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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눈시울 붉힌 '흥부' 정우

2018-03-09 09:56

진행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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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때로 긴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고 김주혁의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흥부>를 함께한 정우, 그가 전하는 진심.
스크린 속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생생했다. 금방이라도 스크린 밖으로 나와 환하게 웃을 것만 같았다. 김주혁의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흥부> 속 고인의 모습은 그랬다. 세상을 떠난 지 4개월이 흘렀지만, 영화에 또렷이 남은 김주혁의 모습은 그의 부재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김주혁과 함께 <흥부>의 주연을 맡은 정우를 만났다. 고인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감하며 연기했던 터라 영화 개봉과 함께 이어지는 인터뷰 일정은 분명 소화하기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터. 정우는 ‘김주혁’이란 세 글자를 언급하는 순간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김주혁 선배님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요.” 

<흥부>가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정우가 내놓은 답이다. 답변 전 이어진 긴 침묵에서 세상을 떠난 선배에게 행여 누가 될까 단어 하나도 고르고 고르는 진심이 느껴졌다. 매 순간 진실되게, 정우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리운 이를 추모했다.
 

때론 능청스럽고, 때론 격정적인
‘정우표 흥부’의 탄생

2월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흥부전>을 재해석해 만든 영화다. 정우가 맡은 연흥부는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타고난 재주를 지닌 ‘천재 작가’다. 그런 흥부가 가난한 백성들의 지도자 조혁(김주혁 분)을 만나 <흥부전>을 집필하면서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다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 이 영화에서는 기존 <흥부전>의 흥부와 180도 달라진 ‘정우표 흥부’를 만날 수 있다. 
 

영화 <흥부>는 어떤 점이 끌려 선택했나요? 캐릭터가 흥미로웠어요. 누구나 흥부를 알고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흥부전>을 보기도 듣기도 해왔고. 그런 흥부 캐릭터에 반전 아닌 반전을 준 게 매력으로 다가왔죠. 흥부라는 두 글자가 주는 매력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고민이 많았죠. 영화를 혼자 끌어갈 용기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들, 특히 김주혁 선배님이 함께 하신다는 얘길 듣고 용기 내서 도전했어요.

연흥부의 모습이 잘 표현된 장면이 있나요? 아무래도 글 쓰는 모습이 아닐까요? 가장 흥부다운 모습인 것 같아요.

직접 붓글씨를 쓰는 장면도 많던데 따로 연습을 했나요? 서예 교실에 가서 선생님이 글씨 쓰시는 모습을 보고 따라 써보기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그랬어요.(웃음)

연흥부는 능청스러운 면도 있더군요. 그런 부분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워진 작품의 숨통을 열어줬다는 생각이 들고요. 관객들이 부담 없이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아서 초반에 흥부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반부턴 감정이 격해지니까요.

촬영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뭔가요? 감정의 폭이 넓은 캐릭터여서 그걸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고민이 많이 됐죠. (캐릭터 감정 변화의) 이유와 명분을 찾아야 하니까. 이유를 찾아야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과 확신이 생겨서 나아갈 텐데 그걸 찾는 게 고민스러웠어요.

그래서인지 연기하며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요. 극복한 건지 아닌지는 관객 분들이 판단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극복하지 못했다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웃음)
 

신 스틸러
정진영, 천우희, 정상훈 그리고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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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우, 정진영, 조근현 감독, 정해인

<흥부>에는 반가운 얼굴이 여럿 등장한다. <왕의 남자> 연산군 때와 버금가는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준 ‘조항리’ 역의 정진영부터 흥부의 제자 ‘선출’ 역을 맡은 천우희, 흥부의 절친한 친구 ‘김삿갓’으로 분한 정상훈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스크린을 장식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엔 쿠키 영상에 깜짝 등장한 강하늘도 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신 스틸러들이 총출동했다. 
 

정상훈 씨와 친하죠. 이번 작품을 함께 해서 반가웠겠어요. 2003년에 <데우스 마키나>라는 영화를 같이 작업할 뻔했어요. 연습도 했는데 촬영이 중단됐죠. 함께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 건 처음이에요. 만나는 장면이 짧아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정상훈 씨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해줘서 좋았죠.

천우희 씨가 맡은 ‘선출’이란 캐릭터는 남장 여자예요. 러브 라인 의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둘의 관계를 어떻게 상정하고 연기했나요? 시나리오 단계에서 그런 설정이 있긴 했지만 막상 연기할 땐 사제지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면서 ‘어! 둘만의 어떤 사연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천우희 씨와 연기는 어땠나요? 편하게 작업했어요, 큰 어색함 없이. 촬영 초반이었는데 천우희 씨가 나오는 장면이 유쾌하고 신나는 장면들이라 재미있게 촬영했죠.

영화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던데요. 흥부 말고 욕심나는 캐릭터는 없었나요? 제가 연기하기엔 연령대가 맞지 않았을 텐데, ‘조항리’라는 캐릭터가 끌리더라고요. 정진영 선배님이 워낙 매력적으로 연기하셔서 그랬을 거예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영상에서는 보이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에 강하늘 씨가 깜짝 등장해요. 정우 씨와 친분으로 섭외된 건가요? 저 때문에 출연한 건 아니에요.(웃음) 강하늘 씨가 출연한다는 얘기는 전화로 들었어요. “형, 저 <흥부> 촬영하기로 했어요”라고 하길래 제가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죠.(웃음)
 

“스크린 속에 늘 살아 있다고 생각”
애틋한 이름, 故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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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와 김주혁은 영화에서 오랜 시간 함께 등장한다. 두 사람이 맡은 캐릭터 연흥부와 조혁의 관계가 스크린 안에서 두터워져가는 만큼 스크린 밖의 정우와 김주혁도 우정을 쌓아왔을 것이다. 정우에게 김주혁에 대해 묻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꺼낸 ‘김주혁’ 세 글자에 금방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렵지만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김주혁 씨와의 촬영은 어땠나요? 촬영하면서 큰 힘이 됐고, 김주혁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흥부>라는 작품은 없었을 거예요.

영화 후반부에 조혁이 연흥부에게 하는 대사가 김주혁 씨가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단어 하나하나를 떠나서 마음으로 느껴졌죠.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어요.

스크린을 통해 김주혁 씨를 만났는데, 관객 입장에서도 그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더군요. 그렇죠. 아마 많은 관객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 역시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 정진영 선배님 말씀대로 김주혁 선배님이 스크린 속에서 늘 살아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흥부는 조혁을 만나면서 무거운 짐을 안는 캐릭터예요. 작품 속 흥부의 고민이 그렇다면 작품 밖에서 정우 씨 고민은 뭔가요? 어떻게 하면 <흥부>라는 작품을 김주혁이라는 배우에게 누가 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에게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가장 큰 고민이죠.

설 연휴에도 사극이 많이 개봉하는데요. <흥부>만의 장점은 뭘까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흥부전>의 모습이 작위적이지 않게 작품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공연 장면이나 배경 등 볼거리도 많고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들에게 <흥부>가 어떤 영화가 되길 바라나요? 따듯한 감동을 주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김주혁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주연 배우’ 또는 ‘아빠’
책임감의 무게

정우는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뒤 꾸준히 작품의 주연으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결혼’이라는 겹경사도 찾아왔다. 3년 전 배우 김유미와 결혼식을 올린 것. 그사이 정우는 딸아이의 아빠가 됐다.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무거운 역할을 동시에 맡은 그에게 책임감의 무게에 대해 물었다.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에요. 그 책임감이 배우 정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당장은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의 ‘주연’이란 자리 역시 책임감이 가볍지 않은 자리예요. 대중에게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거라고도 볼 수 있고요. 어떤 일이 있거나 감정이 생기면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기피하는 게 아니라 의식하는 순간 굳어져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꽃보다 청춘>에 출연했던 게 화제였어요. 예능을 또 해볼 생각은 없나요? 제가 예능을 재미있게 잘 못 하는 것 같아요.(웃음) <꽃보다 청춘>은 좀 특수한 케이스였고요. 가끔 시간 될 때 다시보기로 보곤 해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고요. 당시 비행기 타고 갈 땐 되게 힘들었거든요. 잠을 잘 못 자서. 그런데 현지에 도착해서는 힐링이 많이 됐어요.

요즘 영화 때문에 바빠서 육아와 가사에서는 벗어나 있겠어요. 계속 촬영 중이라 집에 잘 못 들어가고 있어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일이 없는 것보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설날에 개봉해 관객 분들을 만나는 것도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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