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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엄마 찬스' 강남 치맛바람의 진짜 현실은?

#대치동엄마 #조국·정경심

2019-09-26 09:44

취재 : 장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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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부무장관 자녀의 입시논란이 계속 화제다. 의혹의 진위는 검찰 수사로 곧 밝혀지겠지만 조 장관 부부가 자녀의 입시를 위해 온갖 ‘일’을 다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 아빠 찬스는 비단 조 장관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교육특구 강남 엄마들을 어떨까. 자녀 입시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대치동에도 이런 케이스가 있을까.
서울 대치동 학원가
대치동은 바람 잘 날 없는 동네다. 그냥 바람도 아니고 강풍이 분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아이의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헌신한다. 그중 잘못된 예가 현재 재판 중인 숙명여고 부정행위 사태였다.

강남학군에 있는 교육 전문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네마다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엄정희 S.K.Y에듀 대표는 “압구정동, 서초동, 대치동은 동네마다 부모 직업이 다르다”며 “압구정에는 전통적인 땅 부자들이, 서초동에는 엘리트 출신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전했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에는 대대로 부유한 집이 많다. 이곳에 사는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면서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유명한 학원만 몇 군데 보내거나 주로 과외를 시킨다. 아이가 공부에 뜻이 없으면 억지로 시키지도 않는다. 굳이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평생 여유롭게 살 만큼 유산을 상속할 수 있어서다. 한편, 대치동은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아이 교육을 위해 서울시 내 다른 지역이나 지방에서 이사 온 집이 많다. 그래서 대치동에 아파트나 빌라가 매물로 나오면 금방 사라진다. 2015년 강남 일대가 메르스 진원지가 됐을 때도 임대매물을 구하는 엄마들로 북적였을 정도다.

반면 대법원, 서울지방법원, 서울지방검찰청 등이 모여 있는 서초동에는 주로 학벌 좋은 엘리트 부부가 살고 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계 종사자부터 연구원, 의사, 교수 등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혀 있다.

재력, 명예, 인맥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입시 정보력도 좋다. 특목고 입학 자료나 유능한 강사 섭외 등 고급 정보도 여기서 흘러나온다. 아무나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 대치동에서도 정보를 공유하는 그룹에서 먼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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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을 격려하는 엄마

엄마의 열성·아이의 재능이 일군 성공

서초동 현대주택단지에 사는 주부 A씨에게는 스카이 이공계학과에 다니는 대학교 2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있다. A씨의 딸은 전형적인 대치동 키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수학 선행학습을 시작해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쌓으며 입시 준비를 했다. 특목고에 다닐 때에는 성적 관리에 치중해 정시로 대학에 갔다. 다른 아이들보다 수학에 특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A씨가 딸을 서포트한 결과다.

“남편이 머리가 좋아요. 딸아이가 아빠를 닮았는지 공부에 재능이 있어요. 본인이 좋아하기도 하고 시킬수록 저도 욕심이 나니까 열심히 했죠. 딸이 중학교 3학년 때 대치동에서 스터디그룹에 들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말이 스터디그룹이지 부모 직업, 소득 수준, 아이 성적, 생활 태도를 보고 괜찮다 싶은 아이만 들어갈 수 있는 그룹이에요. 이런 게 있다는 소문만 들었지 직접 제의를 받으니까 신기했어요. 주로 입시 내용을 나누거나 고급 강사를 초빙해서 그룹 아이들이 같이 수업을 듣고 자습도 하고 그랬어요. 거기서 아이가 특목고 입시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죠. 자연스레 인맥 형성도 되고요. 딸이 길을 잘 닦아놔서 아들 입시 준비도 수월해요. 아들은 딸만큼 공부를 잘하진 않지만 수시전형을 잘 노리면 괜찮을 것 같아요.”

A씨 딸의 입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학부과정을 마치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공계열 연구원이나 교수를 꿈꾸는 딸은 미국에 있는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대학은 국내에서 마치고 해외 대학 석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이 정보도 그 스터디 그룹에서 나온 것이다. 그 그룹에도 해외 대학원을 준비하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엄마의 인맥으로 대학원 합격 정보를 얻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지만, 그나마 두 아이의 입시 시즌이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서초동에 사는 B교수는 ‘스카이’ 출신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명문대에 재직하고 있다. B교수의 아들도 ‘스카이’ 중 한 군데를 나왔다. 그는 기자에게 “교수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수험생 아이를 둔 교수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에요. 인맥을 조금만 동원하면 아이를 쉽게 대학에 보낼 수 있어요. 강남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천만원씩 들여서 학생부에 올릴 수상 이력을 사는 애들이 많아요. 대회 참가팀 90%는 이런 식으로 이력을 만들죠. 쉬쉬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아이들끼리도 많이 공유해요. 교수들끼리 논문에 아이들 이름 올려주는 경우도 있어요. 이공계열 교수나 의대 교수들은 논문에 자녀를 저자로 올려서 포트폴리오로 쓰기도 해요.”

딸도 비슷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냐고 물으니 B교수가 멈칫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익명으로 기사를 쓸 것을 거듭 강조하더니 “그렇다”고 시인했다.

“교수이기 전에 저도 엄마잖아요. 아이가 잘되고 행복한 게 중요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인맥과 정보를 동원해서 아이 입시에 쓴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내용을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 동네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에요.”

교수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지던 논문 포트폴리오는 조국 장관 자녀의 논문 논란이 생긴 이후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바른미래당이 9월 20일 국회의원을 포함해 고위공직자 자녀 전체에 대한 입시비리를 전수조사 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8월 21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장관 딸의 입시논란에 대해 “당시에는 자기소개서나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에 지금 한다면 불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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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수시입학정보를 듣기 위해 입시설명회를 찾은 수험생 부모들

사교육 메카 대치동의 그늘

A씨의 딸도 B교수의 아들도 모두 엄마가 아이의 입시를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실력이 좋거나 잘 따라왔기 때문에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남에서 입시를 준비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엄마의 입시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거나 아이가 공부하기를 거부하면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도 있다. 대치동에서 오랫동안 유명학원을 운영하다 은퇴한 C씨는 이런 사례를 많이 겪었다. 그는 모 중견기업 대표의 가정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 집은 시작부터 잡음이 좀 있었어요. 연애결혼을 한 케이슨데 그 기업에서 결혼을 많이 반대했어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 아빠 머리를 안 닮았던 거죠. 그 엄마는 시댁 보기 민망하니까 아이 공부에 열을 올렸어요. 이 동네 웬만한 엄마들보다 더 열심히 뛰었을 거예요. 아이는 공부 생각이 없고 음악을 하고 싶어 했어요. 엄마랑 아들이 맨날 싸웠어요. 아들은 학교 마치면 도망가고 엄마는 잡으러 다니고. 그러다가 결국 포기했어요. 제가 알기론 겨우겨우 서울시 내에 있는 4년제 대학에 갔어요. 학교 다니면서 인디밴드 생활을 하다가 접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들었어요. 명문대 진학은 실패했을지 몰라도 아이는 원하는 길을 갔으니 다행이죠.”

또 다른 케이스는 아이 교육 때문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온 주부 D씨의 이야기다. D씨는 아들과 둘만 대치동으로 들어온 기러기 가정이었다. 그의 남편은 경상도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대표다. 남편과 아이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을 반대했지만 D씨의 생각은 달랐다. 회사를 물려받을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인맥도 쌓고 훌륭한 CEO로 성장하길 바랐다. 결국 D씨는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대치동에 입성했다. 그나마 아들이 중학생일 때에는 남편을 보러 내려갔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그마저도 자주 가지 못했다. 아들의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 늘 스트레스가 심했던 D씨는 우울증이 생겼다. 나중에는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 남편은 다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D씨는 버티겠다고 했다. 하지만 D씨의 아들은 원하던 대학에 다 떨어졌고 재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비관하던 D씨는 아들이 잠깐 외출한 사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C씨는 대치동에서 이런 일을 많이 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가 일을 그만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일이 자꾸 생겨서였어요. 아이와 엄마가 시너지를 발휘해서 잘된 케이스도 많지만 슬픈 일도 많았거든요. 오죽하면 없던 종교가 생겼다니까요. 대치동에서는 아이든 부모든 무리하면 안 돼요. 결국 둘 중 멘탈이 더 약한 쪽이 무너져요.”

대치동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다른 지역 엄마들과 아이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처해 있는 환경이 달라 일반적인 정서로는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소영 씨는 “나도 대구에서 교육열이 높은 곳에 살지만 대치동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며 “아무리 자식 교육이 중요해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조국 장관 딸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들에게 늘 정정당당하게 살라고 가르쳤는데 이제 그런 말을 선뜻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임유진 씨는 “매스컴으로 대치동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같은 부모로서 이해가 간다”며 “아이가 원하고 여력만 된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그들을 욕할 순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남겼다.

조국 장관 자녀 사태로 강남학군이 주목받는 가운데 MBC에서는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첫 회에 나온 배우 임호 부부의 교육법을 시작으로 배우 유진, 마라토너 이봉주의 자녀가 교육 컨설팅을 받는 장면이 방영됐다. 특히 임호 부부의 교육법은 대치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교육열을 보였고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혈 대치동 엄마들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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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일숙  ( 2019-10-02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초중고 교육방향을 21세기에 맞춰서 싹 바꿔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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