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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아닌 ‘살가운 아들' 될래요

9년만의 스크린 복귀한 조인성

2017-02-02 09:28

취재 : 김풀잎 TV리포트 기자  |  사진(제공) : TV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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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인성이 영화 <더 킹>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그는 모델 출신 꽃미남 배우를 넘어 충무로의 든든한 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나 요즘 조인성의 최대 관심사는 <더 킹>이나 차기작이 아닌 ‘살가운 아들 되기’란다.
다듬어지지 않은 눈빛,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에너지 그리고 완벽한 비주얼. 20대의 조인성은 활화산처럼 들끓는 청춘의 상징과도 같았다. 드라마 <학교>와 <발리에서 생긴 일>, 영화 <비열한 거리> 등 그의 대표작을 떠올리면 더더욱.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의 눈빛은 눈에 띄게 다정해졌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에 이르기까지 노희경 작가 3부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도, 인생도, 눈빛도 따뜻해졌다. 온기를 품은 만큼 여유도 생겼다. 9년간 충무로 복귀를 기다리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대신 작품 그리고 감독과의 의리를 지키며 차분히 연기력을 다졌다.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우주필름 제작)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인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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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스크린 복귀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풍자와 해학을 담은 작품이다. 전두환, 노태우, 고(故) 김대중, 고(故)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아우르는 30년을 유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냈다. 조인성은 목포 양아치 고등학생에서 권력의 정점에까지 올라서는 박태수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권력 앞에서 점차 변해가는 한 인물을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기력으로 표현, 스크린 공백을 완벽히 달랬다. 검찰 개혁을 외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탄핵, 서거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 변곡점이 태수의 기승전결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어요. 한재림 감독의 전 작품들을 보면서 쌓인 연출가로서의 신뢰가 영화를 택한 이유였어요. 시나리오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재밌는 시나리오였어요. 시대의 자화상이 표현돼 있어 무거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굉장히 경쾌하고 유쾌하면서 진부하지 않게 그려졌죠. 게다가 정우성 형이 출연한다는데 <더 킹>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죠.”
 
영화 <더 킹>은 그의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1년 더 채웠으면 강산도 변했을 공백은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한 것이었다. 군 전역 후 박광현 감독의 영화 <권법>에 출연하기로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프로젝트가 불발되며 의도치 않게 필모그래피에 공백이 생겼다. <더 킹> 역시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출연을 결정하고 배급사가 ‘쇼박스’에서 ‘NEW’로 바뀌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네 마네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조인성은 끝까지 의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저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일단 출연하기로 했으면 약속을 지켜요. 복잡한 여러 일들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거죠. <더 킹>의 시나리오가 지닌 기대감을 믿었거든요. 이 이야기는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한 인물의 30년간을 그린 게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한번 꽂히면 끝까지 하고야 마는 성격 때문에 다작을 못 한다는 단점이 있죠.(웃음)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라는 것도 부담감보다 설렘이 커요. 대중 입장에선 스크린이냐, 브라운관이냐를 굳이 따지지 않는 현실이 된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스마트폰, PC로 보는 세상이니까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려는 행보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더 킹>에서 조인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분량으로 따지면 90% 이상, 거기에 영화 전반에 걸친 내레이션까지 맡았다. 조인성이 연기한 태식을 중심으로 한 30년간의 이야기이니 당연한 일이다. 양아치 고등학생,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검사 생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를 만나 변하게 되는 무소불위 검사, 그리고 강렬한 영화의 엔딩까지. 캐릭터의 스펙트럼은 넓은데 시나리오에 표현된 인물에 대한 설명은 ‘양아치스러운 눈빛’ 단 한 줄이 전부였다.
 
“저는 분량이 많아서 매일 찍어야 하니까 그나마 나았죠. 가끔 나오는 분들은 캐릭터 변화를 따라잡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그랬거든요.(웃음) 가끔 나오니까 이전 장면에서 어떤 연기를 했는지 감정을 따라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더 킹>의 경우 캐릭터의 변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어요. 주제의식이 굉장히 무겁지만 장르는 블랙코미디잖아요. 너무 가볍고 일상적으로 그려서도, 너무 무겁게 그려도 안 되니 매 순간 시험 보듯 연기했어요. 태수가 겪게 되는 사건, 만나게 되는 사람에 주목하며 연기했죠. 무엇보다 어린 시절 태수의 모습을 연기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넘치지 않게 그리면서 동시에 공감도 얻어야 하니까, 초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초반에 삭발도 했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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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많은데 능력은 부족해 괴롭던 20대”
 
<더 킹>의 태수는 대한민국을 휘어잡는 비선실세 검사 강식(정우성)을 만나 변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부터 강식을 향해 품은 동경은 비뚤어진 권력욕을 터뜨리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 조인성 역시 무명시절 TV 속 정우성의 <아스팔트 사나이>를 보며 배우에 대한 막연한 꿈을 키워왔다. 이러한 롤모델 정우성을 향한 동경, 존경심은 조인성의 리얼한 연기에 있어 동력으로 작용했다.
 
“저는 캐릭터가 관계 안에 놓일 때 연기가 쉽게 풀려요. 캐릭터가 오롯이 스스로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전 다른 캐릭터를 만나며 좀 더 확실해지는 타입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더 킹>은 우성이 형 덕분에 관계 설정이 굉장히 빨랐죠. 앞으론 우성이 형의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형님이 <더 킹>을 통해 자유로워졌다고 보거든요. 비중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면 선뜻 뛰어드는 것 말예요. 배우 입장에선 대중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굉장히 궁금한데 형님이 멋지게 터트려주면서 저 역시 확신이 생겼죠. 실체가 눈으로 보인 셈이에요. 저 역시 역할이 작더라도 좋은 작품이라면 충분히 출연할 자신이 생겼어요.”
 
<더 킹>에는 조인성의 처음 보는 얼굴이 즐비하다. 삭발, 클론의 ‘난’에 맞춰 추는 정우성과의 칼군무, 근육을 뺀 마른 몸, 권력에 취한 눈빛, 구수한 사투리까지. 그야말로 조인성 열연 종합세트다.
 
“정치검사 캐릭터지만 다른 자료를 찾아보진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때였고요. 가장 신경 써서 힘을 준 장면은 아무래도 룸살롱 신이죠. 술과 여자, 권력을 쥔 남자가 나오는 공간 하면 보통 어두운 지하세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영화는 그런 전형성을 탈피하고 싶었거든요. 밀실보다는 펜트하우스처럼 화려한 공간을 원했어요. 태수가 그 공간에 처음 발을 내딛고 시원하게 러브샷을 한 다음 자리에 앉기까지, 그 동선이 힘들었어요. 클론 안무는 따로 댄스 선생님을 만나서 힘들게 연습한 거예요. 제가 몸치인 탓도 있는데 ‘난’ 안무가 워낙 어려운 춤이래요.(웃음) 강원래, 구준엽 선배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죠.”
 
실제로 만난 조인성은 실로 솔직했다. “내가 본 그 어떤 배우보다 남자답다”라는 노희경 작가의 말처럼 그럴싸한 말로 자신을 수식한다거나 민감한 질문에 얄팍한 자존심을 내세워 기싸움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20대를 떠올리면서도 “욕심은 많은데 능력은 부족해 괴롭고 안쓰러웠던 시절”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돌이켜 보니 그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로 연기상을 받기 전까지 늘 연기력 질타를 받아왔다. 모델 출신 꽃미남 배우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더 킹>이라는 대작을 믿음직스럽게 이끌기까지 그 이면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그러나 조인성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잘하고 싶은데 능력은 부족했던 20대였어요.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했죠. 정말 괴로웠거든요. 당시엔 왜 괴로운지 몰랐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부족한 능력 때문이더라고요. 그런 괴로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많이 편해졌어요.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고, 상대가 제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도 않잖아요.
 
<더 킹> 현장에서 우성이 형이 중심이 되어 술을 정말 많이 마셨거든요. 그 재미가 참 대단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끼리 했던 얘기가 배우의 가장 큰 특권이 일희일비라는 거였어요. 오늘 내 연기는 좋았다, 어제는 별로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일희일비하는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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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의 원만한 관계, 동생에게 좋은 형”
 
조인성의 집은 배우들의 아지트로 유명하다. 송중기, 김우빈, 이광수, 엑소 디오(도경수) 등 단골손님 면면이 무척 화려한 편이다. 톱스타가 되고 나서도 한동안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그였으나 이제 동료 연기자들이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이유를 묻자 “그 친구들 다 결혼해서 만나기 애매하다”며 웃는다.
 
“친구 아내에게 제가 신뢰를 줘야 얘네가 몇 번이라도 나올 수 있거든요. 너무 부르면 조인성 카드도 안 먹혀요. ‘어, 자기야. 인성이 바꿔줄게’도 한두 번이지, 하하.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는 동네 친구는 (김)기방이 정도예요. 동료 배우들과 만나는 건 전적으로 제가 좋아서 만나는 거죠. 경쟁의식을 가지면 저만 괴로워요. (도)경수는 우빈이 사랑이고, 저는 광수에게 가장 마음이 쓰여요. 중기야 워낙 자기 몫 120% 하는 친구고. 광수가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예능인으로서 갖는 배우의 고민이 있을 거란 말이죠.”
 
조인성은 배우 조인성의 삶 못지않게 인간 조인성의 인생도 중요하다고 했다. 영화의 흥행, 탄탄한 필모그래피도 자연인 조인성이 올곧게 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요새 조인성의 최대 관심사는 <더 킹>이나 차기작이 아닌 ‘살가운 아들 되기’란다.
 
“자연인으로서 제 삶이 없는 건 싫어요. 제가 요즘 가장 기분 좋을 땐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한 것, 동생에게 좋은 형 노릇을 했을 때예요. 보통의 집안 큰아들처럼 살갑게 못 굴거든요. 동생한테 권위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요. 이러한 숙제들을 조금씩 풀어나가니까 가족 밖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편하더라고요. 연기할 땐 말할 것도 없고요. 지난주엔 제가 먼저 ‘외식 한번 하실래요’라고 해서 가족들과 방이동 봉피양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제가 봐도 어색하긴 했어요. 그래도 그 어색함을 뚫고 좋은 아들, 좋은 형이 되고 싶어요. 이렇게 점점 성장해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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