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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우가 말하는 #국민연하남 #군대 #연애

2018-05-08 18:35

취재 : 손효정 TV리포트 기자  |  사진(제공) : TV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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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originator)’의 가치는 영원불멸하다. 수많은 배우 가운데 ‘원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면 매우 특별한 일일 것. 올해 서른다섯 살의 배우 지현우에게는 ‘원조 국민 연하남’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지금은 트렌드가 된 연상연하 커플. 그 봉오리를 14년 전 그가 터뜨렸다.
2004년부터 2005년, 지현우는 KBS2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국민 연하남’이 됐다. 큰 키에 살인미소를 장착한 지현우는 비주얼로 먼저 그리고 심쿵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가 극중 맡은 지PD는 일할 때는 까칠하지만, 사랑하는 그녀 최미자(예지원)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남자. 한번 빠지면 못 헤어 나온다는 이른바 ‘츤데레’의 정석이었다.

2008년 SBS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최강희의 사랑스러운 연하남이 됐다.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우린 동갑이나 마찬가지예요”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어디 이뿐이랴. 지현우는 <오버 더 레인보우> <메리대구 공방전> <천하무적 이평강> <부자의 탄생> <천 번의 입맞춤> <인현왕후의 남자> 등에 출연하며 로맨스 드라마 전문 배우로 자리 잡았다. 청춘의 얼굴로 시청자를 웃고 울리고, 떨리게 만들었다.

그런 지현우가 군대를 다녀온 후 180도 변했다. 29세에 입대해 31세가 되어 돌아왔다. 진중해진 지현우는 작품을 보는 눈도 변했다. MBC <앵그리맘>을 시작으로 JTBC <송곳>, SBS <원티드>, MBC <도둑놈, 도둑님>까지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앞으로 바뀔 수 있겠지만, 클라이맥스는 영화 <살인소설>로 찍었다. ‘국민 연하남’으로 뭇 여성을 설레게 하던 지현우는 왜 달라진 것일까.
 
 
<살인소설>, 정치 관심 많아져…

지현우 주연의 영화 <살인소설>은 보궐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들른 별장에서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를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24시간을 긴박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 서스펜스 스릴러다. 해외 영화제인 제38회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품이다.

<살인소설>은 정치 풍자 영화지만 무겁지만은 않게 그린 블랙코미디다. 지현우는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에 계속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타이밍인 것 같다”고 말했다. “톱배우가 아닌 이상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언제 작품을 하고 편성될지 기약이 없다”면서 “우연히 연속적으로 그런 작품들이 들어왔다. <송곳>은 <앵그리맘> 촬영할 때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해보고 싶어서 했는데, <송곳>을 하고 나니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오더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인 작품에 출연하면 인식의 변화도 일어난다. 지현우는 <살인소설>을 찍으면서는 정말 몰랐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영화 속 모습이 현실이라는 점이 씁쓸하다면서 6월 지방선거 때 꼭 투표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 당당하게 을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력이 투표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현우가 영화에서 연기한 순태는 속을 알 수 없는 소설가다. 역할 특성상 지현우는 엄청난 양의 내레이션을 소화했다. 그는 <살인소설>이 지금까지 연기한 작품 중 대사가 가장 많았고, 제일 열심히 연기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자신의 내레이션을 녹음해서 중얼거리고 다녔고, 이를 본 오만석은 감탄했다. 지현우라는 배우가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인지 몰랐다고.

그동안 지현우는 선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많이 연기해왔다. 때문에 <살인소설> 속 섬뜩하고 의뭉스러운 지현우는 이전과 연기의 결이 다르고, 변신을 꾀했다. 연기 변신을 위해 해당 작품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저는 어떤 비전을 갖고, 이런 이미지를 보여줘서 이런 배우가 되어야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순태는 기존에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도전해보고 싶었고, 연기한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지현우에게 <살인소설>은 <미스터 아이돌> 이후 7년 만의 영화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영화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는 티켓 파워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연하남 이미지가 있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 작품을 많이 했다. 특히 요즘 장르물이 많이 나오지 않나. 영화 쪽에서 지현우라는 배우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보통 배우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지현우의 꾸밈없고 솔직한 성격이 가늠됐다.

사실 지현우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는 사람으로서는 모르지만 배우로서는 쉽게 쉽게 가는 법이 없다. 마음에 드는 연기를 하고 싶지만 현재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는 촬영 테이크를 여러 번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 드라마를 찍으면서 눈치를 봐야 했던 지현우는 영화를 찍으면서 압박감에서 비로소 해소됐다.
“<살인소설>을 찍을 때는 정말 좋고, 행복했다. 드라마 현장에서 제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 한 번만 다시 갈게요’다. 시청자분들한테 보여야 하는 부분이고 퀄리티 있게 나와야 하니까.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죄송할 일인가 생각도 든다. <살인소설>을 찍으면서 ‘시간 없으니깐 넘어가자’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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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전후로 나뉘는 배우 인생

지현우에게는 다른 배우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바로 대본의 모든 대사를 필사하는 것. 자신 것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모두 직접 쓴다. 그의 우직함에 주변 동료들까지 놀랄 정도. 지현우는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배우를 하기 전에 음악을 했고, 기타 연주를 했었다. 하루에 8시간씩 똑같은 것을 연습한다. 연주를 느리게도 했다가 빠르게도 했다가 하다 보면 자기 속도를 찾게 된다. 연기에서는 대사를 템포라고 치면, 그 템포를 조절할 수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러한 지현우의 습관은 군 전역 후 30대가 되면서 생긴 것이다. 20대 때는 자신의 대사만 썼다고. 지현우는 군대 전후로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20대에는 진중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할 말 다 하고, 진짜 말 그대로 요즘 청춘 같은 느낌이었다. ‘왜요? 왜 안 되는데요? 뭐가 문제인데요? 제가 할게요’ 했었는데 서른이 넘어서는 그게 안 되더라”고 설명했다.

군대 생활이 왜 그를 달라지게 했을까. 촬영 현장에서는 어린 축에 속하던 지현우. 군대에 가니 그는 어린 나이가 아니었고 연장자였다. 역전된 상황에서 지현우는 깨달음을 얻은 것. “선임부터 나이가 어린 분들이 대부분인데 군대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있어도 얘기를 못하고, 월급도 10만원을 받다 보니까 사람이 작아지더라. 주말이면 위병소 정문에서 통닭을 시킬 수 있었다. 애들한테 사주고 싶어서 통닭을 몇 마리 사주는데, 교정해서 속도가 느리지 않나. 오픈하면 애들이 먹어서 다 없어지고 화를 내고 싶어도 못 냈다. 사람이 되게 작아지는 것 같다.(웃음)”

사람 자체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연애 스타일도 달라졌다. 결혼도 아직 먼 이야기인 것만 같다. 지현우는 “20대 때는 모든 면에서 겁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뭔가를 이렇게 하면 되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에는 겁이 많아졌다. 겁이 많아져서인지 연애 감정은 잘 안 생긴다”면서 “일 욕심이 커지고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해야 하나. 혼자 있는 시간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현우의 취미는 TV 시청이다. 특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는 요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꽂혀 있다고. 새로운 국민 연하남으로 떠오른 정해인을 보면서 지현우는 “옛날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장르가 비슷한 로코 드라마이기 때문. 지현우는 무엇보다 드라마가 주는 설렘이 좋다고 했다.

“내가 배우를 하는 이유이자 목표가 아닐까 싶다. 한 편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것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란 드라마에서 그 둘이 하는 행동만으로 모든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감정이 들지 않나. 그런 걸 해주고 싶은 게 배우라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싶다.”

‘국민 연하남’으로 20대를 살아온 지현우. 30대에는 어떤 이름을 갖고 싶을까. 지현우다운 답이 돌아온다. 생각해보거나 바라본 것이 없다고. 지현우를 보면 배우로서, 스타로서 욕심은 없어 보인다. 다만, 연기자로서 연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느껴진다. ‘국민 연하남’으로 여성들의 워너비였던 그가 전 세대와 소통하는 배우가 된 까닭 아닐까.

“구축하고 싶거나 원하는 이미지는 따로 없다. 단지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부모님들은 극장에 잘 안 가시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극장에 가기 힘들다. 그런 분들에게 좋은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고, 영화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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