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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희, 이혼·성형·교수직 위기 해명

노현희,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

2012-05-30 10:12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예뻤다. 오후의 햇살이 쏟아지는 스튜디오에서 본인의 새로운 모습을 즐기는 그녀에게는 여유가 묻어났다. 이제 밝은 이야기만 하고 싶다는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이혼, 성형, 그보다 더 민감한 어떤 주제가 나와도 담담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여자 노현희. 그녀에게 생긴 내공과 연륜 그리고 여유가 반갑다.

드디어 노현희를 만났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부터 약속된 자리다. 연극과 뮤지컬 준비 때문에 바빠서, 교수로 있는 학교에서 학과장으로 임명을 받아서, 대학원에 입학하며 다시 학생 신분이 되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서 등의 이유로 인터뷰 날짜가 차일피일 미뤄지던 참이었다.
서로의 시간이 맞아떨어져 만나게 된 날은 5월 15일 스승의 날 오후. 학교생활을  충실히 보내고 있는 그녀를 스승의 날에 만난 것은 작은 우연이지만, 때로 우리는 작은 우연에서 반가움을 느끼기도 한다. 수원에 있는 장안대학교에서 방송연기영상학부 학과장을 맡고 있는 교수 노현희와의 첫 만남. 스승의 날 인사가 빠질 수 없다.
“어제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학생들이 케이크에 촛불을 붙여서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주더라고요. 서프라이즈로요. 오늘은 공연이 없으니 하루 일찍 챙겨주려고 준비를 했다는데, 울컥했죠.(웃음) 지나가는 관객들도 보시고는 감동을 받았다고 하니까요. 대학에서 학생들 연기를 지도한 세월이 벌써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럴 때 제일 보람을 느껴요. 학생들이 제 진심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을 때요. 아이들이 참 맑고 순수하거든요.”

저, 정말 여성스럽지 않나요? 

절친한 지인들 사이에서,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털털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때론 섭섭할 정도로 여자로서 배려를 받지 못할 때도 있다. 호칭도 ‘이 자식!’ 등으로 터프하게 불린다. 육두문자도 자주 날라온다. ‘천생 여자’와는 거리가 멀어서, 여성스러운 본인의 모습을 거의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퓨어 콘셉트의 스타일링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정말 좋네요. 평소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느낌으로 변신하니까요. 이런 옷을 입으니까 행동도 조신해지는 것 같아요. 저 원래는 남자 같은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친구들 만나면 굉장히 털털한데, 거울 속 저를 보니 여성스럽고 아련한 무언가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닭살이 돋는 것 같기도 하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웃음)”
이혼 기사에는 원치 않게 찍힌 사진이 더 많은데, 이렇게 제대로 차려입으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2008년, 신동진 아나운서와 결혼 6년 만에 이혼한 그녀는 개인적인 인터뷰를 거의 자제하고 활동 영역도 브라운관에서 무대로 바꿨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활동을 아예 쉬었던 건 아니고요. 그동안 10년 세월 가까이 학교 계속 나가고, 공연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아무래도 버라이어티나 드라마에 잘 안 나가니까 다들 궁금해하셨죠. 일을 안 하면 아픈 스타일인지라, 늘 무대에서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 이혼의 상처는 아물고 

역시 ‘시간’이라는 약이 가장 필요했나 보다. 그녀는 ‘이혼’이라는 말을 경쾌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이혼 후 보여준 그녀의 행보를 떠올려보면 굉장히 달라진 부분이다.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서 한 이혼도 아니고 성격 차이로 한 이혼인데, 그럴 수 있잖아요, 사실. 그런데 저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기고, 상심의 시간이 길었죠.”
본인의 이혼을 두고 각종 억측과 소문이 난무할 때도 그저 묵묵히,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괴로워했던 그녀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살았던 시간들. 요즘이야 이혼에 대한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당시만 해도 이혼에 대한 인식이 다소 경직되어 있었을 때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대중들 앞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죄책감이 너무 컸다.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그녀의 시간은 더욱 힘들었다.
“이혼을 늘 준비했던 건 아니지만, 느닷없이 결정된 일도 아니었어요. 결혼부터 헤어짐까지 순리대로 서서히 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일이에요. 오히려 저는 수긍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냥 주변에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악플을 달고 이런저런 상상력을 동원해서 여러 가지 일을 더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에는 각종 루머를 말하는 사람을 한 명씩 일일이 찾아가서 면담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참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다.
“마음속에 쌓인 눈을 치우려고 하기보다는 봄이 되어 자연스럽게 녹기를 바랐어요. 진실은 밝혀지니까요. 일일이 대항하고 부딪혔으면 오히려 더 모함을 받고 힘들지 않았을까 해요. 인생을 살아보니 역경이나 악재는 한꺼번에 오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자꾸 치우려 하다 보면 더러운 모습들만 비쳐지게 되는 것 같아요. 눈이 깨끗하게 쌓였는데 그걸 치우면 더 더러워지잖아요. 세월을 기다리면서 오랫동안 내공을 쌓는 방법밖엔 없어요.”
이들의 이혼을 두고 “불임이 원인이었다”, “성형이 원인이었다” 등 각종 이야기가 무성할 때도 하고 싶은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결혼과 이혼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의 결혼관도 생겼다.
“결혼을 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일찍 결혼하면 그만큼 포기해야 할 것들도 더 많고, 엄마가 되면 자기 이름도 없어지고요. 물론 저도 엄마가 무척 되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감히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옆집 남자 같은 남자가 좋은 것 같아요. 나의 공간은 가지고 있되, 항상 곁에 있으면서 동반자의 느낌을 주는 사람이요.”

운명으로 받아들인 성형 부작용
내면을 가꿀 준비가 됐습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예쁘게 잘되는데, 저는 매번 실패하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엔 원망도 많이 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사람들의 시선, 악플도 너무 힘들었고요. 그런데 받아들여야죠. 사랑받고 싶어서 얼굴에 손을 댔고,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하는 족족 다 실패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요. 요즘은 주변 사람들한테 병원 정보를 주기도 하고 그래요.”
‘노현희’라는 이름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단어, 바로 ‘성형’이다. 조금 더 예뻐지고 싶어서 시작한 성형이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성형 부작용으로 인한 재수술로 현재 그녀는 입술이 잘 움직이지 않고, 한쪽 코로 숨을 쉬는 것도 힘든 상태다.
“재미있는 얘기 해드릴까요? 제가 엄마랑 둘이 살아요. 유일한 내 편이고 제가 가장 믿는 존재죠. 그런데 얼마나 싸우는지 몰라요.(웃음) 엄마가 연세가 꽤 드셨는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에어로빅을 하실 정도로 건강하시거든요. 허리도 곧고 탄력도 저보다 더 좋으세요.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가 ‘딸보다 엄마가 훨씬 낫다’는 말이에요. 그런 말을 들으시면 제게 와서 ‘니가 얼마나 흉측하면 이 할매가 더 낫다는 소리를 하냐!’ 하고 나무라시죠.(웃음)”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는 말에 그녀는 “성형을 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인위적이지 않아서 위로의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워낙 많이 망쳐봐서, 성형에 대한 이야기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의사선생님 원망도 잘 안 해요. 그저 나랑 연때가 안 맞았구나 하고 말죠. 다른 사람한테서 망칠 거 내게 망쳐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면 자살이라도 할 텐데, 저는 내공이 있으니까요.(웃음)”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포즈를 취하는, 자연스럽게 웃는 그녀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면의 평온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저도 궁금해요
두 번째 사랑은 어떤 사람일지

혼자 생활이 꽤 길게 이어지고 있지만, 소개팅은 일절 하지 않는다. 이혼이라는 꼬리표가 아직 있어서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또 다른 화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두렵단다. 이야기를 할수록 꽤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소개팅이요? 절대 안 해요. 일이 있으면 일에만 전념! 남자가 있으면 올인하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술은 못 마시지만 술친구 같은 느낌으로 나와줄 남자친구들은 있어요. 그런데 아시죠? 자기 것 아니면 인생에 절대 도움 안 되는 거요. 결정적일 때 없어요, 그들은.(웃음)”
남자가 생기면 엄마가 먼저 알아채신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올인하는 해바라기 스타일이라서 통장 잔고부터 달라진다. 편하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남자친구에 대한 갈망은 있다. 서로 제약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서로의 공간은 침범하지 않으면서 늘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제가 연애가 힘든 스타일이에요. 집에서는 진짜 거의 노숙자 콘셉트거든요. 보푸라기 잔뜩 일어난 양말에, 목을 보호해야 하니까 목도리도 친친 감고, 성냥팔이소녀 콘셉트로 있어요.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인데, 아마 연애가 어려울 거예요.(웃음)”
운명적인 사랑보다는 편안함과 익숙함 속에서 찾는 사랑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연애를 할 때, 첫눈에 반해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다.
“어느 날 문득 ‘아, 인간성 괜찮네.’ ‘이런 배려심이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 좋아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오늘은 옷을 이렇게 입고 있지만 여자 같은 성격이 아니라서, 이성으로 느끼기가 어려워요.”
공연장에서 짝을 찾아보라니 그쪽에도 소질은 없단다. 연극, 뮤지컬을 그렇게 해도 작품에서 정분이 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오히려 공연 중에 다른 출연자들끼리 커플이 되어 왕따 기분을 느껴본 적은 수없이 많단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또 저한테 매력을 못 느껴요. 파트너를 연기로 괴롭히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간적으로 통하는 건 있지만, 일적인 파트너에게 사랑을 느낄 수는 없는 거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처럼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꼭 이런 심정이에요. 지금처럼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굶어죽지 않는 상황이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저한테 당면한 과제들이 역경이라고 하면 역경인데, 또 생각해보면 다 견딜 수 있는 일들이에요. 제가 당당할 수 있고, 아프지 않고,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고 살 수 있는 지금처럼만 살고 싶어요.”
집에 가면 엄마가 있고, 보고 싶으면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의 일상이 감사하다. 이 중 무엇 하나라도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누구나 그렇듯 그녀도 어렵고 힘든 일은 늘 안고 살아간다. 이번 달에만 크게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고, 학교에서는 교수로서 불미스러운 일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학교측에서 교수직 해제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고, 징계위원회를 통해 잘잘못을 가릴 일만 남았다. 교수로서의 그녀의 신분이 박탈될 수도 계속될 수도 있는 곤란한 상황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을 알아야죠. 힘든 역경이라고 하는 것들, 이런 거 없으면 인생이 재미가 없겠죠? 지금은 하루하루가 궁금해져요. 당장 내일 법정에 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래 부딪혀보자!’ 하고 씩씩하게 살아야죠. 부정을 저지르거나 나쁘게 살아온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홀로 힘든 시간을 견뎌오면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차가 부서졌는데 몸이 멀쩡해? 기적이다!”, 성형으로 각종 악플에 시달릴 때는 “그래도 대학로에서 1년에 10편씩 공연할 수 있고, 아직 안 해본 역할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 기적이다!”라는 긍정적인 마음. 가톨릭 신자로서 ‘하늘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준다’는 말을 믿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이젠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죠. ‘어떤 말을 해도 후회하지 말자. 내가 하는 일에 언제나 당당하자.’ 이게 요즘 제 생활신조랍니다.”
웬만한 사람이면 백 번을 울고 가슴을 치며 해주었을 이야기들을 가볍게 툭툭 건네주는 노현희의 내공은 여기까지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용하고 씩씩하게 이겨낼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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