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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어른’ 조민수

2018-08-02 09:41

취재 : 김수정 (TV리포트 기자)  |  사진(제공) : 엔터스테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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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수가 내뿜는 카리스마는 데뷔 30년 차를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흔들림 없다.
배우 조민수의 도회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은 드라마 <모래시계>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해피투게더>, 영화 <피에타> 등 그의 수많은 대표작으로 기억된다.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에서 조민수가 보인 존재감 역시 막강하다. 그가 연기한 닥터 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윤(김다미)를 쫓는 인물. 조민수는 <마녀>의 세계관을 관객에게 설명해주는 내레이터이자 매력적인 악역으로 기능해야 하는 닥터 백을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닥터 백은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남자였죠. 워너브라더스에 제가 참 좋아하는 (투자배급팀) 변승민 씨라는 친구가 있는데, 제가 영화 들어갈 때마다 항상 물어보는 친구거든요. 그 친구가 박훈정 감독에게 ‘닥터 백을 여자로 바꾸면 어떨까?’라고 물어보면서 다른 여배우들 이름을 댔더니 감독이 ‘에이, 안 해’ 했대요. 그러다 제 이름을 툭 던지니 단번에 좋다고 했다니. 제가 참 인복이 많다 싶었죠.(웃음)”

닥터 백은 <마녀>에서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뇌 분야 최고 권위자인 그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살인병기 아이들을 탄생시켰다.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 이야기를 현실의 땅으로 끌고 온 장본인이 바로 조민수였다. 걸음걸이 하나까지 철저한 계산하에 연기한 그는 자칫 빤할 수 있는 악역을 지겹지 않게,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첫 등장 걸음걸이부터 시작했어요.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를 날리라고 병신 새끼들아’라는 그 첫 신에서 닥터 백의 기초가 구축돼야 했어요. 다짜고짜 성질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또각, 또각 걷는 그 몸의 움직임이 곧 닥터 백이라고 봤어요. 설명하는 대사가 참 많았는데 지겹지 않게 호흡을 끌고 가는 게 관건이었죠.”

조민수는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부터 인물의 감정에 빠져든다. 그 몰입의 순간을 뜨개질을 하며 보낸단다.

“손으로는 단순 작업을 하면서 머리로는 무수히 많은 생각을 정리하죠. 무료하게 있는 것보다 낫지 않나요. <마녀> 때는 목도리를 떴는데, 나중에는 목도리가 엄청나게 길어져서.(웃음) 기다림이 길었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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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를 끊임없이 버려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

데뷔 33년 차. 조민수는 연기를 오래 해서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편안한 앵글, 그럴싸한 연기 요령이 늘어난다고.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선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끊임없이 버려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란다.

“자기도 모르게 편한 연기만 하거든요. 저는 요령이 느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걸 버려야 해요. 자꾸 버려야 해. 카메라가 어떤 게 좋은지, 앵글이 어떤 게 좋은지 몰라야 해. 하지만 이 버려내는 작업이 쉽진 않아요. 캐릭터를 하나 만드는 게 참 어렵거든요. 사무실에 가만 앉아 1, 2, 3 목차 써가며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과정이 제겐 매번 새로운 도자기를 굽는 것처럼 힘들어요. 도자기를 구웠다면 장인이 됐을 텐데 말이죠. 연기는 문화재가 될 수 없잖아요. 왜?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니까요.”

<마녀>는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의 컴백작이다. 조민수는 배우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도 어색하지 않으려면 공백기를 건강한 마음으로 잘 보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이 오랜만에 나오면 어색하단 말이죠. 얼굴이 묘하게 달라져 있기도 하고요. 공백기가 카메라를 잘 맞이할 준비 과정이기도 해요. 배우는 늘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쉬는 기간이 불행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 시기를 성장의 시기로 생각하고 마음 편히 잘 보내야 해요. 저는 등산도 가고, 그림도 그리고, 꼼지락꼼지락 뭔가를 만들기도 하고. 최대한 불안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그는 영화 현장 안팎으로 ‘멋진 어른’이다. 생각과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일이 끊긴 후배 독립영화인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준 것은 물론, 촛불집회에 매번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민수는 블랙리스트 후배 영화인들을 도운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 치며 “나보다 더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분 많다. 쑥스럽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저는 정치 잘 몰라요. 직업인 연기도 잘 모르겠는데 정치는 더더욱 모르죠. 그런데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세월호는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거예요. 화가 나더라고.(눈물) 세월호를 모티프로 한 디아크의 <빛> 뮤직비디오가 있다길래 출연했죠. 어른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가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미국에 사는 조카가 ‘친구들이 너희 나라에서 슬픈 일이 일어났다며?’라며 <빛>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이에요.”
 
그는 <마녀>의 현장에서도 든든한 선배였다. 나이가, 연기 경험이 많다고 괜한 훈계나 조언을 건네지 않았다. 대신, 후배가 편한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데 열중했다.

“신인들은 헷갈려 해요. 조언을 해줘도 소화 능력이 부족하거든요. (김)다미가 혼돈이 올까 봐 조언이나 제 생각을 섣불리 말하진 않았어요. 다미가 제게 조언을 구해오면 ‘나한테 묻지 마. 감독님한테 가서 물어봐. 다른 사람 얘기 듣지 마’라고 했어요. 대신 저는 현장 분위기만 좋게 만들어줬죠.”

조민수는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연출자라고 했다. 그는 박훈정 감독에 대해 “엄청난 융통성을 지닌 선한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좋은 사람이에요. 물론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을 많이 타긴 하죠. 그가 만든 영화는 잔인하고 세지만 사람은 정말 선해요. 쉬는 시간마다 꼭 막내까지 챙기며 먼저 가서 말 걸고.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박훈정은 정말 선한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고민이 있어 말하면 아낌없이 함께 고민해주고요. 선장이 그러니 현장이 좋을 수밖에 없죠.”
 
4년 만에 복귀한 조민수는 영화 <마녀>의 현장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선한 기운의 박훈정 감독과 이야기가 통하는 배우들, 괜한 기싸움 없는 분위기까지. 여성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도 오랜만이었지만, 이토록 융통성 있는 현장도 오랜만이었단다.
 
“박훈정 감독이 중사 출신이잖아요. 얼마나 규칙적인 사람이겠어요. 박훈정 감독이 쓰고 만든 영화들은 다 상상력에서 나온 거라니까요. 원래 현실을 많이 경험해본 사람은 그 상상력에 발목 잡히거든요. 연애를 제대로 안 해본 사람이 연애의 바닥까지 그릴 수 있거든요. 박훈정 감독이 딱 그래요.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조민수에게 인생에서 꼽을 만한 현장을 묻자 고(故) 김종학 감독의 SBS 드라마 <모래시계>라고 답했다. 조민수의 인생작이기도 한 <모래시계>. 그는 고 김종학 감독을 떠올리며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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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만 버틸 수 있었던 필름 시절

“김종학 감독님 현장에서 진짜 멋있거든요. 감독 같은 감독, 이 시대 마지막 드라마 감독이에요. <모래시계> 때 장례식 장면을 원 신 원 컷으로 찍는데 컷 소리가 나고도 감정이 안 멈추더라고요. 너무 울어서 죽을 듯 숨이 넘어갔어요. 그때 김종학 감독님이 제 어깨를 툭 치시며 ‘더해’라고 하시곤, 스태프들에게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철수’라고 하시는데. 그 순간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아요. 감독님의 ‘철수’ 소리와 함께 조명, 카메라 스태프들이 한 명, 한 명 사라지고 저 혼자 남아 울었죠. 연기자로서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라는 뜻이었어요. 그런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눈물)”

그 시절이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모든 게 빠르고 편한 디지털이 아닌 프로들만 버틸 수 있었던 필름 시절이.

“한번은 드라마 작가님한테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 장면을 컷, 컷 나눠서 쓰느냐고. 작가들은 그렇게 안 쓴대요. 배우들이 긴 호흡의 연기를 버거워한대요. 감독들도 마찬가지고요. 영화도 똑같죠. 요새 콘티를 볼 줄 아는 감독이 몇이나 될까요? 확신 없이 앞으로 찍고, 옆으로 찍고, 뒤로 찍고, 위에서 찍고. NG 낼 때마다 돈 나가는 소리가 들렸던 필름 시대, 동시녹음 시대가 조금은 그리워요. 그땐 모두 프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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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수짱짱걸  ( 2018-08-14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조민수님 개인적으론 피에타 이후로 오래간만인것 같아요. 그동안 사정이 있어서 미디어를 접하지 못해서...드라마 해피투게더 전부터 팬이었습니다. 영화 마녀 잘 봤구요. 비중이 약간 아쉬웠지만 2탄 기대 해 볼게여.
앞으로도 많은 활동 바랍니다. 화이팅!
  박혼정  ( 2018-08-07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2   반대 : 0
조민수니까 박훈정감독이 ㅇㅋ했겠지.
연기구멍1도없는 배우
  난오이  ( 2018-08-03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8   반대 : 2
반가워요! 민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