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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명품 시장, 20대가 플렉스~!

2020-04-10 09:41

취재 : 이근하 기자  |  글 : 뉴시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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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돈 많은 사람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은 지났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것이라고 여기던 시절도 지났다. 소비 채널이 다양해짐과 동시에 자기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명품 시장의 변화가 또렷해졌다.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부를 과시하는 일종의 신조어다. 쉽게 말해 ‘비싼 물건을 사버렸지 뭐야’, ‘과소비를 해버렸지 뭐야’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플렉스’는 ‘구부리다’, ‘근육에 힘을 주다’라는 뜻으로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시작됐다. 값비싼 물건, 특히 ‘명품’에 접근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트렌드Y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명품 쇼핑 트렌드 키워드는 ‘20대’, ‘경험’, ‘실용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국내 명품 시장은 최근 2년 사이 3.5배 성장했는데 이 중에서도 20대 명품 구매 건수는 2019년 2분기에 4만4000건의 구매가 이뤄져, 2017년 2분기(6000건) 대비 7.3배 늘었다. 전체 연령대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7년 2분기 5.4%에서 2019년 2분기 11.8%로 상승했다.
 

낮아진 소비 연령대,
브랜드 판매 채널 다변화

이와 함께 20대 명품 구매자를 대상으로 직업을 묻자 ‘사무직(43%)’이 가장 많은 한편 고정소득이 없는 학생도 23.4%나 됐다. 소득과 상관없이 명품을 구매하는 20대 비중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뷰티&패션 부문 홍희정 수석연구원은 “여전히 명품 시장의 ‘큰손’은 경제활동을 하는 3040세대와 경제적으로 안정된 5060세대”라면서도 30세 이하 세대의 구매 빈도에 주목했다.

“Z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단가는 조금 낮지만 과거에 비해 폭발적인 구매 빈도를 보이고 있어요. 현재를 즐기며 SNS를 인생의 큰 부분으로 인지하는 이 소비자군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을지언정,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비교적 낮은 단가의 의류잡화, 주얼리, 지갑, 작은 사이즈의 핸드백 등을 구매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인기 있는 신진 브랜드를 통해 명품을 소비하죠.”

밀레니얼 세대는 명품 신상 구매를 위해 줄을 서거나 이를 인증하는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에 게시한다. 지난해 1월 오프화이트가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백화점 밖에 수백 명의 대기 줄이 늘어선 건 유명한 일화다. 명품을 구매하고 나면 언박싱(박스 포장을 열어 제품을 소개하는 것)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언박싱은 이들의 명품 소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로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뷰’가 기능적인 측면을 품평하는 데 무게를 싣는다면, ‘언박싱’은 명품의 포장상자를 보여주는 순간조차 품평의 일부가 된다. ‘나를 위해’ 혹은 ‘행복하기 위해’ 소비한다는 밀레니얼 세대는 SNS에 구매 인증을 함으로써 값비싼 소비를 완성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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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간 명품 브랜드,
디지털 콘텐츠 만들기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품업계도 젊은 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선, 유통 경로에 변화를 주고 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로드숍 등 자체 매장에만 머물던 명품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 형태로 등장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중앙 광장에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를 열었는데, 이곳을 샤넬, 살바토레 페라가모, 보테가 베네타, 로저비비에, 디올, 발렌티노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이 거쳐 갔다.

팝업스토어는 덜 알려진 신규 브랜드들이 자사 홍보 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 인기 명품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여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명품 소비 연령대 변화에 따라 브랜드들도 대응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롯데백화점 공식 온라인 쇼핑몰 엘롯데의 ‘샤넬 뷰티 공식 온라인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온라인 시장에 발걸음하지 않던 명품 브랜드들의 큰 변화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명품 브랜드의 디지털 콘텐츠도 생겼다. 가령, 샤넬은 파리에서 열린 S/S 패션쇼 준비 과정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가 하면 루이비통과 구찌는 브랜드 감성을 담은 디지털 게임을 내놨다. 패션 명품 브랜드와 게임은 이례적인 조합이었다. 게임 출시 당시 루이비통은 “복고 게임으로 컬렉션 콘셉트인 레트로를 표현했다”고 설명했고, 구찌는 “70년대와 80년대에 인기 있었던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특정 세대를 공략했음을 직접적으로 밝힌 건 아니었으나, 젊은 층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임을 짐작하게 했다. 구찌와 이자벨마랑이 스티커 형태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사례도 비슷한 맥락이다.

홍희정 수석연구원은 “과거 가두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이 명품 브랜드들의 소비자 접근 방식이었다면, 향후 TV홈쇼핑과 소셜미디어, 온라인을 통한 제품 홍보와 판매가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런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인기 제품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명품 소비 문턱이 낮아짐으로써 명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다양한 채널에서 명품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소유할 기회가 열렸어요. 그렇다고 명품의 가치가 퇴색되기보다는, 더 많은 소비자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예요. 명품 내에서의 브랜드별 인식이 좀 더 세부적이게 될 순 있을 것 같아요.”

이전 수요는 루이비통, 프라다, 샤넬과 같이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로 쏠렸다면 최근 들어 칼 라거펠트, 톰 포드 등 가성비 있고 포용 가능한 명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홍 연구원은 “특히 남들과 다른 유니크한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젠틀몬스터, 준지(Juun.J)와 같이 급부상하고 있는 로컬 명품 브랜드도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엘포인트(L.POINT)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지난해 명품 구매자 332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대가 명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디자인(59.2%)으로 집계됐다. 이어 실용성(32.5%), 가격대(32.3%), 브랜드 네임(32.1%)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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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명품 시장은?
“젊은 층은 구찌, 중년은 사넬”

변화 속도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명품 소비 시장에서도 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사려던 한정판을 놓쳤을 경우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적이는데 원래 가격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리셀러’를 통해서라도 구입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이니만큼 중고 명품을 사고 되파는 과정도 한결 간단하다.

그렇다 해서 중고 명품 매매의 연령대, 채널이 국한된 건 아니다. ‘트렌드Y 리포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품 구매자 2명 중 1명이 명품 중고거래(판매 53.1%, 구매 44.5%) 경험을 갖고 있었다. 주거래 채널은 판매와 구매 모두 1위 온라인 커뮤니티(56.9%, 51.6%), 2위 중고거래 플랫폼(34.5%, 31.0%), 3위 중고 명품 매장(23.5%, 29.3%) 순이었다. 다만, 온라인 매매가 이뤄질 경우 진품 확인이 어렵다는 점(54.4%), 제품 상태 확인이 어렵다는 점(48.3%), 판매자와의 연락 두절(44.7%) 등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10년째 중고 명품업체 ‘미스터문’을 운영 중인 문성식 대표에게 물었다.
 

국내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업계 사람들끼린 1조 조금 덜 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중고 명품 업계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때는요?
90년대 후반부터였고 지금은 완전 포화상태예요. 흔한 말로 ‘시장 파이를 나눠 먹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제품들도 너무 겹치고요. 요샌 모바일로도 어느 업체가 얼마 주는지 이런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 시세 부분을 정말 잘 알더라고요.

업체가 중고 명품 가격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요?
상태죠. 샤넬 귀걸이를 예로 들게요. 매장에서 살 때처럼 쇼핑백, 영수증, 비닐 등이 다 있으면 최상의 상태인데 대부분 그걸 다 가져오는 분은 없어요. 흠집도 좀 있고. 귀걸이 같은 경우는 뒤쪽에 때가 끼어 있기도 하고요. 그럴 땐 가격이 확 떨어져요. 연식도 중요하고요.

가품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나요. 진품 여부 감정은 어떤 방식인가요.
가품인 걸 알고도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본인이 가진 걸 진품인 줄 알고 계신 분도 있더라고요. 감정이라는 게 숨은 그림 찾기예요. 진품과 무엇이 다른지 찾는 거죠. 많이 보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고요.

중고 매입이나 판매를 하면서 느끼는 이전과 다른 점이 있나요?
3~4년 전부터 느끼는 건데 물건을 팔러 오는 20대가 많아졌어요. 예전엔 40~50대가 주였거든요. 어제도 92년생, 97년생이 와서 명품을 팔고 갔어요.

연령대 변화만큼 들어오는 제품의 브랜드 변화도 있을 법한데요.
네! 요샌 구찌, 생로랑, 루이비통, 발렌티노가 주로 들어와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구찌가 부쩍 인기를 얻고 있더라고요. 옛날에는 중년 손님들이 많아서 샤넬이 제법 많았고요. 확실히 중년인 분들이 가져오시는 제품들이 구성품을 잘 갖추고 있고 굉장히 깨끗해요. 아무래도 온라인 매장이나 편집숍, 홈쇼핑에서도 명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연령대가 명품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언박싱’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죠. 좋은 문화 같아요. 대리 만족도 할 수 있고 내가 배우고 싶은 정보도 알 수 있고. 사실 몇몇 명품 매장에 가면 괜히 주눅감이 들잖아요. 온라인으로 정보를 미리 습득할 수 있으면 좋죠.

중고 명품 구매 성향을 진단해보면요?
600만원짜리 샤넬 백을 예로 들면요. 출시된 지 5~6년 됐지만 굉장히 깨끗한 제품이라고 가정하면 그 중고는 300만원이면 살 수 있어요. 어차피 내가 이걸 영원히 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고, 1년 동안 실컷 들어도 깨끗하게 쓰면 꽤 괜찮은 값에 또 팔 수 있기 때문에 600만원 주고 한 개 사느니 300만원짜리 두 개를 사시는 겁니다. 이런 걸 한번 경험하신 분들은 중고 명품 재구매율이 굉장히 높아요. 업체한테서 싸게 사서 쓰다가 본인이 다시 팔고. 유행에 민감한 사람은 중고 사러 절대 안 와요. 중고 시장에 신제품이 돌기까진 최소 3~4개월이 걸리거든요. 유행 주기도 워낙 짧아졌고요.

중고 명품 구매 시 주의할 점은요?
절대 충동적으로 사지 마세요. 그 가격이 중고 시세에 맞는지 모르잖아요. 일단 백화점에 가서 새 제품 가격이 얼마인지 확인하시고 인터넷 뒤져서 시세 알아보신 상태에서 구매하세요.

중고 업체에 물건을 팔 때는요?
그것도 역시 여러 군데 알아보세요. 요샌 메시지로 사진만 보내셔도 대략 얼마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못해도 서너 군데는 확인하세요. 아, 구성품도 잘 보관해두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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