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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테이너’가 뜬다? 예능으로 온 정치인들

2018-11-05 16:57

취재 : 임언영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뉴시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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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정치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트렌드라면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본격 예능 프로그램까지 영역이 확장됐다는 것. 선거를 앞둔 단발성 출연이 아니라 고정 출연으로 시청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 정치인이 방송에 출연하면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대담 형식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인생관 등을 말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최근 몇 년 사이 풍속도가 달라졌다. 정치인 특유의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것이다. 정치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친근한 모습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폴리테이너(politician+entertainer)’라 불리며 정치인이 예능에 출연해서 활약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가벼워 보여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낀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유권자인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제작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소재로 콘텐츠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시기 예능 프로그램은 정치인들의 섭외 경쟁이 뜨겁다.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은 지난 2009년 당시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가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그의 정치인으로서 가능성을 보게 됐고, 실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계기에 보탬이 됐다. 이후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활약상도 점점 넓어졌다. 시사 예능부터 각종 리얼 예능까지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 범위도 점점 늘고 있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송현옥 세종대 교수 부부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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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입당설이 나오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아내 송현옥 세종대 교수와 함께 TV조선 예능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결혼한 33년 차 부부의 일상을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대본 없이 진행하는 관찰 예능인 만큼 두 사람의 평소 반전 모습이 있는 그대로 공개됐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부부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 집 인테리어 등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느낄 만한 내용이 대거 방출됐다. 집 공개 역시 처음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우아하고 깔끔하면서도 감각이 묻어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부부가 만드는 반전 모습도 많았다. 이른 아침 기상해 헬스장으로 직행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몸매를 잘 관리하고 있어 환호를 받았다. 능숙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노련하게 달걀을 구워 아침상을 차려놓고 아내와 함께 식사하는 평범한 동갑내기 부부의 모습을 보였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도 공개됐다. 송현옥 교수는 “친오빠가 한 살 위인데 디스크를 앓아 1년 휴학을 해서 세훈 씨와 같은 반이 됐다. 오빠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세훈 씨가 공부 노트를 가지고 병원에 왔다. 자연스럽게 셋이 과외 모임이 형성됐다”면서 첫 만남을 밝혔다. 본인은 ‘땡땡이’ 스타일이었는데 남편은 ‘범생이’ 스타일이라서 조금 달랐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15개월 손주의 재롱을 보며 기뻐하는 손주 바보의 인간적인 모습도 화제였다. 조금 이른 나이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부부는 딸 가족의 방문을 앞두고 장난감을 꺼내놓고 준비하면서 손주를 기다렸다. 손주의 작은 재롱에도 크게 기뻐하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사위와 함께 요리 배틀을 벌이는 모습도 반전이었다. 수준급 요리 실력으로 지중해식 음식을 만든 오 전 시장은 본인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딸의 결혼식에서 ‘사돈 댁 보기 민망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는 딸 바보 오 전 시장은 아들 같은 사위 자랑도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출연분이 방송되던 날 프로그램 시청률이 4%를 넘기면서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부부를 고정 패널로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부의 출연 분량은 2회였다.
 

# 김한길 전 국회의원·최명길 부부
tvN <따로 또 같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자신의 아내이자 탤런트인 최명길과 함께 tvN <따로 또 같이>에 출연한다. <따로 또 같이>는 연예인 부부 네 쌍이 여행지로 떠나 남편은 남편끼리, 아내는 아내끼리 뭉쳐 여행한다는 설정의 프로그램이다. 부부가 같이 여행지로 떠나지만 취향에 따라 남편과 아내가 따로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부부 여행 리얼리티 예능. 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남편과 아내의 두 가지 여행 설계를 통해 결혼 후에도 각자 독립적인 취향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독립부부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 제작진이 밝힌 기획 의도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많이 아팠다. 그때 아내가 24시간 옆에 있으면서 챙겨줬는데, 이제는 건강이 회복돼서 홀로서기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섭외가 들어와 출연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반면 출연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는 최명길은 “남편이 잘할 수 있겠다고 해서 섭외에 응했는데, 생각보다 잘하는 것 같다”고 프로그램 출연 소감을 전했다.

정치인으로서 예능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와 예능은 많이 다르다. 정치는 내 의견에 50%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활동하는데, 예능은 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해야 성공적인 방송이 아니겠나”라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일상을 보내는 24년 차 부부의 모습에서는 여유가 묻어났다. 이른 아침 침대에서 신문을 읽는 김 전 의원, 분주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내조의 여왕 최명길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함께해온 부부만의 익숙함이 느껴졌다.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tvN <알쓸신잡 3>

최근 노무현재단 5대 이사장에 취임한 유시민 작가는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유력한 정치권 인사로 불린다. 정계 은퇴 후 방송인, 작가 등 자유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는 시사 예능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3>이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과 가수 유희열이 특정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 지식을 대방출하면서 분야를 넘나드는 수다를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1, 2시즌에서는 국내 여행으로 인기를 끌었고, 3시즌에서는 이탈리아로 수다 여행을 떠난다.

유시민은 유희열, 김영하 작가와 함께 시즌 1부터 고정 출연하는 패널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나영석 PD가 제안하면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가 전한 후문이지만, 정치뿐 아니라 사회, 역사, 경제, 예술 등 다방면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제작진 섭외 1순위 인사다.

정치권 인사들에 의하면 유시민 작가는 방송 출연을 재미있어 하면서 행복해한다는 후문이다. 특히 <알쓸신잡>에 애정이 많다고.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전공 분야가 있는 사람들이 같이 여행하면서 떠들고, 그런 것에 끼어보고 싶은 느낌이 있다. 평소 생활하면서 잘 못 느끼는 분위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제작 발표회 자리에서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유시민을 인기 폴리테이너로 만든 것은 JTBC 시사 예능 <썰전>의 영향이 크다. 지난 6월 공식 하차했지만 그는 2년 6개월이나 고정 패널로 출연해서 자신의 정치논리를 펼쳐왔다. 말 잘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그는,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개념을 쉽게 설명해준다는 호평을 받았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김혜경 부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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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종영했지만 정치인의 예능 출연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지난해 7월 방송된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부가 출연했다. 26년 차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큰 인기를 끈 이 지사는 당시 ‘명블리’라는 애칭까지 얻으면서 화제가 됐다. 이재명 지사와 김혜경 부부는 방송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 지사는 정치인보다 남편으로서 다정하고 유쾌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아내와 연애를 1년 정도 했는데, 매일 만났다. 처음에 아내에게 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숨겼다. 이후 장애 사실을 털어놓자 ‘그게 뭐 어떠냐?’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러브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하차하면서 “과하지 않은 예능은 정치인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에 좋은 창구”라며 감사 인사를 건넸고, 시청자들에게도 훈훈한 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구설수에도 오르고 있다. 조폭 연루설, 김부선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휘말렸고,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조사 중이다.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 괴리감이 커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아내 김혜경 씨가 조카와 나눈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방송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사랑꾼의 모습은 다 연출이었냐는 강도 높은 비난도 많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인의 예능 출연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케이스가 됐다.
 
 


고정 출연은 아니지만…
단발성 프로그램 출연해 화제가 된 정치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 초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당시 MC 김구라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정치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이 시선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돌직구를 날리자 “여론조사를 했더니 게임 끝났더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시 함께 출연한 가수 김흥국과 함께 ‘호랑나비’ 춤을 따라 하면서 시청자들과의 스킨십을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tvN <인생술집>에 출연해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술을 마시면서 토크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 두 사람의 출연은 더욱 화제가 됐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많이 보인 두 의원은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과정과 개인사, 숨은 노래 실력 등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애환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정치 철학도 잘 전한 방송이었다는 시청 후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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