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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왜 저럴깡” vs. “좌충우돌해도 경험이 소중하죠”

박수홍과 어머니 지인숙 여사, 첫 모자 인터뷰

2018-02-06 09:31

취재 : 황혜진 기자  |  글·사진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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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많은 클러버로 현재를 즐기는 삶을 살고 있는 박수홍과 그런 아들이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는 어머니 지인숙 여사. 엄마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데 아들은 인터뷰도 온전히 내 것으로 즐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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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48)은 데뷔 29년 차 프로 방송인이다. 무명시절부터 인기가 절정에 이른 시기와 바닥으로 가라앉은 시기 그리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까지 한 번도 방송을 쉰 적이 없다.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는데다 꾸준한 선행 사실까지 알려져 성실하고 인품 좋은 연예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 출연해 흥 많은 클러버로서 생활을 공개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쟤가 왜 저럴깡”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어머니 지인숙(76) 여사 또한 소녀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함께 출연 중인 어머니들과 함께 ‘2017 SBS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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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그날 떨린다고 수상 소감도 제대로 말씀하지 못하셨는데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요. 지인숙 아들들이 받을 걸 엄마들한테 준 거죠. 곽승영 피디님, 육소영 작가님 그리고 다른 스태프분들한테 너무 감사해요. 박수홍 엄마 그날 얘기 안 했어요? 지인숙 그날 구경하듯 간 거지, 상을 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했잖아. 별안간 무대에 올라갔으니 너무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 했죠.

처음 <미우새>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지인숙 피디님, 작가님한테 ‘아우! 나 그런 거 못 해요. 겁나서 못 해요’ 그랬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나가야죠.

박수홍 씨는 사생활을 공개하는 게 고민스럽지 않았나요? 박수홍 예전에는 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예능인이니까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해야죠. SBS에서 <야심만만> 이후로 10년 만에 제의가 온 거거든요. 어머니께서 아들을 위해서라면 구정물은 못 마시겠냐고 하시고, 또 평생 제 매니지먼트를 봐준 저희 형도 이 프로그램이 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했어요. 형 말이 맞았죠. 제가 지금까지 만난 프로그램 중에 제 자신과 제 삶에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프로그램이에요.

어떤 변화요? 박수홍 전에는 진지하고 선한 이미지였잖아요. 엄마가 방송에서 ‘쟤는 그냥 바보예요’ 하시는 것처럼 안 그런 면이 많거든요. 저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많이 내려놓게 되고, 보시는 분들도 제 모습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자식들은 잘못을 하니까 자식 입장에서 그런 모습에 공감해주시고, 엄마 마음고생 그만 시키라고 등짝을 때리는 분도 계시죠.(웃음)

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낯설기도 하셨겠어요. 지인숙 처음에는 낯설었죠. 그런데 그 모습들을 보고 나서는 내가 많이 달라졌어요.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할까요. 박수홍 이제 전화도, 문자도 많이 안 하세요. 엄마 왜 그렇게 안 해요? 너무 안 해. 바빠지셔서 그런가, 애정이 식으셨나.(웃음) 지인숙 애정이 식기는… 어느 엄마나 똑같을 거예요. 혼자 있으니까 혹시 샤워하다 넘어지진 않을까. 휴대폰도 안 갖고 들어갈 텐데. 항상 걱정돼서 문자하고 잠도 잘 못 자고 그랬어요. 그런데 방송에 나가보니까 모든 아들들이 다 비슷한 생활을 하더라고요. 내가 자꾸 문자하고 전화하면 쟤가 힘들겠다 싶었죠. 이제 편하게 해주려고요. 박수홍 시간이 늦으면 친구들은 아내한테 전화가 오는데 저는 엄마한테 전화가 오잖아요. 친구들 다 듣는데 ‘술 많이 먹지 마라.’ ‘네, 어머니.’ 중학생 모드죠.(웃음) 그런데 친구들도 저희 엄마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알고 또 방송에 나가 더 친숙하니까 전화가 오면 그냥 인정해주고 좋아하고 그래요. 지인숙 나는 걱정돼서 한 건데. 박수홍 알지, 알지. 근데 가끔 그 자리에 여자가 있을 때 엄마가 전화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장가 못 가.(웃음) 사실 저는 이제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희망을 놓지 않고 계세요.
 
 
좋은 사람 만나 함께 살았으면

노총각 아들을 둔 어머니로선 당연한 바람일 테다. 아들이 어떤 사람을 만났으면 하느냐고 묻자 “수홍이랑 잘 맞는 착한 여자면 된다”며 “살림은 다 있으니 그냥 들어오면 된다”고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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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가정을 꾸리는 게 어떤 면에서 중요한가요? 지인숙 살아보니까 남편이 있는 게 좋더라고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어딘가 다르거든요. 남편이 운전도 해주고, 심부름도 해주고 그래요. 나이 들어 혼자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롭겠어요. 서로 참아가며 둘이 사는 게 좋아요.

각별한 모자 사이가 전파를 타서 말이에요. 며느리가 둘 있으시죠. 어떤 시어머니인가요? 지인숙 나도 전에는 몰랐어요. 큰아들이 결혼한 지 20년 정도 됐거든요. 제가 주말농장을 했는데 큰며느리가 채소를 좋아해요. 그래서 아침밥 먹을 때 씻어서 먹으라고 초인종 누르고 채소를 주고 오곤 했는데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그때 힘들었다고. 딸 없이 며느리가 둘이잖아요. 며느리가 속말을 못 하니까 몰랐죠. 박수홍 방송에서 고부 관계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직간접 경험을 하시다 보니 지금은 교육이 완료된 상태라는 말씀이에요.(웃음) 지인숙 남자들은 잘 몰라요. 남편은 교회 갔다가 오는 길에 막내네 들렀다 가자고 그러거든요. 저는 절대 안 된다고 해요. 그것도 내 마음이지 상대 마음은 또 다른 거고, 세대도 바뀌었으니까요. 큰며느리가 “커피 마시러 오세요” 해도 안 간다고 해요. “지금 시간 괜찮으니 오세요”라고 한 번 더 말하면 가죠. 수홍이가 결혼하면 더 안 돼요. 전화도 하면 안 되죠. 나는 친구하고 놀든지 아니면 남편이 있으니까. 그래서 제가 남편한테 추운 날 조심해라, 혈압 있으니 조심해라 하는 거예요. 애들은 엄마가 아빠를 너무 사랑한다고 하는데 이 나이에 무슨 사랑이에요. 서로 지켜주고 싶은 거지. 그것밖에 없어요.

박수홍 씨는 결혼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박수홍 적자가 나타난다면 어느 때고 할 수 있겠죠. 상대 분이 제 처지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우선 제가 나이도 많고요. 또 여자 분이랑 차라도 한 잔 마시면 주변에서 ‘저 여자 구두 좀 봐’ 그래요. 불편한 점이 많은 직업이죠. 저는 행운이 많았어요. 부족한데도 많은 분께 사랑받았고,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었고, 부모님들 건강하시고요. 형은 평생을 제 매니저로 도와주셨고, 형수님도 지금 어머니 전담 매니저를 맡고 계세요. 동생은 방송작가이고 제수씨도 방송작가 출신인데 제 방송 모니터도 해주고 프로그램 선별도 해줘요. 이렇게 행복을 누렸는데 또 바라도 되나 싶죠. 그래도 운명이라는 게 있어 만나게 된다면 정말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이 좋은가요? 박수홍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배경이나 학력 같은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볼 필요도 없고요. 저희 어머니를 닮은 사람이 좋다는 마음은 평생 있었죠. 어떻게 아버지를 저렇게 걱정해줄 수 있을까, 아버지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그렇게 걱정해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 그 사람을 위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에는 모르던 방송인의 삶

지인숙 여사는 방송 출연 이후 아들이 혼자 다니던 봉사도 같이 하고, 광고 촬영도 함께 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서 추억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 이날 인터뷰도 두 사람이 함께 모델로 활동하게 된 ‘라오메뜨 가구’에서 진행했다.

아들은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이게 저번에 찍은 사진이에요.” “이 소파 정말 편하다. 엄마도 한 번 누워보세요”라며 어머니를 살뜰하게 챙겼다. 인터뷰 내내 한시라도 놓을세라 엄마 손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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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자 동반 인터뷰예요. 지인숙 이런 경험도 하네요. 내가 뭘 더 바라겠어요. 이렇게 다 해봤는데 말이에요. 수홍이는 방송이 끝나고 나면 내 마음이 헛헛할까 봐 걱정하는데 쟤가 나를 몰라요. ‘아! 편안하다’ ‘해볼 거 다 해봤다’ 하고 편안히 살아야죠. 수홍이도 내 나이 돼보면 알 거예요.

방송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죠. 일상에서 달라진 면이 있을 것 같아요. 지인숙 저는 건강해진 것 같아요.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이 먹은 대로 자연스럽게 생활했는데 방송은 아들 위해서 나가는 거잖아요. 이 나이가 되면 입맛이 없어요. 그래도 방송에 나가서 말을 하려면 먹어야죠. 대본도 없이 엠시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니 정신도 바짝 차려야 하죠. 거울이라도 한 번 더 보게 되고요. 모든 면에서 자세가 똑바르게 되고 정신 차리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나이 든 할머니여도 엄마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어요.
 
아들의 직업을 더 이해하는 계기도 됐겠어요. 지인숙 전엔 잘 몰랐어요. 연예인들은 화려하잖아요. 잘 먹고, 잘 다니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직접 해보니까 불편한 게 너무 많더라고요. 우리는 한 번 가서 2주치를 찍어요. 지금은 아침 일찍 나가서 밤 9시 정도면 집에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자정이 넘어 1시가 되고 그랬어요. 녹화하는 동안 김밥을 먹거나 잘 먹으면 도시락인데, 젊은 사람들이 이거 먹고 몇 시간씩 하는 걸 보니 안됐더라고. 하다못해 집 앞 슈퍼를 나가도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다 알아보니 아무거나 입을 수도 없고 참 불편한 직업이에요. 우리야 이 나이 됐으니 내일이라도 안 하면 안 하는 거잖아요. 젊은 애들이 힘들겠구나 싶죠. 박수홍 녹화할 때 김밥이라도 놓인 게 불과 몇 년 안 됐어요. 사실 쫄쫄 굶고 녹화하기가 일쑤였죠. 직접 해보시고 얼마나 힘든지 알겠다고 하시니까 이런 면에서는 잘 경험하게 해드렸구나 싶어 감사하고 좋아요.(웃음) 행복한 직업이라고, 누리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세상에 만만하고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제때 제대로 밥 먹으며 돈 버는 직업이 없어요. 옛날에 정말 가난했거든요. 어머니도 가게 하실 때 손님이 없는 시간인데도 찬물에 밥 말아서 후루룩 드시곤 하셨어요. 그때는 그게 너무 싫었는데 왜 그러셨는지 이제는 알죠.
 
 
악성댓글 대응하겠다는 아들, 말리는 엄마

박수홍 씨는 이번 인터뷰를 하며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앞으로 어머니를 향한 악성댓글에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 지인숙 여사는 옆에서 계속 말렸지만 아들의 뜻은 확고했다.
 
어머니도 댓글을 다 보신다고요. 박수홍 어머니가 댓글을 안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뿐 아니라 다른 어머니들도 댓글을 보세요. 저는 방송 생활을 오래했으니 괜찮아요. 그런데 어머니들은 막 연예인이 된 신인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댓글을 안 보기가 어려워요. 응원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안 좋은 댓글도 보시잖아요. 녹화할 때 전에 하던 대로 속이야기를 그대로 못 하시고, 말수도 점점 줄게 되는 거예요. 지인숙 그걸 알았어? 박수홍 당연히 알지, 엄마. 저희 엄마뿐 아니라 다른 어머니들도 초반과 달리 말씀을 편하게 못 하세요. 얼마 전 종현이 일도 있었는데 연예인들 잘못되는 이유가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예요. 자꾸 좋은 모습만 보여야지 하는 순간부터 남에게 보이는 나, 가면의 삶을 살게 되거든요. 그게 괜찮은 것 같아도 계속 마음을 좀먹는 일이에요.

연예대상 수상 후 악성댓글 때문에 많이 속상했다고요. 박수홍 팀 전체에 상을 준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들이 잘하셔서 1등 공신이라는 뜻에서 상을 주신 거잖아요. 요즘 꾸준히 시청률 20% 나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악플을 심하게 다셨더라고요. 왜 연예인이 아닌 어머니들한테 줬냐는 이야기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대통령도 마음대로 풍자할 수 있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어머니들한테 드리느니 차라리 동물한테나 주겠다는 그런 이야기는…. 어머니가 그 댓글을 보시고는 ‘괜히 받았다, 괜히 받았다, 다른 고생한 연예인 주지’ 하시더라고요. 지인숙 얘는 그런 이야기를 뭐 하러 해. 박수홍 ‘역지사지’로 내 부모라면, 내 자식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한 번 더 거르고 나서 글을 올리시는 게 어떨까 싶어요. 저도 알아요. 이렇게 얘기한다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요. 그런데 익명성에 기대서, 나이 드신 어머니들이 10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다리 팅팅 부어가며 자식 위해 고생하신 것에 대해 한 번만 더 그런 글을 달면 법적으로 아주 호된 조치를 취할 거예요. 지인숙 얘가 오늘 왜 이럴까. 하지 마, 수홍아. 그러는 거 아니야. 박수홍 엄마,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권리가 있어요.  내가 계속 가만히 있으면 바보 같은 자식 아니에요? 엄마는 평생 싸우지 말라고, 싸우지 않고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오래 살아오신 분의 지혜라는 걸 알지만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거예요. 그게 내 가족을 지키는 거라면 더더욱요.
 
 
이제는 내가 선택하는 삶을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30년이 되어간다. 이야기 중 그가 “지천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 새삼 그의 나이를 실감했다. 지천명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만큼이나 단단해진 그는 “이제 좀 다르게 살고 싶다”고 했다.
 
박수홍 씨는 어릴 때 어떤 아이였나요? 지인숙 첫째는 굉장히 야무진 아이였고, 둘째 수홍이는 아주 착하고 순한 애였어요. 박수홍 평생 부모님 말씀을 거역해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님께서 ‘수홍아 그렇게 살면 안 된다.’ ‘하느님이 주신 은혜를 남들을 위해 쓰며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셔서 못 한 게 많아요.
 
어떤 걸 하고 싶었나요? 박수홍 예를 하나 들자면 정말 사고 싶은 집이 있었어요. 그 집을 사려고 6개월이나 기다렸죠. 그런데 새벽부터 부모님이 찾아오셔서 말리셨어요.(웃음) 너무 좋은 차도 타면 안 되고, 너무 큰 집에 살아도 안 된다. 나중에 그 집에 들어간 분을 만나기도 했는데, 처음엔 부러웠다가 질투도 나고 너무너무 아쉬웠죠. 일주일에 한 번은 그 집 꿈을 꿨어요. 지금도 꿈에 나와요. 프로페셔널이라면, 열심히 했다면 보상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 신경 쓰느라 제 삶을 살지 못했어요.

어머니는 이런 얘기 처음 들으세요? 지인숙 꿈에 나올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랐죠. 박수홍 어릴 때 5평짜리 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거든요. 돈이 없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가르치셨지만 돈이 없으면 불편하잖아요. 엄마 이런 얘기하면 창피해요? 옛날에 ‘내 통장에 10만원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셨잖아요. 정말 가난을 벗어나는 게 꿈이었어요. 지인숙 그렇게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그 집을 산다니까 말린 거예요. 결혼도 안 했고, 혼자 살며 관리하기에는 너무 큰 집이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걱정되니 한마디라도 해야 하잖아요. 박수홍 집이 크지 않으니까 이렇게 냉장고가 가깝고 옷걸이가 가깝고 티브이가 가깝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무의식에는 후회가 남아있는 거예요. 물론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이 버팀목이 되고, 그것들을 지켜온 덕분에 지금의 삶을 살아온 것이니 감사해요. 하지만 온전한 저의 삶은 아닌 거죠. 부모님과 형제들이 저를 위해 지정해준 방향이었어요. 지인숙 대신 다른 걸 얻었지 않니? 박수홍 물론 그 돈을 다른 데 투자해서 잘됐으니 결과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을 때 그때만 할 수 있는 것, 그 순간들을 놓친 거예요. 집을 예로 들었는데 많은 것이 그랬어요. 내가 행복한 대로 살려면 틀어지고 부러지고 나자빠지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내가 경험하는 게 좋아요, 엄마. 다른 때 말씀 못 드렸으니까 이렇게 인터뷰하면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놀라지 마시라고요. 이제는 매 순간 제가 원하는 삶을 살 거예요. 나중에 ‘우리 수홍이가 외국에 가서 안 나타나요’ 그러실 수도 있어요.(웃음)

아드님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 같아요. 어머니도 삶에서 꿈꾸시는 게 있다면요? 지인숙 칠십이 넘어 방송에도 나가보고 제가 뭘 더 바라겠어요. 가끔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잖아요. 저는 지금이 좋아요. 후회하는 것도 없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참 감사해요. 아버지한테도 이야기했어. 나는 한 여든 다섯, 아버지는 여든 일곱까지만 살다가 죽자고. 박수홍 엄마, 아버지는 적어도 백 살까지 살고 싶으실 수 있어요.(웃음) 지인숙 남자들은 오래 살려고 해요. 나는 너무 오래 살아서 추해지고 싶지 않아요. 우리 부부는 네 살 차이 나는데 나는 여든 다섯, 아버지는 여든 일곱까지만 살고 가자니까 그러재요. 박수홍 후회 없이 감사하다고 하시잖아요. 저희 형제한테 딱 두 가지를 강조하셨거든요. ‘후회 없이 살아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저도 자식이 생긴다면 이 두 가지는 꼭 가르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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