 신혼여행도 미뤘다고요. 5000만 국민이 다 볼 때까지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어요. <드립걸즈> 땐 커플 관객이 많았는데 이 공연은 어머니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반응이 아주 좋으세요. 웃음 전파도 잘하시고. 신혼여행은 공연 끝나고 가려고요. 좀 길게 다녀오고 싶은데 구체적인 건 미정이에요.

<드립걸즈>도 그렇고 이번에도 애드리브가 많잖아요. 드립력은 타고나는 거죠? 순발력인데 타고나는 거죠. 제가 할머니, 엄마와 같이 살면서 어르신들 눈치를 많이 봤거든요.(웃음) 집안 공기가 안 좋을 때 어떡하면 기분을 맞춰드릴까 고민하면서 이른바 ‘촉’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도 생겼고. 학창시절에도 공 테이프에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라고 녹음하면서 라디오 DJ 코스프레도 하고 그랬죠. 이후 발달한 것도 있어요. (박)소현 언니와 친한데, 5년여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드립력을 많이 개발했죠. 자부심이 있어요. 공연장에서 객석을 바라보면 그날그날 연령대가 파악되거든요. 그 연령대에 따라서 다르게 할 수 있어요. 저는 대본이 있는 게 더 힘들어요. 앞으로는 모노드라마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대본 없이 관객을 대상으로 제가 이끌어 가는.

<드립걸즈> <홈쇼핑 주식회사> 둘 다 개그우먼들만 출연하는 작품이에요. <드립걸즈>는 시즌 4 때 합류했는데, 3사 개그우먼들이 모여 팀을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계속 이어가서 후배 개그우먼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도 있었고요. 출연자와 관객이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우리끼리 얘긴데’ 같은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남자 눈치 볼 것 없으니까 오히려 더 다양하고 폭넓게 이야기할 수 있고요. 관객들은 차마 못 하는 이야기들을 저희가 대신해주니까 대리만족을 하고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들었어요. 하하. 책은 많이 보는데, 끝까지 못 읽어서 문제예요. 실은 몇 장 안 봐요. 여행을 못 가면 책이라도 읽어라, 책은 늘 읽어야 하는 거라는 정도는 새기고 있어요. 제가 애드리브는 잘하는데 상상력이랄까 사고의 폭은 좁은 것 같아요. 당장의 기분이나 경험에 기반한 얘기는 잘하는데 말이죠. 나중에 아기 낳으면 책을 많이 읽혀야겠구나 싶죠.

자녀 계획은 세웠나요? 예비 남편이나 저나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상견례 때 남편이 어른들께 “하나 낳을 거면 안 낳아요. 셋은 있어야죠”라고 하는 거예요. 허허. 저는 출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어서 무섭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남편 닮은 아들을 낳고 싶어요. 영희는 벌써 저한테 엽산을 선물했어요.

상대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 그게 남녀 간 사랑의 극한인 것 같아요. 와, 소름 돋았어. 정말 그런가 봐. 이 친구가 옆에 있으면 정말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도 저 자신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고 살았거든요?(웃음) 근데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무섭고 두려워서 가지 못하던 길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저는 희극배우예요. 삶의 다양한 감정을 촘촘하게 겪으면서 살고 싶어요. 결혼, 임신, 출산, 육아도 그렇고, 당장 신혼집을 큰집으로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그거예요. 이 시기, 이때만 겪을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요. 당장은 저라는 사람이 이슈가 되지 않을지라도 차곡차곡 밟아가려고요.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 기대되는 인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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