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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환호의 순간

천우희·송강호·조진웅·김영애

2014-12-31 09:51

12월 17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별들의 잔치가 열렸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청룡영화제가 선택한 최고의 배우들은 누구일까. 눈물과 환호, 팬들과 취재진이 가득했던 그 현장을 취재했다.


- 영화 <한공주>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여 청룡영화제 여주주연상을 거머쥔 천우희.



지난 12월 17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신인배우 천우희의 이름이 호명됐다. 독립영화 주인공이 ‘청룡’의 선택을 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언제나 그랬듯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김영애, 송강호는 물론 ‘미친 존재감’ 조진웅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 그리고 2013년 말 최고의 화제작 <변호인>까지, 청룡이 선택한 배우와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봤다.


아무도 예기치 못한 여주주연상 천우희는 누구?

이번 청룡영화제의 최대 이변은 단연 천우희다. 영화 <한공주>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제 막 알려진 신인인 데다 영화 자체도 주로 소규모 극장에서 개봉한 독립영화였기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연기력은 올해의 최고로 인정받았다. 본인도 예기치 못했는지, 단상에 올라선 천우희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큰 상을 받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선후배 배우들은 미소 짓거나 눈물지으며 후배의 수상을 공감하고 축하했다. 이날 천우희는 몸매를 드러내는 누드 톤 드레스(배우 조여정과 같은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로 아름다움을 뽐냈다.

일반 대중에게 덜 익숙한 이름이지만, 사실 천우희는 단역 및 조연으로 작품 속에 꾸준히 얼굴을 비쳐왔다. 그녀가 조연으로 등장한 첫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2009년 작 <마더>. 이 영화에서 천우희는 극 중 진태(진구)의 여자친구 미나 역을 맡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격렬한 정사 연기는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천우희는 한 인터뷰에서 “그땐 사실 배우가 노출하는 게 별거냐고 생각했다. 배우라면 노출이든 뭐든 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그 장면을 보고 우셨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해 그녀는 옴니버스 영화 <사이에서>에서 배우 박철민의 상대역으로 주연급 분량의 연기를 소화했다. 이번에는 다방 레지 역이었다. 박철민은 당시 천우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촬영 현장이 굉장히 멀었는데도 (천우희의 부모님이) 오셔서 딸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지켜보시더라. 특히 물에 빠지는 장면을 목격하셨을 때는 눈물도 흘리셨다. 아마 천우희 양은 물론 부모님도 한층 더 단단해지셨을 것이다.”

충무로에서 천우희는 몸을 사리지 않는 실력 있는 배우로 입소문을 탔다. 이후 7백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써니>의 ‘본드걸’ 상미로 존재감을 각인시켰지만, 이름을 알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영화를 포기할까, 고민하던 무렵에 찾아온 작품이 바로 <한공주>.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천우희는 피해자 여학생 한공주로 열연했다. 영화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의 쾌거를 올렸다. 천우희의 배우 인생에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었다. 이 영화로 그녀는 김희애, 전도연, 손예진 등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건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배우를 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에도 더 많은 관심과 가능성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 충무로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 조진웅이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 올해의 청룡영화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유천, 조진웅, 천우희, 송강호, 김영애, 김새론)


주연보다 빛나다 조진웅 전성시대

청룡영화제가 선택한 또 다른 배우는 조진웅이다. 조진웅은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끝까지 간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한 지 꼭 10년 만이다. 재치 있는 수상 소감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영화 홍보할 때는 주연이라고 하더니 상을 줄 때는 조연상이네요.(웃음) ‘끝까지 간다’는 말처럼 진짜 끝까지 가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저에게 형제를 선물해줬습니다. 감독님, 스태프, 이선균 등 형님들이 많이 생겼어요.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말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각본상까지 가져간 <끝까지 간다>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 영화다. 극 중 조진웅은 형사 고건수(이선균)를 압박하며 숨통을 죄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의문의 인물, 박창민으로 등장한다. 투톱 주연이었지만 이선균보다 조진웅의 카리스마를 극찬하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만큼 호평받았다.

조진웅의 지난 10년은 누구보다 알찼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야생마 패거리’ 중 한 명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이후 <우리 형>, <비열한 거리>, <쌍화점>, <국가대표>, <고지전> 등 단역과 조연, 우정출연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출연했다. 그중에는 <솔약국집 아들들>이나 <추노> 같은 인기 드라마도 있었다. 그런 그의 작품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2011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기점이다.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깡패 조직과 부패한 경찰들의 이야기에서, 그는 마치 그 시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개성 있는 마스크와 연기력을 바탕으로, 올해 조진웅이 등장한 개봉작 수만 무려 4편. 내년에는 하정우가 연출한 <허삼관>과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장수상회>가 잇달아 개봉할 예정이다.

“<올 댓 재즈>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열여섯, 열일곱 살밖에 안 된 친구들인데 재즈를 한 지 12년이 됐더라고요. 애기 때부터 한 거죠. 저는 배우로 데뷔한 지 이제 10년인데 뭘 알겠어요. 다만 극단 생활까지 치면 20년 가까이 했는데, 아무래도 연기가 제 길인 것 같아요.”(웃음)



1 전년도 수상자 황정민의 호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2 <친구2>로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배우 김우빈과 전년도 수상자 이정재가 투샷으로 잡히며 이기적인 기럭지를 자랑하고 있다.
3 매년 청룡영화상 사회자를 맡고 있는 배우 김혜수가 고혹적인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흠잡을 데 없는 베테랑 <변호인>의 송강호와 김영애

개봉 시기상 지난해 청룡영화상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영화로 <변호인>을 빼놓을 수 없다. 양우석 감독의 연출 데뷔작 <변호인>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인기스타상을 모두 휩쓸었다.

“오늘이 <변호인>이 개봉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인데, 좋은 상으로 대미를 장식할 수 있게 됐네요. 사실 47년 살아오면서 내 이웃과 사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적은 드물었어요. <변호인>은 감동을 선사했지만 그런 면에서 자괴감이 들게 한 작품이었죠.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배우 송강호도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변호인>의 명대사(‘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를 활용한 수상 소감에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송강호에게 지난 2013년은 특별했다.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설국열차>로 세계시장을 공략했고, <관상>과 <변호인>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기 때문. 부산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20대의 송강호는 어느덧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편 <변호인>의 또 다른 일등공신으로 ‘국밥 아지매’ 김영애가 있다. 김영애는 이 작품으로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부일영화상, 대종상 수상에 이은 여우조연상 3관왕이다. 

“처음 <변호인> 시나리오를 보고 ‘이게 흥행이 되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시나리오 볼 줄을 모르는 거죠.(웃음) 나는 카메라 앞에 섰을 때가 제일 좋아요. 하다가 중간에 죽거나 하지만 않으면 언제까지나 배우 하고 싶어요.”


무서운 신인들 박유천 vs 임시완 vs 김우빈

이젠 가수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룹 JYJ의 박유천이 영화 <해무>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종상에 이은 올해 4관왕이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변호인>의 임시완, <친구2>의 김우빈, <족구왕>의 안재홍을 제치고 박유천이 트로피를 가져간 것에 전혀 이견이 없단다. 그만큼 박유천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말이다.

가수로는 데뷔 10년 차지만, 박유천에게 <해무>는 스크린 데뷔작이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았지만 어두운 주제 탓인지 흥행은 다소 부진했다. 그럼에도 미술상까지 수상한, 완성도 있는 이 작품에서 박유천이 맡은 역할은 순수한 막내 선원 동식.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어서였을까? 박유천의 연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아쉽게 인기배우상을 놓쳤지만 인기스타상으로 만회한 배우들도 있다. 가장 먼저 임시완을 거론할 만하다. 박유천처럼 아이돌 그룹(제국의아이들) 멤버인 임시완은 <변호인>의 고문 신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연기자로 안착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깍듯함으로 현장에서 선배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고. 요즘은 화제의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 장그래 역으로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다.


사진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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