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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의 동굴 드라마 태국 동굴소년들 뒷얘기

2018-07-30 10:05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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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갇힌 13명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가 전원 구조되어 태국은 물론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영화보다 극적이었던 이들의 생환 스토리, 전원 구조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감동의 뒷이야기를 알아봤다.
태국 해군이 4일 오전 공개한 동굴 실종 소년들의 모습. 사진은 태국 해군 페이스북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세계가 간절하게 바라던 기적이 이루어졌다. 태국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에 갇힌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 등 13명이 사고 발생 17일 만에 모두 구조됐다.

치앙라이주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 멧돼지라는 뜻) 소속인 이들은 지난 6월 23일 훈련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이 동굴에 관광하러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폭우로 동굴 내 수로 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됐다. 태국 네이비실 잠수대원과 영국, 호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동굴 구조 전문가들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이면서 실종 열흘 만인 7월 2일 동굴 입구에서 5㎞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소년들과 코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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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됐던 소년이 들것에 실려 동굴 밖으로 나오고 있다.

# 동굴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엑까뽄 찬따윙 코치
명상으로 소년들을 안정시킨 일등 공신
 
엑까뽄 코치는 12명의 소년들이 놀라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 임무를 다했다. 소년들 중 한 명이라도 겁을 먹고 밀실 공포증을 보였으면 순식간에 모두에게 퍼졌을 것이고, 그러면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겼을지 모른다. 엑까뽄 코치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돌발 상황에 대처했다.

가지고 있던 음식이라고는 약간의 과자가 전부였다. 소년들에게 음식을 양보한 코치는 체력 방전을 막기 위해 아이들에게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아이들이 목이 마르다고 할 때는 랜턴으로 동굴 천장의 종유석을 비춰주면서 물을 먹게 했다.

두려움에 우는 소년을 안아주며 안심시켰고,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는 잠이 들 때까지 안아줬다. 코치의 침착한 대응으로 차츰 안정을 찾은 소년들은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체온을 유지했고, 두려움을 떨쳐냈다.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한 데다 절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코치는 소년들에게 명상하고 기도하고 수양한다는 생각으로 이겨내라고 조언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동굴 속에서 침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처음 소식이 알려졌을 때 코치는 비가 오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에 갔다며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의 사연이 알려지고, 동굴에 갇혀 있는 도중 소년들의 부모에게 손편지를 보내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마음을 움직였다. “끝까지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약속한 코치는 소년들이 모두 구조된 뒤 가장 마지막으로 동굴에서 나왔다.
 
 
# 동굴 속 소년들을 처음 찾아낸 영국인 다이버
생존자 확인과 동굴 안 상황 체크로 구조 도와
 
영국 잠수사 스탠턴과 볼랜던은 유럽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동굴 잠수사다. 이들은 프랑스 동굴에서 물속 70m 아래까지 들어가 10㎞를 헤엄치고 무려 36시간 동안 물속에서 지냈고, 잠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감압을 20시간 동안 하는 등 전설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 영국인 다이버는 폭우로 열흘 동안 동굴에 갇힌 소년들과 코치를 발견한 다음 구조 작업 전반을 지휘했다. 태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전문가 자격으로 구조대에 합류한 이들은 탐 루앙 동굴의 구조와 지형을 파악하는 것부터 힘을 보탰다. 생존자들을 확인한 후에는 동굴 안 상황을 체크하며 구조 계획의 토대를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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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마다바드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태국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기도하고 있다.

# 모두가 울었던 소년들의 손편지
“걱정 마세요. 우리는 안전해요. 사랑해요.”
 
영국 구조대에 의해 생존이 확인된 이후 소년들은 당국이 제공한 음식과 물, 담요 등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본격적인 구조에 대비해 수영과 잠수법도 배웠다.

구조대원 편으로 손편지가 전해졌다. 무사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아직 괜찮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을 약속한다”고 썼다. “정신적으로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 부모님들께 사죄한다”는 말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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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까뽄 코치가 전한 손 편지. 소년들의 부모에게 사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년들 역시 편지를 썼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안전해요. 사랑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제가 밖에 나가면 볶은 돼지고기 요리를 해주세요” 등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2주 동안 집을 떠나 있었지만, 조만간 돌아가서 가게 일을 도울게요”라는 편지도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손편지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는 또 하나의 감동 포인트였다.
 
 
# 소년들 구하려다 숨진 자원봉사 다이버 사만 쿠난
전 세계인의 애도 받는 진정한 영웅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소년들을 구조하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던 태국 네이버씰 출신 사만 쿠난은 이들에게 산소 탱크를 전달하기 위해 잠수해 가던 중 산소가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소년들이 고립된 동굴 속 산소가 고갈되기 시작해 산소 탱크 전달이 매우 시급한 시점에서 이들에게 산소 탱크를 전달하러 가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구출 후 병원에서 체력을 회복 중이던 소년들과 코치는 뒤늦게 쿠난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쿠난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에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쓰고 묵념을 올리며 애도했다. 소년들은 쿠난의 그림 앞에서 좋은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숨진 쿠난에 대해 ‘진정한 영웅’이라고 칭송했고, 전 세계인이 그의 사망을 애도하고 있다.
 
 
# 침착하게 배려한 태국 정부의 대응
안전하고 신속하게 컨트롤타워 역할 잘 수행
 
안전하게 구조된 소년들의 건강 상태만큼이나 눈길을 끈 게 또 있다. 태국 정부의 대응이다. 태국 정부는 외국인 전문가들의 참여를 적극 환영하는 한편, 다양한 인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이번 구조를 지휘한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약 1만 명이 구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소년들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이들이 전원 구조된 지 8일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소년들이 계속해서 언론의 관심 속에 부담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회견으로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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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구조 후 병원에서 회복 중인 소년들의 모습

기자회견 방법에서도 세심함을 보였다. 인터뷰 전에 사전 질문을 받고, 소년들이 트라우마를 불러올 수 있는 질문은 걸러냈다. 질문의 기회도 전문가를 거쳐서 간접적으로 주어졌다.

객관적으로 태국은 최신 구조 장비를 갖춘 선진국이 아니다. 다양한 구조 경험과 체계적인 재난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태국 정부의 침착한 대응은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을 겪은 나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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