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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 홍화리의 참 좋은 시절

2014-07-10 10:11

두산 베어스 홍성흔 선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 홍화리 양이 연기자가 됐다.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동주 역을 맡아 감칠맛 나는 사투리 연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화리 여신’으로 불리며 야구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다가 이제는 전 국민을 매료시키는 여배우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원년 두산 베어스 멤버였던 홍성흔 선수가 4년의 시간 동안 연고지가 부산인 롯데자이언츠로 이적했던 것은 딸 화리의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위함이었을까. KBS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동주 역을 맡은 화리의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가 화제다. 난생처음 연기를 해본다는 열 살짜리 소녀의 오리지널 사투리는 시선을 확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아이들 보는 재미에 드라마를 본다’는 감상평이 유독 많은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사실 프로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산 베어스 홍성흔 선수의 딸인 화리 양의 존재는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기 스타인 아빠를 둔 덕에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화리는 모든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축복받은 아이였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는 시구도 했는데, 화리가 시구를 한 날에 아빠가 소속된 팀이 승리를 하면서 ‘화리 여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 화리 여신이 홍성흔의 딸이 아닌, 야구장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내 가족의 일처럼 묘하게 기특한 마음이 든다. 



연기 신동 화리의 연기자 입문기
오후 4시, 초등학생인 화리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교복을 입은 화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90도로 인사를 한다. 드라마 일정이 불규칙한 데다 아역의 인기로 분량이 늘어나 촬영을 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인데, 오늘은 수업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화리의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는 엄마 김정임 씨는 가쁜 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두 아이의 학교와 학원 스케줄을 총관리하는 엄마는 원래 호흡이 가쁜 법이다.

“화리가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많이 예뻐해주셔서, 엄마로서 걱정스러운 점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하면 진짜 예쁘게 굴까 봐요. 그건 좀 얄밉잖아요.(웃음) 그래서 전 어딜 가든지 사람들에게 인사해라, 웃어라, 대답 잘해라 등등 잔소리를 늘어놓는 존재였어요. 화리가 그런 면에서는 절 좀 싫어할 텐데, 촬영장 다니면서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인사하는 법을 절로 배웠어요.”

연기가 뭔지도 모르던 아이가 어쩌다 보니 주말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되어 있더란다. 모든 것은 운명이고 인연이라고 하지만, 화리의 연기 입문은 조금 드라마틱하다.

“어려서부터 화리가 예쁘다고 탐을 내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연예인 시키자고요. 야구장에 가면 연예기획사 관계자분들도 많이 오셔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저는 그때마다 아직은 마음이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실은 화리의 소속사 영입을 권하던) JYP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기획 중인 드라마가 있는데 화리에게 꼭 맞는 역할이 있다고 추천을 해주시더란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똑 부러지는 아이인데, 어쩐지 이야기를 듣는 순간 화리가 떠올랐다고.

“그리고 며칠 후에 지훈이(가수 비)에게 연락이 온 거예요. 그땐 그 친구도 새 앨범 나오고 바쁠 때였는데 잠깐 만나자면서요. 지훈이도 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좋은 기회다’와 ‘언제든 때는 오니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하면서 진짜 화리의 입장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상두야 학교 가자>로 인연이 있던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니 굉장히 좋은 기회라는 말도 해줬고요. 고맙죠.”

정임 씨는 고민을 많이 했고, 여기저기서 조언도 많이 들었다. 화리와 대화도 많이 나눴고, “무조건 환영!”이라는 아빠 홍성흔의 의견도 더해졌다.

“그래서 바로 캐스팅은 아니죠.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정식 오디션을 여섯 번 봤어요. 블라인드로요. 저는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화리가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피디님이 최종 결정을 내어주시면서 ‘여배우 화리의 첫 작품을 잘 만들어보자’고 문자를 주셨는데 뭔가 뭉클하고 그랬어요.”



일취월장 늘어나는 사투리 연기
역시 화리는 많은 끼를 가진 준비된 배우였다. 사투리 연기를 그 누구보다 능청스럽게 해냈고, 카메라 울렁증도 없었다. 대사도 곧잘 외우고 촬영장에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

“화리에게 ‘너 연기 해볼래?’ 물으면 말간 표정으로 ‘연기가 뭔데?’ 대답하던 아이예요. 그런데 이제는 동주 역할이 되어서 연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촬영장에서 적응 잘 못 할까 봐 걱정 많이 했거든요.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함께 출연하는 오빠들과도 잘 지내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아요.”

방송국 파업, 월드컵 등 여러 변수로 <참 좋은 시절>의 제작 과정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그러나 아역 연기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굉장하다. 시청률 조사를 해보면, 아이들이 출연하는 장면의 순간 시청률이 올라간다. ‘아이들 사투리 연기 보는 재미에 본다’는 시청 소감이 굉장히 많다. 아이들이 캐릭터를 잘 잡아줘서, 스태프들에게 칭찬을 많이 듣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물 샐 틈 없이 예쁜 얼굴에 반전의 사투리 연기는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아버리게 한다. 부산이 고향인 엄마의 특훈으로 화리의 사투리는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오리지널이다.

“부산에서 살았으니까 사투리 연기가 어렵지 않아요. 오빠들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드라마가 인기가 있어지니 광고업체에서 러브콜도 많이 들어온다. 드라마가 끝나는 월요일이면 특히 전화가 가장 많이 온다. 정임 씨는 아이가 연기를 시작하게 됐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싶다.

입이 귀에 걸린 딸바보 홍성흔 선수
“얼마 전에는 아빠가 지방으로 원정을 갔었거든요. 전화 통화를 하는데 화리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한테 방해되니 볼륨 좀 줄여서 보라고 했더니, 글쎄 버스 안에 있는 TV로 보고 있대요. 강제로 보게 해야 한다고요. 그게 원래 경기 분석하고 다시 보는 용도거든요.(웃음) 후배들한테 방송 보고 인증샷 찍어서 보내라고 하고, 아주 딸 자랑에 신이 나셨죠.”

화리의 드라마 출연 이후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빠 홍성흔 선수다. 세상 제일 예쁜 딸이 드라마에 출연해서 연기를 하니, 그 기쁨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다. (굳이 감출 홍성흔 선수도 아니다. 그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로 유명하다.) 요즘은 어딜 가나 딸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정말 말도 못 해요. 모든 방송을 다 챙겨 봐요. 보고 또 보고.(웃음) 아이들 때문에 저희 집에서는 TV를 거의 보지 않거든요. 아빠가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보고, 휴대폰에도 넣어 다니면서 봐요. 며칠 전에는 저희 엄마가 왔는데 이번 주 방송을 못 챙겨 봤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바로 휴대폰에 저장된 파일을 보여주더라고요.”(웃음)

프로야구 선수에게 ‘루틴(규칙적인 일의 순서와 방법)’처럼 무서운 것이 없는데, 딸로 인해 생긴 일상의 변화도 행복한 일상이다. 아내가 차려준 밥상이 아니면 먹지 않을 정도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었고, 심지어 아내가 골라준 배트로 홈런을 친다고 할 정도로 ‘아내 의존적’인 홍성흔 선수에게 요즘 독립심이 생겼다.

“제가 화리 스케줄을 따라다니니까, 일상이 너무 바쁜 거예요. 드라마 촬영이 생각보다 굉장히 타이트하게 돌아가더라고요. 전에는 아빠만 챙겼는데, 이제는 여력이 없어요. 야구장에 못 가서 서운해하는데, 녹초가 돼요. 그런데 남편도 그걸 잘 아니까 이해해주더라고요. 전엔 옷도 제가 골라준 것만 입었는데 이젠 혼자서 잘해요.”(웃음)

화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편을 지켜보는 정임 씨가 행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수도 안 하고 아이들 공부를 시킬 때도 많지만, 정임 씨는 지금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영어, 중국어 잘하는 팔방미인
화리의 장래가 연예인으로 규정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엄마를 닮은 예쁜 외모에 아빠를 닮은 끼도 완벽하게 갖추었는데, 화리에게 반전이 있으니 바로 공부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

“화리가 똑똑해요. 공부를 시키고 싶었는데 엄마 입장에서 좀 아까워요. 언어에 재능이 있는지 영어를 굉장히 잘해요. 부산에 있을 때는 영어 말하기 대회 나가면 자주 1등을 하고 그랬어요. 외국에 한번 나간 것도 아닌데, 선생님들이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본인이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동생이랑 같이 중국어 공부 시작했어요.”

화리의 영어 실력 덕분에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올 때 작은 에피소드도 있다. 화리의 수준에 맞는 영어학원을 찾으니 도곡동에 한 군데가 있더란다. 그러나 화리네 집은 아빠의 야구장이 가까운 잠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는데, 학원에서 화리를 위한 버스 노선을 추가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 덕분에 동생 화철이까지 영어를 덤으로 배우고 있다고.

“저 열혈 엄마와는 거리가 멀어요. 요즘 강남 엄마들 하는데, 그런 모임에는 나가본 적도 없어요. 저는 사람마다 각자 타고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화리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겠죠. 그래도 수학 점수 조금 더 높은 것보다는 나중에 프랑스에서 건축가를 만났을 때, 프랑스 말로 인사를 하고 당신이 지은 건물은 이렇다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을 때가 올 텐데 그때 외롭지 않을 정도로 뭔가를 채워놓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정임 씨는 화리가 연기를 하든 공부를 하든, 또 다른 무엇을 하든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서 조력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내조의 여왕에서 일등 엄마의 삶
“예쁜 스포츠 스타 부인들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는 시간이 모자라거든요. 두 아이 따라다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라요. 절 돌볼 시간이 없어요. 제가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데, 오죽하면 원할 때 목욕하는 것이 소원일 정도예요.”(웃음)

운동선수에게 아내의 역할은 굉장하다. 체력은 물론 정신적인 컨트롤까지, 늘 함께하는 아내의 역할에 따라서 선수의 가치까지 달라진다. 이런 면에서 정임 씨는 내조의 여왕이라는 말을 톡톡히 듣는 사람이었다. 홍성흔 선수가 지금까지 꾸준하게 제몫을 하고 있는 데에는 정임 씨의 역할이 컸다. 그녀가 야구장에 오면 타석에 올라가고, 아내가 골라준 배트를 휘둘러야 홈런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화리 따라다녀야 하니까 아빠에게는 조금 소홀해요. 대본 뽑아서 외워야 하고, 옷도 챙겨줘야 하고, 운전도 해줘야 하고요. 오늘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애들 공부도 시켜야 해요. 개구쟁이 화철이도 잘 챙겨야 하는데, 미안하죠.”

남편과 딸 두 명의 주인공을 앞세운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임 씨도 15년 경력을 가진 모델 출신이다. 본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본인이 드러나는 순간 두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깨진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안다.

“화리의 연기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촬영하면서 공부를 조금 소홀히 한 것 같아서, 다시 회복의 시간을 가지려고요. 다음 주에 학력평가 있는데 공부 열심히 하자고 약속했어요. 아, 그런데 오늘 화리가 학교에서 시험을 하나 봤는데 백 점을 받았다네요?”

참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엄마와 딸을 만난 행복한 오후였다.

사진 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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