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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남의 외출 주병진

2018-09-10 10:02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조병규, (주)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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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이 뮤지컬 <오! 캐롤>의 주연 배우로 출연한다. 데뷔 41년 만의 새로운 도전이라 더 의미 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위트와 친화력을 가진 MC 허비 역할.
도전을 즐기는 주병진은 완벽한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기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브라운관에서 주병진의 몸짓은 크지 않다. 의상도 캐주얼보다는 깔끔한 양복을 선호한다. 정갈한 헤어스타일도, 체격도, 매너 좋은 말투도 늘 그대로다. 데뷔 41년 차, 젠틀하고 매너 좋은 MC로 불리는 그는 변함없는 이미지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랬던 그의 최근 행보가 조금 파격적으로 달라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몸짓이 크지 않던 그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곡으로 이루어진 <오! 캐롤>. 2005년 미국 초연 이후 흥행가도를 달리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새롭게 각색해 초연했다. 해외 수출 등으로 흥행했고,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1960년대 미국 휴양지 마이애미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만난 6인의 주인공을 둘러싼 러브스토리다.
 

두렵지만 마지막 도전
싱글남 역할이라 싱크로율 높아

8월 16일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는 주병진은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답게 기분 좋은 설렘을 즐기고 있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뮤지컬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연습 후일담 등을 편안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들려줬다. 

“뮤지컬이라는 거대한 산이 갑자기 다가왔을 때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주체를 못 했습니다. 감히 엄두도 못 냈고, 이게 어떤 상황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활동해온 세월이 이번 뮤지컬 공연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고, 출연에 응하게 됐습니다.”

데뷔 41년 만의 첫 뮤지컬 데뷔여서인지 주병진은 부담감을 먼저 언급했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분야인지라 당황스러웠다고. 그러나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그동안 방송을 통해 쌓아온 경험들이 공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 과정도 있었다.

“어쩌면 제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산에 도전하려는 기회가 주어진 것일지도 모르죠. 마지막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데뷔 41년 만의 뮤지컬 출연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평소 말끔하고 얌전한 이미지의 주병진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이 쉽게 상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에 부담감이 커요. 심리적으로 굉장한 압박이죠.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말씀드린 것은, 목표 설정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실패하면 마지막이 될 것이고, 성공하면 시작이 될 것이라는 의미예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도전도 의미가 있지만, 뮤지컬 <오! 캐롤>이라는 작품에 대한 유혹도 컸다. <오! 캐롤>은 리드미컬하고 친숙한 음악으로 ‘행복을 들려주는 주크박스’라는 찬사를 듣는 작품이다.

“보고 나오면 숙연해지고, 가슴이 먹먹하고,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 뮤지컬 작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 캐롤>은 공연을 보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힐링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아요. 뭔가 밝고 가벼워진, 인생이 조금 더 환해지게끔 도와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밝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 <오! 캐롤>을 선택했습니다.”

6인의 주인공 중 주병진이 맡은 역할은 MC 허비 역이다. 리조트 주인인 에스더를 한결같이 사랑하며 그녀 곁을 지키는 리조트 쇼의 MC다. <주병진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명MC 자리를 지켰던 그인지라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살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상을 받기도, 여러 문제와 부딪히기도 하면서 살아왔어요. <오! 캐롤>의 허비 역할이 이런 제 삶과 직결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에스더를 향한 열정과 사랑,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하고 감춰온 오랜 세월…. 허비도 싱글이에요. 응어리진, 가슴속에 든 많은 것을 뿜어내지 않고 살아온 삶이 저와 흡사하지 않나 생각해요. MC 역할이라서 많은 부분이 저와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처음 이 역할을 받아들고, 따로 해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실제 본인의 삶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음악에 푹 빠져 매 시간 즐거운 연습 
라디오에 음악 사연 보내며 가수 꿈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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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보내고 있다. 평생 해온 방송과는 다른 뮤지컬 특유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있다. 연습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고 했다.

“방송할 때는 조금 더 개인주의에 가까워요. 내가 잘 못 하더라도 남이 잘하면 상당 부분 만회되는 부분도 있고요. (방송 출연을 앞두고) 연습하거나 실행에 옮길 때 혼자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은 것은 뮤지컬을 연습하는 매 순간이 즐거워요. 출연자들끼리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다른 분야도 곁눈질로 봐온 적이 있지만,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잘하고 싶은) 욕구, 의지가 생기는 작업은 뮤지컬 공연이 처음인 것 같아요. 뮤지컬을 사랑하게 됐고, 작업 과정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인생에서 음악은 중요하다. 지난 6월 말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그는 숨은 노래 실력을 보여 화제가 됐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도 나갔었고, 명동 음악감상실 ‘쉘부르’ 오디션에 참가해 데뷔 전부터 이미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데이트할 때도 음악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음식점이나 카페에는 가지 않았죠. (음악이 좋아야)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거든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서 음악을 신청하고 기념품을 받았던 추억도 있어요. 처음 뮤지컬 제안을 받았을 때도 음악을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과연 자신이 과연 성악을 전공한 다른 뮤지컬 배우들만큼 관객을 압도하는 노래 실력을 흉내나 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그러나 도전하겠다고 한 이상 노력과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다행히 연습하면서 노래가 느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노래를 자꾸 하니까 조금씩 늘어요. 그런데 이건 저만의 생각이지 남들이 봤을 때 무대에 설 만한 실력을 갖췄느냐는 아니에요. 저로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성악식 발성이 아닌 일반 가수의 발성으로 노래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뮤지컬은 특성상 연기까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는 더욱 많은 땀을 흘렸다.

“멜로디도 외워야 하고, 가사에 감정도 넣어야 하고 힘들더라고요. 방송처럼 무대 앞에 노랫말을 써놓으면 안 되나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머릿속에 가사를 넣고 나니까 그 곡에 맞는 동작이 필요하더라고요. 손을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이다 보니 가사가 또다시 머릿속에서 지워졌어요.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그걸 묶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에 사람이 바뀔 때마다 호흡이 달라져요. 굉장히 혼란스러운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1959년생으로 올해 육십이다. 발성 연습이 녹록지 않다는 말이다. 발성 선생님의 특별 지도를 받으면서 노래를 하나씩 습득하는 중이다. 주병진은 “실력 없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실력은 없지만 뮤지컬 배우라고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말이에요. 제가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갖고 있는 마음이 ‘밥값을 하자’는 거거든요. 이번에도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으로 들리는 노래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그는 얼마 전 평양냉면집을 오픈해 화제에 올랐다. 과거 아이스크림, 속옷 등으로 사업 수완을 발휘했던 그가 작년 12월 서울 마포구에 평양냉면집을 오픈했는데, 올해 남북정상회담에 평양냉면이 등장하면서 특수를 맞아 이른바 대박이 났다. 끊임없는 도전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주병진은 연예계 대표적인 싱글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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