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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남긴 상흔, 집단감염 ‘콜센터 빌딩’은 지금?

2020-03-30 07:50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뉴시스, 이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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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콜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수도권 첫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곧바로 폐쇄됐고 그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16일 건물의 일부 층은 폐쇄 명령이 해제됐다. 그러나 건물도 주변 거리도 적막감만 흐를 뿐, 코로나가 지난 자리엔 깊은 상흔이 남았다.
“어? 저기가 그 문제의 건물 아니에요?”

목적지에 다다랐을 무렵 택시기사가 물었다.

“…네, 뭐….”

‘문제의 건물’이라고 표현하는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기사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괜히 머쓱함이 들어 근처 아무 데나 내려달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곧장 차를 세웠다. 취재를 위해 그곳에 가기 전 ‘지금은 괜찮을까…’ 하던 기자의 염려와 택시기사의 심정은 다르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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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조치 해제됐지만…

이른바 ‘구로구 빌딩’에서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3월 8일이다. 11층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57세 여성을 시작으로 확진자 수는 금세 두 자릿수가 되더니, 134명(3월 17일 오후 1시 기준)까지 이르렀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이니만큼 공포감은 더욱 확산됐다. 구로구는 건물 1층부터 12층까지 폐쇄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폐쇄 명령은 일주일이 지난 3월 16일 0시에 해제됐다. 다만 전체가 아닌, 1층부터 6층까지다. 나머지 층에 대한 폐쇄 명령은 3월 22일까지 유지된다. 콜센터는 이 건물 7층부터 9층, 11층에 자리 잡고 있다. 12층은 공실이고 13층부터 19층에는 오피스텔 132세대가 있다. 구로구는 폐쇄 해제 배경에 대해 콜센터가 있는 층 외에서는 확진자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입주업체 생활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방역 활동을 근거로 “안전하다”는 판단도 내려졌다.

그러나 이날 실제로 마주한 현장은 폐쇄 해제와 관계없이 코로나 여파가 여전했다. 한산하다 못해 고요한 모습이었다. 로비에는 열 감지기와 손소독제를 들고 있는 구청 소속 직원 두 명, 안내데스크 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 오후 3시 평소라면 붐볐을 1층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손님이 채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이따금 택배 때문에 들르는 기사만 오갈 뿐 그마저도 손에 꼽혔다. 택배 기사들은 배달 물품을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두고 돌아갔다. 건물 관리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비대면 배달이 이뤄지고 있어, 수신자들이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가져가야 한다고.

1층에는 카페 말고도 편의점, 부동산, 웨딩홀이 입점해 있지만 당일 문을 연 곳은 카페와 부동산뿐이었다. 편의점 점주는 오전 영업을 개시했다가 빌딩을 찾는 사람이 없자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1층부터 4층까지 입점해 있는 웨딩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층 예약실 직원 한 명만 출근해 전화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업무 내용이 아니면 말씀드릴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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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동네 됐다… 죽은 도시나 마찬가지”

인적이 드문 곳은 비단 건물 내부만이 아니었다. 건물이 있는 도로에도 사람은 없었다. 맞은편 도로 위로 몇몇이 거닐고 있었지만 그 또한 매우 적었다. 구로구 빌딩 바로 건너편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그 아래로 식당, 카페, 미용실, 정육점 등을 갖춘 상가가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가게 모두 ‘방역 소독을 마쳤다’는 안내문을 입구에 붙여뒀다는 것. 손님이 가질 수도 있는 두려움을 옅게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가게 곳곳이 텅 빈 채였다. 19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부부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매일 저기 건물을 때리는데 누가 와요. 눈만 뜨면 ‘구로구 빌딩에서 몇 명 나왔다’고 계속 뉴스가 나오잖아요. 완전히 ‘코로나 동네’가 돼버렸어요. 여기 산다는 이유로 만나길 꺼리는 사람도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이미 줄긴 했었는데 저 앞 건물 터진 후론 아예 안 와요. 오늘부터 폐쇄가 해제됐다고는 하는데 안 와, 안 와…. 밤에 와봐요. 완전 죽은 도시지.”

점심때면 발 디딜 틈 없던 식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당 주인은 손님이 없는 탓에 긴 낮잠만 자다, 기자의 인기척에 놀라 눈을 떴다.

“근처에 자동차회사도 있지, 제약회사도 있지 열두시 반만 되면 사람들이 엄청 몰려왔어요. 근데 손님은커녕 오늘은 길에도 사람이 없더라고. 어쩜 그렇게까지 없는지 몰라. 솔직히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무서웠어요. 저 옆에서 코로나 터지고 이튿날 바로 문을 닫았다가 오늘에서야 처음 열었어요. 몇 명은 올 줄 알았는데 정말 한 명이 없어요. 소독도 깨끗이 다 했는데 말이야…. 점심에 아르바이트하는 아주머니한테도 일단 오지 말라고 했어요. 상황 봐서 부르겠다고 하는 수밖에 없죠 뭐.”

인근 부동산 주인은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일종의 ‘낙인’이 찍힌 동네에 근심을 토로했다.

“맨날 보도되니 이제 신도림동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코로나’ 하면 상징적인 동네가 돼버렸단 말이죠. 나중에 집 보러 오는 사람도 없을까 봐 걱정이에요. 벌써부터 체감하기도 하고, 아휴.”

유일하게 바쁜 곳은 치킨 가게였다. 가게 직원은 쉼 없이 닭을 튀겨내고 있었다. 그는 “지금 배달 준비 때문에 너무 바쁘다”고 짧게 말하곤 하던 일을 이어갔다.

코로나 흔적은 학원가에도 역력했다.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동네인 터라 학원으로 채워진 대형 건물이 있는데, ‘임시휴원’ 중인 학원이 대다수였다. 우연히 마주친 상가 입주민은 “수학, 영어, 레고 등등 학원을 올스톱으로 보낼 수 있는 건물이라 시끌벅적한 게 정상”이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할 따름”이라고 했다.

한편 구로구 콜센터를 포함한 소규모 집단감염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 교회에서는 49명(3월 17일 오후 1시 기준)이 무더기로 감염됐고, 동대문구 휘경동 세븐PC방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방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수도권에서 보다 큰 규모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지역감염이 빠르게 확산한다면 방역을 위한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이 남아 있다”며 방역 강화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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