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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뿔났다! 숙명여고 사태 비하인드

2018-09-28 09:56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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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쌍둥이가 시험을 쳤는데, 나란히 전교 1등을 했다. 오답도 같은 문제에서 나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둘의 성적은 중하위권이었다. 쌍둥이 아빠는 그 학교 교무부장이다.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당사자는 부정하고 있지만, 엄마들은 내신 비리 척결을 외치는 중이다. 여파는 강남 학원가에까지 미쳤다.
지난 9월 7일 오후 8시, 숙명여고 앞에서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해는 졌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 9월 7일 오후 8시, 숙명여고 앞에는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한목소리를 냈다. “내신비리 OUT, 불공정한 수시 축소!” 그 앞을 지나던 한 행인은 “파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뒀다는 40대 학부모 A씨는 “학교 측은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면서 “곧 중간고사 기간인데, 이런 상황에서 애들이 학업에 제대로 매진할 수 있겠느냐. 빠른 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숙명여고 교사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자녀의 최근 10년간 성적에 대해 교육부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벌어진 거예요. 등수 하나 올리려고 밤새워 공부하는 마당인데, 한순간에 100등 이상 오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공정교육은 어디로 간 겁니까. 이번 기회에 내신비리가 꼭 사라져야 합니다.”

집회는 지난 8월 30일에 시작해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9월 말까지 예정돼 있지만, 한 학부모는 “경찰에 신고한 건 이달 말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집회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의외로 숙명여고 학부모는 드물었다. 이에 B씨는 “혹시나 학교 관계자 눈에 띌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공정하지 않은 평가가 팽배한 상황에서 학교에 밉보였다가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기라도 하면 어떡하느냐”면서 “이 같은 현실을 규탄하면서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둘러싼 의혹 세 가지

이른바 숙명여고 사태. 이 사건이 불거진 건 지난 8월 초. 강남 학원 정보 사이트인 ‘디스쿨’에 글이 하나 올려오면서다. 며칠 동안 중고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회자되다가 같은 달 중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숙명여고 부정 의혹을 밝혀달라’는 글이 올라오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직 교무부장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이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쌍둥이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쌍둥이 성적이 전년대비 크게 올랐다는 것. 둘은 1학년 1학기 때 각각 전교 59등·121등을 했었다. 둘째는, 교무부장은 감수 차원에서 시험지를 미리 볼 수 있는 위치라는 것. 마지막으로 셋째는 두 학생의 오답이 같은 문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문제는 정답이 교체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교무부장 H씨(53)는 디스쿨에 해명 글을 올렸다. 긴 글로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그는 “직책으로 인한 선입견으로 판단하고 오해했을 것 같다”고 운을 떼며 “(딸과 같은 학교에 재직하며) 학급배제, 수업배제, 출제배제, 감독배제, 즉 자녀의 교육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지켜왔다”고 밝혔다. 또한 “문과 1등을 차지한 A양의 경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큰 실수를 해 전체등수가 121등이었지만, 이후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학클리닉 선생님을 소개 받고 1학년 2학기 때는 5등을 했으며, 하루에 4시간을 자면서 결국 1등이 됐다. 이과생 딸 또한 1학년 1학기 땐 59등이었지만 지난 2학기 땐 2등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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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진행 상황은?

논란이 증폭되자 서울시교육청은 8월 13일 감사에 나섰다. 본청 장학사 1명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인력 2명을 특별장학 형태로 파견했다. 당시 숙명여고 측도 “교육청에 특별장학과 성적감사를 의뢰하고, 성실하게 교육청의 조사 및 감사에 임하여 이번 논란의 진위 여부가 객관적으로 규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감사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H씨가 문제지와 정답지를 6차례 검토, 결재했고, 혼자서 최대 50분 동안 시험지를 봤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시험지 유출 여부는 밝혀내지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H씨와 사건 발생 당시 교장, 교감, 시험 담당교사 등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지난 9월 5일 숙명여고 교장실, 교무실, H씨 자택과 쌍둥이 딸이 다니던 수학학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이후 지난 9월 14일 경찰은 H씨를 직접 불러 조사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9월 17일 간담회에서 “압수수색 후 관련자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분석 중에 있다”고 수사진척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H씨에 대해서는 1회 소환조사를 마쳤다”며 “압수물 분석과 동시에 숙명여고에 다른 과목별 담당 선생님들과 학원 관계자 20여 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교장과 교감은 딸들이 볼 시험문제와 정답을 H씨가 검토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추가 소환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쌍둥이는 누구?

이 학교 학부모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8월 31일 교내 방송을 통해 의혹을 해명하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 재학생들은 쌍둥이에 대한 반감이 외려 커졌다는 전언이다.

주부 C씨는 “딸이 숙명여고를 다니는데, 수업시간에 갑자기 쌍둥이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학교 입장을 방송으로 내보냈다고 했다”면서 “아이들은 한동안 웅성거렸고, 그사이 쌍둥이들은 모처에 있다가 방송이 끝난 후 자리에 돌아왔다더라”고 했다. C씨에 따르면 방송 이후 일부 학생은 필기구를 던지며 야유를 하기도 했다고.

방송은 요컨대 ‘외부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고 의연하게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훈화 말씀’이었다. 그는 “학교가 사실상 학생들의 입과 귀를 막으며 진실을 왜곡하려 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C씨는 이어 “딸이 말하길, 동급생 사이에서 ‘학교를 믿을 수 없고, 나아가 사회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부를 해서 무엇하냐’는 회의론까지 퍼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일부 친구들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냐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쌍둥이 자매들은 별일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때 전학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 무근이었다고. C씨는 “동아리 활동도 잘하고 있고, 개학날에는 전교생 앞에서 오케스트라부 일원으로 연주도 하는 등 이 같은 분위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 학교 2학년 I양은 “고3을 앞두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등수 하나 올리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라면서 “100위권 밖에서 1년 만에 전교 1등을 한다는 건 마치 기적과 같은 일인데, 그게 ‘하필’ 이 학교 교무부장 딸의 얘기라니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언젠가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쌍둥이 중 한 명에게 나와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었는데, ‘책을 안 가져왔다’면서 나가지 않았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1학년 때도 불려 나갔는데 문제를 못 풀었던 전력이 있다고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의혹이 더 커진 이유”라고 말했다.

I양은 “압수수색이 있던 날 치른 9월 모의고사 성적표가 10월 2일에 나오는데, 다들 쌍둥이의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숙명여고에서 전교 1등을 했다면, 전국 모의고사에서 톱급이어야 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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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8학군 전체로 퍼진 여파

이번 사태는 주변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역삼동 J여고 교사는 “학부모들, 특히 고3 수험생 중 수시접수를 마친 엄마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경우 ‘강남 8학군’ 전체가 평가 절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대학들은 그간 강남 8학군 내신을 높게 신뢰했는데, 신뢰도가 떨어질 경우 입시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교 상피제’ 도입을 제안했다. 상피제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하지만 일각에서 사립학교에는 적용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달린 상태다.

전국 총 17개 시도 교육청 중 이미 경기·세종·대구·울산 4개 교육청은 부모가 교사로 일하는 학교에 자녀가 배정될 경우 부모를 다른 학교로 전근시키는 인사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인사관리 규정이 공립학교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사 채용을 포함한 인사·징계권이 모두 학교법인에 있기 때문. 숙명여고도 사립학교다. 상피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사립학교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와 관련, 지난 9월 4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사립학교 교사는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하고, 학교법인의 폐쇄적 학교 운영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육청의 징계 역시 어렵기 때문에 교육부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력하게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시험지 유출 사건, 올해만 5차례

비단 숙명여고뿐이 아니다. 올 들어 시험지가 유출되는 사건은 5차례 이상 일어났다. 지난 9월 8일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강원지방경찰청은 교사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교사는 지난 6월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한 재학생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시험지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A교사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를 거쳐 시험지 유출 경위를 조사한 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28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검이 최근 시험지 유출 혐의(업무방해죄 등)로 모 사립고등학교 행정실장 김모 씨와 학교운영위원장 신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시교육청은 검찰에서 발송한 공무원범죄 결과 통보서가 도착하는 대로 징계 절차에 들어가 해당 학교법인에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반면 학생이 시험지를 직접 유출한 적도 있다. 지난 7월 초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학생 2명이 교무실 창문으로 침입해 시험문제를 빼냈다. 6월에는 부산 한 특목고에서 고3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유출했다가 적발됐다.

이 같은 시험지 유출사건은 최근 5년 동안 한 해 2건 이상 벌어지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고교 시험지 유출 등 부정 현황 자료’(2014~2018년)에 따르면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은 최근 5년간 모두 13건 발생했다. 한 해 평균 2.6건인 셈. 특히 2014년 1건, 2015년 2건, 2016년 3건, 2017년 4건, 올해 1학기에만 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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