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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딱 내 삶

스타 셰프 토니오의 맛있는 토크 7_ 개그맨 박수홍

2014-09-02 14:37

극적인 요소가 없는 얘기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기 극복 스토리’를 좋아한다.
반면 박수홍은 잔잔하다. 스캔들 한번 안 냈다. ‘민숭민숭’한 대화가 오갈까 짐짓 걱정했다. 근데 이거 웬걸.


젤 좋아하는 음식이 자장면이란다. 뭐 이리 소박해? 진짜 자장면을 만들어야 할까,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질렀다. 대신 면은 스파게티 면으로 했다. 일반 자장면은 재미없을까 봐. 고민하길 잘했다. 한 젓가락 하더니 “이거 진짜 맛있네”라고 했다. 자장면을 어떻게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담았냐며 감탄까지 했다. 맞은편 접시에 덜어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자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요? 군대 첫 면회 때 부모님께서 자장면을 시켜주실 정도로요. 그만큼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은 김밥, 치킨 먹기 바빴는데. 어릴 때부터 좋아한 음식이에요. 

맛있어서요?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뭐라 표현을 못 하겠어요. 지금도 일요일엔 웬만하면 자장면 시켜 먹어요. 새로운 동네 가면 맛있는 중국집 찾는 게 일이에요. 지금 이사 간 동네에도 하나 뚫어놨어요. 다른 건 몰라도 쟁반자장이 아주 예술입니다. 아주 작은 그냥 동네 중국집이에요. 

뻔한 질문인데요, 자장면에 얽힌 추억담?

군대 있을 때예요. 얼마나 자장면이 먹고 싶었으면 휴일 날, 하사나 소위, 중위 간부들이 이사를 갈 때가 있어요. 그때 자원해서 이삿짐을 날랐어요. 그날은 자장면 먹을 수 있거든요. 냉장고 나르다가 허리 다치고 그랬는데도, 자장면 먹겠다고. 


허리를 다쳐가면서요?
그랬다니까요. 이사를 마치고 중국집에다 주문을 하는데, 전 당연히 자장면을 시켰죠. 근데 같이 (이사를) 도왔던 동기가 ‘곱빼기’를 시키는 거예요. 그때 “저도 곱빼기 먹을래요”라고 말을 못 한 게 아직도 한이 돼요. 그날 잠자리에 들면서도 ‘나는 왜 곱빼기를 시키지 못했을까’ 하면서 자괴감 느끼고…. 그러다 ‘앞으로 자장면 곱빼기 안 시키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다짐했죠.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잖아요.
막상 자장면은 잘 못 만들겠더라고요. 춘장 볶고 나서 면 넣고 그래야 되잖아요. 생각보다 쉽지 않던데요. 이건 진짜 맛있네요. ‘알 덴테(Al dente)’ 상태 맞죠? 면이 꼬들꼬들한 게 아주…. 진짜 맛있다. 스파게티 면으로 하니까 색다르네요. 이런 요리를 만드니까 셰프들이 인기가 많은 거예요. (셰프들은) 다들 예쁜 여자 만나잖아요. 그래서 제가 요리를 배웠던 거예요. 하하하. 근데 요즘은 다 시켜 먹죠.


순한 여자가 좋아
착각이었을까. “셰프들은 다들 예쁜 여자 만난다. 그래서 (나도) 요리를 배웠던 것”이라는 말에 무릇 갖가지 감정이 얽힌 듯했다. 누가 보든, 저 말은 ‘과거형’이다. “한땐 장밋빛 꿈에 부풀어…”로 시작해, “태산을 넘고 험곡을 배회하다가”로 이어지다, “지금은 시켜 먹는다”로 끝나는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 명확한 ‘비극’ 같았다. 짓궂게도 (연애에 관한 한) 이미 접은 듯한 그의 마음을 펴고 싶었다. 비록 펴지는 못할지언정, 옆에서 바람 정도는 넣어보고 싶었다. 최근 <남남북녀>를 찍으면서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피진 않을까. “신랑감 1위였던 적도 있었잖냐(지금은 왜 그러냐)”란 물음에 “옛날 얘기”라며 머쓱해하는 그에게 집요하게 묻기로 했다. ‘여자’ 얘기를. 

<남남북녀> 재밌던데요.
촬영하면서도 그래요. 오늘은 재미있을 소재가 아닌데, 빵 터져요. 이런 얘기로도 재밌을 수 있구나 싶죠. 신기해요. 같은 말을 쓰는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죠. 이게 시트콤이 아니라 대본이 없거든요. 저도 할 때마다 놀라요. 초반에는 욕 좀 먹었죠, 물 떠오는 거 시켰다가. 초장에 잡으려고(?) 그랬던 거거든요. 북한 여자들 기 세다는 소릴 들어서. 물론 지금이야 제가 물시중을 다 들죠. 우리 식구들은 이렇게 될 줄 다 알았어요. 집안이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도 어머니 심부름 아직까지 하세요. 지금은 (양)준혁이 형이 그 안티를 다 가지고 갔어요. 하하하. 

북한 여성들 성향이 어떤가요?
굉장히 순수하더라고요. 보수적이기도 한데, 순수해요. 감동을 아주 잘해요. 사소한 건데도요. 와인 한번 따줬더니 엄청 감동하더라고요. 그러면 더 잘해주고 싶죠. 어느 날은 신혼집 침구를 사러 같이 나간 적이 있어요. 차 타고 지나가는데 ‘아웃렛’을 보고 저게 뭐냐면서 한번 가고 싶다고 하기에, 갔어요. 뭘 하나 사주려고. 가격을 보더니 너무 비싸다면서 가게를 뛰쳐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녁에 몰래 다시 가서 그 물건을 샀어요. 침대 밑에 놔두고 저녁에 건넸더니 첨에는 화를 내더니, 그날 저녁에 문자가 왔는데 진심으로 고마워하더라고요. 태어나서 이런 선물 처음 받아봤다면서요. 얼마 전엔 물놀이를 갔었는데 또 감동을 받데요. 워터파크도 아니고 그냥 계곡이었는데, 이런 데 처음 와봤다면서. 

그러다가 진짜 반하는 거 아녜요?
그건 그쪽 몫이고요. 하하.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니까. 프로그램 설정이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죠. 

요즘 난리죠. 둘이 결혼하라고.
분위기상 ‘둘이 결혼 안 하면 욕먹을 상황까지 간 건가?’ 싶기도 해요. 위장 결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 어쨌든 ‘가상’이지만, 결혼을 한 거잖아요. 인연인 거죠. 잘해주려고 해요. 방송이 끝나더라도 좋은 오빠 동생으로 남고 싶어서 잘해주고 있는데, 어느 날은 또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상처 받을까 봐 그랬는지. 굉장히 순수한 거죠. (요즘) 행동에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술자리 가면, 왜 와이프 안 데리고 왔냐 그러고…. 

지금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이상 욕은 안 먹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아, 안 그럴 거예요. 이거 하면서 다른 여자랑 어떻게 결혼해요. 이것도 시청자들과의 약속인데. 시간이 좀 지나면 모르겠는데, 이런 프로그램 찍으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안 되죠. 안 그럴 거예요. 거짓말은 안 해요. 

지금 만나는 사람 없어요?
네. 교제는 안 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여성상이?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좋아요. 

에이, 그런 거 말고.
사주를 봤더니 조선시대 여성 같은 사람을 바란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렇게까진 아닌데. 고마워할 줄 아는 여성이요. 순종적이고요. 작은 선물에도. 

외모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착하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약간 눈 처지고. ‘마시멜로’처럼 생긴 스타일이요. 키는 상관없어요. 크면 조금 부담스러워요. 그렇다고 진짜 마시멜로처럼 ‘2등신’이면 안 되겠죠. 

굳이 따지자면 장영란 씨 같은 얼굴?
아, 영란이 예쁘죠. 갑자기 생각난 건데 영란이, (안)선영이 둘 다 친구 소개해준다고 해서 나갔는데 (친구들이) 다들 배가 불러서 나왔더라고요. 하하.  


그럼 싫어하는 여자는요?
식당 가서 반말 투로 얘기하는 여자요. 예를 들어 주문할 때, “OO는 없나?” 이렇게요. 왜 있잖아요. 혼잣말 식으로 어린 종업원한테 반말하고, 말 짧은. 아무리 돈을 내는 입장이라도 예의 발라야죠. 말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아요. 뭐랄까. 기가 센 스타일은 저랑 안 맞아요. 내가 틀려도 잘했다, 잘했다 하는 사람. 지혜로운 방법으로 자존심 세워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아요. 

여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결혼은요?
결혼은. 결혼은…. ‘괴롭느니 외로운 게 낫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해요. 한때 결혼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웨딩사업을 시작하기도 했죠. 아무것도 없이 형제들이 (맨땅에) 투자해서 만든 거거든요. 그것도 청담동에. 그때 남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왜 그걸 하냐고 그랬어요. 그만큼 결혼이 꿈이었어요. 한땐 웨딩(매칭) 프로그램 진행도 엄청 많이 했어요. 결혼에 대한 꿈이 있어서 그랬죠. 

결혼에 대한 환상, 설렘이 많이 없어졌나 봐요.
그렇죠. 결혼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 하는 걸 많이 느끼죠. 결혼은 진짜 어려운 거예요. 배를 타고 긴 항해를 떠나기 전에 백번 기도하고, 전쟁터로 나갈 때 몇 천 번 기도를 한다면요. 그거의 수배를 기도하고 나가야 하는 거구나. 그게 ‘결혼 원정’이구나, 싶어요. 

엄청 신중하시네요.
이런 얘길 들었어요. 태어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몇 개나 있냐는. 부모, 형제, 태어날 지역, 모두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학교도 뺑뺑이고. 인생 뺑뺑이예요. 딱 두 개는 예외죠. 직업과 결혼. 이 두 가지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잖아요. 그 말을 믿어요. 너무 신중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죠. 38살을 기점으로 좀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전에는 정말 결혼하고 싶었어요. 사실 아픔이 없었다면 쉽게 결혼했을지도 몰라요.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사람이 있어요. 진지하게 만났던 사람이 세 명이 있었는데요. 결혼 생각까지 했었는데, 헤어짐을 겪으면서 의도치 않게 생채기를 냈어요. 그걸 겪으니 다시 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정말 ‘운명’을 만나지 않는 이상 다시 못 하겠더라고요. 

상대방도 그랬겠지만, 상처를 많이 받으셨나 봐요.
팔이 잘리는 기분이었어요. 팔이 잘리는 기분. 

지금은 진짜 만나는 사람 없어요?
맹세코.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에 만난 사람이 있었어요. 딱 5번 만났는데 “우리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서로 알아가는 사이”라고 답했더니,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안 해줬다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더라고요. ‘여자 마음을 모른다’로 시작해서 ‘좋은 사람 만나라’는 내용으로 끝나는. 지금은 정말 없습니다. 물론 친한 (여)동생들은 많아요. 


친한 여동생?
박경림 씨. 아, 남동생인가? 하하. 그 친구 중1 때 만나서 지금까지 친하죠. 남편이 오해했잖아요. 둘이 결혼할 사이 아니냐고. 하하. 경림이는 전 여자 친구 세 명을 다 보여줄 정도로 친해요. 

여자 친구 생기면 무조건 경림 씨한테 데려가나요?
보여주죠. 그런데 세 명에 대한 반응이 다 별로더라고요. 친여동생이 싫다는데 인연이 어떻게 되겠어요. 그땐 섭섭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잘 본 것 같아요. 안 어울렸던 거죠. 그렇다고 그 친구가 싫다고 해서 인연을 끊은 건 아니고요. 

박경림 씨 결혼 전에 보여주신 거죠? 질투 나서 그런 것 아닐까요?
네. 결혼 후엔 그런 적이 없었죠. 세 명 다 결혼 전에….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아, 맞네. 얼마 전에 (경림이가) 박수애 씨(<남남북녀> 출연자)를 만났거든요. 그렇게 잘해주더라고요. 결혼하고 나서 잘해주는 것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하하하. 


한 번도 입 밖에 안 낸 ‘쓰린 경험’
2010년께인가. 4~5년 전 그를 만났을 땐 그랬다. 외람되지만 ‘재기 발랄’했었다. 통통 튀는 눈빛이 지금과는 달랐다. 지금은? 어딘가 호소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깊이감이 묻어났다. 한층 안정돼 보였다. 남의 얘길 참 잘 들어주면서 할 말은 거리낌 없이 했다. 예의가 바르긴 했지만, 장난도 부릴 줄 알았다. 그렇다고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적당히 균형을 잡을 줄 알았다. 몰랐는데, 쓰린 경험도 했단다. 

5년 전이었나? <80일만에 서울대가기>. 그때 뵀죠. 그땐 어땠어요?
힘들었죠. 공중파 프로그램 정리되고 나서…. 아, 공중파 하나 있었구나. <해피타임>은 10년째 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마음이 안 좋았어요. <야심만만> 하다가 갑자기 프로그램이 줄고. 그러면서 케이블로 가게 된 거예요. 살면서 힘들었던 게 몸적으론 군대에 있었을 때, 마음적으론 방송이 줄었을 때죠. 그때 기분 아세요? (제작발표회 등에서) 기자들이 제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만 질문할 때. 

그럴 때 상처 받으세요?
그럼요. 엄청 상처 받아요. 이제 잊혔나 싶은 거죠. ‘어? 한 달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옆에 사람에게만 질문하네.’ 피부로 느끼죠. 인기가 이렇게 떨어졌구나, 하고. 

방송 쉴 때 참 힘들었겠어요.
방송을 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군대 시절 빼놓고는. 자랑 같지만, 프로그램을 3개 이하로 떨어뜨려본 적이 없어요. 직장인처럼 일했어요. 영어프로그램 진행할 때는 집에서 4시간 동안 영어책을 붙들고 공부하기도 했어요. 매일매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강의도 공부하고 그랬어요. 하하. 그렇게까지 했어요. 요리프로그램도 참 애착이 많았어요. 지금은 물론 후배가 잘하고 있지만. 7년을 맡았죠. 역대 진행자 중에 가장 오래했어요. (상황 때문에) 다들 1년 반 만에 하차하는데. 참 애착이 많았던 프로그램이라, (정리하고 나서) 많이 쓰렸죠. 와. 이 얘기 처음 하는 거예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꺼낼 수 있는 건데, 당시가 인생의 전환기였어요. 힘든 걸 버틸 수 있게 하는 힘도 길렀고. 좋게좋게 마무리했어요. 쓰린 것 풀고, 할 말 다 하고, 다 내려놨죠. 그랬더니 또 좋은 프로그램도 들어오고…. 

듣고 보니 대단하네요. 힘든 환경에서 7년이나.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냈어요. 그래서 지금 주어진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 고등학교 땐 새벽 2시 반에 일어나서 매일 신문, 우유 배달을 했어요. 아버지 사업이 잘되다가, 한순간이더라고요. 이사도 16번이나 다녔어요. 그때 경험이 자양분이 됐어요. 어렵게 커서 그런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그래서 프로그램 한번 맡으면 오래 해요. 한 번 같이한 사람도 끝까지 같이 가죠. 친구가 많진 않은데 한 사람을 깊이, 오래 사귀는 거. 그런 거요. 

한땐 메인 MC였어요.
이 계통이 그래요. 사자가 피를 흘리면 하이에나가 와서 먹어요. 근데 사자가 언제 하이에나가 되고, 하이에나가 언제 또 사자가 될지 모르거든요. 인생은 사이클이에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기운이 좋아요. 

사업도 잘되고요?
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죠. 크게 안 벌였더니 오히려 나아요. 

사업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변했다기보다 본성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김)국진이 형이 롤 모델이었어요. 법 없이도 살 사람, 비가 오면 피하지 않고 비를 맞는 스타일. 변명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않고. 그때 국진 형이랑 만나던 여자분이 있었는데 한때 저한테 푸념하더라고요. “둘이 차 타고 춘천으로 드라이브를 갔는데, 진짜 ‘드라이브’만 했다. 서울서 춘천 찍고 바로 왔다. 오는 길에 자판기 음료수 딱 하나 마셨다”라고요. 그때 느꼈죠.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

에? 정말로?
네. 그땐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제 모습이 아니었어요. 저한텐 격 없이 사람들과 지내기도 하고, 술도 한잔 하고, 뭐 그런 삶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술 잘 드세요?
자주는 안 마시고 한번 마시면 폭음해요. 녹화가 월, 수, 목, 금, 토까지 있어요. 그래서 토요일에 달리죠. 그땐 클럽에 가거나…. 

클럽에요?
그럼요. 자주는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말 고맙게도 어린 후배들이 불러줘서. 돈을 내줘서 그런가? 하하. 

주량이 어느 정도?
정신 잃을 때까진 안 마셔요. 그런 적은 없어요. 아버지가 술을 못하세요. 어머니는 가끔 드시는데, 어머니랑 얼마 전에 막걸리 두 병 반 정도를 같이 마셨어요. 간이 좀 ‘어린이 간’이라서요. 술을 마신 지도 얼마 안 됐어요. 사업 시작하고, (마신 지) 한 5년 정도 됐나. 커피는 아직도 잘 못 마셔요. 마시면 가슴이 떨려서. 


가식적이라고요?

 북촌 뒤안길. 오를 때 허리를 약간 웅크려야 하는 오르막에 있는 작은 쿠킹스튜디오. 한쪽 벽면은 모두 창. 행인들이 지날 때마다 그를 발견하고 손은 흔들었다. 개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적극적인 팬들은 사진 한번만 찍자고 성화. 거절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 안 보태고 인터뷰하다가 한 10번은 나갔다가 들어왔다. 시간이 지체됐지만, 기분은 안 상하더라. 오히려 흐뭇했다.

팬들이 이렇게 반기는 게스트는 처음이에요. 그걸 또 일일이 챙겨주시네요.
인터뷰에 방해가 돼서 어쩌죠. 이렇게 챙겨주는 것도 다 팔자예요. 사주를 보면 예의범절 따지는 게 다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대요. 

사람들이 가식적이라고 하진 않나요?
그런 말도 들었어요. 신경 안 써요. 한석규 씨가 예전에 안성기 씨한테 이런 고민을 털어놨대요. “사람들이 자기 보고 가식 떤다고 한다”고. 그랬더니 안성기 씨가 “가식이라는 게 얼마나 위대한 건지 아느냐. 10년이 넘게 가식적이면 이미 가식이 아니다. 천성이다”라고 했대요.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안성기 씨가 저한테 먼저 이 얘길 하시더라고요. “너도 이런 고민 하는 것 안다. 신경 쓰지 말라”고. “사람에 대한 배려는 갖고 살아야 한다”면서요. 

MC 볼 때도 주로 (사람들 얘길) 들어주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가끔 다른 MC랑 비교 당하기도 하죠. 같이 진행하는 00는 재밌던데, 왜 박수홍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냐, 라는 글도 봤어요. 그런 글을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우연히 봤죠. 다른 사람들 얘길 듣느라 그런 거예요. 임성훈 선배가 말했어요. “부드럽게 말하고 크게 들어라.” 이게 제 신조예요. 말로 20년을 생활했는데 왜 제가 말을 못하겠어요. 제가 말을 많이 하면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뺏을 수 있으니까. 들어주는 MC라고 자부해요, 지금도.
 
다시금 정상에 가고 싶지 않으세요?
지금도 정상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하. 

더 올라가셔야죠.
아뇨. 여기서 그만. 더 안 올라갈 거예요. 지금이 딱 좋아요. 운대에 맞게 살아야 해요. 자기 운보다 더 높은 걸 꾀하면 무너지게 돼 있어요. ‘자기 삶’을 살아야죠. 지금도 그래요, 실은. 연예인들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횡단보도 지날 때 ‘누구 짐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둘러봐야 해요. 그건 자기 삶이 아니거든요.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이 희생하기도 해요.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자기 이름 없이 살아봤어? 나는 항상 박수홍 동생으로 소개돼.” 여자를 만나도 그래요. 헤어진 친구가 “나 길거리에서 손 한번 잡아줘 봤어?”라는데, 아직까지 그 말이 맴돌아요. 물론 지금이었다면 손잡고 활보를 하겠죠. 지금도 이런데, 더 올라간다고요? 어우,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달관하셨네요.
하하. 세상에서 가장 좋은 팔자가 범인(凡人)이라잖아요. 하고 싶은 말하고,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고…. 내 인생을 잘 살려면 편하게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면 가지면 안 되겠다 싶어요. 내 팔자에 없는 인기든, 돈이든, 절세미인이든.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합니다. 

자꾸 사주 얘길 하게 되는데, 제가 굉장히 좋은 사주를 타고났대요. 어디다 내도 사주가 항상 좋아요. 그래서 오래, 쉬지 않고 일 하잖아요. 스캔들도 하나 없이. 큰 굴곡 하나 없이…. 

사실 놀랐다. 그의 말마따나 ‘20년 동안 말로 먹고 살았으니’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에프엠(FM)’ 답변만 내놓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오히려 자꾸 ‘날것’ 그대로의 답변을 툭툭 던져서 어디까지 받아써야 하나 싶을 정도였으니. 그러다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비로소 ‘자기 삶’을 찾은 사람의 여유인가 싶었다. 그런 그가 ‘라스트 펀치’를 날렸다. “이렇게 외롭게 살다가 혼자 가는 것 아닌가 싶은 적도 있었어요. 근데 사람마다 놀아야 하는 양이 있어요. 예전엔 제가 안 놀았거든요. 미련 없이 실컷 놀다가 남은 것 없을 때 그때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하는 거죠.” 정말 ‘실컷’ 놀고 있으려나. 홍대 클럽에 한 달에 한 번꼴로 간다니, 확인해볼까나? 스캔들 한 번 터뜨려봐?  


토니오 셰프는 … 계동에 있는 팝업 원 테이블 레스토랑 ‘토니스키친’을 운영하는 16년 차 요리사. 이탈리아 밀라노 카팍(CAPAC)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밀라노 미슐랭 레스토랑 샤비니와 밀라노 파크하얏트호텔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쿠키TV , MBC <찾아라! 맛있는 TV>에 출연 중이며, 고교생 요리 재능 기부 프로젝트에도 열심인 개념 요리사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빠가 차려주는 만 원의 희망밥상>이 있다. 


박수홍을 위한 토니오 셰프의 스페셜 요리


새우달걀탕
기본재료 새우(중하) 5~6마리, 마늘 2~3알, 달걀 1~2개, 다진 마늘 1큰술, 양파 ¼알, 대파 ¼대, 청양고추 1개, 따듯한 물 3~4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오일 적당량

만드는 법

1 새우 2마리는 껍질째 썰고 나머지는 껍질과 머리를 모두 손질하여 잘게 썬다.
2 마늘과 양파, 대파, 고추는 모두 슬라이스한다.
3 달걀은 깨뜨려 저어 알끈을 풀어준 뒤 다진 마늘과 섞는다.
4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른 뒤 마늘과 양파를 볶아 향을 내준 뒤 새우를 넣고 강하게 볶는다.
5 따듯한 물을 부어 끓어오르면 풀어놓은 ③을 넣고 함께 끓여준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고 접시에 담아 파를 곁들여 낸다.


맘스짜장
 
기본재료 닭 가슴살 1~2조각, 새우(중하) 5~6마리, 오징어 1마리, 양파 ½알, 양배추 잎 2~3장, 대파 ½대, 당근·애호박 ½개씩, 마늘 1큰술, 파스타면 20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춘장물 춘장 4~5큰술, 흑설탕 1큰술, 굴소스 ½큰술, 물 적당량
녹말물 녹말 ½큰술, 물 1컵

만드는 법
 
1 새우와 오징어, 닭가슴살은 손질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다.
2 양파, 양배추 잎은 채 썰고, 대파와 마늘은 슬라이스한다.
3 당근과 애호박은 작은 사각 형태로 썰어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4 춘장과 흑설탕, 굴소스는 물 약간과 함께 부드럽게 푼다.
5 달구어진 팬에 오일을 두른 후 양파와 마늘을 볶아 향을 내준 후 준비한 해산물과 양배추 등을 넣고 볶은 뒤 춘장물과 녹말물을 부어 보글보글 끓여 걸쭉하게 만든다.
6 삶은 면과 함께 볶아 접시에 ③과 함께 예쁘게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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