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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일가족의 슬픈 결말 뒷이야기

2019-10-03 15:2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이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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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일가족 네 명이 사망했다. 가장이 아내와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고, 현재까지 밝혀진 그 배경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에 이은 또 다른 비극이다.
일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전경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사건,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벌어진 지 5년이 지났다. 당시 그들의 참극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지만 그와 같은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경기도 시흥 한 농로에 세워진 차 안에서 일가족 네 명이 숨졌다. 자녀들은 네 살, 두 살에 불과한 어린아이들. 이들 가족은 사건 직전 수천만원의 빚 때문에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앞서 4월에는 세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 자녀 한 명을 숨지게 한 40대 남편이 징역 5년, 아내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의 슬픈 결말이 또 들려왔다.
 

‘사업 위기’가 불러온 극단적 선택?

“가족들이 집에 숨져 있으니 시신을 수습해달라.”

추석을 일주일 남짓 앞둔 9월 4일, 대전 중구 소재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남성의 옷 주머니 속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일종의 ‘유서’였다. 쪽지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남성의 집으로 출동했고, 이불에 덮인 채 숨져 있는 아내와 두 아이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 집에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남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남편이 가족들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고 보고 있다. 대전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네 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고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했으므로 ‘제3자 개입이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방침이다.

일가족이 사망한 장소는 두 곳이다. 본래 가족들이 거주하던 A아파트와 거기서 600m가량 떨어진 B아파트다. 사건이 발생하고 6일이 지난 9월 10일 찾은 A아파트 단지 풍경은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었다. 부모 손을 잡고 등원하는 유치원생, 양산을 받치고 산책하는 할머니, 이삿짐을 들어 올리는 사다리차 등 얼마 전 비극이 벌어진 곳이라기엔 너무도 평범했다.

“여기가 거기래요?”

단지 내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한 주민에게 묻자 반문이 돌아왔다. 그 이후에 만난 몇몇 주민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1000세대나 되는데 어떻게 모든 주민이 알겠느냐”며 “사고 당일 경찰들이 쉬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뭐 요새 이웃끼리 다 알고 지내던가요. 더군다나 그 집은 이사 온 지 1년도 안 돼서 더 몰랐죠. 하여간 엄청 놀랐어요. 사람이 죽었다는 것만 알았지, 거기서 세 명이나 죽은 건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사건 난 지 모르는 주민들도 꽤 돼요.”

사망한 가족들은 아파트 정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동의 꼭대기 층에 살았다. 부동산 매물 정보를 종합한 결과 가장 면적이 넓은 동에 속했다. 일부 주민들은 “(그 집이) 월세였다”고 입을 모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었다.

경찰은 경제적 이유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조사 중이다. 건축업을 하던 남편이 사채업자들로부터 변제를 독촉 받아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을 가능성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고는 너무 범위가 작고 결국 경제적인 원인에 의해 그런 것으로 보인다. 부수적인 부분들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인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어쨌든 남편을 제외하고 사망한 다른 가족들은 피해자다. 생활이 어려웠다는 건 말해줄 수 있어도 비참한 현실까지 언론에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일가족이 겪었을 경제적 어려움의 흔적은 집 앞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현관 앞 계단 끝자락에 걸린 배달 우유 주머니 밖으로 삐져나온 ‘대금 연체 고지서’가 그것이다. 약 8개월 동안 내지 못한 배달 우윳값이 29만원에 이르렀다. 고지서 옆으로는 유통기한이 코앞인 우유가 미지근하게 놓여 있었다.

집 현관부터 남편이 사망한 위치까지는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남편이 투신한 아파트는 가족이 살던 곳보다 높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쿵! 하는 소리가 나고 얼마 안 돼서 행인이 관리사무소로 뛰어오더니 사람이 다쳤다고 했다”며 사고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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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 계단 끝자락에 걸린 배달 우유 주머니 밖으로 ‘대금 연체 고지서’가 삐져나왔다.

“최근 가족여행도 다녀왔는데…”

일가족과 같은 동에 살던 주민들은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아홉 살, 일곱 살 어린 두 아이들의 모습이 여전히 아른거린다고 했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애들이 인사를 어찌나 잘하던지. 할머니 어디 가시냐고 먼저 말도 붙이는 살가운 애들이었어요. 그 일 나고서 이틀간은 엘리베이터를 못 타겠더라고요. 자꾸 생각나서… 애들이 아빠를 엄청 좋아했어요. 볼 때마다 아빠한테 꼭 매달려선 ‘아빠! 아빠!’ 외치고. 오죽하면 내가 그 아빠더러 이맘때가 제일 예쁘고 키우기 재밌을 때라고 했어요.”

또 다른 주민은 “부부가 참 선했다. 악한 데가 하나 없었다”고 떠올리며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싶어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바로 앞집에 사는 주민은 일가족의 평소 모습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나같이 인사를 잘했어요. 구김살도 없고. 한 달 전에는 온 가족이 무쏘 비슷한 차에 바리바리 짐을 싣더니 3일 동안 원산도에 놀러 가는 것도 봤어요. 참 좋아 보였어…. 그러니 그 속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깊은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뭐 하는 사람인지도 기사 보고서야 알았으니까.”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른 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고 전해졌을 뿐, 경찰과 검찰 모두 유가족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대전지검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법률적 범위 내에서 장례비를 긴급 지원했으며 향후 법률 상담, 심리치료 등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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