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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럭비공' 정재은의 싱글 와이프

2017-09-05 15:00

취재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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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을 만난 순간,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녀에겐 주위를 밝히는 힘이 있었다.
순식간에 정재은이 ‘국민 호감녀’에 등극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천성이 밝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정재은에겐 타고난 사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녀는 손사래를 친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진 ‘궁상녀’란 별명으로 통했다고.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것도 다 남편 덕이라며 그 공을 남편에게 돌린다.

지난 6월, 3부작 파일럿으로 시작한 SBS 예능프로그램 <싱글와이프>가 정규 편성에 성공했다. 정규행에 큰 역할을 한 건 단연 정재은이었다. 낯선 여행지를 때 묻지 않은 소녀의 감성으로 활보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고 정재은이 마냥 철없는 아이 같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녀는 딱 인생을 즐기기 좋을 만큼의 ‘소녀스러움’을 갖고 있었다. 삶에 내공이 쌓인 ‘불혹의 소녀’는 그래서 어딘가 좀 달랐다.
 

촬영하실 때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우셨어요. 이런 얘기 많이 들으시죠. 요즘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데 예전엔 안 그랬어요.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깍쟁이 같고, 무서울 것 같다고 그러셨죠. 후배들이 처음엔 어려워하고 말도 못 걸고 그랬어요.(웃음) 학교 다닐 때 친구 사귀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새 학년에 올라가면 짝이 말을 걸어주기 전까지는 제가 먼저 말을 못 걸었을 정도예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짝이랑 얘기를 못 한 적도 있었죠.(웃음) 그런데 가까워지면 제 본모습이 나와요. 그때부턴 다들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해요.

<싱글와이프>만 보고 엄청난 친화력의 소유자인 줄 알았어요. ‘연극’을 하면서 조금씩 변한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동료들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객들과도 소통할 수 없거든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성격도 조금씩 변한 거죠. 방송을 보신 분들이 ‘긍정적이다’ ‘친화력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면 사실 정말 놀라워요. 무엇보다 남편의 영향도 컸죠.

남편 서현철 씨가 대체 어떤 영향을 주셨기에 이렇게 바뀌신 거죠?(웃음) 남편은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저한테 밥 먹듯 했던 얘기가 “긍정적으로 생각해”였어요. 예전엔 한숨을 자주 쉬었는데, 남편이 화를 내더라고요. 그럼 저는 “이건 큰 숨이야”라고 했었죠.(웃음) 그런데 최근에 남편이 “당신 요즘 한숨 안 쉬는 거 알아?” 그러더라고요. 제가 요즘 한숨을 안 쉰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는 이게 정말 마인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을 만나 긍정적으로 바뀐 거죠.

정재은 씨의 한숨 쉬는 모습은 상상이 안 돼요. 오죽하면 대학 때 별명이 ‘궁상녀’였다니까요. 비 오는 날이면, 저는 그냥 비 오는 걸 보고 있을 뿐인데 친구들이 궁상떤다고.(웃음) 그 모습이 슬퍼 보이고 어두워 보였나 봐요. 예전에 작품 미팅 끝나고 집에 가는데 그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고 감독님이 캐스팅해주신 적도 있다니까요.

파일럿으로 시작한 <싱글와이프>가 정규편성 됐어요. 일본에서 정재은 씨가 보여주신 활약 덕분인 것 같아요. 그땐 절박했어요. 혼자 숙소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아무도 안 도와주고. 그래서 낯선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말을 걸고 했던 거죠. 절박함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진 못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절박한 순간에 꼭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거든요.

절박할 때 힘을 발휘하시나 봐요. 네, 그런 게 있어요. 원래 이과였는데, 재수를 해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어요. 대학 지원을 앞두고 고등학교 연극부 시절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연영과를 지원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못 하겠다고 하다가 계속 용기를 주셔서 지원 한 달을 남기고 준비를 시작했죠. 시험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분들이 제가 공부 안 한 것들만 물으시는 거예요. 당연히 답을 못 했죠. 심지어 준비를 너무 안 했다고 화를 내며 나가라고 하셨어요. 그때 문득 선배들이 무조건 10분을 버티라는 팁을 준 게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가기 전에 노래 한 곡만 부르고 나가면 안 되느냐고 했어요.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다시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 질문은 마침 제가 아는 거라 그걸로 몇 분을 얘기했어요. 결국 10분을 넘긴 거죠. 시험 보고 나오니까 선배가 등록금 준비하라고, 잘될 것 같다고 했었죠.

‘우아한 럭비공’이란 별명이 생기셨던데요. 마음에 드시나요? 네, 딱 맞는 것 같아요.(웃음) 고마운 건 앞에 ‘우아한’이 들어가 있어서. 나름 좋은 얘기잖아요.

요즘 이 질문 좀 식상하실 것 같은데, 인기 실감하시죠? 조금은요. 실감 못 했는데 <싱글와이프>에서 러시아에 갔다가 한국 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절 보고 놀라신 거예요. 저는 그 생각은 못 하고 무슨 일이 생기신 줄 알고 같이 놀랐어요.(웃음)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한번은 친구 어머니가 감동받으셨다고 울면서 연락을 주시기도 했고. 저도 같이 울었죠. 요즘엔 동네 분들이 뭐라도 만들어 주시고, 식당 가면 서비스도 주시고 하는 걸 보면서 <싱글와이프>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죠.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에요. 사실 댓글을 안 보려고 했는데, 일본편 때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주시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런데 반응이 그렇게 좋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한번은 “예능을 보다가 감동받기는 처음이에요”라는 댓글을 보고 울컥했어요. 저는 그동안 공연만 했던 사람이라, 공연을 통해서만 관객들에게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대단하지도 않은 제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줬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제가 오히려 감동을 받았죠. <싱글와이프>로 얼굴이 알려지는 게 좋은 것보다, 이렇게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게 좋아요.

처음 <싱글와이프> 섭외가 들어왔을 땐 어떠셨어요? 처음엔 그냥 여행 가는 거라고 했어요. 예능인 줄 모르고. 남편이 “재은아, 너 여행 가는 거 좋아하잖아”라며 추천하더라고요. 본인이 바빠서 같이 여행을 못 가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거든요. 나중에 예능인 걸 알고 엄청 고민했는데, 그래도 결과가 잘 나와서 감사하죠. 방송을 통해 제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했다는 게 참 좋아요.

서현철 씨가 <라디오스타>에서 정재은 씨 에피소드를 아낌없이 풀어놓으셨어요.(웃음) 방송을 본 심경은 어땠나요? 남편이 녹화를 하고 “여보, 나 당신 좀 팔았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는 미리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걸 방송으로 보니까 걱정이 되는 거예요. 저를 아는 분들은 저한텐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괜찮은데, 저를 모르는 분들도 보시는 거잖아요. 전국적으로 ‘백치미’로 낙인찍힌 거예요.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지더라고요.(웃음) 남편한테 한 이틀 좋은 얘기가 안 나왔죠. 남편이 제 반응에 놀라서 미안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지나고 나니까 제가 봐도 재밌었어요.

과장은 없었나요? 네, 반박할 수가 없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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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철 씨가 정재은 씨 얘기 하실 때 너무 행복해 보이세요. 어떤 남편이신가요? 남편은 그냥 놓고 봤을 땐 무뚝뚝하고 애교도 없는 사람이에요. 내면은 안 그런데 표현을 잘 못해요. 대신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그림자처럼 옆에 있어줘요.

일본에서 공연을 하면서 처음 만나셨다고 들었어요. 네. 공연하며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친해졌죠. 한번은 제 생일이라 다 같이 술 한잔 마시자고 모였어요. 사람들이 다 왔는데 남편은 한 시간 반이 넘도록 안 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밤중에 동네를 다 돌아서 조각 케이크 하나를 사 온 거예요. 가게가 다 닫아서 동네를 뒤지다가 편의점 하나를 간신히 찾은 거죠. 그런 소소한 감동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그때부터 연애를 시작하신 거예요? 아니요. 그런 상태로 1년을 갔어요.(웃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서로 느낌은 있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저희 관계를 모르니까 “현철이 형이 누굴 좋아한다더라” “누굴 사귄다더라” 하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죠. 게다가 매일 연락하다가도 가끔 소식이 끊어지면 그걸 뭐라 할 수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는 무슨 관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지근하게 가다가 끝날 거 같았죠. 저는 우리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선후배 관계라도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중간한 관계로 가면 그렇게도 못 갈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수를 냈죠. 어느 날, 집에서 술을 한잔하고 술김에 전화해서 남편에게 “그냥 선후배 관계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그다음 날 새벽 일찍 한잠도 못 자고 전화가 와서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어요.(웃음) 그때부터 2~3년간 비밀연애를 하고 결혼했죠.

늦은 결혼, 만족하시나요? 그럼요. 이런 얘길 남편한텐 한 번도 안 했는데, 남편을 만나고 ‘행복’이 뭔지 알게 됐어요. 제 인생은 남편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달라요. 남편을 만난 후 많이 변했죠. 남편을 만나고 모든 것이 순조로워졌어요. 마치 보상을 받듯이. 원래 저는 결혼을 한다면 같은 일 하는 사람하고는 절대 안 하겠다는 게 철칙이었어요. 일을 계속하고 싶었거든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일을 못 하게 될 것 같았죠. 그런데 오히려 남편을 만나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제 모습을 사랑스럽게 봐주시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딸도 방송에 잠깐 등장했어요. 정말 예쁘던데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희에게 걱정을 끼친 적이 없어요, 너무 고맙게도. 어린데 어린 것 같지 않고 친구 같죠. 아이가 이렇게 어른스러운 것도 문제가 아닌가 하는 얘길 가끔 남편하고 할 정도예요.

<싱글와이프>에 출연 중인 다른 와이프 중 만나보고 싶은 분 있으세요? 경민 씨(남희석의 아내)요. 저랑 비슷할 것 같아요. 다른 게 있다면 경민 씨가 저보다 훨씬 똑똑할 것 같다는 점?(웃음)

다 같이 모이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게요. 그런데 아직 계획은 없어요.

연극배우 생활을 오래 하셨어요. 힘들진 않으셨나요? 작품을 하다 보면 늘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결과물이 잘 나오면 그걸로 다 보상이 되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다시 하게 되는 거고.

연극은 라이브잖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없으세요? 옛날에 말실수 때문에 무대에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어요. 가난한 세 여자 중 막내가 결혼을 하게 돼서 어렵게 모은 통장을 막내에게 주는 장면이었는데, 대사가 “이걸로 침대 사”였어요. 대사가 끝나면 다 같이 눈물을 흘리는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는데, 제가 “이걸로 통장 사”라고 한 거 있죠.(웃음) 연극은 라이브라서 긴장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드라마 출연도 몇 번 하셨던데, 앞으로 계획 없으세요? 아직 결정된 건 없고, 작품이 좀 들어와서 회사에서 검토 중인 것 같아요. 결정된 건 겨울에 연극을 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러시아 작품이고요.

마지막으로 ‘우럭 여사’의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사랑스럽게 봐주셔서 그게 감사해요. 그렇게 봐주셨기 때문에 제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다른 모습의 사람이 돼 있을 거예요. 늘 공감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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