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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가족 해외봉사, 변정수

다음 목표는 다 같이 긴급구호 자격증 따기

2016-08-31 10:01

글 :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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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연기자, 라디오 DJ, 사업가, 그리고 두 딸의 엄마. 변정수야말로 슈퍼맘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20년 넘는 연예계 활동 중 지난 13년간 꾸준히 국내와 해외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이날도 목이 다 쉰 채로 나타났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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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수는 13년째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의 홍보대사를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대중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마음이 바뀌었단다. 많이 알리는 만큼 많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월 10번째 해외봉사로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큰 나라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 가뭄과 전쟁, 자연재해로 인한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빈민지역 학교를 찾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벽화도 그렸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건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기거하는 보건소의 산모 대기공간이었다.
 
에티오피아 빈민촌에 다녀오다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보통 집에서 출산을 하고 산파가 와서 애를 받아준대요. 그런데 감염 문제도 있고, 응급처치도 잘 안 되니까 보건소에서 없는 예산으로 대기공간이라도 만든 거죠. 바람만 막을 정도로 양철을 얹어 지붕으로 삼고, 톱밥을 뭉쳐서 만든 판자 같은 걸로 대충 지은 거예요. 침대는커녕 이불도 없어서 누가 버린 박스나 종이를 주워 와서 그 위에 산모들이 누워 있더라고요. 죽 끓이는 곳이라는 데에는 쥐똥이 굴러다니고, 거의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인 거예요. 또 아프리카면 따뜻하고 더울 것만 같죠? 일교차가 크거든요. 그 열악한 곳에서 산모들이 감기, 결핵, 폐렴을 앓고 있는 걸 보는데 얼마나 화가 나던지….”
산모시설을 개보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 1천만원을 기부했고 추가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의 아이디어로 2010년부터 시작한 ‘맘(Mom)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홍보대사가 하는 일이 별거 없어요. 연예인이니까 누군가가 기부를 하면 기사를 내야 하니까 팻말 들고 같이 사진 찍어주고, 홍보 역할밖에 못 하는 거더라고요. 1년에 한 번씩 해외봉사를 가고 있지만 정해져 있는 스케줄밖에 못 하고, 따로 내가 내 열정을 부여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여성 문제가 보이더라고요. 남자들은 다 놀고 여자들만 죽어라 일하는 나라가 많아요. 갓난쟁이가 있는 엄마들은 일도 못 하고, 교육도 못 받죠. 그래서 ‘맘 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엄마를 영어로 한 ‘맘’(Mom)과 한국어 마음의 줄임말 ‘맘’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지구촌 빈곤 아동과 엄마를 보듬기 위해 지역 복지센터를 설립한다. 변정수는 결혼 17주년 리마인드 웨딩을 하며 받은 축의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맘 센터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네팔, 필리핀, 말라위, 캄보디아 등에 6개 센터가 세워졌다.

“나라마다 상황이 조금씩 달라서 그에 맞는 시설을 짓고 있어요. 엄마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온갖 위험에 노출되는 곳에는 데이케어 센터를 짓기도 했고, 여성들이 배울 기술이 필요한 곳에는 교육시설, 또 아이들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을 기부 받아 도서관을 짓기도 했어요. 에티오피아를 다녀오면서 산모시설을 추가하게 된 거죠.”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된 가족 해외봉사
가장 화려한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연예계 생활을 하는 그다. 봉사 초기에는 자신이 사는 세계와 도움이 필요한 세계의 간극이나 괴리 때문에 마음의 부침이 심했단다.
“한 번 다녀오면 한 달을 가더라고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메이크업, 의상, 얼마나 화려해요. 한국에 오면 저는 다시 똑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미안한 마음이 컸죠. 그런데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미안한 마음, 나도 든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자’고요.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게 만들고, 또 그런 아이들이 많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도움에 동참할 수 있는 친구들을 그쪽으로 많이 보내주자고 하더라고요.”

변정수는 첫 번째 해외봉사를 제외한 지난 9번의 해외봉사를 모두 남편 유용운 씨, 두 딸 채원·정원 양과 함께 다녀왔다. 2005년, 처음 가족 봉사를 제안한 것도 남편이었다.
“결혼 10주년이었어요. 굿네이버스에서 아동학대방지 홍보대사를 하면서 국내활동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거든요. 저는 가족 봉사 같은 건 전혀 생각도 못 하고 결혼기념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죠. 그런데 남편이 그러지 말고 봉사를 가자고 하더라고요.”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대학생들 틈에 섞여 첫 번째 가족 해외봉사를 다녀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곧 대학에 입학하는 큰딸 채원 양은 초등학교 2학년, 올해 9살인 작은딸 정원 양은 두 살에 해외봉사를 시작한 것이다. 성인인 부부에게도 고된 일이었을 텐데 두 딸에겐 오죽했을까.
“처음에는 울고불고 집에 가자고 했죠. 덥고, 더럽고, 모기 물리고…. 짜증도 많이 냈어요. 생각해보니 이제 애들의 봉사 경력도 꽤나 길더라고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족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자리를 잡았어요. 첫째는 영어를 할 수 있으니까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남편은 이것저것 수리해주고, 저는 구호가 필요한 사례자들 찾아서 도와주고요.”

가족 봉사 11년 차, 평소에는 티격태격할 때도 많지만 봉사를 가서는 절대 싸우는 법이 없단다.
“다른 가족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같이 스포츠를 하기도 하잖아요. 우리 가족은 봉사활동 얘기만 나오면 저절로 하나로 뭉쳐져요. 집에서 짜증 부리던 애들도 그림 그리라면 그리고, 스스로 티셔츠도 만들고요. 이제는 봉사가 아이들의 삶이 된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봉사활동 얘기만 나오면 저절로
하나로 뭉쳐져요.
집에서 짜증 부리던 애들도
그림 그리라면 그리고,
스스로 티셔츠도 만들고요.
이제는 봉사가 아이들의
삶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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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변정수는 9번째 가족 해외봉사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다녀왔다. ⓒ박지현 / Good Neighbors
 
엄마 아빠를 닮아 미술 공부하는 두 딸
미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한 부모를 그대로 닮아 두 딸은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19살인 첫째 채원 양은 곧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스로 가고 싶은 대학 두 곳을 정해 지원했고, 두 군데 모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동안 엄마 변정수의 눈이 한층 더 반짝였다.

“저는 제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채원이는 우리 가족이 봉사를 갈 때 입는 티셔츠에 들어가는 그림 작업을 직접 하거든요. 이번에 대학에 지원하며 제출한 포트폴리오 20개 중에 티셔츠도 하나의 작품이에요. 외국에서도 그런 경력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더라고요. 저는 왜 하버드 안 넣었냐고 막 그랬죠.”(웃음)
두 자녀는 엄마와 봉사만 함께한 게 아니다. 모델 엄마를 둔 업보 아닌 업보로 어릴 때부터 잡지 화보도 많이 찍었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도 동반 출연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이 굉장히 싫어해요.(웃음) 항상 꼬드기죠. ‘채원아 이거 유가 화보야.(웃음) 이 화보를 통해서 네가 또 다른 아이를 도울 수 있어’라고요.”
혹시나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자녀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그녀는 거침이 없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는 부정적인 걱정을 먼저 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오히려 대중에게 자신이 공개됐으니까 스스로 조심하는 면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엄마가 하는 일이나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자랑하려고 하지도 않고, 비공개로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A형이에요. 모델 일을 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었거든요. 누가 노래 부르라고 하면 울면서 들어오고 그랬죠. 스스로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더 시키는 거예요. 여러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일을 찾을 것 같아서요. 저는 제 일을 너무 늦게 찾았거든요.”
이어 그는 말했다. “아이들 설득할 때 또 하는 말이 있어요. 너랑 나랑 현재, 이 시기, 이 나이를 기록한다고 생각해라. 누구에게 보여준다고도 생각하지 말고, 누가 안 봐도 그만이다. 우리들만의 일기라고요.”
 
변정수가 하루를 사는 법
결혼 후 시작한 모델 일에, 2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 출연, 라디오와 예능프로그램 진행에 사업과 육아까지. 슈퍼맘이라는 칭호가 딱 어울리는 변정수는 그 많은 일들 중 어떤 걸 가장 좋아할까.
“저는 제가 엄마일 때 가장 좋아요.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은데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포기했어요. 애들 학원 데려다주고 밥해주는 게 너무 좋아요. 그런데 이것도 제 일이 있어서 그런 거지 일이 없다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좋아하고 정도 많은 그는 지금까지 50여 명의 아동을 후원해왔다. 성인이 되어 후원이 종료된 아이들을 제외하고 지금 후원하고 있는 아이만 24명이다. 후원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부도 참 많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물론 힘들 때도 있었죠.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저처럼 밝은 사람들 일이 없어지기도 하거든요. 6개월 정도 수입이 0원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었어요. 차 유지비에 매니저 월급에, 밤마다 죽고 싶었죠.”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굿네이버스 직원들도 몰랐던 일이다. 후원을 한 번도 중간에 멈추거나 끊은 적이 없고, 힘든 내색 한 번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아이들을 도울 수가 없더라고요. 제 몸 하나 가져가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그러니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거예요. 몸은 힘들지만 버겁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는 하루를 꽉꽉 채워 생활한다. 매일 아침 일정표를 작성하며 시간을 쪼개 그날 할 일을 정리한다.
“저는 하루살이처럼 살아요. 하루살이는 오늘 아침에 태어나 밤에 죽을지 모르고 놀다 가잖아요. 저도 오늘을 살고 죽고, 내일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일정을 다 마치고는 대본 외웠다 잊어버리듯 싹 잊고 자요.”
 
맘 센터 100개 설립 “다 못 하면 딸들이 해주겠대요”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 에티오피아를 다녀왔으니 좀 쉴 법도 한데 내년 가족 봉사 계획도 이미 다 세워놨단다.
“다음으로는 중미에 있는 과테말라에 가기로 했어요. 저희는 한국에서 출발하고 채원이는 미국에서 바로 오고요. 한국 교민들 대상으로 강연도 할 계획이에요. 13년이라는 세월이 쌓이다 보니 제가 봉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교민들과 함께 봉사하는 프로젝트를 생각 중이에요.”

가족이 함께 긴급구호 자격증을 따는 것도 목표다. 취득이 쉽지 않은 자격증이라 굿네이버스 직원 중에도 자격을 가진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변정수는 “남편이 세운 올해 목표”라며 “첫째 아이는 미국에 가니 못 하겠지만 나머지 셋이서 교육을 받으러 갈 계획이다. 긴급구호가 필요한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봉사에 대한 아쉬움과 포부도 내비쳤다.

“해외의 경우 그곳 사정에 맞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또 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홍보하는 게 가능한데 국내는 그렇지 못해요. 아이들이 얼굴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하고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서 몰래 도와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가 더 힘들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따로 계획을 세우는 게 있습니다.”
맘 센터를 꾸준히 늘려나가겠다는 장기 과제도 잊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눈빛과 말소리에 힘을 가득 실었다.

“살아생전에 맘 센터 100개를 짓는 게 제 목표예요. 내가 못 하게 되면 우리 자식들이 이어서 할 거예요. ‘엄마가 안 되면 내가 할게’ 그러더라고요. 제가 지금 마흔셋이니까, 여든까지 돌아다닐 수 있다고 하면 40년 정도 남았잖아요. 쉰 개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애들이 서른 개씩 하면 100호, 충분히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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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리  ( 2017-07-12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정말 멋진 여성입니다.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저렇게 긴 시간동안을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도.. 정말 마음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일텐데요.. 존경스럽니다^^ . 앞으로도 멋진 활동 많이 보여주세요
  건강하게  ( 2016-09-01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4   반대 : 3
아주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시네요.. 긍정적인 도전이 됩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하는 모습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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