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ISSUE
  1. HOME
  2. ISSUE
  3. star&

훈남 그 이상의 배우 류진

밖에 나오면 20년 지기 아내 생각뿐

2017-05-02 11:17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장호  |  스타일리스트 : 고은숙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애초에 무리였다. 좀 덜 잘생겨 보이게 찍으려 했던 건. 조각 같은 얼굴과 깊은 눈빛, 선이 긴 팔다리가 만들어내는 세련된 각도에 첫 번째 컷이 나오자마자 바로 단념했다. 잘생긴 배우 류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고.

헤어 서형우(순수 청담설레임점) 메이크업 박지미(순수 청담설레임점)
와인색 슈트는 자렛(Jarret), 블루 커프스 셔츠는 디앤써(D.answer), 브라운 샌들은 닥터마틴(Dr.Martens).
40대 중반인데 30대처럼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작품에서는 30대 초반 역할을 맡았었다. 나이 들지 않는 비결이 무엇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평소에는 잘 모르고 산다. 고등학교 동창모임에 나가 회사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조금 느껴지는 정도다. 아무래도 일하는 환경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니까. 요즘에는 남자들도 운동하고 피부과 다니고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같은 경우 일을 쉬고 있을 때는 그런 사람들보다 더 관리를 안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배우뿐 아니라 연예계 종사자 대부분이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데 심리적, 환경적 차이인 것 같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두렵긴 하다. 한 해 한 해가 지나간다는 것, 그리고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것에 겁이 날 때가 있다. 조금 더 젊게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젊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로서 제일 좋은 건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외모 그대로 완벽하고 흠 잡을 데 없을 것 같은 이미지다. 그래서 좀 흐트러지고 잘생기지 않은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실패했다.(웃음) 혹시 잘생긴 외모가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나. 요즘은 개성의 시대이지 않나. 잘생겨서가 아니라 개성 없이 평범한 느낌인 것 같아 콤플렉스가 있었다. 예전에는 감독님들이 선한 역할도, 악한 역할도 가능한 얼굴이라 다양한 역할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실장님 캐릭터’를 여러 번 하면서 이미지가 굳어지다 보니 나 자신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변신을 많이 해도 한 것 같지도 않고, 과거에 했던 역할들만 들어오다 보니 불만도 있었다. 내 딴에는 연기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생긴 걸로 이야기하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때면 서운하기도 했다.
 
 
본문이미지
화이트 셔츠는 디앤써(D.answer), 스트라이프 팬츠는 캡틴선샤인 by 오쿠스(KAPTAIN SUNSHINE by OHKOOS), 브라운 로퍼는 미소페(MISOPE), 가죽 브레이슬릿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문이미지
화이트 리넨 셔츠는 라코스테(LACOSTE), 네이비 리넨 재킷은 에트로(ETRO), 화이트 리넨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스니커즈는 캠퍼(CAMPER), 네이비 시계는 Gc 워치.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특히 드라마는 내용이나 캐릭터가 전형적이거나 단편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외국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나이 많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물론 톱스타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톰 행크스, 주드 로 같은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고 또 그런 영화들이 잘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흥행에만 열중하다 보니 작품이 다양하게 만들어지지 못하고, 몇몇 흥행 위주의 배우만 캐스팅하는 작품밖에 없으니 아쉽다. 많은 감독들이 이야기한다. 외국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됐고, 데뷔 이래 1년에 한두 작품씩 꾸준히 해왔다. 스캔들이 나거나 구설에 오른 적도 없다. 뭐랄까, 삶이 너무나 평탄한 것 아닌가. 사실 배우로서 매력적인 삶은 아니다. 옛날에 감독님들이 이런 말씀도 많이 하셨다. 삶에 굴곡이 있는 사람들이 연기에 깊이가 있고 표현력이 낫다고. 힘들게 무명시절을 겪다가 작품 하나 빵 터져서 올라오고 무너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나는 일이 술술 풀렸던 것 같다. 물론 공채에 합격하고 나서 힘든 생활을 한 시기도 있었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왔다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시작했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평탄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작품들을 해오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 내 안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변화인가. 어떤 때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드라마를 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 챙기게 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안 본다는 생각이 있으니 부담 없이 연기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잘된 작품도 좋지만 안된 작품 안에서도 얻어가는 게 많다 보니 스스로는 만족하는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은 금방 잊혀지고, 작품성은 좋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았던 작품이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경성스캔들> 같은 작품이 그랬다.
 
맡았던 배역 중 가장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있나. 또 이런 배역은 정말 나와 다르다고 느꼈던 경우도 이야기해달라. 사실 다 많이 달랐다. 시트콤 <스탠바이>에서 조금 덜떨어지고 어리바리한 역할을 맡았었는데 조금 과장된 모습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나의 실생활과 가깝다. 그 외에는 재벌 2세, 의사, 변호사, 검사 역할을 많이 했는데 내 모습과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다양한 환경, 다양한 직업을 접해보니까. 대통령의 아들 역을 했을 때는 상상을 정말 많이 했었다. 우리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 말할까. 간접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보니 인생 공부가 되겠다. 넓고 얕게 된다.(웃음) 이 직업은 한 분야만 파고들어 그것만 잘해야 하지 않는다. 골프 선수로 나온다면 프로처럼 잘 칠 필요는 없지만 화면 안에서는 프로로 보여야 한다. 그래서 재능이라는 뜻의 탤런트로 불리나 보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보며 그렇게 울었다고. 눈물이 많은 편인가. 이상하게 정말 슬픈 영화를 보면 ‘저게 그렇게 슬픈가’ 싶을 때가 있고 슬픈 영화가 아닌데 너무 눈물날 때가 있다.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게 다 다른가 보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부자간의 이야기, 모성애 아니면 아이들이 아프고 그런 이야기에 약하다. 어렸을 때는 <다이하드>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브루스 윌리스가 막 총을 쏘고 죽느니 사느니 하는데 아내를 만날 때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는 게 짠하고 가슴이 아팠다.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 힘든 것을 감추고 티를 안 내는 모습을 보며 저런 게 남자구나 그랬던 것 같다.
 
 
본문이미지
카키색 셔츠는 이스트로그 by 솔티서울(EASTLOGUE by SORTIE SEOUL), 베이지 면 팬츠는 언어펙티드 by 솔티서울(UNAFFECTED by SORTIE SEOUL), 카키와 베이지 투톤 시계는 트리바(TRIWA).


2년 가까이 휴식기를 갖고 있다.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머릿속에 사진처럼 각인된 순간이 있나. 저녁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데 집에 있을 때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꼭 같이 양치를 하고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함께 누워 있다가 나온다. 아이들이 나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셋이 있을 때면 엄마에게는 못 했던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뜻밖의 속마음을 얘기할 때도 있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들이 집 밖에 나와 있을 때도 자꾸 생각나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얼마 전에도 워터파크에 다녀왔는데 놀 때는 노느라 정신이 없어 대화를 많이 못 나누지 않나. 자기 전에 같이 누워 있는 시간이 대화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같다.

아들에게는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인생 선배로서 어떤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나. 남자라면 다 그런 것 같은데 나 역시 아들이 강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 힘세고 싸움 잘하길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멋있었던 애들 생각해보면 말은 별로 없는데 솔선수범하는 애들, 말없이 여자를 딱 지켜주는 그런 애들이 인기가 많았다. 사실 방법은 잘 모르겠다. 가끔 “남자가 절대 우는 거 아니지”, “눈물 보이지 마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남자는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다. 그런데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니 아이가 어릴 때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하더라.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가 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거다. 아이들이 11살, 8살인데 아직까지는 안아주고 주물러주고 목욕시켜주면서 스킨십을 많이 한다. 가끔은 애들이 이러다 약해지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렸을 때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처음으로 턱이 찢어져서 꿰매고 온 적이 있다. 겉으로는 “남자가 흉터 하나쯤은 있어야지” 했는데 속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6년을 연애했고 결혼 12년 차다. 한 사람과 20년 가까이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던가. 물론 연애할 때나 신혼 때처럼 심장이 두근대는 느낌은 아닐 거다. 그런데 굉장히 의지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 양육 때문에 너무 바쁘지만, 20년 가까이 같이 있었는데도 밖에 나오면 아내가 생각난다. 되게 신기한 거다. 직업이 연예인이다 보니 속마음을 잘 안 터놓게 되는데 어떤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집사람에게 제일 먼저 말하고 싶다. 내가 힘들 때 유일하게 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보다 집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면 더 힘이 난다. 물론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그만큼 더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웃음) 이런 사이를 뭐라고 해야 하나. 가족이긴 한데 서로에게 엄마 아빠인 것은 아니고.

제일 친한 친구? 제일 친한 친구보다도 더 친하다. 사실 아내는 인터뷰에서 아이들 이야기나 아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의 아빠나 남편이 아닌 배우로 기억되길 바란다.

진정으로 남편을 생각하는 게 느껴진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아내가 말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독특해 매력을 느꼈다고 했는데 어떤 매력이었을까 궁금하다. 굉장히 쑥스러워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말투가 약간 특이했는데 그게 되게 웃겼다. 그리고 개성 있어 보였다. 아내는 지금도 재밌다. 흉내도 잘 내고, 말하는 게 되게 웃기다.

행복해 보인다. 혹시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 아이들과 굉장히 긴 거리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몇 ㎞ 정도 될까. 굉장히 힘들 테고 위험한 일도 많을 텐데 캠핑카보다 꼭 자전거로 가고 싶다. 2000년도부터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 구입한 자전거를 아이들에게 물려주려고 지금도 잘 관리하고 있다. 또 하나는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거다. 호주에 촬영하러 갔다가 묵었던 모텔이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가운데에 조그마한 풀장이 있었는데 너무 호화롭지 않고 여유로운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자전거 여행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꿈 같은데 호텔은 잘 모르겠다.(웃음) 우선은 아내도 좋다고 했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