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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먼저 할까요’ 김선아

2018-06-07 09:50

취재 : 손효정 (TV리포트 기자)  |  사진(제공) : 굳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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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선아(45)는 매 작품을 끝내고 나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러나 <키스 먼저 할까요>를 마치고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후련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끝이라는 실감이 안 났기 때문이다. 드라마 종영 이틀 뒤에 만난 김선아는 이날 새벽에도 감독에게 촬영 장소를 묻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만큼 <키스 먼저 할까요> 그리고 그가 맡은 캐릭터 안순진은 김선아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여인의 향기> 김선아가 멜로퀸으로 돌아왔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를 통해 감우성과 가슴 시린 로맨스를 펼친 것. 근 몇 년간 어두운 작품을 한 김선아는 드라마 제목만 보고 선택한 <키스 먼저 할까요>가 밝은 드라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안순진을 연기하면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김선아의 지인들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제일 불쌍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선아는 안순진을 연기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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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멜로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김선아와 감우성 주연의 <키스 먼저 할까요>는 어른 멜로 드라마다.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 두 남녀의 슬프면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시청자를 적셨다. 안순진과 혼연일체의 연기를 펼친 김선아. 그러나 정작 김선아는 극중 안순진과 손무한의 감정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면서 “어른 멜로라서 그런지 어려웠다. 나는 철이 안 들었구나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감정의 깊이가 이전 작품들보다 깊은 것 같아서 어려웠다. 별거 아닌 말을 별것처럼 얘기하는 게 많았다. 남녀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이해가 깊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궁금하면 연인에게 물어보는데, 순진이와 무한이는 궁금해도 안 묻더라. ‘왜 안 물어보고 넘어가는 거지?’ ‘이 여자는 마음이 넓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프러포즈를 하면 ‘프러포즈 왜 했어요?’라고 물어볼 텐데 ‘왜’라고 묻지 않았다. 서로에게 질문하는 게 없다고 봤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가져가려고 하는 것들이 많아서 약간 통달한 사람들 같았다. 어른 얘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 아직 먼 것 같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사랑 이야기를 넘어 생과 사를 얘기하는 드라마였다. 먼저 안순진은 딸이 세상을 떠난 후 자살 기도까지 했다. 그때 그녀를 살려준 남자 손무한, 6년 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손무한은 딸을 죽게 만든 젤리 광고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안순진은 손무한에게 복수를 다짐하지만, 사랑을 이기지 못했다.
 
더욱이 손무한은 시한부였다. 끝이 보이는 상황이지만, 안순진과 손무한은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의지가 넘쳤다. 서로 상처를 위로해주며 다가오는 마지막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키스 먼저 할까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손무한과 안순진이 아침을 맞는 모습을 그리며 이후 이야기는 시청자 판단에 맡겼다. 김선아는 결말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순진이와 무한이가 어떤 아침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일 불안에 떨며 눈을 떠야 한다. 먼저 일어난 사람도 상대방의 생사를 확인해야 하고… 두 사람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아침인데, 그 순간이 지나가면 또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너무 평범한데, 사실 평범하지 않은 하루인 것이다. 두 사람이 나누는 ‘굿모닝’이라는 인사가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아서 좋았다.”
 
김선아에게 ‘시한부’라는 소재는 낯설지 않다. 앞서 김선아는 SBS <여인의 향기>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인을 연기하며 이동욱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선아는 그때를 회상하며 “차라리 내가 시한부인 게 낫더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연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처음 무한이의 시한부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남을 간병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아픈 게 나은 것 같다. <여인의 향기> 때 (이)동욱이가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연기인 것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멘붕’이 오는 순간도 많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를 찍으면서 삶의 의미를 많이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김선아에게 실제로 시한부 환자가 되면 어떨 것 같으냐고 질문했다. 김선아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남자친구든 가족이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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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선배님 채찍질의 자극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선아.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된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의 색깔로 표현해내기 때문.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 <품위 있는 그녀>의 박복자에 이어 안순진으로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선아가 <키스 먼저 할까요>를 하게 된 계기는 특별했다. <품위 있는 그녀>의 여운으로 마음 한켠이 쓸쓸하고 외롭던 김선아에게 초롱불처럼 다가온 작품이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종이 한 장을 보고 결정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했을 때 책을 주신 PD 언니가 계시다. 그분이 작품을 하나 주시더라. 그때 마침 오후 6시쯤이었는데, 카페 전등에서 나온 불빛이 종이에 떨어졌다. ‘키스 먼저 할까요’라는 일곱 글자를 보는데 심장이 뛰더라. 아무 내용이 없었는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하더라도 잘 안 될 때가 있고, 모르고 하더라도 될 때가 있다. 그냥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김선아는 ‘다작 배우’는 아니다. 1년에 한 작품 정도 한다. 2012년 <아이두 아이두>와 2015년 <복면 검사> 사이에는 3년의 공백기도 있었다. <품위 있는 그녀>도 2016년부터 2017년 초까지 찍은 작품이다. 방영이 늦어지면서 <키스 먼저 할까요>로 쉴 틈 없이 일한 것같이 보인 것. 김선아는 공백기에 대해 언급하며 연기에 흥미를 잃었던 때가 있었다고 솔직 고백했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쉬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빨리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몇 년 동안 연기가 재미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재미없을 때가 있지 않나. 뭘 해도 안 될 때가 있었는데,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까 그래도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현장에 가면 선배님들도 계시니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아직도 ‘감이 떨어졌나’ 이럴 때가 있기는 하다.”
 
김선아는 <품위 있는 그녀>부터 연기의 결이 달라졌다. 어른 이야기를 농익은 연기로 펼치며, 40대 여배우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선아는 최근 미용실에서 만난 김남주에게 “선배들이 일해주시기에 후배들도 설 자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김선아는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배우들의 대모 나문희에게 특히 고마움을 전했다.
 
“저에게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계신데 바로 나문희 선생님이다. 선생님에게 한 번씩 전화가 온다. 이번 작품을 하기 전에도 전화를 주셔서 ‘쉬지 말고 계속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왜 작품 계속 안 하니. 해야 해’라고 하시더라. 촬영 중간에는 칭찬해주시면서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많이 하라’고 하셨다. 몇 년 전에는 편지도 써주셨다. 선배님 중에 진심을 담아서 생각해주시는 분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정말 감사하고 덕분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김선아는 <품위 있는 그녀>부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일의 즐거움을 다시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즐겁게 살자고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일단 놀려고 한다.(웃음) 예전에는 드라마 하나를 끝내면 ‘진짜 놀아야지’ 했는데 지금은 작품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하는 것이 재밌다. 다음 작품이 또 좋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니까. 원래 인간이 다중이(다중인격)다 보니 투덜거리다가도 지나가면 후회하고,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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