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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유착·마약·성범죄 의혹 클럽 버닝썬 직접 가보니…

2019-02-25 10:18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이근하, 뉴시스, 방송화면 캡쳐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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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클럽 직원과 손님의 폭행 시비였다. 클럽을 찾은 한 남자가 자신이 폭행 피해자인데, 출동한 경찰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 파장은 거셌다. 마약, 성범죄 논란까지 번졌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한 ‘버닝썬’ 사건이다. 대체 어떤 곳일까. 지난 2월 15일 클럽 버닝썬을 찾았다.
“저는 기자입니다. 버닝썬을 취재하러 왔습니다.”

이렇게 말했다면 이 르포는 없었을 것이다. 연일 의혹과 논란이 난무하는 곳에서 기자를 반길 리가.

복장부터 달리해야 했다. 입구에서 쫓겨나는, 요즘말로 ‘입밴(입장 밴지)’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입밴 기준으로 미뤄보아 평소 출근 복장은 입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모르긴 해도 방한 목적으로 겹겹이 걸친 옷과 운동화를 클럽 복장으로 인정받기는 쉽진 않을 테니 말이다.

나름 클럽 옷차림으로 버닝썬 입구에 섰다. 버닝썬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호텔 르메르디앙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불금’의 상징 강남역에서 출발해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이날은 금요일이었다. 혹 사람이 붐비지 않을까 싶어 영업 시작 시간인 오후 11시 정각에 맞춰 도착한 것도 그래서였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금요일 밤 클럽 앞은 입장 대기 행렬로 북적인다. 이날 버닝썬은 예외였다. VIP 전용 입구도, 일반 손님 입구도 한산했다.

입구 가드가 신분증을 요구했다. 지갑을 열어 신분증을 내보이자 가드가 “완전히 꺼내서 보여 주세요”라고 했다. 그의 요구대로 신분증을 끄집어내서 재차 내밀었다. 신분증을 확인한 그는 다른 가드에게 “체크해”라고 지시했다.

‘뭐지?’

입구 한편에 놓인 작은 기계 위에 검지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지문 검증이다. 기자 뒤로 입장한 두 명에겐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신분증 진위 여부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실시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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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방법도, 가격도 여럿

지문 검증을 마치고 곧장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Burning Sun’, 클럽 이름처럼 통로가 온통 붉은빛으로 번쩍인다. 통로 끝에는 작은 매표구와 함께 직원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 통해 오셨어요?”

직원의 질문을 즉각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사전에 MD(매개인 개념)를 통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단다. 포털사이트에 ‘버닝썬 무료입장’만 검색해도 여럿 MD 연락처가 나온다. 매표구 직원이 물은 ‘누구’는 MD를 뜻했다.

입장료 2만원을 지불하자 손등에 ‘Burning Sun’이라고 새긴 도장을 찍어줬다. 팔목엔 종이 팔찌가 채워졌다. 팔찌에 붙은 바코드는 무인 물품 보관함을 사용할 때 쓰인다. 쿠폰 한 장도 주어졌다. ‘FRIDAY 1 FREE DRINK’. 데킬라, 보드카 등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이다.

테이블을 예약할 경우는 또 다르다. 수백만원이 필요하다. 높은 가격 탓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테이블을 빌릴 인원을 모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클럽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상에서 흔히 하는 ‘n분의 1’과 다르지 않은 이 형태는 이른바 ‘조각’이라고 통용된다.

논란을 의식한 흔적이 내부 곳곳에 보였다. 물뽕(GHB)과 성추행·성폭행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과 향후 버닝썬 운영 방향이 적힌 공고문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요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명되면 버닝썬을 폐쇄하겠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파는 꽤 큰 듯했다. 금요일 밤 클럽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텅 비어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손님보다는 클럽 관계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바에서 술을 제조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원래 이 시간에 사람이 없어요?”

“음… 1시부터 피크 타임이긴 한데, 이 시간에 이렇게 없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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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내부 모습. 금요일 밤을 무색하게 할 만큼 한적함이 가득했다.

2층 VIP룸, 완벽히 가려진 공간

버닝썬은 2층 구조다. 1층은 정중앙 앞쪽 DJ 박스를 중심으로 스테이지 존, 메인바 존, 서브바 존, B존, 룸으로 나뉜다. 위치에 따라 이용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층엔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2층엔 힙합이 흘러나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목청껏 말해야 옆 사람 말이 간신히 들릴 정도로 음악 소리가 굉장하다.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해도 비명인지 환호인지 분간하지 못할 듯싶다.

피크 타임을 기다리며 2층으로 올랐다. 마약 투약과 성폭행 장소로 지목된 2층 VIP룸이 궁금했다. 웬걸,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구석 통로를 지나야 VIP룸으로 연결되는데, 그 길목을 건장한 가드가 지키고 있다. 슬쩍 곁눈질이라도 할 참인데 가드가 친히 막아서며 “반대편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버닝썬 VIP룸에 다녀간 적 있다는 지인 말을 빌리면 고급스러운 룸살롱 같다고.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이다.

2층 구석에 놓인 소파에 앉아 있으니 VIP룸 쪽으로 몇몇 남성이 드나들었다. 그들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별도 흡연부스도 아닌 실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내던졌다. 구석구석 놓인 꽁초들은 그렇게 버려졌으리라.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인지 목이 말랐다. 별 생각 없이 생수 한 병을 시키고 카드 결제를 했다. 결제 알람 메시지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승인 5000원.’ 아무리 비싸도 편의점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500㎖ 생수 한 병이 5000원이란다.

그렇다면 술값은? 바 테이블에 붙은 가격표에 따르면 보틀(bottle) 기준을 제외하면 잔 기준으로 1만~1만5000원 선이다. 여느 클럽에서 판매하는 가격대다.
 
 
2월 17일, 버닝썬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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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검사를 마친 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전 1시 15분 즈음 1층에 손님이 꽤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있는 정도의 인원이었다. 1층 정중앙 앞쪽 DJ 박스 주변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제 좀 클럽다운 분위기가 되려나?’

내심 기대했지만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씩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만 몇 명. 나머지는 각자 휴대전화 조작에 한창이거나 주변을 둘러보기에 바빴다. 오롯이 음악을 즐기러 혹은 춤을 추러 온 사람들 같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인파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엔 시간이 일러서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버닝썬은 물의를 일으킨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버닝썬을 다녀온 지 하루도 안 돼 ‘버닝썬 폐쇄’ 소식이 전해졌다. 이문호 버닝썬 대표는 17일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부로 클럽 버닝썬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버닝썬은 모든 사람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였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 다르게 비치는 상황이 안타깝고, 이러한 상황에서 운영을 계속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 문제라고 밝혀지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버닝썬은 사라졌다. 진짜 ‘끝’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마약 투약, 성범죄 그리고 경찰유착까지.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버닝썬의 끝은 단순히 문 닫기일까, 누군가의 죗값 치르기일까.
 
 


‘버닝썬’과 관련된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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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뱅 승리는 무슨 관계?

버닝썬은 이번 사고와 관계없이 유명한 클럽이었다.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져서다. 승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클럽과 라면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연예인 사업이니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저는 직접 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버닝썬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승리의 이름이 동시에 거론된 배경이다.

승리가 밝힌 대로라면 그 역시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승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버닝썬 폭행사건이 보도되기 며칠 전 이사직을 사퇴했을 뿐 아니라 논란의 발단인 폭행사건을 알지 못했다는 게 요다. 덧붙여 그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자신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러겠다고 했다.

앞서 승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까지 나섰다. 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승리가 이사에서 사임한 건) 현역 입대가 다가오면서 군 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승리는 얼마 전에도 다수의 근거 없는 제보로 인해 압수수색 영장을 동반한 강력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고 소변, 모발 검사에서 조금의 이상도 없었음을 명확히 한다”고 강조했다. 버닝썬 논란이 마약 유통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여론은 싸늘했다. 버닝썬의 주요 마약 공급책으로 지목된 중국인 여성 애나(가명)와 승리가 찍은 사진이 포착돼 마약·성범죄 의혹과 무관하다는 승리 측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승리는 해당 사진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 마약 유통, 물뽕, 성범죄 사실일까?

버닝썬 영업이 공식 종료된 다음 날, 직원 한 명이 구속됐다. 논란이 발생한 이후 구속자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경찰 측은 이 직원을 대상으로 마약 유통경로를 밝히겠다고 했다.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앞서 경찰은 버닝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제기된 각종 의혹을 조사 중이다.

버닝썬 논란이 더욱 가열된 건 이곳 VIP룸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관계 동영상이 확산되면서다. 영상 속 여성이 이른바 ‘물뽕’이라는 마약에 취한 것이란 의혹이 일었고, 이를 뒷받침할 내부 폭로도 이어졌다. 버닝썬에서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은 적 있다는 경험담까지 등장하면서 의혹이 사실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물뽕은 성적 흥분 작용이 있어 스스로 투약하기보다 주로 성범죄 도구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12시간 동안 잠에서 깨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 경찰 유착 관계는?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의혹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자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11월 김모 씨는 버닝썬에서 직원에게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오히려 관할지역 경찰관들이 자신을 과잉 진압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당시 상황이 찍힌 CCTV 영상 중 일부가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경찰의 증거인멸 시도를 의심, 경찰을 고소했다.

이에 버닝썬 직원과 경찰 사이에 자주 연락한 정황이 있는지, 이들 사이에 돈이 오간 흐름이 있는지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유흥업소와 경찰과의 유착 유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관련 경찰이 처벌과 징계를 받는 등 논란이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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