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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남편을 낚은(?)

개그우먼 손명은의 결혼학 개론

2011-12-19 17:33

피오나 공주가 슈렉이 아닌 잘생긴 왕자와 짝이 됐더라면 어땠을까? 궁금하다면 개그우먼 손명은의 결혼스토리를 들어보자. TV 속 그녀의 모습에 홀딱 반해 미니홈피로 적극 구애를 하던 남자. “멀쩡한 남자가 나를 좋아할 리 없다”며 사기꾼 취급을 해버린 여자. 만난 지 하루 만에 커플링을 해버린 이 못 말리는 커플은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사랑을 키웠다. ‘운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의 달달한 연애담을 전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모양이다. 신혼생활 8개월 차에 접어든 새내기 부부는 눈만 마주쳐도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장난을 걸면 무뚝뚝한 남편은 꼭 강아지풀마냥 한들한들 풀어졌다. 개그우먼 손명은(32)과 훈남 남편 황제헌 씨(35) 말이다.
지난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손명은은 개성 있는 파마머리와 앙증맞은 목소리로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와 드라마 <달려라 울엄마>, 영화 <돈 텔 파파>, <상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웃찾사>의 인기 코너 ‘맨발의 코봉이’에서 “코봉아~ 코봉아~”를 부르던 데이지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한창 잘나가던 그녀가 훈남 남편을 공개, 결혼을 발표하더니 연예계 생활을 살포시 접고 돌연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남편 황제헌 씨가 호주에서 유학원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신혼생활이 궁금하던 차에 호주 유학박람회 일정에 맞춰 귀국했다는 부부의 소식을 듣고 약속을 청했다.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부부에게서 깨 볶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우연이 자꾸 겹치면 인연이 된다고 했던가. 두 사람에게 일어난 몇 가지 우연은 결국 이들을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다. TV에서 우연히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던 남편은 벗겨진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는 심정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고, “멀쩡한 남자가 나를 좋아할 리 없다”며 남편을 사기꾼으로 오해했던 부인은 우연히 미니홈피의 일촌 수락을 하게 되면서 ‘그 남자’의 진심 어린 마음을 느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부부가 됐을까?
남편 분이 정말 훈남이네요.(웃음) 부러워요.
손명은(이하 손)
솔직히 감사하죠. 저에게 정말 과분한 사람을 주신 것 같아서요. 많은 분들이 ‘훈남’, ‘엄친아 남편’이라고 하셔서 우쭐하기도 해요. 박보드레 언니나 김숙 선배님이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웃음)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지만, 저희 결혼을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있었어요. 남자가 사업한다던데, 돈 보고 결혼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많이 속상했죠.
황제헌(이하 황) 모르는 분들은 그렇게 말씀하시겠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어요. 제 이상형이 삼순이 같은 캐릭터거든요. 통통하고 화통하고 애교 있는 그런 여자요. 모두 “그렇게 찾아 헤매던 여자를 찾았구나.” 하며 축하해주는 분위기였어요. 지금에서야 말인데 제가 이상형이 나타날 때까지 여자를 안 만나니까 주위에서는 제가 게이일 거라고 의심하기도 했어요.(웃음)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황제헌 씨는 호주에, 손명은 씨는 한국에 있었잖아요.
몇 년 전에 우연히 어느 코미디 프로를 보게 됐는데 그게 바로 <웃찾사>의 ‘으라차차 정 감독’이라는 코너였어요. 아시다시피 명은이 목소리가 진짜 귀엽잖아요. 제가 목소리에 좀 예민한 편인데 그 코너에 출연했던 개그우먼 목소리에 정말 호감이 가더라고요. ‘저 목소리로 나한테 애교를 부리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하게 계속 그 개그우먼이 생각나길래 그 다음 주에 일부러 <웃찾사>를 챙겨봤는데 자막이 올라가도록 ‘으라차차 정 감독’이 안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제가 봤던 그날이 ‘으라차차 정 감독’의 마지막 방송이었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제가 명은이 이름을 모르고 있을 때라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았죠. 그렇게 명은이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만일 그때 방송에서 다시 명은이를 봤다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호기심이 정말 많은데, 명은이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감정이 더욱더 진지해졌거든요. 결국 호기심에서 시작된 감정이 사랑으로 바뀌었던 거죠.
미니홈피를 통해서 구애를 했다는게 사실인가요?
어느 날부터 이상한 사람한테 계속 쪽지가 왔어요.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는 둥, 저한테 호감이 있다는 둥 이런 얘기들을 늘어놓는데 그쪽 미니홈피를 타고 들어가보고는 ‘이건 딱 사기꾼이다!’ 싶었어요. 너무 멀쩡했거든요.(웃음)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저한테 들이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겨버렸는데 이 사람이 점점 진지해지더라고요. 자기는 이상한 사람 아니라면서 회사 문서, 졸업증명서, 통장 사본까지 보내는데 장난이 아니었어요. 그 와중에 제가 실수로 이 사람이 신청한 채팅을 수락해 버린 거예요. 아차 싶었지만 뭐 어쩌겠어요.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괜찮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제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한 달간 채팅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참, 그때 남편이 매일매일 자기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저에게 보내줬거든요. 그 지극정성에 감동했어요. 동영상 보는 게 하루의 낙이었다니깐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제가 이 사람한테 처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TV에서 듣던 그 귀여운 목소리로 “여보십시용?” 하는 거예요. 민망해서 10분간 웃기만 하다 전화를 끊었어요.
여자의 직감이 참 무서운가 봐요. 이 사람이랑 통화를 하는데 왠지 느낌에 결혼할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한테도 그랬어요. 이상하게, 나 시집갈 것 같다고.
그럼 처음 만나게 된 건 언제인가요?
연락한 지 한 달 만에 만났어요. 그것도 참 웃긴데 명은이가 그냥 인사치레로 “언제 밥 한번 먹어요.”라고 한 말을 가지고 제가 정확한 날짜를 말해달라고 밀어붙였거든요. 저는 ‘밥 한번’ 먹기 위해 호주에서 한국으로 날아갔고요.
제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어요. 이 사람이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길래 뒤에서 말을 걸었죠. 무조건 앞만 보고 걸어가라고.(웃음) 그렇게 단 한마디도 안 하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이 남자가 갑자기 휙 저를 쳐다보더니 껴안아버리더라고요.
제가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거든요.(웃음) 가기 전에 분명히 그랬어요. 만나면 한번 안아보겠다고.
껴안고 난 뒤에는 서로 쑥쓰럽지 않던가요? 그리고 무엇을 했나요?
밥 먹으러 갔죠, 뭐. 저희 동네 분식집에 데려갔어요. 떡볶이, 어묵, 순대를 시켜놓고 오래 사귄 연인들처럼 서로 먹여주고 그랬어요. 처음 만난 사람 같지 않게 참 편하더라고요. 
저희는 처음 만난 바로 다음 날 커플링을 맞추러 갔어요. 이 사람이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통화하는 중에 커플링을 껴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 말이 생각나서 바로 반지를 맞췄죠.
그러고 보니 저희 남편은 저를 만나고부터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매일 단정한 머리에 정장만 입던 사람이 파마를 하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죠. 성격상 너무 예의바르고 빈틈이 없는 사람인데 제 앞에서만큼은 어린애 같기도 하고 애교도 많이 부려요. 남들은 아마 저희 남편의 진짜 모습을 모를걸요?(웃음)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셨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저희는 처음 만난 이후로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해서 떨어져 있던 기간이 별로 없어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유학원이 한국과 호주에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명은이를 만나러 온 뒤로 1년간은 한국에서 근무했어요. 그 이후에는 명은이를 데리고 호주에 갔고요. 사실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야 저를 완전히 믿고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확실히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니 확신이 들더라고요. 시드니 바닥이 좁아서 한인들끼리 잘 알고 지내는데, 이 사람 별명이 ‘선비’더라고요. 결혼해도 되겠다 싶었죠.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엄마가 오빠를 의심했어요. 그렇게 멀쩡한 남자가 너한테 사귀자고 할 이유가 없다면서요.(웃음) 그런데 직접 오빠를 보시고는 마음을 푹 놓으셨어요. 오빠가 어른들께 워낙 싹싹한 편이라 집안 어른들 모두 예뻐하세요. 시부모님도 저를 꼭 딸처럼 대해주시고요. 저희 시어머니 음식솜씨가 정말 좋으시거든요. 한국에 있는 동안 아침마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음식을 차려내셔서 좀 죄송하기도 해요. 아침부터 갈비찜에 전을 다 부치신다니까요. 저희 어머님이랑 저랑 덩치가 비슷해서 이것저것 옷을 꺼내 오셔서는 “이게 예쁘냐, 저게 예쁘냐. 그냥 너 입어라.” 하시면서 주시기도 하고, 제 손톱 벗겨진다고 설거지도 못 하게 하세요. 훈남 남편에, 자상한 시댁 어른들까지 제가 복이 터졌습니다. 

호주새댁의 일상 속으로
3월 1일. 그녀는 호주로 떠났다. 아침저녁으로 한국이 그리웠다는 그녀는 한동안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온종일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게 일과였고, TV를 보다가 우리나라 방송이라도 나오면 눈물이 철철 흘렀다.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혼자 고립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정든 친구들을 떠나 멀리 호주까지 와서 생고생을 하는 이유는 남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호주에서의 신혼생활은 어때요? 호주의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서 매일 여행하는 기분일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 창문을 열면 바다가 한눈에 보여요. 파란 바다 위에 요트가 둥둥 떠다니는데 진짜 그림 같아요. 20분 정도 걸어나가면 오페라하우스도 있고요. 처음에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어요.(웃음)
오페라하우스 쪽에 달링하버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많아요. 제가 처음 거기 데려갈 때는 이 사람, 정장을 차려입고 가더니 지금은 티셔츠에 슬리퍼 끌고 꼭 동네 앞마당 드나들듯 다녀요.(웃음)
제가 사실 멀미를 엄청 심하게 해요. 심지어 KTX를 타도 토할 정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어디 멀리 여행갈 형편이 못 돼요. 차 타고 조금만 나가도 호주에 좋은 곳이 참 많다는데 거길 못 가보고 있네요.
한창 신혼 재미에 빠져 있을 시기인데 언제가 제일 행복한가요?
음… 오빠가 맛있는 요리 해줄 때요. 혼자 자취를 오래 해서인지 요리를 참 잘해요. 쇠고기를 얇게 떠서 부탄가스로 겉을 살짝 익힌 다음 채썰기 한 양파를 살짝 올려서 내오는데 얼마나 맛있다고요. 월남쌈, 갈비찜, 잡채, 백숙 등등 못하는 요리가 없어요.
요리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명은이가 맛있게 먹어주면 얼마나 뿌듯하다고요. 명은이도 예전보다는 음식솜씨가 많이 늘었어요. 시금치랑 새우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줬는데 ‘묘하게’ 맛있더라고요.
제 요리가, 맛은 있는데 매번 맛이 달라진다는 게 문제예요. 예전에는 개그 아이디어 짜느라 고생이었는데 요즘은 반찬 메뉴 짜느라 고생이에요.(웃음) 사실 결혼해서 제일 행복할 때는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세상에 둘도 없는 내 편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예요.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긴다는 말의 뜻을 이제는 좀 알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마음이 참 든든해서 좋아요. 
호주생활이 처음부터 녹록지는 않았죠?
남편만 믿고 호주에 따라갔는데, 이건 뭐, 아는 사람이 하나 있기를 하나. 그렇다고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잘하나. 완전히 고립된 기분이었어요. TV를 볼 때 한국 생각이 제일 절실했는데, 어쩌다 동물 나오는 방송을 보면 친정집에 있는 강아지가 생각나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사람이 너무 그립다 보니까 나중에는 밖에 나가서 제가 먼저 한국사람들한테 말을 걸게 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 이러면서요.(웃음)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집사람이 소파에 앉아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요. 달래주고 타이르고, 정말 어린아이를 하나 키우는 기분이더라고요.(웃음)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해요. 온종일 바깥일 하고 돌아온 사람인데 집에 들어와서 와이프를 달래야 하니 얼마나 고달팠겠어요.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한인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거기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하면서 차차 호주에 정을 붙여갔죠. 지금은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하.
마침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유창한 영어로 통화를 하러 나가는 남편을 그녀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여자들은 보통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나요? 남편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남편 황제헌 씨는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현재 유학스테이션 대표 겸 아이비엔컬리지 오스트레일리아 학장을 맡고 있다.)
저는 똑똑한 남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거든요. 제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유식해요. 그런데 너무 똑똑해도 약간 피곤하더라고요. 집에서 남편이랑 사극을 보다가 간단한 질문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예 역사 강의를 한다니까요. 처음에는 집중해서 잘 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듣는 척만 하고 말아요.(웃음)
아직 2세 계획은 없나요?
열심히 노력 중이랍니다.(웃음) 시부모님이 약간 기다리시는 눈치예요. 마음 편하게 먹고 저희에게 아기를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죠. 저희 부부도 나이가 있어서 한 방에 뽑아내면 참 좋겠는데 어디 마음처럼 되나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곧 <개그투나잇>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는데, 귀국한 김에 3주 정도 무대에 서기로 했어요. 단 3주지만, 아직도 무대에 대한 열망이 내 안에 살아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는 남편 내조에 올인할 계획이고요. 영어실력을 팍팍 키워서 남편 사업에 작게나마 도움도 주고 싶어요. 저는 영어공부만 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눈물이 나요.(웃음) 처음 연애시절에 제가 호주에 석 달간 머문 적이 있었어요. 그동안 남편 학원에서 잠깐 영어를 배웠는데 수업만 시작하면 너무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더라고요. 우울해서 울기도 했는데, 학원 사람들이 제가 하도 울고 있으니까 제 남편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보다고 오해들을 했대요. 지금은 쇼핑이나 음식 주문에 필요한 말 정도는 영어로 해요. 많이 발전한 거죠. 앞으로도 열심히 배워서 남편 외조에 힘써야 겠어요. 사람 대하는 건 언제나 자신 있으니까요.(웃음)

두 사람은 더하고 덜한 것 없이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고 있었다. 남편의 머리를 매만지는 아내의 손길에서, 간간이 아내와 눈을 맞출 때마다 반달 모양이 되던 남편의 눈길 속에서 그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벽을 허물게 한 유일한 사람이 아내 손명은이었다는 황제헌 씨의 말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어쩌면 부부란 상대방의 봉인된 부분을 열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를 가진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제 원래 이상형은요?

손명은은 원래 이상형으로 주저 없이 MBC <내조의 여왕> 속 ‘태봉이’를 꼽았다. 소라빵 파마머리에, 차도남 다운 포스를 풀풀 풍기던 그에게 폭 빠지고 말았던 그녀는 한동안 태봉앓이를 해야만 했다. 싸가지 없고 날라리 같은 남자에게서 매력을 느끼곤 했다는 그녀는, 그러나 묘하게도 착하고 모범생 같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대신 사랑하는 그 남자를 태봉이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미용실과 옷가게를 누볐다. 난생처음으로 파마머리를 하고, 정장이 아닌 배기팬츠를 입으며 남편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행복한 마음으로 기꺼이 망가졌던 그는 “그녀는 내게 새로운 세상을 일깨워준 소중한 사람”이고, “그녀를 만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말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명은이 말하지 않았는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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