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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 조연우

평범한 집안 모범생 장남의 변신

2017-02-08 11:00

진행 : 양소희 기자  |  사진(제공) : 장호  |  스타일리스트 :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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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큰 키에 조각 같은 페이스의 훈남. 집과 촬영장만 오가는 바른 생활 사나이. 20개월 아이 육아를 전적으로 도맡으며 아들바보를 자처하는 남편.
이건 14년 차 배우 조연우에 대한 이야기다.

헤어 지영, 소운(알루 02-542-8123) 메이크업 서옥(알루) 어시스턴트 김민주
셔츠와 슈트는 로렐 비스포크. 타이는 메멘토모리. 포켓치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치는 구찌 타임피스.
혹시 뱀파이어 아니세요? 안 늙으시네요. 어유, 아니에요.(웃음) 올해로 47세가 되었어요. 또래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정도죠. 시간이 참 빨라요. 누가 그랬던가요. 시간의 속도는 나이 먹은 만큼 빠르다고. 이젠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게 느껴져요.
 
늙기 싫으세요?(웃음) 늙고 싶은 사람 있을까요. 특히 저처럼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유독 그렇죠. 제가 패션모델로 활동하던 20대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75~76㎏의 체중을 유지했어요. 예민한 피부 때문에 클리닉에도 종종 다니는 편이었고요. 지금은 남성도 관리하는 시대라며 독려하지만 당시에는 유난스럽다는 얘길 종종 들을 정도였죠.
 
혹시 지금도 다니세요? 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요. 20~30대엔 한 달에 1~2회씩 스케일링 같은 무난한 프로그램을 받았어요. 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욕심이 났지만 워낙에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서요. 이번에 작품 준비한다고 오랜만에 클리닉에 갔더니 레이저 시술을 권하더라고요. 평소처럼 스케일링을 받고 나왔지만 레이저 시술 같은 것도 한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하도 관리를 안 한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단번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동안의 아이콘이 되실 만하네요. 그런데 있잖아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던 제가 결혼과 동시에 40대가 된 이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사는 게 별건가. 한번 사는 인생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게 어떨까. 작년 초 드라마 끝나고 공백기에 편안하게 있어보자 했어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먹고 쉬고 했더니 지금은 80㎏까지 왔네요. 좀 더 쪄볼까 싶기도 해요. 이미지 변신도 될 것 같고요.
 
오히려 어린 신부를 맞이하면 나이에 대한 강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요. 물론 아내가 이제 30대 초반이다 보니까 강박 아닌 강박이 있어요. 그런데 벌써 결혼생활도 햇수로 8년 차예요. 그런 생각도 느슨해지데요. 같이 다니면 그 정도 나이 차로 보지 않기도 하고 같이 늙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차피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즐기는 편이 좋겠다 싶어요.
 
그래도 작품 들어갈 때는 신경이 쓰이지 않나요. 이번 <아임쏘리 강남구> 촬영 들어가기 전에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다가 거울 속 낯선 남자를 발견했죠. 육아에 전념하던 저의 모습을 무심코 봤을 때의 충격이라니. 생기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즐겨 입던 슈트도 안 맞고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리 모드로 돌입했어요. 그랬더니 아내가 “진작에 이렇게 관리하지”라는 거예요. 억울하던데요. 육아 때문에 힘든 아내를 도와주려고 가정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건데 말이죠.(웃음)
 
그런 거였나요?(웃음) 인스타그램 보니까 아들바보시던데. 네, 지인들은 누구 계정이냐고 물어봐요. 아이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자라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서요. 이제는 제 사진을 올리면 놀랄 것 같네요.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서요. 요새는 남자들이 육아에 더욱 적극적이죠. 육아휴가도 받고요. 저 역시 틈틈이 하는 정도를 넘어서 상당한 역할을 분담해서 맡고 있어요. 아내가 최근에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거든요. 카페가 잘되면서 점점 바빠지다 보니 제가 더 열심히 도와줘야 해요. 제 아내가 출산후유증을 심하게 겪었어요.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더라고요. 처음 겪는 일인 데다 젊은 산모이니 당연한 거죠. 제가 유별나게 가정적인 건 아니고요.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주변에서 우려를 표하시는 분도 있는데 지금이 행복하고 좋아요. 가정을 위해서 제가 할 일을 마땅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촬영 중에 1~2시간 짬이 나면 집으로 가서 아이를 잠깐이라도 보고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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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은 테이트. 팔찌는 티에르.

이제 햇수로 8년 차 부부예요.
결혼이라는 것이 참 한 편의 드라마예요.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고 울고 웃는 것. 그 어떤 어려운 사건이라도 결국엔 두 사람이 함께 해결해나가죠.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기보다는 두 개의 인생이 만나는 과정 같아요. 이제 아들이 태어났으니, 셋이 함께 있을 때만큼은 무적의 드림팀처럼 두려울 게 없죠.
 
아까 체중이 80㎏까지 나갔다고 했는데 186㎝ 신장에 비하면 40대 몸매로는 상위권 아닌가요. 아무래도 패션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소식하는 습관이 몸에 뱄어요. 지금도 웬만하면 7시 전에 식사를 마치려고 하고요. 가리는 것 없이 균형 잡힌 식단도 머릿속 한 켠엔 자리하고 있죠. 그래서 관리에 돌입하면 77㎏은 금방 만들 수 있어요. 제가 술을 잘 안 마셔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지금은 분위기 맞추는 정도로 즐기지만 20대엔 맥주 한 잔을 채 못 마셨어요. 배우 활동을 하면서 회식이 잦다 보니 술이 자연스럽게 늘더라고요. 찾아다니면서 마시진 않지만 언제 어디서든 적당히 마실 줄 알아요.
 
술을 잘 안 드신다니 좀 의외인걸요. 은연중에 보이는 이미지를 대중들이 캐치한 것이겠죠. 자유분방하고 세련되고 잘 노는 그런 화려한 느낌이라고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한편으론 순하고 다정하고 내성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양립적이죠. 저의 실제 모습은 후자에 가까워요. 내성적이고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안 좋아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 안 좋아하고. 어떻게 지금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죠. 일을 하면서 환경 특성상 적극성이 요해지니까 자연스럽게 밝아지고 수다스러워지더라고요. 이제는 말 좀 그만해라 얘기도 듣는다니까요?(웃음) 그렇지만 본성은 잘 안 변하나 봐요. 여전히 낯을 많이 가려요. 이런 촬영도 할 때마다 마치 처음 하는 것처럼 적응이 안 된다니까요.
 
그렇다면 어릴 적 꿈이 배우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저는 평범한 집안의 속 썩이지 않는 모범생 장남이었어요. 화려한 모델, 배우 같은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었죠. 그런데 스무 살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되고 가슴이 막 두근대는 거예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지 싶어서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도 주머니에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만지작거렸죠. 친구를 대동해서 명함을 받은 에이전시에 갔어요. 근데 저보다 키 크고 멋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자포자기 심정으로 도망가듯이 군대를 갔어요. 그러다가 제대 후 다시 도전해봤죠. 당시에 가장 유명한 피알라인이라는 아카데미에 어렵사리 등록했고, 얼마 되지 않아 쇼에 섰어요. 처음 데뷔는 우영미 선생님 컬렉션이었어요. 당시 모델 지망생들 사이에서 선망이었던 손꼽히는 쇼 중 하나였는데 영광스러웠죠. 진태옥 선생님, 송지오 선생님 등등 내로라하는 유명 디자이너 선생님과 일했어요.
 
모델을 하다 배우를 꿈꾸게 되신 건가요. 90년대 후반부터 남자 모델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배우로 전향하는 게 하나의 대세였어요. 대표적으로 차승원 선배가 있죠. 저 역시 그런 식의 제안을 받긴 했지만 확신이 없었어요. 모델도 겨우 하고 있는데 어떻게 배우를 한단 말인가 싶었던 거죠. 모델로 활동을 하다가 30대엔 다른 직업을 선택하려고 마음먹던 차였죠. 그러다 우연하게 본 영화 오디션에 덜컥 캐스팅이 된 거예요. 단역이지만 영화 <미인>으로 배우 데뷔를 하게 되었죠. 그 영화를 보고 저를 맘에 들어 한 매니지먼트에서 연락이 왔고 모델로 활동할 때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백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렇지만 쉽사리 좋은 날이 안 오더라고요. 인생에서 가장 노력을 기울였는데 잘 안되니까 좌절감이 컸어요. 두문불출하고 집에 3개월 동안 틀어박혀 폐인처럼 지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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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풀오버와 코트, 팬츠는 모두 휴고보스.

얼마나 상심이 컸으면.
근데 참 이게 신기해요. 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지내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아시아나 항공 브로슈어 촬영을 하자는 거예요. ‘아! 기회가 왔구나’ 쾌재를 외쳤죠. 그 촬영을 계기로 2001년부터 광고를 찍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10명 중에 뒷자리에 있는 역할이었는데 점점 비중이 커지더라고요. 오디션을 보는 대로 다 합격이 됐어요. 아파트, 자동차, 금융, 통신 관련 광고를 섭렵했어요. 대표작으로 KTF 통신사 광고, ‘2% 부족할 때’ 음료 광고가 있죠. CF모델로서는 정점을 찍으니까 이제 카메라가 두렵지가 않았어요. 자신감이 충만해 있던 때에 SBS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올인>이라는 드라마인데 당장 오디션을 볼 수 있느냐는 거예요. 그길로 곧장 오디션을 보러 갔고 합격했죠. 일본 야쿠자 역할로 1회 단역 분량이었는데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네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저는 운이 참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기회를 잡는 것도 능력이죠. 지금 출연 중인 <아임쏘리 강남구>의 공천수는 어떤 인물인가요. 제가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는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냉혈한, 차도남이었어요. 다양한 역할을 안 하려고 한 게 아닌데 데뷔가 모델이다 보니 그런 선입견이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공천수라는 캐릭터를 만났어요. 제가 그간 안 맡아본 새로운 캐릭터여서 신이 났어요. 홀어머니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막내아들. 말단 공무원이지만 홀어머니의 동네 자랑거리. 실상은 멋 부리기 좋아하는 철없는 노총각이죠. 촬영장 분위기가 가족적이라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 제가 좀 더 자유롭게 발현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맡았던 역할 중에 실제 나와 가장 흡사한 배역은 무엇이었나요. 그간 맡았던 배역을 쭉 되짚어봤을 때 지금 맡은 역할이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아요. 저는 삼형제 중 장남이지만 다정다감한 막내딸같이 자랐거든요. 내성적이긴 해도 소수만 볼 수 있는 저만의 장난기도 있고요.
 
배우로서의 포부가 있다면요. 그냥 좋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 정도 되니까 배우라는 직업은 나 혼자 좋다고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에 배우의 참된 의미가 있어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든지 하는 거창한 건 없어요. 차기작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연우, 사람 참 괜찮다더라. 이런 말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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