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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행복한 미담꾼 강하늘

2017-03-03 09:34

취재 : 강수정 TV리포트 기자  |  사진(제공) : TV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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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을 만난 이들은 모두 그를 칭찬한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데다 웃기기까지 하단다. 미담도 쏟아진다.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마다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를 직접 만나보니 왜들 그렇게 강하늘, 강하늘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등장만으로도 주변 공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을 지닌 듯하다.
주변의 칭찬과 찬사에도 정작 강하늘은 부인한다. 그는 “착하지 않다. 전화 받기 싫을 땐 종종 잠수도 탄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제가 가식으로 사람을 대했다면 착하다는 이미지가 부담스럽고 힘들겠죠. 전 정말 편하게 살고 있거든요.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가식 떨 필요는 없잖아요. 전 착한 게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다 착해요. 좋은 사람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어요.”
 
“박보검과 연예계 미담 양대산맥 아니냐”라는 기자의 농에 “보검 씨는 정말 착하지만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한다.
 
“박보검 씨와 함께 미담꾼으로 불리고 있는데,(웃음) 그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정말 착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착하진 않다니까요. 착한 사람 아니에요.(웃음) 그저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얼굴 구길 일 없이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뿐이에요. 예를 들면 전 연락받기 싫은 날엔 전화기를 그냥 던져놓고 지낼 때도 있고, 잠수를 탈 때도 있어요. 어느 정도 선이 있는 셈이죠.”
 
 
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한 게 목표
 
강하늘은 “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배우 생활의 목표”라고 말한다.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 이디오플랜 제작)은 자신의 철학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0년의 세월을 억울한 옥살이로 보낸 현우를 연기한 강하늘은 매 순간 비통한 정서를 품고 지내야 했다. 그로 인해 힘들 때마다 강하늘을 일으켜 세운 건 웃음이 떠나지 않는 현장이었다.
 
영화 <재심>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10년간 옥살이를 하게 된 소년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하는 한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2000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강하늘이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돼 10년 감옥살이를 한 현우를 맡았고, 정우는 그런 현우를 믿고 변론해주는 변호사 준영을 연기했다. 영화 <쎄시봉>, tvN 예능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이후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현장에서 그야말로 척 하면 척이었다.
 
“<재심>으로 제가 정우 형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되새길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영화 <바람>을 보고 또 볼 정도로 정우 형 팬이었거든요. <꽃보다 청춘>으로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고 확 친해지면서 팬으로서의 마음이 조금 옅어졌다가 <재심>으로 다시 깨달았죠. 정우 형은 언뜻 보기에 편한 생활연기를 하잖아요. 그게 다 엄청난 고민과 계산 끝에 나온 연기예요. 그래서 더 멋있고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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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감상이 정답”
 
강하늘은 촬영 중반 실제 주인공인 ‘최군’을 만났다. 영화에서는 날카롭고 마른 청년으로 표현됐지만 사건으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만나본 ‘최군’은 풍채 좋은 아저씨가 돼 있었다. 영화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지만 강하늘은 애써 일상 이야기만 나눴단다. 억울한 10년의 세월 중 자신은 단 하루도 살아보지 않았기에 사건에 대해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첫인상은 순박한 아버지 같았어요. 풍채도 좋으시고 가족들과도 잘 웃고 즐기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죠. 저는 단 하루도 그분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데 주제넘게 ‘영화 잘 찍어볼게요’라는 말을 하기 힘들더라고요. 영화나 실제 사건에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일상적인 얘기만 하려고 했죠. 무의식중에라도 그 사건을 얘기하는 게 그분에겐 깊은 아픔일 수 있잖아요.”
 
현재진행형인 실화를 다뤘지만 섣부른 교훈, 메시지를 강요하고 싶진 않단다. 그는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뭔가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단 얘기를 이준익 감독님이 했는데, 맞는 말이다. <재심>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관객 여러분 개개인이 느끼는 의미, 감상이 맞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 <미생> 이후 혹독한 오춘기
 
사실 강하늘은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후 지독한 오춘기를 보냈다. 영화 <스물>, <쎄시봉>, <순수의 시대>가 줄줄이 개봉했고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니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대세’가 돼 있었다. 대세라는 꼬리표와 함께 수많은 관심과 오해들, 변한 것 아니냐는 시선들이 따라붙었다. 억지로 웃기도 가식을 떨기도 변하기도 싫다는 그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다잡고 있다”고 했다.
 
강하늘은 오춘기의 끝 무렵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를 만났다. 이 영화에서 시인 윤동주를 연기하며 치열하고 지독한 연기 고민을 끌어안은 강하늘은 촬영 내내 수면유도제를 먹어가며 연기에 몰입했다. 자신의 눈빛, 손짓, 말투 하나가 누군가에겐 윤동주 시인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숨이 턱 막혔다. 스스로를 담금질한 덕분에 연기의 결은 섬세해졌고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재심>보다 <동주>가 훨씬 힘들었죠. <재심>은 기본적으로 제가 실제 최군을 따라 한 것도 아니고, 일단 배역 이름부터 다르잖아요. 하지만 <동주>는 이름도 윤동주인 데다 저의 연기가 누군가에겐 윤동주 시인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니 두려웠죠. <동주> 찍을 땐 너무 힘들어 수면유도제를 먹어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어요. 매 장면이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움직임인데 그 움직임이 맞는지 모르겠고, 난 불확실한 배우의 삶을 버틸 만한 그릇이 안 되는 건가 싶었죠. 제가 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저의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죠.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불확실성을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허우적거렸어요. 고민이 점점 응어리지다 <동주>에서 폭발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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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과 목표를 노트에 적으며 1년 단위로 점검
 
<동주>라는 지독한 숙제를 끝내고 나니 남은 건 ‘지금을 살자’라는 값진 깨달음이었다. 깨달음의 비결은 명상이었다. 과거라는 거짓말, 미래라는 환상이 아닌 내 힘이 닿을 수 있는 ‘지금’에 충실하자는 것. 그 덕분에 행복한 지금, 행복한 오늘을 살고 있단다.
 
“전 무교인데, 명상을 통해 좋은 마음을 많이 얻게 됐어요. 명상을 하며 삶의 모토가 많이 바뀌었죠. 지금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미래, 좋은 과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과거는 거짓이고, 미래는 환상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내 힘이 닿을 수 있는 순간은 지금밖에 없더라고요. 지금에 집중하니 점점 행복해지고 있어요. <동주>가 여러 의미로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죠. <동주> 덕분에 <재심>도 힘들지 않게, 재밌게 찍을 수 있었어요.”
 
강하늘은 매해 1월 1일이면 새해 다짐과 목표를 노트에 적으며 1년 단위로 자신을 점검한다. 지난 2016년이 행복과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며 잠 못 이룬 한 해였다면 2017년에는 행복한 지금을 살고 싶단다.
 
“쉬지 않고 일하면 소모되지 않을까, 처음엔 걱정도 많았죠. 이러다 내 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까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나니 이런 고민도 사라지던데요. 내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는 아무런 의미도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소모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모되는 것이고, 비워내고 채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죠. 10년 후에도 여전히 행복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함께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촬영장에서 웃으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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