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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안주인 ‘각양각색’ 내조 스타일

2018-10-04 09:51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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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재벌가 안주인들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림자 내조’는 옛말이 됐다.
이들이 문지방을 넘나들고 있다. 남편을 돕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그룹 위기 때 지원사격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 사회공헌 등을 도맡아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쓰는가 하면, 묵묵히 측면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 남편 대신 경영권 잡은
이어룡, 장영신, 박의숙, 구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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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어룡. (우) 장영신.

그야말로 재계 ‘안주인’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그룹 지휘봉을 잡은 주인공들. 이보다 더한 내조가 있을까. 특히 이들은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서 나아가 본인만의 경영 스타일을 펼치며 ‘여장부’라는 호칭까지 거머쥐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부군인 양회문 회장이 작고한 후 회장으로 취임했다. 양 회장 생전에는 30년 가까이 가정주부로 살며 어깨너머로 증권업에 대한 안목을 쌓았다. 이후 부군 사후를 대비해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현재 증권업계 유일한 여성 오너다.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은 1999년 남편인 주진규 푸른상호저축은행 회장이 작고한 후 푸른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 역시 주부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케이스인데, 저축은행 사태 당시 흔들림 없이 상장사로 살아남게 하며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났다.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도 마찬가지다.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 부인인 그는 지난 2014년부터 세아그룹 계열사인 세아네트웍스, 세아메탈 대표를 맡고 있다. 세아홀딩스 부회장도 겸직하면서 그룹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간 이사진에는 합류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2017년 세아홀딩스 등기임원에 오르면서 책임과 역할에 무게를 더했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빼면 섭섭하다. 부군인 채몽인 당시 애경유화 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이후 애경그룹을 거대그룹으로 일궜다. 특히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대기업 여성 CEO의 좌장 격으로 평가받는다. ‘흑자를 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앞세운 전형적인 여장부로 유명하다.
 

# 시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경영 내조
홍미경 몽인아트스페이스 관장

홍미경 몽인아트스페이스 관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며느리다. 1982년 성균관대 미술교육과 재학 시절 같은 대학에 다니던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만나 결혼했다. 2006년부터 장 회장의 남편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의 이름을 딴 몽인아트스페이스 관장을 맡으며 채 총괄부회장을 경영 내조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2013년 유통 자회사 AK에스앤디의 사업 목적에 예술품·골동품 소매업을 추가하기도 했는데, 이는 홍 관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관장은 또한 2013년부터 2014년 1월까지는 처음으로 네 차례에 걸쳐 지주사인 AK홀딩스 주식을 1020주(지분율 0.01%) 사들이면서 존재감을 비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8월 28일 보통주 110주를 장내 매수해 홍 관장의 주식 수는 1만2039주, 지분율은 0.09%가 됐다.
 

# 가정주부에서 그룹 총수 된 사연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부인 현정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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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정은 회장은 고 현영원 현대상선 전 회장과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딸로 태어나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76년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결혼해 무려 30여 년간 주부로, 1남2녀의 엄마로 살아온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가는 며느리들의 사회활동을 제한해왔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남자가 내리고 아내는 거기에 따르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현 회장이 그룹 총수로 취임했을 때 ‘살림만 하던 주부가 경영을 알겠느냐’는 소리가 나온 건 당연했다.

전업주부에서 대기업 총수가 된 그는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KCC 지배주주인 정상영 명예회장(정주영 회장 동생)과 그룹의 사활을 놓고 경영권 분쟁을 했다.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고, 현 회장의 내공도 그만큼 쌓였다. 이후 대북 금강산 사업, 현대건설 인수전 등을 정면 돌파하는 등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현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으로 2008년 73위, 2009년 79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아 파워 여성기업인에는 단골로 선정되는 등 경영인으로서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
 

# 그림자 내조에서 신장 이식수술까지
이재현 CJ그룹 회장 부인 김희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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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김희재 여사. 지난 2017년 5월 17일 오전 경기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열린 온리원 컨퍼런스에서 임원들과.

이재현 CJ회장이 복귀한 지 1년이 지났다. 수년간 어려움을 딛고 경영 일선에 다시 서는 데는 김희재 CJ부사장의 내조가 주효했다. 지난 2013년 이 회장이 구속될 당시 그의 건강은 심각한 상태였다. 빠른 치료가 절실했던 이 회장은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는데, 이 회장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이가 바로 김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수술 후 <여성조선>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신장 기증을 특별한 사건으로 보는 것 같은데, 저는 아내나 엄마라면 누구나 같은 결정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제 인생에서 제일 인연이 깊은 두 남자(남편과 아들 선호)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망설임이 없었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 몸이 건강해 신장 기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 위기 때 소매 걷어붙인 안주인
신동주 롯데그룹 전 부회장 부인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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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롯데 부회장이 지난 2015년 기자회견 당시 부인 조은주 씨와 참석한 모습.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의 큰며느리인 조은주 씨는 남편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형제의 난’을 시작했을 당시 소매를 걷어붙이며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지난 2017년 6월 일본 광윤사(고준샤·光潤社) 이사로 취임하고 11월 등기했는데, 이는 남편을 도와 롯데 관련사 경영에 관여하려는 행보였다.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 씨 차녀인 은주 씨는 1992년 나이 서른에 롯데그룹 맏며느리로 시집왔다. 결혼 후 10년 넘게 내조만 해오던 은주 씨가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형제의 난이 시작된 때였다. 2015년 7월 남편과 함께 한국에 입국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8월에는 남편과 함께 방송 인터뷰에 출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국어가 서툰 탓에 남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세에 몰리자 기자회견문을 대독하며 적극적으로 남편을 돕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입니다. 먼저 가족간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대독 아내 조은주”로 끝을 맺기까지 또박또박 차분한 어투로 남편의 입장을 전달했다. 남편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시어머니를 만난 것도 은주 씨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국에 머무는 남편을 대신해 광윤사(고준샤·光潤社)와 우리사주 관계자들도 접촉하며 막후 작업을 진행했다.
 

# 봉사활동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
조임래 코스메카토리아 회장 부인 박은희

지난 1월 기준, 재벌 안주인 주식부호 5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코스메카코리아 조임래 회장의 부인인 박은희 씨는 코스메카코리아 부회장이기도 하다. 조임래 회장은 화장품 제조업체 공장장과 연구소장을 거쳐 1999년 코스메카코리아를 설립했다. BB크림을 가장 먼저 개발한 코스메카코리아는 로레알 그룹의 랑콤, 입생로랑, 네리움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 일본 등 10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해온 국내 최대 규모의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수 끝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박은희 씨는 코스메카코리아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코스메카코리아는 해마다 화장품과 임직원의 물품을 사회적 기업에 기증하고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는데, 여기에는 박은희 부회장의 나눔 철학이 녹아 있다고 한다.
 

# 꾸준한 그림자 내조형
정대선 현대비엔스엔씨 부인 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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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0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6주기에 모습을 보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
지난 8월 16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부인 고 변중석 여사 11주기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에 모습을 드러내 다시금 화제가 된 노현정은 결혼 이후 묵묵히 그림자 내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남편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사장에게 직접 현대가(家)의 신부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가 며느리들이 지켜야 할 7계명이 있다. ‘언제나 겸손하라’ ‘조심스럽게 행동하라’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마라’ ‘반드시 채소는 시장에서 볼 것’ ‘배추 한 포기 값도 꼼꼼히 적어라’ ‘제삿날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참석하라’ ‘친정 조부모의 이름은 꼭 외워라’ 등이다. 정 사장은 이밖에도 얌전하게 운전하는 방법, 이불 정리하는 방법, 부엌살림까지 교육했다고 전해진다. 또 현대가에는 ‘어른들 앞에서 과한 스킨십 금지’ ‘남편 출근 시 현관문 밖 배웅’ ‘남편 생일은 시댁에서’ ‘쇼핑은 바겐세일 기간에만’ ‘립스틱과 귀걸이 금지’ 등의 규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아나운서는 2003년 KBS 29기 공채 아나운서로 데뷔해 단아한 미모와 능숙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2006년 현대가 정대선 씨와 결혼한 후 아나운서직에서 물러난 그는 현대가 집안 대소사에 참석할 때마다 언론에 포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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