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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주 후 한국 찾은 가수 한대수

2017-08-09 10:20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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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만에 만난 한대수는 건강해지고 단단해졌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뉴욕살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는 긴장이 그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부여한 것 같다.
딸 양호의 교육을 위해 과감하게 미국으로 떠난 한대수가 1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양호가 여름방학을 맞았고, 마침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라는 공연 제안도 받아 3주간의 짧은 일정이 생겼다. 서울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그와 가족이 머무는 신촌의 레지던스를 찾았다.
 
아직 짐도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 딸 양호는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러 나갔고, 아내 옥사나는 짐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몇 명 모였다.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며칠 뒤 인터뷰를 위해 레지던스를 다시 찾았다. 며칠 사이 짐이 두 배는 많아졌다.
 
출입문에는 ‘양호네 집’이라는 팻말까지 붙어 있었다. 3주 머물다 갈 공간인데 마치 3년은 살 곳인 것처럼 꾸며놨다. 식탁 위에는 초록색 화분도 하나 놓였다. 어딜 가나 굉장한 양의 짐을 싸 들고 다니는 부인 옥사나의 독특한 취향 덕분에, 세계 어디를 가든 몇 년은 살았던 것 같은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그다.
 
 
1년 사이 더 젊어지고 건강해지신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살이 좀 빠졌어요. 아무래도 긴장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 자리 잡기까지 꽤 힘들었어요. 내가 뉴욕에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지금 뉴욕은 예전의 뉴욕이랑 완전히 달라졌더라고.
 
양호가 몰라보게 많이 자랐네요. 약간 걱정이 되는 것이, 양호가 미국에 적응을 너무 빨리 해서 옛날을 잊는다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한국말을 자꾸 잊어버리니까 걱정이 돼. 여기 와서 다시 친구들도 만나고 며칠 만에 한국말을 찾았어요. 매일 떡볶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여기 와서는 껍데기에 빠졌어요.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 공연은 어땠나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어요. 80인조 오케스트라와 하는 것은 처음이라 흥분이 되더라고요.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코리안심포니의 연주, 애니메이션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인데 내가 내레이션을 했어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한 적은 있는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적은 없거든. 클래식 공연장이잖아요. 대중가수로서 매력 있는 시간이었어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매력은 화폐죠! 하하. 덕분에 우리 세 가족이 양호하게 한국에 나올 수 있었으니까 좋았죠.
 
고마운 공연이네요. 덕분에 서울에서 다시 뵙고. 석 달 전에 제안을 받았는데, 잘됐다 하고 왔어요. 양호가 미국에 적응을 너무 빨리 해서, 그 말은 옛날 것을 잊는다는 말이잖아요. 한국말을 잊어가고. 또 대화할 사람이 없어요. 양호도 친구들 보고 싶다고 하고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하고. 자기가 태어난 한국의 말을 계속 유지하게 해야죠.
 
1년 만에 찾은 한국은 어떤가요? 일단 사람들이 나랑 똑같이 생겼고, 말도 똑같이 하고.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뉴욕은 걸어 다니면 영어가 안 들려요. 차이니즈, 인디아, 러시아 각종 언어들이 뒤섞여 있어요. 그 정도로 많은 인종들이 살고 있고요. 그게 제일 다르더라고요.
 
 
# 12년 만에 찾은 뉴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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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에 유학을 시작해서 젊은 시절을 뉴욕에서 보낸 그다. 그런데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아내, 딸을 데리고 다시 찾은 뉴욕은 그때와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뉴요커라고 생각했던 그인데 적응하기까지 꽤나 힘이 들었다.
 
다시 만난 뉴욕은 뭐가 달라졌던가요. 나는 50년대부터 뉴욕을 경험했어요. 아 참, 미국은 뉴욕이 아닙니다. 뉴욕은 뉴욕이에요. 하하. 워낙 문화가 다르니까요. 뉴욕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분위기가 아주 악하고, 빈부 차이가 너무 나요. 우리나라의 빈부 차이 정도가 아니에요. 재벌 10%는 완전히 딴 세상에 살아요. 나머지들은 월세 낸다고 허덕허덕하고요. 나는 뉴욕을 경제학자들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봐요. 자본주의가 급진적으로 발전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한눈에 알 수 있어요.
 
뉴욕의 낭만은 사라졌나요. 외관적으로 보면 굉장히 깨끗해졌어요.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에요. 이스트빌리지, 할렘 같은 못사는 동네가 있었는데 지금은 방값이 천문학적으로 올랐어요. 뉴욕 전체적으로 그래요.
 
양호의 교육 문제로 결정하신 뉴욕행이에요. 실제로 경험해보니 만족스럽던가요. 학교가 쉬워요. 나는 무조건 쉽게 가르치는 게 좋아요. 난 양호가 코스모폴리탄이 되기만을 오직 바랍니다. 뉴욕에선 뮤지엄에 자주 다녀요. 주로 모마나 자연사 박물관에 데리고 가요. 물론 재미없어하더라고. 하하. 그런데 뉴욕은 길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예술적인 자극을 줘요. 길에서 할아버지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어요. 문화 자체가 달라요.
 
뉴욕 생활비가 만만치 않은데. 양호가 다니는 학교 교육비는 다 무료예요. 점심도 공짜로 나오고요. 생활비는 비싸요. 우리는 맨해튼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퀸즈에 살아요. 안전하고 좋지만 월세가 비싸요.뉴욕에 사는 친구가 레노베이션 회사를 가지고 있어요. 가끔 부르면 가서 페인트도 바르고 같이 양탄자도 뜯으면서 일을 도와요. 택시 운전을 하려고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일단 내 나이가 있으니까 육체적으로 쉬운 것이 아니고, 또 위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택시 운전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다 잡았어요. 오죽하면 ‘뉴욕의 다리는 방글라데시다’라는 말이 있겠어요.
 
후회는 안 하시나요. 한국에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고 좋아요. 또 안전하잖아요. 그렇지만 양호를, 하나밖에 없는 내 딸을 잘 키우고 싶어요.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는 노력하고 싶어요.
 
예술가 한대수로서의 삶도 살아야죠. 어떤 시간을 보내십니까. 오전에 딸을 학교에 보내고 돌아와서 3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그때 거리를 걷고 혼자 미술작품을 감상하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좋아요. 제일 좋은 곳은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 위치가 좋아요. 중심가에 있고 지하철에서 1분 거리에 있으니까. 자연사 박물관도 좋아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내가 10살 때 온 뉴욕에 다시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뻐요. 혼자 걸어도 그렇게 행복해요.
 
역시 뉴욕은 고독한 도시군요. 친구들이 있지만 뉴욕에서는 만나기 어려워요. 다들 각자 힘들게 사니까. 고독해요. 문제도 많고 악한 도시지만 뉴욕은 또 묘한, 고독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거리를 걸으면 절로 오 헨리의 단편소설들이 생각나. 사람은 주어진 조건에서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해요.
 
 
# 밖에서 바라본 한국은…
 
작년 그가 뉴욕으로 떠나기 하루 전에 송별회를 했다. 그날 밤 미르재단 관련 첫 보도가 있었고, 그가 떠나던 날부터 본격적으로 국정농단 관련 뉴스가 일파만파 터졌다. 그는 한 걸음 떨어져서 한국의 사태를 지켜봤다. 촛불집회 때 사람들은 한대수의 ‘희망의 나라로’ ‘물 좀 주소’ 등이 필요한데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나눴다.
 
안 계신 1년 동안 한국은 격변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굉장한 혼돈과 걱정이었죠. 하루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되나 싶었어요. 미국인들은, 지식층을 제외한 80%의 대중들이 코리아라는 나라가 부패하고 질병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북한엔 김정은과 미사일이 있죠. 위협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동안 엘지, 삼성도 많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니까 남북한이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어요. 촛불집회 뉴스들이 많이 보이니까 불안한 거죠.
 
밖에서 보니 한국은 어떻던가요. 신문을 보고 뉴스를 봤는데 언제 해결이 될까 싶더라고요. 탄핵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탄핵이란 게 과정이 복잡하잖아요. 보통 산이 아니라고. 그런데 고맙게도, 되돌아보건대 베네수엘라에 비해서 평화적이었어요. 모든 절차를 밟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에요.
 
희망을 보시나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잖아요. 문재인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엉망진창이 된 상황은 비극이지만 평화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 양호해요. 클래스 있게, 품위 있게 이끌어왔다는 것이 고마운 거죠. 문재인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도 기적이에요. 그런 상황은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돌려서 평화적인 혁명으로 만들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양호한 거예요. 상당히 품위 있게 이끌었어요. 고마운 일이에요.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 예정이세요? 부산, 완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요. 친구들이 있어요. 8월 20일엔 상하이 여행이 잡혀 있어요.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냥 가기 아깝다고 옥사나가 일정을 잡았어요. 러시아 여자 무서운 거 알죠? 옥사나가 가자고 하면 가야 해.
 
고시텔에서 인터뷰를 나누던 우리는 딸 양호의 배고프다는 말에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뉴는 껍데기와 김치찌개. 껍데기에 ‘꽂힌’ 양호가 3일째 내리 이곳에서 밥을 먹는다고 한다. 새빨간 김치찌개에 쓱쓱 밥을 비벼 먹는 솜씨를 보니 한국 음식이 어지간히 그리웠던 모양이다.
 
요즘 어떤 생각 하고 사십니까. 오늘이 최고의 날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오늘이 최고예요. 항상 이렇게 외치면서 일어나요. (밥 먹고 맥주 마시는) 이 밤도 내겐 최고의 밤이에요. 내가 두 딸(큰 딸 옥사나, 작은 딸 양호를 두 딸이라 부른다)을 돌봐줄 수 있는 거, 최고의 축복이에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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