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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사립유치원 파문 우리 아이 유치원도?

2018-10-24 09:39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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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원장이 교비로 명품백을 사고, 술을 마셨다. 엄마들은 까맣게 몰랐다. 그저 더 맛있는 급식에, 유익한 교재에 쓰는 줄 알았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더구나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말이 많다.
터질 게 터진 모양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곪아온 문제였다. 지난 10월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비리 근절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유치원 교비 부적정 사용을 문제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2013~2017년 감사 결과, 전국 2058개 중 91%에 달하는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비리가 적발됐다”면서 “비리 건수만 6000건에 달하며 적발금액은 총 269억원”이라고 밝혔다.
 

술 마시고, 쇼핑하고 ‘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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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유아교육, 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 나온 엄마들은 대부분 유치원생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아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니 가관이었다. 서울 A유치원은 설립자 개인계좌에 1억1800여만원을 부당하게 적립했다. 유치원 회계에서 적립이 허용되지 않는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이었다. 정확한 산출근거 없이 원아 급식비를 7만원 정액으로 징수해 시정통보를 받은 적이 있는 유치원이다. 서울 B유치원은 설립자 명의로 총 43회에 걸쳐 6000여만원의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해 적발되기도 했다. 단순 정기적금으론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

인천에 있는 C유치원은 2014~2016년 한 교육업체와 손잡고 실제공급 가격보다 높은 대금을 지급하고, 그 차액을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식으로 총 1300여만원을 편취해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밖에 유치원 교비로 원장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숙박업소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개인 차량 기름값, 종교시설 헌금, 아파트 관리비 등으로 사용한 공금 횡령·유용 사례, 남편의 해외여행비로 쓴 내역도 있었다. 이들은 결제한 영수증을 유치원 회계증빙서에 첨부해 개인계좌로 입금하는 방법으로 이용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유치원도 엄연히 학교로 친다. 더욱이 정부지원금도 받는 시설이다. 수익을 사설 학원처럼 설립자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자체 기준에 따라 일부 유치원을 선별해 이뤄진 것. 때문에 ‘비리가 있는 유치원은 실제로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그동안 유치원은 정기 감사가 없었고, 부실한 감사 시스템을 통해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이 같은 비리 유치원들의 명단 일부가 공개됐다. 명단을 확인한 주부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목록에 포함된 해당 지역 유치원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아이를 보냈던 유치원이 목록에 올라 실망했다는 반응도 보였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도은경(42) 씨는 “아들이 다녔던 곳인데 원장이 대놓고 횡령을 했더라”면서 “둘째 또한 당연히 보낼까 생각했는데, 이젠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 씨는 또 “지금 일부만 공개된 상태인데, 비리 유치원의 전체 리스트를 빠짐없이 원장 실명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최대한 빨리 전체 유치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원장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왜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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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문제 관련 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토론회를 점령하자 박용진 의원이 어렵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비리는 2013~2017년 감사 결과다. 왜 이제야 논란이 된 걸까. 시민단체 등은 이에 “정치권에서는 유치원 원장들의 단합된 힘이 두려워 눈치를 봐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월 20일 시청역에서는 화난 엄마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을 주축으로, 약 30명의 엄마들이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닐 연령대 아이들을 데리고 집회 현장에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은 “엄마들만 몰랐다, 엄마들이 바꾼다, 비리 유치원 키운 교육부는 사죄하라, 비리 유치원 퇴출, 국공립을 확충하라”와 같은 구호문을 들고 있었다.

그간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국무조정실과 교육청이 유치원 비리를 적발하고도 비리 유치원 이름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정부와 교육청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및 행정소송을 벌여왔다. 이들이 “터질 게 터졌다”고 하는 이유다.

이날 참석한 한 엄마는 “이 정도로 비리가 깊은데 개선이 안 돼왔다는 것은 (교육당국과 사립유치원의) 유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면서 “이제 우리 시선은 교육당국으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유총 및 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투명한 회계를 위한 재무회계 시스템 ‘에듀파인’ 무조건 도입, 국공립 단설 유치원 확충”을 교육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이번 사태에 오히려 안도감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 동탄에 거주하는 주부 최지영(38) 씨는 “이번 사건과 함께 비리 유치원의 대표 격이 됐던 지역 내 환희유치원의 경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중”이라면서 “비대위를 꾸리고 정상화해나가면서 원장을 일선에서 제외하고 급식업체도 새로 선정했다. 행정인력도 추가 배치했다고 들었다. 곪은 게 터지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 ‘법적 대응’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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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비리유치원 퇴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야말로 유치원 대란이다. 각종 매스컴은 연일 비리 유치원 소식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유치원 측 입장은 어떨까.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이 사태에 대해 의외로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한유총은 10월 14일 입장자료를 발표하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라기보다는 사립유치원만을 위한 재무·회계 규칙의 부재”라면서 “교육감이 사립유치원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실적 위주의 감사로 사립유치원을 난도질했다”고 반박했다.

비리가 터지고, 유치원 명단 전체를 실명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서는 “(감사 이후) 고발된 유치원 중에는 감사 결과의 부당함이 인정돼 무혐의, 불기소(처분)를 받거나 승소 판결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런 유치원 실명도 공개하면) 무고함을 인정받은 유치원까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유총은 이어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폭압과 독선”이라면서 “그러면 국공립 초등학교의 감사 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하라”고도 말했다.

이사회를 열고 비대위로 체제를 전환한 한유총은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 더해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며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서울서부지법에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를 상대로 감사 결과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한편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한유총. 이들이 이처럼 강경할 수 있는 덴 이유가 있다. 전국 사립유치원(4282곳)의 77%가 회원으로 가입된 최대 단체이기 때문이다. 주로 설립자·원장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어 교사나 학생·학부모의 입장은 잘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데는 이 같은 조직 구조도 한몫했다. 사립유치원의 한 관계자는 “원장들 간 담합 등 폐쇄적 구조 때문에 그동안 내부 비리가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웠다”면서 “내부 처우에 조금이라도 불만을 제기하면 해당 교사의 이름이 원장들 사이에 공유되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같은 연합 소속 유치원에는 취직이 힘들어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면 국공립유치원 시험을 치르지 않는 한 사립유치원에 취직하는데, 연합회 내에서 국내 유명 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들부터 원장·이사장 등이 다 사적으로 연결돼 있다”고도 말했다.
 

비리 근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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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교육당국에서는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월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사립유치원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교육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며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국민 눈높이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육부 결정에 따라 일제히 비리신고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신고센터 운영 첫날에만 전국에서 총 33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지적 사항과 처분 내용 등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작업도 착수했다. 10월 25일부터 17개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11월 1일인 유치원 원서접수 시작일 전에 감사 내용을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는 것은 학부모에 대한 ‘알 권리’ 차원에서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규정 위반의 경중이나 시정 여부와 상관없이 학부모들이 모든 유치원이 비리가 있다고 오해하는 등의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별로 2013∼2017년 감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단, 공개 대상에 유치원 실명은 포함되지만 설립자와 원장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정조치 미이행 유치원, 비리 신고 유치원, 대규모 유치원, 고액 부담금을 걷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펼칠 예정이다. 구체적인 감사 대상과 세부 계획은 시도 교육청별로 정한다.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 사례들

경기도 A유치원 원장은 원생 체험 활동을 위해 설립자 자녀가 운영하는 숲 체험장 부지와 농장 등을 3년간 임차한다는 명목으로 2016년 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월 950만원가량씩 총 1억3800여만원을 납부했다. 보통 다른 유치원은 비슷한 체험장 임차료로 적게는 월 34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또 개인 시설인 체험장에 화장실과 수업용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한다며 유치원 회계에서 7500여만원을 가져다 썼다.

인천 B유치원 설립자는 2014∼2016년 배우자 소유 토지에 체험 학습장을 지으면서 공사비 2억3000만원을 유치원 예산으로 지급했다. 설립자 명의로 된 외제차 2대를 렌트하는 데 9700여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 C유치원 원장은 2016∼2017년 딸에게 방과후 보조교사 등 인건비 명목으로 7차례 걸쳐 360만원을 지급했다. 딸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근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도 없었다. 이 원장은 그밖에 2015년부터 고가의 의류, 화장품, 홍삼 제품, 골프용품 등을 개인적으로 구매한 뒤 유치원 회계로 980만원을 집행하고 선물 구매비 등에 쓴 것처럼 지출서류를 조작했다. 본인과 배우자 자가용 주정차 위반 과태료, 자동차세, 주유비 등 181만원을 유치원 회계로 처리했다. 휴대전화 요금이나 소액결제 등 389만원을 결제한 뒤 해당 금액을 유치원 공금에서 본인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충북도 교육청은 회계질서 문란 등 혐의를 적용해 유치원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 기장군 D유치원 설립자는 유치원을 다른 사람에게 불법 임대까지 했다. 또 학부모에게서 받은 특성화 교육비와 교재비 등 1245만원을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울산 E유치원은 설립자에게 예절지도사와 사무업무 수행 명목으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억36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또 설립자 명의로 된 유치원 건물과 토지에 부과된 재산세와 토지세 등 170여만원을 유치원 돈으로 납부했다.

강원도 강릉 F유치원 원장은 자신 명의로 교육업체를 설립한 뒤 지난해 계약 체결 없이 교육비 1500여만원을 받았으며, 업체 폐업 후에도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속해서 받았다.

세종의 G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회계에서 자신의 대학교 등록금 908만원을 납부했고, 업무추진비를 지역 주민 경조사비로 지급했다.

대구 H유치원은 2013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예산 8100만원을 콘도 회원권과 자가용 구매, 주유비, 개인 식자재 구매 등에 사용했다.
 
 


어린이집은 괜찮나?

유치원 비리에 뿔난 엄마들은 어린이집도 유사 문제가 많다며 감사를 통해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유치원 비리 공개 직후 어린이집 비리 관련 청원이 40여 개나 올라왔다. 글을 남긴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도 만만치 않다”고 감사를 촉구했다. 그밖에 각종 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들의 고발성 글에 따르면 어린이집 또한 현재 밝혀진 유치원 비리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된 수법은 보조금 횡령. 이때 ‘원아 부정 등록’이라는 속임수를 쓴다고 한다. 실제로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원생으로 등록해 인당 월 수십만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을 챙기는 것. 익명의 주부에 따르면 부정 등록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지만, 이를 피하는 방식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밖에도 원장 배우자나 자녀를 운전기사 혹은 보조교사로 등록해 보조금을 챙기는 수법 등도 언급됐다. 문제는 이 같은 비리를 알고도 쉬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동탄에 거주하는 최지영(38) 씨는 “아이를 맡겨놓은 엄마는 사실상 을(乙)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혹시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걱정되고, 여기 아니면 당장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데 워킹맘 입장에서 신경 쓸 게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어린이집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최소 두 차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어린이집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다만 전국 4만여 개 어린이집 가운데 일부만 선정한다. 점검 결과는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info.childcare.go.kr)’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정보 공개가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앞서 학대로 논란이 됐던 어린이집이 버젓이 재차 평가인증을 받았다고 올라온 적이 있어 주부들은 이마저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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