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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알리는 목소리 임창정

2018-11-08 09:0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nhe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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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차분한 발라드 음악이 귀에 들어온다. 이번 가을에는 ‘임창정표 발라드’인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가 계절을 알려줬다. 14집 정규앨범을 출시하던 날, 임창정을 만났다.
사람마다 계절을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차분한 발라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계기로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가을에는 가수 임창정이 계절을 알렸다. 임창정의 새 노래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가 출시 첫날부터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믿고 듣는 가수’ ‘명품 발라더’ ‘가을 감성 발라드’라는 예전의 찬사를 재확인했다.

14집 앨범이 출시되던 날 임창정을 만났다. 그는 갓 나온 앨범을 손에 들고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앨범 트랙을 하나씩 들려주며 신나게 설명하는 20년 차 가수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먼저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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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남자 마음 움직이는 임창정식 발라드

세련된 느낌이다. 이른바 ‘딱 임창정 노래’ 같기도 하고. 팬이 30대 이상만 있는 건 아니다. 아들 친구들도 내 이름을 알더라. 젊은 친구들에게도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고, 늘 하던 것과 다르게 해야겠단 생각에 편곡을 달리했다. 노래도 자제해서 하려고 신경 썼다. 세련되어졌단 말 듣고 싶었다. “임창정 노래는 구성지잖아! 반 트로트고! 쿠세(습관)도 있고!” 하며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이 “어! 세련되어졌는데?” 했으면 좋겠다.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어떤 곡인가? 긴 제목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겠지만 우리가 살면서 한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목을 길게 한번 지어보고 싶었다. 줄여서 ‘하그사’라고 부른다. 긴 제목의 노래가 또 하나 있다. ‘날 버린 그녀가 요즘 연락을 한다’는 곡이다. 딱 떨어지는 제목도 좋지만 이런 (긴) 제목도 좋아한다.

가사가 주로 남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땐(사랑할 땐) 잘못해서 이렇게 됐지만 단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남자 입장에서 시간이 지나 사랑했던 한 여자에게 후회와 미안한 마음에서 건네는 말이다. (사랑할 때) 여자들은 현재가 중요하지만 남자들은 그걸 잘 모른다. 서로 사랑을 하다 시간이 흐르면 소원해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남자다. 이별을 겪고 시간이 지나야 미안했었다고 하지.

그래서인지 특히 남자 팬이 많다. 숨어 있는 여자들이 이야기를 안 하니까?(웃음) 내가 남자고, ‘너희도 이랬지?’ 하는 식이라 공감하는 것 같다.

유독 사랑 노래가 많다. 곡 쓰는 비법이 있다면?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써봤다. 그런데 인생의 무거움, 사는 이야기, 철학적인 것들을 쓰다 보면 ‘내가 뭘 안다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못 쓰겠더라. 사랑이라는 건 전문가 같은 느낌이 든다. 지인들이 사랑하고 헤어질 때도 많이 참견하는 편이다. 그런 것들을,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포함해서 가사를 쓴다. 가사를 쓰는 것과 곡을 쓰는 것은 다르다. 어떤 멜로디에 어떤 가사가 얹힐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때가 있는데, 사랑 이야기를 쓸 때 잘 어울리더라.

아내를 생각하며 쓴 곡도 있나? 있는데, 아내 이야기를 자꾸 하면 욕을 많이 먹는다.(웃음) ‘그 사람’이라는 곡이다.

‘임창정 노래는 노래방에서 부르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봤나? 노래방에서 임창정 노래 잘 부르는 꿀팁이 있다면. 여자는 남자 키로, 남자는 여자 키로. 그러면 맞다.

이번 신곡의 음역대도 굉장히 높다. 원래는 더 높았다. 곡을 쓸 때는 사실 얼마나 높은지 잘 모른다. 쓰면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르니 어렵긴 어렵더라. 녹음할 때 완창할 수 있었는데, 라이브를 해야 해서 반 키를 낮춰서 불렀다. 이번에 앨범을 녹음하면서 나 자신을 알았다. 어렵게 만드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웃음)

목소리의 변화를 느끼나? 어제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성대 결절이구나. 내가 그동안 목을 너무 함부로 썼구나’ 생각하고 병원에 갔다. 의사가 성대 결절은 아니라더라. 그 소리를 듣자마자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슬슬 목소리가 변해가기는 한다. 나이와 술 때문이 아닐까. 카랑카랑하고 몽글몽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음역을 지키는 게 힘들다. 서운하지만, 삶이 묻어 있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안심이고 한편으로 서운하고.

정규앨범 발매가 힘든 음악 환경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앨범을 내는 비결이나 이유가 있다면? 앨범을 만들 때 내 의견이 100% 반영되는 건 아니다. 소속사에서 정규로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디지털싱글을 많이 하고 싶기도 하지만, 정규앨범은 팬들에게 선물하는 의미가 큰 것 같다. 오랜 팬들이 많다. 함께 술 마시고 지내면서 지인이 됐다. 다 떠나서, 이들이 좋아하면 끝난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인정받고 싶다. 이번 앨범도 팬이었던 지인들 15명 정도 모아서 전곡을 들려주는 자리를 가졌다. 앨범 퀄리티는 어떠냐, 타이틀곡 맞혀봐라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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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보니 더 좋은 제주도
집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정규앨범 작업

이번 정규앨범은 임창정의 제주도 집 3층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작곡가 멧돼지(박성수)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서울에서 지낼 때보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생겨서인지 음악적 완성도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제주도로 이사한 그는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꿈꾸던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제주 살이를 결심한 계기는?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서 내려갔다. 스무 살 때 처음 가보고, 공연 때 다니면서 ‘언젠간 이곳에 와서 살아야지’ 생각했었다. 괌, 하와이, 로마 등 살고 싶은 곳이 많지만 실제로 살 수는 없지 않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주도를 선택했다. 비싼 집은 아니지만 집 한 채를 장만했다. 타운하우스에서 소소한 삶을 살고 있다.

살아보니 어떤가? 너무 좋다. 제주도로 여행 갔다가 서울 올라올 때 비행기 안에서 제주국제공항을 바라보며 ‘또 일하러 가는구나. 언제 다시 오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지금은 제주공항을 보든 김포공항을 보든 집에 간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다. 서울에 살 땐 해수욕장에 가려면 계획을 세워야 가능했다. 등산을 하고 싶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바로 한다. 언제든 해수욕장에 가서 수영할 수 있고, 산에 가고 싶으면 한라산에 간다. 마트에 가는 일상이 아름다운 제주 길을 드라이브하는 것이다.

음악적 영감도 얻나? 서울에서 살 때는 일이 계속 생겼다. 항상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바쁘게 치이면서 살았다. 제주도에서는 멍 때리고 있을 때가 많다. 무언가 하는 일에 대해서 끄집어낼 여유가 있다.

앨범 작업도 제주도에서 했다고 들었다. 서울에 있는 악기를 다 들고 가서 집 3층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앨범 작업 속도가 안 나서 멧돼지(박성수)가 제주도로 내려와 함께 작업했다. 제주도 작업실에서 만든 첫 노래가 타이틀곡이 됐다. 제주도에서 작업하다 보니 완성도가 좋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대충 마무리한 부분을 제주도에서는 더 듣고 만들게 되더라.

아이들 근황도 궁금하다. 첫째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사춘기가 지난 것 같다. 너무 착하다. ‘어떻게 나에게서 저런 놈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착하다. 꿈이 확고해서 선수처럼 열심히 한다. 둘째는 심각한 질풍노도의 시기다. 4학년인데 “아빠가 뭘 아느냐”고 대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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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넘나든 원조 엔터테이너
제2의 임창정 발굴하는 것이 목표

임창정이 대중에게 얼굴을 내민 시간은 올해로 꼭 28년이다. 가수뿐 아니라 연기, 예능까지 섭렵하면서 원조 엔터테이너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는, 늘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외식 사업에도 열심인 그는 후배들을 위한 제작자로서 꿈도 가지고 있다.

장르를 넘나들면서 꾸준하게 활동한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체력이 좋다. 늘 하는 일이라서 숙달이 되기도 했다. 요즘엔 사업도 하다 보니 처음으로 ‘밥 먹을 시간이 없구나’ 생각했다. 하루 12개씩 스케줄을 소화할 때도 밥은 먹었는데, 그때도 바쁘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요즘은 차 안에서도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가수, 배우, 사업가로 바삐 살아가는데 비중은 어떻게 두나? 그때그때 다르다. 지금은 방송하고 노래하는 시기다. 드라마는 내년에 들어갈 것 같다. 휴먼 멜로와 코믹, 음모, 반전으로 끝나는 작품인데 시놉시스만 나와 있는 상태다. 콘서트 계획도 있다. 11월 24일 광주에서 시작한다. 20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활동했다. 임창정은 무엇이 변했고, 변하지 않았나. 목소리가 변했다. 가사를 쓸 때 접근하는 입구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지금’을 썼다. 갓 이별한 내용, 사랑했던 두근거림, 너무 힘든 상태 등. 지금은 앞으로 있을 것을 말한다. 뒤에서 어딘가에서 아련하게 한 번쯤 생각했을 수 있는 나의 전부였던 사람. 그게 가장 달라졌다.

가수 활동 20년에 접어들었다. 하고 싶은 음악을 다한 것 같나? 많이 한 것 같다. 장르를 바꿔서 록을 하지 않는 이상,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했다고 본다. 음악 스타일을 바꿔서까지 새로운 노래를 들려줄 능력은 없다. 나는 여기까지고, 뭔가 더 보여주고 싶으면 후배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제작자로서 꿈도 있나? 조만간 후배를 만들 생각이다. 아이돌을 보면서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내가 임창정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마 많이 힘들어하다가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그냥 평범한, 노래 잘하는 순댓국집 사장이 됐을 수도 있겠지. 데뷔 전 오디션에서 500번 넘게 떨어졌다. 그때 모욕감을 줬던 심사위원 말이 “너 같은 놈들 때문에 경쟁률이 세진다”는 말이었다. 그때 날 잡아준 사람이 있다. 학원의 실장님이다. “넌 잘하는 사람”이라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해서 영화 <남부군>에 출연하게 됐다. 혹시 있을 그런(나 같은) 아이들을 찾고 싶다. 큰 기획사에 가서 뽑히지 못한 ‘진주’를 찾아 다듬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들이 스티비 원더가 될지 송강호가 될지 모르지 않나. 2등도 멋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 인간 임창정의 목표는?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목표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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